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씨 집안 어르신과 진문옥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상희야! 너 너무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미지 생각도 안 하고 이렇게 싸울 수가 있어! 너… 너 때문에 내가 얼굴을 못 들고 살아!” 진문옥은 너무 화가 났다. 그녀는 노발대발하며 진상희의 앞에 다가오더니 발을 들었다. 그녀는 전혀 발전이 없는 진상희를 확 차버리고 싶었다.진문옥은 진상희의 체면을 세워줄 목적으로 그녀를 집으로 불렀다. 진상희가 부소경을 손에 넣게 만든 후 의지할 곳을 만들고 싶었는데… 진상희에게 기회를 주는 셈이었다.하지만 진상희가 고작 5살짜리 아이의 계략에 넘어가다니.정말 쓸모가 없다.쓸모없는 여자는 당연하게도 진문옥의 곁에 남을 수가 없었다.진상희는 단번에 진문옥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이모, 나 좀 살려줘…”“하는 일마다 망치는 주제에… 난 너 못 살려줘! 여기 누가 얘 좀 내쫓아줘…”“…” 큰 사모님이 도련님보다 더 인정이 없는 사람인 줄은 몰랐다.순식간에, 저택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들이 안으로 들어왔고 그들은 개를 끌듯이 진상희를 끌고 나갔다. 진상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이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엄선우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됐다.그는 일이 수월해진 데에 기뻐하고 있었다.엄선우는 발걸음을 돌리더니 임서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아가씨, 제가 끌고 나갈까요, 아님 직접 걸어가실래요?”겁에 질린 임서아는 눈물 흘리는 법도 잊어버린 채 그대로 멍하니 있었다. 그녀는 바들바들 떨면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도련님, 아니 오빠… 진짜 나 강에 던져버릴 거예요? 나 물고기 밥으로 줘 버릴 거예요?”부소경이 입을 열기도 전에, 서씨 집안 어르신은 손을 들어 임서아의 뺨을 단단히 내려쳤다. 안 그래도 핏자국이 남아있던 얼굴에 어르신한테 뺨까지 맞자 그녀의 얼굴은 손자국 그대로 부어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은 못생기기 그지없었다.얼마나 못생겼는지, 부소경의 품에서 울고 있던 유리가 울음을 그칠 정도였다. 임서아의 초라하고 못생긴 모습
”허! 예의가 없어도 너무 없으니, 나 원 참!”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서씨 집안 어르신이었다. 그의 말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자리에 앉아있는 부태성도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하지만 부태성과 서씨 집안 어르신은 5, 60년의 깊은 정을 쌓은 사이였다. 게다가 서씨 집안 어르신은 정치에 종사했을 때 부태성의 목숨을 살려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부태성은 아무리 자신의 증손녀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서씨 집안 어르신의 체면을 살려줄 수밖에 없었다.더구나 증손녀가 바로 오늘 이 모든 사단의 발단이었다.부태성이 장난꾸러기인 유리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 그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유리 너, 예의가 너무 없긴 해! 너네 엄마가 대체 널 어떻게 교육 시킨거니? 앞으로 엄마랑 만나지 마라!”“…”영감이 엄숙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험악한 게 꽤 무서웠다.아이는 놀랐는지 다시 부소경의 품속으로 숨어버렸다.자리에 있던 손님들은 당연하게도 부태성이 말하는 유리 엄마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비록 부태성이 신세희의 이름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 사람이 바로 신세희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다.신세희의 명성이 운성 바닥에서 얼마나 고약한지는 6년 전에 이미 결정된 문제였다.아무리 신세희가 부소경의 아이를 낳았다고 해도 말이다. 부씨 집안 사람들도 이 아이를 소개했고, 부소경도 아이를 꽤 많이 귀여워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신세희는 딸의 덕을 크게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이렇게 보면, 부소경이 임서아와 결혼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것 같았다. 아무래도 6년 전에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긴 했으니까. 신세희가 그 결혼식을 망치지만 않았어도… 그럼 지금쯤 두 사람의 아이가 유리만 했을 것이다.어쩐지 임서아가 감히 부씨 저택 거실에서 이 집안의 실질적 주인인 진문옥의 조카랑 머리끄덩이 잡으며 싸우더라니.임서아가 아직까지도 부소경의 정식적인 약혼녀였어서 그랬던 거였어. 그때 누군가
