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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신세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뭐, 뭐라고요?"

"재결합하자고."

"......"

몇 초간의 정적 끝에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당신과 난 원수지간이에요. 당신은 나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시언 오빠를 해외로 쫓아냈죠. 난 당신에게 20억을 빚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나랑 재결합하겠다고요? 부소경 씨, 난 당신과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거기에 장단을 맞춰줄 마음도 없고요. 대체 내게 뭘 원하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 줄 순 없는 거예요?"

전혀 화가 난 말투가 아니었다. 그건 마치 속삭임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몹시 단호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부소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유리에게 말했다.

"유리야, 이젠 씻고 자야지."

될 대로 돼라지.

이 집안에서 그들 두 모녀는 아무런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딸아이를 예뻐하며 같이 밥을 먹여주고 놀이방에서 블록을 쌓는 모습까지... 불과 30분 전만 해도 세 사람은 단란한 가족 같았다.

그러나 그건 단지 환상일 뿐이었다.

유리는 신세희의 말을 따라 고분고분 씻었다. 아이를 방에서 재우고 다시 나와보니 거실에서는 부소경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부소경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벌써 잠든 건가?'

그의 마음 따윈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감히 추측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따로 손님방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그날 밤, 한참 뒤척이다 겨우 잠든 그녀는 황당한 꿈을 꾸게 되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감옥을 나오자마자 부소경에게 끌려가 혼인신고를 했던 날로 돌아갔다. 이런 어이없는 일을 어떻게 두 번이나 반복한단 말인가?

만약 두 사람이 재결합한다면, 임서아는 어떡하고?

임서아는 또다시 갖은 수를 써서 자신을 없애버리려 할 테지.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채 감옥에 갔고, 감옥에서 나온 지 석 달 만에 살인청부업자들에게 쫓겼다.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는 생활에 신물이 난 그녀는 더는 누군가의 악의를 받아내고 싶지 않았다.

재결합이라고?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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