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이 지난 후, 엄선우는 혼잣말로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정말 사모님이 도련님을 괴롭히는 건지, 도련님이 사모님을 괴롭히는 건지 모르겠네. 두 사람… 이게 바로 가혹한 사랑이라는 건가…”하!나랑 무슨 상관이라고.신세희는 부소경에게 안긴 채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그제서야 팔을 그의 목덜미에 감았다.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뭐라고?”환기가 잘되지 않은 비좁은 차에 너무 오래 있어서 그런지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조금은 뜨거운 그녀의 얼굴이 그의 차가운 목덜미에 닿았고, 그 순간 두 사람은 서로를 채워주고 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편안했다.부소경도 그녀의 온기를 조금은 느끼고 있었다.“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나한테 엄청 못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나보고 다른 남자한테 몸 대주라고 하지도 않고… 그리고 유리한테도 엄청 잘 해주잖아요. 유치원도 보내주고요.”그녀가 중얼거리며 말을 이어 나갔다. “엄청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막 그녀를 내려놓으려던 그때, 부소경은 신세희를 단단히 잡으며 그녀에게 매서운 말투로 말했다. “너랑 나랑 6년이야. 내가 언제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잘해줬는데! 임신하고 바보가 된 거야? 대체 네가 뭘 그렇게 손해를 봤는데! 내가 내 여자랑 내 딸한테 잘해주지, 누구한테 잘해주겠어!”하지만 부소경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는 그만 멈춰버렸고 문도 순식간에 열려버렸다.엘리베이터 앞, 집 밖에는 꼬맹이가 서 있었다.“와!” 유리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엄마를 끌어안고 있는 악당을 쳐다보았다. 엄마가 악당을 받아주다니!“우리 엄마 잠 들었어?” 유리가 부소경에게 물었다.“내려줘요. 빨리 내려줘요!” 유리의 목소리를 듣자 신세희는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엄마, 엄마 안 자고 있었어?” 유리는 부소경의 품에 안겨있는 신세희를 보기 위해 열심히 까치발까지 들었다.유리의 행동에 부소경은 순식간에 신세희를 아래로 내려다 주었다.“엄마 있잖아, 나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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