부소경의 안색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가 이를 갈며 반문했다."뭐라고?"이 여자는 정말이지 그의 화를 돋우는 재능을 타고난 게 틀림없었다.신세희가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구경민 씨는 선비같이 고고한 분위기를 풍기더라고요. 그 사람의 지위도 당신 못지않을 텐데 날 싫어하지 않을까요?"부소경이 신세희의 목을 덥석 움켜쥐었다."본인을 그런 식으로 매도하지 마!"그의 손에 잡힌 신세희는 말을 할 수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그저 옅은 신음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이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부소경이 손을 뗀 뒤에도 신세희는 한참 기침하고 나서야 진정할 수 있었다.이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네."부소경이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드레스숍 직원이었다."대표님, 말씀하신 사이즈와 스타일로 준비한 상품들입니다. 이분...께서 착용하실 건가요?"직원이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신세희는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지 듣지 않아도 훤했다. 부소경을 따라와 이곳에서 피팅하고 있었으니 아마 사람들은 자신을 사교계의 꽃쯤으로 여길 터였다.부소경은 대답 대신 직원에게 명령했다."갈아입혀요.""네, 대표님."친절한 미소를 머금은 직원이 신세희에게 말했다."고객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신세희가 고분고분 직원을 따라 피팅룸으로 들어갔다."어머, 고객님, 몸매가 너무 좋으시네요. 마르신 분인 줄 알았는데 체형도 적당하시고 볼륨감도 있으시고요."직원이 신세희에게 칭찬을 늘어놓았다.미처 예상치 못했던 터라 그녀의 얼굴에 또다시 홍조가 깃들었다.직원이 웃으며 말했다."부끄러워하시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대표님께선 저희 가게를 자주 방문하시는 편이에요. 중요한 파티에 참석할 때면 계약서를 작성한 여배우들을 파트너로 데리고 가시거든요. 하지만 대표님께서 그분들의 드레스 비용을 지불하는 건 아니에요. 모두 계약금에 포함되어 있거든요. 6년 사이에 대표님께서 사전에 저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그녀는 늘 무표정을 고수할 정도로 냉담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는 유독 자기 어머니 앞에서만 웃음을 보였다. 그녀가 웃을 때면 주변마저 달콤하고 말개지는 것 같았다. 마치 순수한 학생이라도 된 것처럼.그는 신세희의 냉담함 또한 잘 알고 있었다. 대부분 시간은 그런 상태라 이토록 부드럽고 나긋한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몹시 매혹적이고 고아했다.그는 홀린 듯이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예뻐요?"신세희가 지나가듯이 물었다.지금까지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이 누군가에게 몸을 팔 거라고는, 이런 일에 종사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감옥에 수감된 2년 동안에도 그녀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었다.그녀는 그저 하숙민 아주머니에게서 열심히 건축 설계를 배웠을 뿐이었다.그러다 어느 날 감옥에서 나가게 된다면, 건축 설계로 생계를 유지하며 엄마를 잘 모시고 마음 맞는 남자친구도 사귀면서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막연히 바라기도 했다.그러나 인생은 결코 그녀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어쩌면 임지강에 의해 보석으로 풀려나 부소경에게 영문도 모른 채 자기 몸을 내어준 날부터, 자신은 몸을 팔게 될 운명으로 결정 난 걸지도 몰랐다.이왕 이렇게 됐으니 좀 더 전문가다워질 필요가 있었다.물기를 머금은 듯한 몽롱한 눈동자로 부소경을 바라보던 신세희가 다시 물었다."예뻐요?""당장 갈아입어."부소경이 말했다.신세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직원도 부소경의 행동이 의문스러웠다. 매우 민망한 상황이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상냥하게 말했다."괜찮습니다, 대표님. 굳이 이 상품으로 하지 않으셔도 아마 원하시는 고객님이 계실 겁니다. 다른 걸로 바꿔오도록 하죠."직원은 그의 눈 밖에 날 생각이 없었다.다른 옷을 준비하라는 부소경의 말을 들은 그녀가 급히 걸음을 옮길 때 부소경이 다시 말했다."내 말을 잘못 이해한 것 같군요.""네? 무슨 말씀이신지...""다른 옷으로 준비하되, 이건 팔지 말고 따로 포장하도록
