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뭐, 뭐라고요?""재결합하자고.""......"몇 초간의 정적 끝에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당신과 난 원수지간이에요. 당신은 나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시언 오빠를 해외로 쫓아냈죠. 난 당신에게 20억을 빚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나랑 재결합하겠다고요? 부소경 씨, 난 당신과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거기에 장단을 맞춰줄 마음도 없고요. 대체 내게 뭘 원하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 줄 순 없는 거예요?"전혀 화가 난 말투가 아니었다. 그건 마치 속삭임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몹시 단호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부소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이젠 씻고 자야지."될 대로 돼라지.이 집안에서 그들 두 모녀는 아무런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딸아이를 예뻐하며 같이 밥을 먹여주고 놀이방에서 블록을 쌓는 모습까지... 불과 30분 전만 해도 세 사람은 단란한 가족 같았다.그러나 그건 단지 환상일 뿐이었다.유리는 신세희의 말을 따라 고분고분 씻었다. 아이를 방에서 재우고 다시 나와보니 거실에서는 부소경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부소경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벌써 잠든 건가?'그의 마음 따윈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감히 추측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따로 손님방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그날 밤, 한참 뒤척이다 겨우 잠든 그녀는 황당한 꿈을 꾸게 되었다.꿈속에서 그녀는 감옥을 나오자마자 부소경에게 끌려가 혼인신고를 했던 날로 돌아갔다. 이런 어이없는 일을 어떻게 두 번이나 반복한단 말인가?만약 두 사람이 재결합한다면, 임서아는 어떡하고?임서아는 또다시 갖은 수를 써서 자신을 없애버리려 할 테지.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채 감옥에 갔고, 감옥에서 나온 지 석 달 만에 살인청부업자들에게 쫓겼다.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는 생활에 신물이 난 그녀는 더는 누군가의 악의를 받아내고 싶지 않았다.재결합이라고?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게 싫으면 얼른 옷 갈아입고 나랑 구청으로 가."부소경이 그녀의 손목을 털썩 놓아주었다."......"6년 만에 다시 부소경과 재결합하라니.신은 그녀를 갖고 노는 게 틀림없었다.순순히 침실로 돌아온 신세희는 옷을 갈아입은 후 간단히 씻고 머리도 다듬었다. 거실에 나와보니 유리도 깨어있었다."엄마, 오늘은 엄마랑 아빠가 같이 나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거지?"고용인들이 아이에게 빨간 공주님 원피스를 입히고 그에 어울리는 빨간 머리핀도 꽂아주었다. 아이는 꼭 마치 인형 같았다.신세희가 아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맞아, 오늘 엄마 아빠가 함께 유리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거야. 유리, 기분 좋아?"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완전 신나!"아이는 진심으로 기뻤다.수트 차림의 부소경과 단아하게 꾸민 선세희가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려왔다. 유리는 공손하게 서서 그들을 맞이한 엄선우에게도 신나서 재잘거렸다."아저씨, 오늘은 우리 엄마 아빠가 날 유치원에 데려다준다?""좋아?"엄선우가 물었다."당연하지!""그러면 이따가 엄마 아빠가 뭐 하러 가는지 알게 되면 더 기분이 좋겠네?"엄선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신유리가 그를 놀렸다."아저씨, 내가 방금 우리 엄마 아빠가 날 유치원에 데려다준다고 말했잖아. 기억 안 나?"엄선우가 바로 호들갑을 떨었다."아이고, 아저씨가 너무 멍청했다."그들을 차에 태운 엄선우는 신유리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다음 바로 구청으로 향했다.운전하던 그가 참지 못하고 신세희에게 말을 걸었다."사모님, 오늘은 두 분이 재결합하는 특별한 날이니 제게 복권이라도 사주시겠습니까? 행운을 제게도 좀 나눠주시죠."복권이라니? 그녀의 수중에는 마땅한 돈이 없었다."알겠어요. 나중에 돈이 생기면 제가 많이 사드릴게요."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분위기가 대번에 싸늘해졌다.혼비백산한 엄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속으로 자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정말이지 입만 열면 사고를 쳤다.신세희는 개의치 않는 눈치였
