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찬은 잿빛이 된 얼굴로 건물에서 나왔고, 기분이 다운되어 매우 속상해 보였다.조의찬은 매번 신세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죽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는 신세희가 6년 전보다 더 침착하고, 담담해진 걸 발견했고, 성숙해진 그녀의 모습은 더 매력적이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그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조의찬은 서시언에게 완전히 패배한 느낌이었고 그 패배를 진심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시언은 그와 같은 반 친구였고, 서시언은 절대 조의찬과 여자문제로 싸우지 않았다.하지만 서시언은 신세희에게 푹 빠졌었기에 목숨을 걸고 신세희를 지키는 걸 택했다.두 사람은, 한 명은 신세희의 목숨으로 신세희를 갖고 놀았고.나머지 한 명은 자신의 목숨으로 신세희를 지켰다.두 남자는 신세희 마음 속에서 완전히 다른 위치에 놓여 있었다.조의찬이 속상함에 한숨을 쉬며 차로 걸어와, 차에 타려 할 때 누군가 막아섰다.“엄 비서님, 어쩐 일이세요?” 조의찬은 엄선우에게 매우 예의를 차렸다.엄선우도 조의찬에게 예의가 있었다. “의찬 도련님, 그렇게 안 생기셨는데, 사람이 말이에요. 마음씨도 안 나빠 보이는데, 그때 왜 그렇게 악랄하고 더러운 방법으로 세희 아가씨를 갖고 노신 거죠?세상에 어떤 사람들은 겉모습만 깨끗하고, 우아하고, 공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라고 못 갖고 논다는 법은 없죠. 마치 임서아씨나 민정연씨 처럼요.그때 민정연씨에게 이 얘기를 했을 때, 엄청 재밌어했죠?하지만 세상엔 보기엔 싸보이고, 초라하고, 옷도 거지 같이 입으면서 가족도 없고 사면초가에 비닐봉지를 들고 길거리에 서 있는 모습이 거지 같아 보여도, 이런 방법으로 갖고 놀면 안되는 여자가 있어요.절대 건들이면 안되죠!건들이면 평생 아무리 돌이키려 애써도 늦었으니까요.”이 말에, 조의찬은 눈물을 흘렸다. “엄 비서님, 이게 제 인생에서 제가 가장 잘못한 일 같아요…”엄선우는 어깨를 들썩이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니까요, 멀쩡한 아가씨가 가만히 있었는데, 왜 괴롭히신
부소경이 신세희에게 넘긴 자료 안엔, 신세희가 어떤 학교를 졸업했는지, 어떤 학위인지 그리고 어떤 경력을 갖고 있는지와 대학 졸업 증명서, 그리고 정갈하게 사진까지 붙어있었다.신세희는 눈을 크게 뜨고 부소경을 보았다. “당신… 언제 이런 걸 만든 거예요?”부소경은 무표정으로 말했다. “난 내 딸의 엄마가 대학 졸업장도 없어서 일 자리 못 찾는 게 싫어.”신세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고마워요.”부소경은 대답하지 않았다.신세희는 민망해서 입술만 깨물고 있었다.그녀는 부소경이 이런 걸 만든 게 오로지 자신의 딸 유리를 위해서라는 걸 알았다. 부소경은 그녀에게 어떠한 동정심도 없겠지?그래도 신세희는 이미 이번 생에서 죽는 것 말고는 물러날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그래도 그녀는 자신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그래서 부소경이 그녀에게 “유리 성 앞으로 부씨로 바꿀 거야.” 라고 말했을 때,신세희는 반박하지 않고 대답했다. “네.”부소경이 그녀에게 물었다. “불만 없어?”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그녀가 불만이 있어도 소용있을까?그럴바엔 없는 게 나았다.부소경은 유리의 성을 부씨로 바꾸고, 그녀가 유리 곁에 남을 수 있게 하면서 혼인신고를 해준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신세희의 예상을 충분히 벗어났다.부소경:“......”그녀의 성격은 늘 바뀌지 않았다. 6년 전에도 묵묵하고 냉정했고, 6년 후에는 더 묵묵하고 냉정해졌다.그녀의 차가운 모습을 보면서 부소경은 정말 그녀를 잡아다가 혼내고 싶었다.피시방에 가서 이력서를 쓰질 않나!사람들에게 동네방네 감옥에 있었다고 소문을 내질 않나!만약 어떤 회사에서 그녀를 고용한다면, 그 회사는 분명 문제가 있을 것이다.세상에 이렇게 바보 같은 여자가,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한다니.참나!정작 그는 바빠서 오후 내내 물 마실 시간도 없었고, 그녀가 이력서를 보내는 곳마다 그는 막기 바빴다.그의 표정이 안 좋은 걸 보자 신세희가 먼저 말했다. “걱정 마요. 나도 날 받아주
