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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부소경은 발을 동동 구르는 유리의 모습을 모르는 척하며 유리를 데리고 병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쁜… 악당, 날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야? 날 고아원에 팔아버릴 건 아니지?” 유리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비록 눈앞에 있는 이 악당이 자신을 팔아버리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말이다.

“늙은이 한 명이 너 보고 싶데.” 부소경이 솔직하게 말했다.

늙은이?

유리는 그 늙은이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부소경이랑 함께 병실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병실은 무척이나 호화로웠고 전문 간병인들과 부성웅, 진문옥 부부가 안에 있었다.

“아버지.” 부소경이 병실 안으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

부성웅은 유리를 본 순간 그대로 얼어버렸다.

하지만 옆에 있던 진문옥은 얼굴색이 안 좋았다.

진문옥에게는 아들이 셋이나 있었다. 하지만 아들 셋 모두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버렸고, 그녀에게 손자 한 명도 남겨주지 않았다. 되려 사생아인 부소경이 부씨 집안에 남은 유일은 후손이 되어버렸다.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부소경은 사생아다. 그리고 그의 딸도 사생아였다.

진문옥의 눈동자에 이상한 경멸심이 스쳐 지나갔다. 한순간에 스쳐 지나간 감정도 부소경은 알아채버리고 말았다.

반대로, 유리를 보던 부성웅의 눈빛에는 흥분과 감동이 가득했다.

5살 정도 된 것 같은데… 오늘 처음으로 집에 데려왔다고?

“아가야, 이리 와. 할아버지한테로 와. 할아버지가 얼굴 좀 보자.” 부성웅은 유리를 안으려 허리를 숙였다.

깜짝 놀란 유리는 부소경의 옆에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유리의 두 손은 부소경의 다리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유리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의 친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같은 시각, 누워있던 부태성도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성웅이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는! 아이는 어딨어! 빨리 보여줘!”

이제 유리는 숨을 곳이 없게 되었다.

유리는 도망치고 싶었다. 하지만 유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엄마에게 전화 칠 방법도 모르고 있었다.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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