신세희는 손에 들고 있는 혼인 관계 증명서가 무겁게 느껴졌다.자신과 부소경 사이에는 애정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소경이 그녀에게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부씨 집안의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갖는다고 해도 사랑 없는 결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그녀는 분수를 알았다. 부소경이 차에 오르기 전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난 알아서 갈게요. 20억의 빚을 따지지도 않고, 다시 나와 재결합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회사에 가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곁에서 지켜보던 엄선우가 통탄했다.'사모님, 대표님은 한 번도 20억을 갚게 할 생각이 없었다고요. 그것뿐이게요? 앞으로 대표님의 돈은 곧 사모님의 돈입니다. 사모님은 지금 남성에서 돈이 제일 많은 사람이라고요!'마음속으로 외친 말을 감히 입밖으로는 낼 수 없었다. 그는 멀뚱히 서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부소경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착각하지 마. 20억 갚지 말란 소리는 안 했어.""......"차에 오른 부소경이 엄선우에게 명령했다."회사로."마지못한 엄선우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홀로 남겨진 신세희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부소경이 그녀와 혼인신고 한 이상 그녀더러 돈을 갚으란 소리는 안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자기처럼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지 않도록.방금 그가 한 말은 그저 화풀이에 불과했으나 그녀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그녀는 안전했고 유리에겐 가족이 생겼지만, 서시언은 어쩐단 말인가? 그녀를 위해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한 사람이었다. 이대로 외국에 쫓겨난 채로 아무런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하는 법이 대체 어디 있느냔 말이다.그리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매일매일 불안정한 삶을 가까스로 유지하느라 그녀는 엄마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언 6년이 흘렀으나 여태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가 그녀의 무덤을 돌보지 못했다.심지어 임씨 집안에서 정말로 그녀의 무덤을 파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부소경
“얼른 가세요!”엄선우:“사모님인가요?”부소경은 힘없이 말했다. “저 사람 방해하진 말고요. 어떤 사람들은 감사히 여길 줄을 몰라요!”엄선우는 얼른 대답했다. “넵! 도련님!”부소경의 본부를 엄선우는 무시할 수 없었고, 적당한 거리에서 신세희의 뒤를 쫓았다. 신세희가 택시에 타는 걸 보고 그녀가 하숙민의 묘비 앞에 온 걸 보았다. 당연히 신세희는 무슨 말을 했지만 엄선우는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그는 다시 좀 멀리 떨어진 뒤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사모님이 큰 사모님의 묘비로 오셨어요. 많이 우시는 거 같은데 며칠 후에 작은 공주님을 데리고 이곳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셨어요.”엄선우는 말을 하면서 자신이 가슴 아파했다.전화 너머 부소경이 말했다. “알겠어요.”엄선우: “도련님… 그럼 저는…”“계속 따라가세요!” 부소경이 말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돈을 받았으니 엄선우는 다시 은밀한 곳을 찾아 계속 신세희를 지켜봤다.신세희는 아직도 하숙민의 무덤 앞에서 중얼거였고,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본인만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어머니, 어머니랑 부씨 어르신 사이엔 그래도 사랑이 있었지만, 저랑 부소경은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 사람은 저를 싫어해요. 만약 제가 그 사람의 딸을 낳지 않았더라면, 저를 죽였을 지도 몰라요.어머니 저는 앞으로 어떡해야 하죠?어떻게 살아가야 하죠?저한테 힘 좀 주시면 안될까죠? 제가 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혼자 독립을 하고, 돈도 모아서 고향으로 돌아가 저희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저희 엄마도 너무 불쌍해요.저는 저희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몰라요.어머니, 지금 저를 보고계신다면, 저에게 힘을 좀 주실 수 있나요?”신세희는 하숙민의 무덤 앞에 오전내내 꿇어 앉았고, 점심 시간이 되자 떠났다.패스트푸드점에서 대충 끼니를 떼우고 신세희는 공원에 앉아서 데이터를 킨 다음 구인공고를 보았다.그녀는 건축 디자인 빼고는 다른 특기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학력도 없었고, 심지어 대도시에서
