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리는 여전히 자신의 코를 잡고 있었고 무척이나 불쾌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유리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누가 이 여자한테 못된 악당 쳐다보게 한 거야!못된 악당이 나쁘긴 했지만, 아무리 나빠도 그는 엄마만의 남자여야 했다. 다른 여자들이 점찍게 둘 수는 없었다.유리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불쾌했다.“너… 너 냄새 너무 심하게 나. 부탁인데 멀리 떨어져 줄래? 우리 아빠한테서도 멀리 떨어지고. 네가 우리 아빠한테 가까이 다가갔다가 아빠 몸에 냄새라도 베게 되면 우리 엄마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집에 가면 우리 엄마가 나랑 아빠를 무릎 꿇게 만들지도 몰라. 나랑 아빠, 엄마 엄청 무서워하거든.”“너…”여자는 너무 분했다!화를 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여자는 진문옥 친가 쪽의 먼 사촌이었다. 진문옥의 친가에는 친척이 별로 없었고 친조카는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부씨 집안에서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직접 친척들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랐고 그 여자를 부소경에게 시집 보내려고 했다. 그렇게 그 여자를 자신의 며느리로 만들어 부씨 집안의 실질적인 안주인 신분을 유지하려고 했다.아무리 먼 친척 조카가 낳은 부소경의 아이라고 해도 자신이랑 아무 혈연관계가 없는 유리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진문옥은 마음속으로 이미 판을 다 짜 놓았다.그녀가 찾은 친척도 부소경에게 다가가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부소경에게 시집이라도 가게 된다면 그거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바라던 일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부소경이 뭐라 하기도 전에 눈앞에 있는 5살짜리 꼬맹이가 먼저 선수를 칠 줄이야. “상희야, 유리 아직 애야. 오늘 이 집에 처음 오기도 했고. 너무 놀라게 하지 마.” 진문옥은 엄숙한 목소리로 자신의 먼 친척 조카 진상희에게 말했다
”이리 와, 유리야. 아줌마한테 와. 앞으로 여기가 유리 집이야. 아줌마가 정원이랑 집 구경시켜줄게.”진상희는 자신이 무척이나 똑똑하고 이해심이 넓은 사람처럼 느껴졌다.진상희는 이렇게 부소경의 난처한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해 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직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은 임서아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말을 이어 나가며 유리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유리는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는 이 여자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다. 어떻게 나한테 비위 맞춰주는 유치원 남자애들보다도 더 싫을 수 있지? 그녀의 행동에 유리는 자신의 작은 손을 뒤로 치우더니 재빨리 악당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그러자 진상희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도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너무나 쪽팔린 일이었다. 부소경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다. 단지 오늘 자리에 늦는 것뿐이었다. 조금 이따 서씨 집안 어르신이 집에 데려온 지 6살밖에 안 된 보물 같은 외손녀를 데리고 온걸 본 후에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한번 두고 보자고.손님들의 비웃음을 받자 진상희의 가슴속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사생아 주제에!그것도 거지 같은 전과자가 낳은 애면서! 이 아이가 부태성의 사랑을 받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된다면 부소경이 유리를 나 몰라라 했을지도 모른다!진상희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았어. 손 안 잡을게. 근데, 조금 이따 아줌마가 한 명 더 올 거거든. 그 아줌마, 분명히 너네 아빠 옆자리에 앉을 거야. 그 아줌마한테 쫓겨나도 절대 울면 안 돼.”진상희가 말하는 아줌마는 임서아였다.지금 그녀는 임서아를 방패로 삼고 있었다.하지만 이 방법은 꽤 효과가 있었다. 진상희의 말에 유리는 갑자기 부소경의 등 뒤에서 나오더니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좋아, 아줌마. 같이 놀러 가자.”“…”기대 이상의 효과에 그녀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아졌다.옆에 있던 진문옥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희야, 어서 유리 데리고 여기저