부소경의 말을 들은 신세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피팅할 필요가 없어서 다행이었다.피팅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더구나 이런 옷들은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다. 다른 사람의 환심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자 신세희는 더욱 피곤해졌다."힘들어?"부소경이 물었다.신세희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요."부소경이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골랐던 것들 모두 포장해줘요."속으로 쾌재를 부른 직원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대려 주십시오."다시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본 그가 물었다."다른 옷들은 마음에 들어?"전부 그가 심혈을 기울여 고른 디자인들이었다. 세련되거나 청순한 것들 모두 그녀의 냉랭한 성격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선별했다.고개를 살짝 숙인 신세희가 말했다."상관없어요.""......"신세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입고 있잖아요. 많이 사는 건 낭비가 아닐까요."자신은 돈을 갚는 신세가 아니던가? 문득 드레스값도 갚아야 할까 봐 걱정되기 시작했다.하여 그녀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늘만 입는 게 아니라 앞으로도 입을 일이 많을 테니까!"부소경이 언짢은 듯 언성을 높였다.아,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앞으로 시중들어야 할 남자가 적지 않을 터였다. 하루에 여러 명을 상대할 수도 있었으니 옷을 여러 벌 갈아입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테지.입을 꾹 다문 신세희가 부소경의 손에 이끌려 드레스숍을 나섰다. 뒤에서 상품을 준비하던 두 직원이 속닥거렸다."두 분 너무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아.""대표님은 노련하신데 여자분은 좀 어리신 것 같아. 저렇게 청순하게 입으시니 더 어려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한 20대 초반?""대표님 곁에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이 말을 듣게 된 신세희가 쓴웃음을 지었다.행복한 건가?사실 그녀에게 행복이란 아주 단순했다. 유리가 쑥쑥 자라고, 학교도 다니고, 서시언이 아직 이 세상에 살아 있는 것. 이거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었
또한 지나치게 체면을 차리는 것 같기도 했다."경민아, 난 네가 불러서 나온 거다? 근데 소경이가 내 체면을 뭉개버릴까 봐 걱정돼. 걔가 얼마나 칼 같은지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거 아니냐. 물론 나야 화해할 마음이 있다만, 걔가 날 용서하지 않으면 어떡하냐?"서른 살 남짓한 남자의 얼굴에는 가로로 긴 흉터가 나 있었다. 사나워 보이는 그의 옆자리에는 요염한 미인이 앉아 있었다."정문재."구경민이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너한테 뭐라고 하는 건 아닌데, 부소경이는 너는 고사하고, 예전부터 형제처럼 지내온 내 체면조차도 세워주지 않는 녀석이야. 사람이 좀 독하긴 한데 그렇다고 뒤에서 칼을 꽂는 인간은 아니야. 근데 네가 한 짓을 생각해 봐. 네가 발목을 잡지 않았더라면 걔 어머니가 감옥에 갔겠어? 그분이 감옥에 가지 않았더라면 그렇게 허무하게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거야. 그런데 소경이가 어떻게 너랑 쉽게 화해할 수 있겠어?"정문재가 풀이 죽은 채로 말했다."나도 걔네 형님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그때 부씨 집안 세력이 보통이었냐?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 집안 남서부 사업은 진작에 망했어. 나라고 무슨 방법이 있었겠어.""그럼 지금이라도 잘못을 순순히 인정해."구경민은 전혀 봐주지 않았다."문재야, 내가 네 죽은 형과 전우 사이라서 이 자리를 마련한 거야. 너희들이 화해하는 것까지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어.""예예, 감사합니다, 형님!"정문재가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부소경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앉아 있던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소경아."구경민이 반갑게 불렀다.그와 비슷한 또래의 두 남자도 웃으며 그에게 인사했다."소경아, 왔어?"부소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신세희의 손을 여전히 놓지 않았다. 신세희의 표정도 더없이 차분하고 고요했다.그녀가 입고 있는 미니드레스는 룸 안의 다른 여자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그녀들은 섹시하거나 매혹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반면 신세희는 망울