웃다가 그녀가 물었다. “엄마 아빠, 내일 일요일인데 저희 다같이 놀러 나가면 안돼요?”신세희:“......” 이 결정권은 그녀에게 있지 않았다.그녀는 신유리를 달래며 말했다. “유리야, 아빠는 매일 일하느라 바쁘셔. 나가서 놀고싶으면 엄마가 같이 가줄게.”신유리는 기분이 안 좋아서 입술을 내밀고 부소경을 보았다.마침 이때 부소경의 핸드폰이 울려 그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전화 너머 부태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경아! 내일 일요일인데, 손녀 데리고 우리 집에 한번 와야지!”부소경은 작게 대답했다. “네.”어르신의 목소리는 한 층 더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럼 내일 몇 시에 올래? 집에 사람들 시켜서 먹을 것 좀 준비해 둬야지. 제일 맛있는 걸로다가 다 만들 거야. 장남감도 미리 사둬야겠다. 지금 사놓으라고 할게. 그리고…”부소경: “내일 오전에 데리고 갈 게요. 다른 볼 일 없으시면 먼저 끊겠습니다.”그는 부씨 어르신과 별로 좋은 감정이 없었고, 어르신은 물론 본인의 아빠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F그룹의 모든 사업을 물려 받았고, 이 모든 건 다 딸 신유리의 것이었다.저택에서 늙어가는 어르신을 보며 부소경은 이제 거기까지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자신의 핏줄이니 말이다.게다가 그가 얻고싶은 건 모두 얻었기에 과거에 유감스러운 일들과 엄마의 불행은 이제 되돌릴 수 없었다.생각을 접은 뒤 그는 신유리를 보았다. “내일 아빠랑 할아버지, 증조 할머니 증조 할아버지 만나러 가자.”신유리: “그때 저한테 졌던 그 할아버지요?”부소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거기 가서는 절대 말썽피우면 안돼. 넌 여자아이잖아.”신유리는 한숨을 쉬었다. “알겠어요.”부소경은 신세희를 보며 말을 꺼내려 했는데 신세희가 선수쳤다. “부씨 집안 일인 거 아니까 걱정 말아요. 난 안 갈 거예요.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갈 시도도 안 할 거고요.”부소경은 신세희의 손을 꽉 잡았다. “아쉬울 거 없다 이거야?”신세희:“......”아쉬운가
신세희는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부소경을 보았다. “왜요? 그 집안 사람들한테 저를 인정받게 해주려고요?”질문을 한 뒤 그녀는 살짝 웃었다. “그런 영광은 저한테 없을 거예요. 만약 가더라도 미움만 받겠죠. 그럴바엔 안 가는 게 나아요.”그녀의 의젓한 태도에 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고, 신세희는 그 틈을 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부씨네 저택!그녀는 두 번정도 가 봤다. 처음은 그녀가 감옥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부소경이 그녀를 끌고 갔고, 두번째는 그녀가 남성에서 도망가기 전 날 부태성이 불러서 갔기에, 신세희는 이미 많은 모욕을 당했다.그래서 신세희는 평생 그 저택에 가고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마음편히 일자리를 찾고 싶었다.방문을 닫고 신세희는 부소경이 그녀에게 준비해준 이력서를 보았다. 사실 그녀는 부소경이 자신을 위해 이런 걸 해줬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고, 그녀는 내일 아침 이 자료들을 들고 다시 인터넷으로 지원해 볼 생각이었다.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먼저 유리의 방으로 와서 유리에게 당부했다. “유리야, 아빠가 오늘 너 데리고 할아버지 집에서 밥 먹을 거니까, 말 잘 들어야 해. 무슨 일 만들지 말고, 착한 아가씨처럼. 알겠어?”신유리는 순수한 얼굴로 물었다. “엄마는 안 가요?”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여기서 계속 일자리를 못 찾았잖아. 근데 오늘 엄마가 면접을 보러 가야 돼. 너도 엄마가 독립적이고 당당한 엄마였으면 좋겠잖아, 그치?”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래서 엄마는 같이 못 갈 것 같아. 너랑 아빠랑 갔다 와. 아빠 말 잘 듣고.” 신세희는 신유리에게 계속해서 당부한 뒤 자료를 들고 문을 나섰다.집에도 컴퓨터가 있었지만, 그건 부소경의 것이기에 그가 쓰게 해줄지 몰랐다. 그럴바엔 신세희는 밖에 있는 피시방에서 이력서를 넣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부소경이 일어나자 문 앞에 아이가 서서 그를 보고 있었다. “나쁜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부부 사이는 하룻밤 지나면 화가 다 풀리는 거 아니었나?결혼을 하지 않은 엄선우도 그정도는 알았다.아님, 어제 저녁 부인이 도련님께 다가가지 않았나?엄선우가 이상한 추측을 하고 있을 때 신유리는 똘망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아저씨, 부인이 누구예요?”엄선우:“너희 엄마지.”