5살짜리 아이의 말에 진상희는 기쁨에 빠졌다. 발이 아픈 것도 잊을 만큼.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공주님,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다시 한번만 말 해봐.”유리는 아주 그럴듯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어차피 우리 아빠도 결혼은 해야 할 거 아니야. 네가 나한테 잘 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또 착하고 예쁘기까지 하니까. 차라리 우리 아빠한테 너랑 결혼하라고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서. 그럼 너도 계속 나한테 잘해줄 수 있잖아. 안 그래?”“맞아맞아! 공주님, 내 말 잘 들어봐. 이건 너한테 아주 중요한 문제야. 생각해봐. 너네 아빠가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 그럼 너도 그 여자랑 같이 살아야 할 거 아니야.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여자가 너 때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진상희는 지금 아주 큰 기회가 자신의 머리위에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아이의 마음을 잡는다면 부씨 집안에 발을 반 정도는 담은 셈이 되는 것이다.유리는 순진한 표정으로 진상희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아줌마를 도와주겠다는 거야.”“알겠어, 알겠어. 우리 공주님, 말 만해. 공주님이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게. 네 말은 무조건 다 들을게. 앞으로 널 내 친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게.” 진상희는 입으로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둘만의 아이가 생기기만 하면 바로 이 전과자의 아이를 지옥으로 보내버리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도둑놈 같은 딸은 원치 않았다!아직 부씨 집안에 발도 못 들였는데 뒤에서 다리 아프게 쫓아다니게 하다니! 진상희는 유리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5살짜리 여자아이에게 어떤 좋은 방법이 있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그래봤자 자기한테 좀 잘해주고 많이 안아주고 챙겨주라는 거겠지.진상희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끝냈다.“아줌마, 엄청 큰 도화지 한 장 찾아줄 수 있어? 그림 그리는 종이 말이야.” 유리가 진상희에게 물었다.도화지?사생아가
진상희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잘해줄 리가 없지!그런 생각이 들자, 진상희의 잔머리가 더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따가 아줌마가 같이 증조할아버지한테 줄 선물 만들어 줄게.”그녀의 말에 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줌마. 그럴 필요 없어. 이건 유리 혼자 만들어야 해. 그래야 내 정성이 더 돋보이지.”“…” 유리는 정말 여우다.나중에 시집오면 제일 먼저 이 여우부터 처리해야지!“그래그래. 아줌마 네 말 들을게.” 진상희가 대답했다.하인은 빠른 속도로 크레파스를 산 후 저택으로 돌아왔다. 돈이 있으면 일 처리가 수월해지긴 한다. 하인은 10만 원으로 크레파스를 한가득 사 왔는데 그중 초록색이 제일 많았다. 다른 색상보다 한 열 개 정도는 많은 것 같았다. 유리는 크레파스 하나와 작은 가위 하나, 그리고 도화지를 챙기더니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가끔씩 진상희가 그림을 훔쳐보려고 힐끔댔지만 그때마다 유리는 그림 꼭 막고 있었다. 유리는 비밀이라며 그녀에게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다.유리의 반응에 진상희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더 이상 그림을 훔쳐보지 않았다.그녀는 이 사생아가 무슨 선물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갖은 방법으로 이 사생아를 기쁘게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사생아가 만든 선물이 이쁘지 않다고 해도 그녀는 그냥 모든 책임을 사생아에게 밀어버리기만 하면 된다.손재주가 남달랐던 유리는 빠르게 선물을 만들어냈다. 다 만든 후에도 유리는 진상희에게 물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그 물건을 손에 고이 접을 뿐이었다.“나 다 됐어, 아줌마.” 유리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 증조할아버지한테 데려다줘.”“가자!” 진상희는 유리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고 그녀의 모습에 유리는 단번에 손을 뒤로 숨겨버렸다.“왜 그래?” 진상희가 물었다.“우리 엄마가 그랬어. 밖에 나쁜 사람 많다고.”“그럼 너네 엄마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유리는 손뼉을 마주치며 해맑게 뛰기 시작했다. “와, 아줌마 원래 하나도 안 예뻤거든? 근데 이 친환경 고무신을 뒤집어 신고 나니까 엄청 예뻐졌어.”