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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6화

유리는 손뼉을 마주치며 해맑게 뛰기 시작했다. “와, 아줌마 원래 하나도 안 예뻤거든? 근데 이 친환경 고무신을 뒤집어 신고 나니까 엄청 예뻐졌어.”

“너! 지! 금! 뭐! 라! 고! 했! 어!”

사실 그녀는 방관자들의 눈빛으로 이미 상황을 알아차렸다. 이 죽일 놈의 사생아가 자신에게 신겨준 게 좋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 있었기에 임서아는 어린아이랑 똑같이 유치하게 굴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이 못돼먹은 출신도 불분명한 꼬맹이가! 감히 나한테 초록색 고무신을 거꾸로 신기다니!

이거 지금 누가 날 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뜻이잖아!

대체 어느 여자야? 누가 감히 나 임서아랑 남자를 뺏으려고 하는 거냐고!

본인이 자격이 되는지 안 되는지 확인부터 해봐야 하는데!

“그러니까 아줌마가 신은 그 뒤집어진 고무신, 엄청 이쁘다고!” 유리는 천진난만하게 대답했다.

5살이라고 얕볼 게 아니었다. 유리는 이미 고무신을 뒤집어 신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삼촌과 엄마랑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낯선 곳에 도착할 때마다 엄마랑 삼촌의 사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함부로 입을 놀리곤 했다. 그들은 서시언을 유리의 아버지라고 생각했고 그가 휠체어에 앉아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악의가 담긴 장난스러운 말투로 그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장애인, 네 마누라는 엄청 이쁘던데 넌 다리 잘린 장애인이네? 넌 무섭지도 않아? 네 마누라가 고무신 거꾸로 신으면 어떡해? 그러다가 홀아비라도 되면 어쩌려고? 아님 이미 눈감아주며 그렇게 살고 있는 건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삼촌은 얼굴을 붉히며 그 사람들과 싸우곤 했다. “내 동생 모욕하지 마! 난 쟤 남편이 아니라 오빠야! 세희 내 동생이라고!”

그 말을 하면, 웃음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뿔뿔이 자리를 뜨곤 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5살인 유리도 자연스럽게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는 말속에 담긴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 순간, 임서아는 무해하게 웃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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