말을 하고 엄선우는 다시 부소경을 보았다. “도련님, 부인께서 아직 준비중이신가요?”여자가 외출할 때 준비할 게 많은 건 사실이었다.엄선우의 말이 끝나자 부녀는 동시에 말했다.“저택에 안 가고싶다잖아!”“나쁜 아빠가 엄마를 못 가게 했어요!”엄선우:“......”어쩔 수 없지그는 입을 닫고 부녀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이 차에 타자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가는 길에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차는 바로 저택으로 향하지 않고 부소경이 며칠전에 갔던 드레스샵으로 향했다. 가게 안 드레스는 부소경이 어르신이 저택으로 손녀를 데리고 오라는 통보를 받기 전 예약을 해두었다.점장이 부소경에게 말했다. “가게에 마침 빨간 색 모녀 드레스 세트가 들어왔는데, 엄청 예뻐요.”하지만 지금은 쓸모가 없었다.부소경은 5살인 유리가 빨간 드레스를 입을 걸 보고 눈을 반짝였다.자기 딸이 맞나?고귀하고 차갑지만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그녀의 엄마를 매우 닮아 있었다.드레스를 갈아입은 뒤 부소경은 작은 공주님에게 편한 옷을 챙겨주었다. 가족 연회에서 드레스만 입고 있으면 불편할까 봐 부소경은 뭐든지 아이에게 다 사주었다.부녀는 다시 차에 탄 뒤 저택으로 향했다.저택 대문 앞에 도착하자 그들은 이미 대문 앞에 2-30대의 차가 도착해 있는 걸 발견했다.어르신과 아버지 그리고 큰 엄마 뭘 하려는 걸까? 남성에서 제일 잘 나가가는 사람들을 다 보아서 이제 막 되찾아온 손녀를 소개시키려는 걸까?부소경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어르신 부태성과 아빠 부성웅 그리고 큰 엄마 진문옥은 딱 그 생각이었다. 모두 다 같은 생각으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개를
부녀는 놀랄 정도로 닮아 있었다. 아빠는 큰 키에 깔끔한 양복을 입고 있었고, 차갑고 박력있는 분위기를 풍기며 들어왔고, 손을 잡은 아이는 빨간 드레스을 입은 모습이 예쁘고 장난끼가 있어 보였다.그의 무릎 정도 오는 키에 빨간 옷을 입은 아이는 매우 귀여웠다.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모습은 세상 두려울 것 없이 거만한 아이의 모습이었다.부녀가 서서히 걸어오자 현장을 충분히 놀래켰다.어제 부태성은 그들에게 전화해 집으로 와서 연회에 참석하라고 했고, 부씨 가문의 움직임은 다른 재벌들도 어느정도 들었기에, 다들 부소경이 여자를 데려올 줄 알았지만, 옆에 있는 아이는 매우 그와 닮아 있었다.이때 부소경이 아이만 데리고 저택에 온 걸 보았고, 여자를 데리고 오진 않았다. 다들 부소경이 자신의 신분 때문에 지금까지 힘든 일을 많이 겪었으니 친딸을 밖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걸 알았다.아이의 엄마는…감옥에 있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남성의 상류사회를 흙탕물로 만들었던 사실도 변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여자는 부소경의 결혼식을 망쳤었다.이건 정말 부소경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부태성의 초대를 받고 온 손님들은 속으로 이미 다 알고 있었다.반은 한때 신세희를 짓밟고 사람들 앞에서 신세희에게 모욕을 줬던 사람들이니 부소경의 눈치를 봐야해서 그들도 당연히 신세희가 이곳에 나타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부소경과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여자들이었다.예전에 부소경의 약혼녀는 임서아였다. 게다가 임서아의 외할아버지인 서씨 어르신과 부씨 가문의 관계는 좋았고, 서씨 어르신은 부소경과 그의 어머니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기에 아무도 임서아의 남자를 뺏으려 하지 않았다.지금도 여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바깥 사람들이 보기에 임서아는 여전히 부소경의 약혼녀였다.하지만 오늘부터는 달라질 예정이다.왜냐면 부소경이 작은 공주님을 데려왔으니까.어르신의 눈빛만 봐도 이 작은 공주님이 부씨 가문에서 얼