신세희가 내뱉은 말로 룸 안이 소란스러워졌다.부소경이 밖에서 어떤 여자를 데려왔는데 그 여자와 원한이 있는 것 같더라는 소문이 며칠 동안 운성 내에 파다하게 퍼졌다. 아마 저 여자가 그 당사자인 듯싶었다.이 자리에 데려온 걸 보니 부소경이 오늘 제 친우들에게 무슨 선물이라도 주려는 건가 싶었다.얼음장 같은 낯빛을 한 부소경이 신세희의 귓가에 대고 짓씹듯이 내뱉었다."그렇게 본인의 신분을 밝히지 못해서 안달 났어?"신세희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그 뒤로는 단 한마디도 없었다.이 자리까지 왔는데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사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그저 부소경의 지시에 따르면 그만이었다."......"부소경은 당장 신세희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 싶었다.오늘 여기에 있는 사람 중 네 명은 그와 생사를 함께한 형제였다.당시 부소경은 부씨 집안에서 고립된 상태였다. 그는 집안의 고용인보다도 못 한 처지였으며 상속권조차 가질 수 없었다.부씨 집안과 관련된 사업에 손을 댈 수도 없었으며 그렇다고 부씨 집안의 하인 노릇을 할 수도 없었다. 겉보기에는 여전히 부씨 집안의 도련님이었으니까.부성웅의 아들이었음에도 당장 굶어 죽게 생겼다는 말이었다. 얼마나 고달픈 삶이었을지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 없었다.나중에 유배되듯이 해외로 쫓겨났을 때야 그는 비로소 평온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머니가 외국에서 괜찮은 직업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부소경은 난생처음 그의 형제와도 같은 구경민을 사귀게 되었다.두 사람은 함께 조직에 가입했고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부소경은 구경민의 목숨을 구한 적도 있었다. 하여 두 사람은 생사를 같이한 친구가 되었다.후에 구경민은 귀국했지만 부소경은 여전히 외국에서 지냈다.또 나중에 부소경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둘째 삼촌과 셋째 삼촌에게 배척받아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정문재를 만나게 되었다. 당시 정문재는 칼에 찔려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 얼굴의 상처도 그때 생긴 것이었다
그 사람들은 모두 그의 심복이었다.6년 전 부소경이 최후의 반격을 가하던 날 밤, 그가 부씨 가문의 모든 구성원을 거의 도륙 내다시피 했지만 F그룹은 미동도 없었고 조금의 영향도 받지 않았다.하루아침에 F그룹의 주인이 바뀌었다. 원래대로라면 남성은 물론 전국이 떠들썩해졌을 테지만 그가 부임한 첫날, F그룹에서 내로라하는 권력을 거머쥔 고위층 인사들은 마치 익숙하다는 듯 공손하게 그를 "부 대표님"이라 칭했다.부태성과 부성웅은 그가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부소경은 비록 F그룹에 몸담고 있지 않았지만 이미 그룹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가문의 기업은 사생아에게 절대 물려주지 않으며, 사생아는 어떠한 대우도 받지 못한다는 규칙이 산산이 깨졌다.부씨 가문의 씨를 말려버린 부소경은 겨우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큰엄마만을 살려두고 그들의 앞에서 평온하게 말했더랬다."난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사생아로 살기는 더더욱 싫었고요. 당신들이 날 태어나게 했으니 나도 내 배다른 형제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겠습니다. 그게 싫었다면 낳지를 말았어야지요. 물론 당신들은 이미 그 대가를 치렀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후회하긴 너무 늦어버렸군요. 이젠 사생아를 낳지 않는 방법밖에 없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부태성과 부성웅은 가슴을 치며 후회했다.그들은 바로 부소경의 존재를 인정했다. 부소경이 F그룹 최고 권력자임을 승인했으며 그를 부씨 집안의 명실상부한 자손으로 받아들였다.그가 이 모든 걸 이뤄낼 수 있었던 건 그의 잔인함과 통제력 덕도 있었지만 더 많이는 그의 인맥과도 관련이 있었다.모두 그더러 성정이 잔악무도해 혈육조차 봐주지 않는다며 손가락질했다.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그의 혈육 중에서도 그를 먼저 죽이려 들지 않았던 자가 없었다.형제들이 목숨을 걸고 부소경을 도운 덕분에 오늘의 영광과 성공을 거머쥘 수 있었다. 부소경의 친우들은 모두 특정 지역에서 권력을 장악한 거물들이었다.부소경은 이 나라의 핵심 국