신세희는 앞에 있는 여자를 보고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쪽을 모르는데요!”“너!” 민정연은 하마터면 숨을 못 쉴 뻔했다. “너 눈 안 보여? 왜 날 못 알아봐?”신세희는 이런 여자를 아는체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남성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됐고, 부소경이 불러서 온 거였다. 그때 그녀가 남성에서 죄 지은 사람이 많아서 그 사람들은 다 그녀가 죽길 바랐고, 며칠 전 그녀는 부소경이 예약한 룸에서 유명한 연예인에게 죄를 지었다.신세희가 미움을 산 사람들은 자신도 셀 수 없었다.그럴바엔 신경쓰지 않았다.빚이 쌓일수록 부담이 적어지고, 머리에 이가 많으면 간지러움에 익숙해지는 원리와 같았다.어차피 부소경과 부씨 집안은 신유리를 인정했고, 신유리를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신유리는 위험하지 않고 안전했다. 그럼 신세희는 자신을 미워하는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신세희는 민정연을 보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왜 이러세요? 제가 못 알아보면 못 알아보는 거지, 연예인이라도 되세요? 죄송해요, 안 그래도 며칠전에 제가 유명한 연예인을 만나긴 했는데 똑같이 못 알아봤거든요.왜냐면 저는 연예인에 관심이 없어서요.그러니가 비키세요. 저 엘리베이터 타야해요!”민정연은 화가 났다. “신세희, 너 연기하지 마!”그리고 그녀는 뒤를 돌아 옆에 가만히 잇는 조의찬을 보았다. “조의찬씨, 죽은 거예요? 전 애인한테 내가 누구라고 말해야죠! 왜 쫄고 있어요!”이제서야 신세희는 여자 뒤에 난감한 얼굴로 숨어있는 조의찬을 보았다.조의찬은 피하지 못 하고 한 발짝 다가가 신세희를 보며 웃었다. “세희씨, 요 며칠 잘 있었어요? 부소경이 어떻게 한 건 아니죠?나한테 부탁한 일은 아직 못 하긴 했는데 걱정 말아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알려줄게요.”“뭐예요? 조의찬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내 앞에서 감히 그런 말투로 신세희랑 대화를 나눠요? 나를 약혼녀로 생각하긴 하는 거예요? 나 당신 약혼녀예요! 신세희랑 무슨 비밀을 나누는 거예요? 요즘 얘랑 연
그녀는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성에 온 첫 주부터 임서아에 협박을 받았고, 지금은 이곳에서 민정연에게 조롱을 당했다.신세희한테 도대체 어쩌라는 걸까?“조의찬씨! 얼른 저 여자 뺨 좀 때려 봐요! 신발 벗어서 무섭게 때리란 말이에요! 이 여자 얼굴이다 망가질 때까지요. 그럼 앞으로 뭘 팔아서 도련님한테 돈을 갚을 수 있는지 보자고요! 남자답게 행동 좀 해요! 지금 쟤가 당신 약혼녀를 때렸잖아요!” 민정연은 미친듯이 조의찬에게 소리쳤고 이곳이 공공장소라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민정연이 막아서 엘리베이터는 이미 올라갔다.신세희는 다시 묵묵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조의찬이 그녀를 때릴지 말지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오히려 조의찬은 민정연의 얼굴을 무섭게 때렸다. “민정연씨! 당신 지금 미쳤어요! 얼른 집으로 가요!”신세희는 벙쪘다. 이 여자가 민정연이라고?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민정연이었다.그저 6년전 그녀는 민정연은 만나본 적이 별로 없었다. 겨우 2,3번이었기에 그녀는 민정연의 얼굴을 아예 기억하지 못 했고 이제서야 민정연인 게 생각났다.신세희는 조의찬이 왜 민정연과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았고, 그건 그녀의 관심사도 아니었다.민정연은 먼저 신세희에게 맞고, 또 조의찬에게 맞고 나니 얼굴엔 증오가 가득찬 채 양손으로 얼굴을 잡으며 울먹였다. “조의찬씨, 대단하네요. 날 때리다니. 당신은 내가 이제 어르신의 총애를 못 받으니까, 어르신이 임서아라는 진짜 외손녀가 생겨서 날 아껴주지 않으니 이참에 날 밟아보겠다 이거에요?조의찬씨!딱 기다려요!그리고 신세희 너도 기다려!”말을 한 뒤, 민정연은 울면서 뛰쳐나갔다.남은 조의찬은 신세희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내 약혼녀가 선을 넘었네요.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괜찮아요.” 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해 그녀가 타려던 순간, 조의찬이 붙잡았다.“볼 일이 남았나요?” 신세희가 물었다. 그녀는 얼