“너! 지! 금! 뭐! 라! 고! 했! 어!”사실 그녀는 방관자들의 눈빛으로 이미 상황을 알아차렸다. 이 죽일 놈의 사생아가 자신에게 신겨준 게 좋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있었기에 임서아는 어린아이랑 똑같이 유치하게 굴 수는 없었다.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 못돼먹은 출신도 불분명한 꼬맹이가! 감히 나한테 초록색 고무신을 거꾸로 신기다니!이거 지금 누가 날 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뜻이잖아!대체 어느 여자야? 누가 감히 나 임서아랑 남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냐고!본인이 자격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부터 해봐야 하는데!“그러니까 아줌마가 신은 그 뒤집어진 고무신, 엄청 이쁘다고!” 유리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5살이라고 얕볼 게 아니었다. 유리는 이미 고무신을 뒤집어 신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삼촌과 엄마랑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낯선 곳에 도착할 때마다 엄마랑 삼촌의 사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입을 놀리곤 했다. 그들은 서시언을 유리의 아버지라고 생각했고 그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악의가 담긴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장애인, 네 마누라는 엄청 이쁘던데 넌 다리 잘린 장애인이네? 넌 무섭지도 않아? 네 마누라가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어떡해? 그러다가 홀아비라도 되면 어쩌려고? 아님 이미 눈감아주며 그렇게 살고 있는 건가?”그 말을 들을 때마다 삼촌은 얼굴을 붉히며 그 사람들과 싸우곤 했다. “내 동생 모욕하지 마! 난 쟤 남편이 아니라 오빠야! 세희 내 동생이라고!”그 말을 하면, 웃음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뿔뿔이 자리를 뜨곤 했다.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5살인 유리도 자연스럽게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는 말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이 순간, 임서아는 무해하게 웃는
놀란 유리는 바로 부소경에게 달려가더니 그의 품속에 숨어버렸다.유리는 움츠린 몸으로 아빠의 품에 안겨있었다. 유리는 그 와중에도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걸 잊지 않고 있었다. “그… 그게… 진상희 아줌마가… 아줌마가 나보고 이 고무신을 당신한테 거꾸로 신겨주라고 했어. 아줌마가 당신이 초록색 고무신을 뒤집어 신는 걸 제일 좋아한다고 그랬어. 크레파스도 진씨 아줌마가 일부러 사준 건데. 흑흑흑…”말을 끝낸 후, 유리는 부소경의 품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하지만 사실 유리는 웃고 있었다.유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건 무조건 ‘끅끅’ 소리를 내며 웃어야 해!아니면 답답해 죽어버릴 거야.유리는 악당을 엄청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리는 이제 악당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는 절대로 다른 여자가 자신의 엄마에게서 아빠를 뺏어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비록 지금 악당이랑 엄마가 서로를 원수처럼 보고 있긴 하지만, 설사 두 사람이 한평생 원수처럼 지낸다고 해도 유리는 제3자가 엄마 아빠 사이에 끼는 걸 원치 않았다.유리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아빠 주위에 꼬이는 여자들을 쫓아낼 것이다.하나도 남기면 안 된다.이번에는 일타쌍피인가.비록 5살인 유리가 아직은 ‘일타쌍피’라는 말로 자신의 수법을 설명하지 못하긴 하지만, 대충 그런 뜻이다.유리는 엄마를 위해 악당 주위에 있는 모든 여자들을 치워버릴 것이다!악당은 엄마만의 것이니까!흥!유리는 눈을 희번덕거렸다. 유리는 부소경의 품속에서 웃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세히 듣지 않은 사람들은 유리가 진짜로 우는 줄 알 것이다.부소경은 그런 유리의 모습을 눈감아주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는 장난꾸러기를 보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는 재밌게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갑자기 죄를 뒤집어쓰게 된 진상희는 그만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그녀는 손가락을 바들바들 떨며 유리를 가리키더니 버벅거리며 말했다. “이 못