꼬맹이의 눈동자가 데구루루 굴러가기 시작했다. 5살인 유리의 머릿속에는 음흉한 생각들이 가득차 있었다.“우리 착한 손주, 증조할아버지한테 와봐.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어. 어서 이리 와봐.”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유리의 모습을 보자 부태성은 유리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어댔다.옆에 있던 할머니도 눈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꼬맹이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웃는 얼굴로 옆에 앉아있는 아들과 며느리를 쳐다보았다. “성웅아, 애가 엄청 작네. 비록 얘가 여자애긴 하지만, 왜 내 눈에는 얘가 네 어릴 때 모습이랑 똑같은 것 같냐. 너도 한번 봐봐. 너랑 얼마나 닮았는지.”어머니의 말에 예순 넘은 할아버지, 부성웅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얘는 소경이 딸이야. 소경이를 얼마나 닮았는데.”그 말에 할머니는 부성웅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그럼 소경이는 네 아들이 아니란 말이냐?”“…”“며늘아가.” 할머니는 옆에 있던 진문옥에게 말을 걸었다. “이걸 너한테 주마. 그래도 유리가 네 친손녀잖니. 이거 잘 챙겨라. 그리고 네 손녀한테 건네줘. 이래 봬도 이게 우리 부씨 집안 대대로 물려지는 보물이다.”진문옥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이고. 알겠어요, 어머니.”진문옥은 시어머니가 건네준 자물쇠 목걸이를 손에 들고는 웃는 얼굴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자, 우리 착한 손녀. 할머니한테로 와. 할머니가 이거 걸어줄게.”유리는 두려움에 잠긴 표정으로 무척이나 화려하고 기품이 넘치는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는 험악한 표정으로 억지로 자신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할머니는 아직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유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유리는 순진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거 진짜 나 주는 거야?”진문옥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하지. 네가 우리 부씨 집안 유일한 손녀잖아. 이걸 너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주나?”유리는 해맑게 할머니의 손에 들린 금 열쇠 목걸이를 받아 들었다. 사실 유리는 촌스러운 디자인의 이 목걸이가 마음
”너…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리는 여전히 자신의 코를 잡고 있었고 무척이나 불쾌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유리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누가 이 여자한테 못된 악당 쳐다보게 한 거야!못된 악당이 나쁘긴 했지만, 아무리 나빠도 그는 엄마만의 남자여야 했다. 다른 여자들이 점찍게 둘 수는 없었다.유리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불쾌했다.“너… 너 냄새 너무 심하게 나. 부탁인데 멀리 떨어져 줄래? 우리 아빠한테서도 멀리 떨어지고. 네가 우리 아빠한테 가까이 다가갔다가 아빠 몸에 냄새라도 베게 되면 우리 엄마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집에 가면 우리 엄마가 나랑 아빠를 무릎 꿇게 만들지도 몰라. 나랑 아빠, 엄마 엄청 무서워하거든.”“너…”여자는 너무 분했다!화를 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여자는 진문옥 친가 쪽의 먼 사촌이었다. 진문옥의 친가에는 친척이 별로 없었고 친조카는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부씨 집안에서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직접 친척들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랐고 그 여자를 부소경에게 시집 보내려고 했다. 그렇게 그 여자를 자신의 며느리로 만들어 부씨 집안의 실질적인 안주인 신분을 유지하려고 했다.아무리 먼 친척 조카가 낳은 부소경의 아이라고 해도 자신이랑 아무 혈연관계가 없는 유리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진문옥은 마음속으로 이미 판을 다 짜 놓았다.그녀가 찾은 친척도 부소경에게 다가가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부소경에게 시집이라도 가게 된다면 그거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바라던 일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부소경이 뭐라 하기도 전에 눈앞에 있는 5살짜리 꼬맹이가 먼저 선수를 칠 줄이야. “상희야, 유리 아직 애야. 오늘 이 집에 처음 오기도 했고. 너무 놀라게 하지 마.” 진문옥은 엄숙한 목소리로 자신의 먼 친척 조카 진상희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