조의찬은 갑자기 신세희의 손을 잡았다. “세희씨, 날 용서한 거죠? 드디어 날 용서한 거예요?”멀지 않은 곳에서 엄선우는 이 모든 걸 다 보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조의찬을 걱정했다. ‘도련님, 목숨을 빼앗기고 싶으신 건가요? 신이 그 목숨을 지켜주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소경 도련님이 죽이고 싶어하면 그 누구도 지켜줄 수 없어요! 얼른 그 손 내리세요!’한편 신세희는 조의찬의 손길을 벗어나 몇 발자국이나 뒤로 물러난 뒤 또 평온하게 조의찬을 보았다. “조의찬씨, 못 알아들었어요?난 당신이 아니에요!당신은 어떻게 행동해도 C그룹이라는 보호막이 있고,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고, 사촌형이라는 보호막이 있죠.하지만 저는요?한때 당신은 나한테 제일 빛 나는 존재였고, 그 빛을 위해서 나는 평생 아무랑도 못 만나도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나한테 그렇게 더러운 일을 시킬 줄 몰랐죠.그래도 여전히 고맙긴 해요.그 정도 빛을 보게 해줬잖아요.왜냐면 어렸을 때부터 난 비바람만 맞았거든요.그래서 난 당신을 구했어요.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조의찬씨.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요.예전에 난 혼자였는데 지금은 아이도 있어요. 내가 남성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 봤잖아요. 민정연은 내 트집을 잡으려 하고, 임서아도 그렇고, 난 남성에서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에요.만약 내가 당신 목숨을 구해준 게 정말 고맙다면, 앞으로 날 귀찮게 하지 말아줄래요?만약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면, 날 방해하지 말아요. 알겠어요?”신세희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녀는 정말 조의찬과 어떻게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증오도 없었고, 사랑은 더더욱 없었다.조의찬은 그녀에게 한번 상처를 주었기에 신세희의 마음은 충분히 식었다. 그렇게 더럽고, 변태 같은 일은 정말 그녀의 가치관을 바꿨다. 반대로, 부소경은 6년동안 끊임없이 그녀를 찾았고, 그 이유는 그는 그녀가 자신의 결혼을 깼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부소경은 아무리
조의찬은 잿빛이 된 얼굴로 건물에서 나왔고, 기분이 다운되어 매우 속상해 보였다.조의찬은 매번 신세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죽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신세희가 6년 전보다 더 침착하고, 담담해진 걸 발견했고, 성숙해진 그녀의 모습은 더 매력적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그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조의찬은 서시언에게 완전히 패배한 느낌이었고 그 패배를 진심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시언은 그와 같은 반 친구였고, 서시언은 절대 조의찬과 여자문제로 싸우지 않았다.하지만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푹 빠졌었기에 목숨을 걸고 신세희를 지키는 걸 택했다.두 사람은, 한 명은 신세희의 목숨으로 신세희를 갖고 놀았고.나머지 한 명은 자신의 목숨으로 신세희를 지켰다.두 남자는 신세희 마음 속에서 완전히 다른 위치에 놓여 있었다.조의찬이 속상함에 한숨을 쉬며 차로 걸어와, 차에 타려 할 때 누군가 막아섰다.“엄 비서님, 어쩐 일이세요?” 조의찬은 엄선우에게 매우 예의를 차렸다.엄선우도 조의찬에게 예의가 있었다. “의찬 도련님, 그렇게 안 생기셨는데, 사람이 말이에요. 마음씨도 안 나빠 보이는데, 그때 왜 그렇게 악랄하고 더러운 방법으로 세희 아가씨를 갖고 노신 거죠?세상에 어떤 사람들은 겉모습만 깨끗하고, 우아하고, 공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못 갖고 논다는 법은 없죠. 마치 임서아씨나 민정연씨 처럼요.그때 민정연씨에게 이 얘기를 했을 때, 엄청 재밌어했죠?하지만 세상엔 보기엔 싸보이고, 초라하고, 옷도 거지 같이 입으면서 가족도 없고 사면초가에 비닐봉지를 들고 길거리에 서 있는 모습이 거지 같아 보여도, 이런 방법으로 갖고 놀면 안되는 여자가 있어요.절대 건들이면 안되죠!건들이면 평생 아무리 돌이키려 애써도 늦었으니까요.”이 말에, 조의찬은 눈물을 흘렸다. “엄 비서님, 이게 제 인생에서 제가 가장 잘못한 일 같아요…”엄선우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요, 멀쩡한 아가씨가 가만히 있었는데, 왜 괴롭히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