거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저택에 찾아온 손님들도 모두 놀랐는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고 제일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저택 주인인 부태성도 놀라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임서아한테 지금 서씨 집안 어르신이라는 외할아버지의 든든한 뒷백이 있어서 그런 건지, 그녀는 지금 부소경 말고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하늘도 땅도 두렵지 않았다. 더욱이, 오늘 외할아버지는 이 자리에서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녀는 부소경에게 눈독 들인 이 여자를 뿌리째로 뽑아내 버릴 것이다.감히 대놓고 나한테 고무신을 신기다니. 그녀는 절대로 진상희라는 여자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임서아는 진상희의 머리카락을 뽑아버렸고, 진상희는 밀려오는 아픔에 아우성을 치고 말았다. 분노가 치밀어 온 그녀는 임서아의 발을 세게 밟아버렸고, 임서아의 새끼발가락은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아…” 임서아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진상희의 머리를 잡은 임서아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가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그대로 바닥에 나 뒹굴게 되었다.“어디서 굴러온 지도 모를 잡종 같은 년이 감히 내 남편을 뺏으려 들어? 오늘 내가 너 안 죽이면 내가 임서아가 아니다!” 임서아는 분노의 고함을 치고 있었다.진상희도 절규를 했다. “못된 년! 빨리 내 머리에서 손 떼! 우리 이모가 부씨 집안 안주인이거든. 너 잘 걸렸다. 오늘 이 저택에서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솔직히 말해서, 네가 부소경이랑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내가 왜 뺏으면 안 되는 건데? 너 부소경 6년 동안 기다렸는데도 아직까지 결혼 못 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이번 생은 부소경한테 시집갈 생각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처럼 막돼먹은 여자랑 누가 결혼한다는 거야? 부소경이 아니라 길거리에 거지도 너랑은 결혼 안 하겠다!”진상희는 임서아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챘다.두 여자는 부씨 저택의 거실에서 이리저리 나 뒹굴고 있었다.사람들은 마음을 졸이며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서씨 집안 어르신과 진문옥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상희야!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미지 생각도 안 하고 이렇게 싸울 수가 있어! 너… 너 때문에 내가 얼굴을 못 들고 살아!” 진문옥은 너무 화가 났다. 그녀는 노발대발하며 진상희의 앞에 다가오더니 발을 들었다. 그녀는 전혀 발전이 없는 진상희를 확 차버리고 싶었다.진문옥은 진상희의 체면을 세워줄 목적으로 그녀를 집으로 불렀다. 진상희가 부소경을 손에 넣게 만든 후 의지할 곳을 만들고 싶었는데… 진상희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었다.하지만 진상희가 고작 5살짜리 아이의 계략에 넘어가다니.정말 쓸모가 없다.쓸모없는 여자는 당연하게도 진문옥의 곁에 남을 수가 없었다.진상희는 단번에 진문옥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이모, 나 좀 살려줘…”“하는 일마다 망치는 주제에… 난 너 못 살려줘! 여기 누가 얘 좀 내쫓아줘…”“…” 큰 사모님이 도련님보다 더 인정이 없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순식간에, 저택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들이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개를 끌듯이 진상희를 끌고 나갔다. 진상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이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엄선우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됐다.그는 일이 수월해진 데에 기뻐하고 있었다.엄선우는 발걸음을 돌리더니 임서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가씨, 제가 끌고 나갈까요, 아님 직접 걸어가실래요?”겁에 질린 임서아는 눈물 흘리는 법도 잊어버린 채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면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도련님, 아니 오빠… 진짜 나 강에 던져버릴 거예요? 나 물고기 밥으로 줘 버릴 거예요?”부소경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씨 집안 어르신은 손을 들어 임서아의 뺨을 단단히 내려쳤다. 안 그래도 핏자국이 남아있던 얼굴에 어르신한테 뺨까지 맞자 그녀의 얼굴은 손자국 그대로 부어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못생기기 그지없었다.얼마나 못생겼는지, 부소경의 품에서 울고 있던 유리가 울음을 그칠 정도였다. 임서아의 초라하고 못생긴 모습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