부소경이 표정을 잔뜩 구기고 있을 때 구경민은 하마터면 꺽꺽거리며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본인만큼 부소경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이도 드물었다.부씨 집안의 억압 속에서 보란 듯이 반격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건 그가 결코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셈이었다.그들 형제가 함께 손을 잡고 몸집을 부풀렸다고는 하나 그 핵심은 여전히 부소경이었다.그런데 6년 동안 모두를 벌벌 떨게 했던 잔인한 사람에게 마침내 그의 고삐를 틀어쥘 만한 여인이 나타난 것이었다.구경민은 무표정한 신세희가 단 한마디로 부소경의 말문을 턱 막히게 했음을 똑똑히 보아냈다.부소경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자 구경민이 장난스레 응수했다."그렇군요, 세희 씨. 소경이가 여기로 데려올 만한 접대부라면 아주 대단한 사람이겠는 걸요.""어... 감사합니다?"구경민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저 여잔 대체 뭔데?"고개를 돌린 정문재가 옆자리의 구경민에게 대뜸 질문했다.구경민이 코웃음 쳤다.“뭐긴, 소경이가 단단히 감긴 모양이지."두 사람은 한가롭게 술잔을 주고받으며 부소경을 지켜보았다.사실 그들은 잔뜩 기대 중이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부소경이 그를 용서하지 않을까 봐 전전긍긍하던 정문재였지만, 구경민과 장진혁이 그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확신이 서자 정작 지금은 부소경이 형제들 앞에서 어떤 추태를 보일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남성에서 부소경은 권력의 상징으로 불렸으며 소문만으로도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인물이었다.그러나 생사고락을 함께한 형제들 앞에서는 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곤 했다.부소경의 추태를 잔뜩 기대하고 있을 때 마침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큰엄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부소경에게 있어서 그녀는 딱히 중요한 인물은 아니었다.하숙민이 부성웅의 정부로 전락하게 된 건 큰엄마의 농간 때문이었다.그녀에 대한 감정은 증오로 점철되어 있었다.하지만 큰엄마는 늙었고 그녀의 세 아들도 연이어 세상을 등졌다. 만약 부소경이 자신의 권력으로 고통을 홀로 견
부소경이 여기 앉아 있으니 좀 나아졌는데, 부소경이 나가서 전화를 받자 신세희는 아무도 기댈 사람이 없었다.넓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신세희에게 향했다.구경민은 자상하게 웃었다.장진혁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정문재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구경민을 보며 그에게 소식을 듣고 싶었다. 그동안 서남쪽에 있던 정문재는 부소경과 왕래가 적었기에 상황을 잘 몰랐다.하지만 그는 부소경의 약혼녀가 임씨인 건 알고 있었다. 임서아.하지만 이 여자는 뭐지?방 안, 여러 남자들의 시선은 모두 신세희에게 향해 있었다.모든 남자 옆에 있던 여자들도 신세희를 훑어봤다.여자가 있는 곳은 말도 많은 법이었다.그리고 마침 부소경이 없으니 분위기도 편해졌고, 그 중 두 여자가 작게 중얼거리기 시작했다.“들었지, 저 사람이 부소경이 데려온 여자래.”“그때 저 여자가 부소경의 결혼을 깼다던데.”“부소경 진짜 너무하다! 근데 자기한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절대 놓아주지 않는데!”“너 이 여자가 하는 말 못 들었어? 그냥 술 따라주러 온 사람이라잖아. 그럼 부소경은 분명 이런 방식으로 저 여자를 괴롭히려는 거야. 그런 말 있잖아, 귀한집 아가씨를 타락시키게 길들인다는 거. 그게 제일 재밌는 거지.게다가 저 여자 6년전에 상류사회에서 끼려다가 결국 기회를 못 잡았데.”두 여자는 중얼거렸고 다른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사람은 듣고 있었다.그 중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여자에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얼굴이 낯이 익은데 저번에 해외에서 최고의 신인상을 받으신 영화배우 에일리씨 아니세요?”긴 웨이브 머리의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에일리에요.”에일리는 오늘 상위층의 영화광인 사람의 부탁 때문에 그 영화광의 남편과 함께 이 작은 모임에 참여하러 왔다. 그 영화광은 좋은 집안의 사람이었고, 친정이 서울에서 지위가 높았으며 사돈 집안은 해외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최근 2년전 남성으로 돌아왔다.이 모임에 오기 전 그 영화광은 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