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7화

정말 신유리의 덕분일지도 몰랐다.

입술을 질끈 깨문 신세희가 쓴웃음을 지었다.

나름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유리는 부소경 같은 아버지를 두고 있었으니 평생 먹고살 걱정도 없었고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을 터였다. 그녀가 당장 죽더라도 말이다.

유리가 무사한 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안이었다.

어느새 놀이방에서 나온 부소경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신세희를 뒤로하고 전화를 받으며 응접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신세희는 혼자 덩그러니 밖에 남게 되었다.

놀이방에서 나온 신유리는 엄마가 밖에서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 비밀스럽게 손짓했다.

"엄마, 가까이 와줘."

신세희가 쪼그리고 앉으니 아이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엄마, 유리가 미워? "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리가 왜 미워. 유리를 예뻐하는 사람이 더 생긴다면 엄마는 너무 기쁠 거야. 엄마 말 잘 들어, 아가. 부소경은 네 아빠야, 친아빠. 너랑 엄청나게 닮았지?"

그러나 신유리가 더욱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엄마, 난 아직 못된 아빠를 이길 수 없어. 그래서 지금 못된 아빠랑 친한 척하고 있는 거야. 사실 이건 가짜야."

신세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

까만 눈동자가 도르르 굴러갔다. 앳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엄마, 내가 꼭 지켜줄게."

"......"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은 신세희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유리가 이 세상에서 최고야. 고마워, 우리 아가."

고개를 드니 어느새 부소경이 다시 응접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부소경은 담담한 얼굴로 두 모녀를 바라보았다.

입을 삐죽 내민 신유리가 부소경에게 말했다.

"또 그 영감이랑 통화했지? 내가 다시 코를 파줄까? 그 할아버진 나한테 패배했다고."

신유리가 가리킨 사람은 부태성이었다.

부태성의 병세는 하루 만에 많이 호전되었다. 유리의 말대로 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기운이 넘쳐났던 그는 아직 잠자리에 들고 싶지 않아 한가롭게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