할아버지 부태성, 아버지 부성웅, 큰엄마 진문옥까지,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이 그대로 얼어붙었다.엄선우는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방금 도련님이 자기더러 얼굴이 퉁퉁 부은 여자의 사진을 찍으라고 했단 말인가?이러면 너무 안 좋은 말들이 돌 것 같았다.설마 다섯 살짜리 딸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그러나 엄선우의 촉이 말해주고 있었다. 넷째 도련님의 진짜 목적은 딸아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의 엄마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는 걸.그에게 20억을 빚진 그 여자 말이다.부소경이 임서아의 민망한 사진을 찍는 이유가 신세희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거라는 생각이 들자 엄선우는 즐거워졌다. 휴대전화를 꺼내 찍으려던 찰나 임서아가 부소경에게 애교를 부렸다."오빠..."잔뜩 콧소리가 섞인 목소리와 그녀의 얼굴이 합쳐지니 소름이 돋았다.부소경은 임서아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서씨 집안 어르신에게 차갑게 말했다."명문가 규수가 우리 집 거실에서 다른 사람과 머리채를 잡고 싸우다니요.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쓴 건 말할 것도 없고 본인도 많이 다쳤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서씨 가문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추락하게 생겼군요. 할아버지, 먼저 외손녀를 잘 교육한 다음에 밖으로 데리고 나오셨어야죠. 이게 무슨 망신입니까. 할아버지가 잘 가르치지 못해서 우리 부씨 집안에서 싸우고 사람을 다치게 하고 피를 봤으니 제가 대신 가르치도록 하겠습니다. 엄선우, 당장 촬영해. 다양한 각도에서!""네.도련님!"씩씩하게 대답한 그는 속으로 도련님이 정말 사심을 잘 채운다고 생각했다.분명 딸아이가 장난스레 낸 아이디어였지만 부소경은 정색하며 진지하게 임했다.엄선우는 임서아의 얼굴을 향해 다각도로 셔터를 눌러댔다.임서아는 딱 죽고 싶은 심경이었다.잔뜩 화가 난 서씨 집안 어르신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소경아, 대체 뭐 하는 짓이냐!"부소경이 침착한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어르신, 제가 할아버지라 칭한 건 어르신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
어르신이 팔찌를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부소경은 어머니가 생전에 신세희에게 팔찌를 줬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릴 뻔했다. 그 팔찌는 어머니의 집안에서 대대로 전해진 보물이라 감히 값을 매길 수 없었다.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소경아, 그 여자는 교활하고 꿍꿍이가 많아. 생각해 보거라. 의찬이도 그렇고 시언이도 그렇고, 우리 준명이까지... 그 여자 때문에 피해를 본 이들이 대체 몇이더냐? 어찌 그 여자와 네 어미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있어. 그런 여자가 가르친 아이라고 다르겠느냐?"부소경의 얼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내 딸은 지금 내 곁에 있는데 아이의 엄마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어르신, 너무 멀리 간 거 아닌가요? 내가 아이를 어떻게 교육하든지 외부인이 간섭할 권리는 없습니다. 우리 부씨 집안에서 망신당하는 일 없도록 당신 외손녀나 제대로 관리하십시오."말을 마친 부소경이 신유리를 안은 채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때 부태성이 소리쳤다."소경아, 오늘 함께 식사하기로 하지 않았느냐. 네 할머니가 유리를 위해 선물도 잔뜩 준비했는데... 소경아!"부태성이 매우 섭섭하다는 투로 말했다.손자도 증손녀도 이렇게 보내기엔 아쉬웠다. 비록 어린 소녀였지만, 그 요망한 성격은 정말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다섯 살밖에 안 된 어린 나이에 진상희를 속였고 임서아에게 망신을 주어 그 자리에서 울렸으니 정말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암, 그렇고말고. 부씨 집안의 아이는 마땅히 이래야 했다.부씨 저택에서 두 여자가 머리채를 잡고 싸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고, 주동자는 이 아이였다. 그러나 부태성 노부부와 부성웅은 오히려 이 아이가 더 좋아졌다.아이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성격마저 부소경의 판박이였다. 하여 부태성은 권위를 내려놓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소경에게 말을 건넸다.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딸아이를 안아 밖으로 나가던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 "저택이 지나치게 난장판이군요. 한 무리 사람들을 그럴듯하게 두 줄로 거실에 앉히는 게 상류층의 모임이라고 생각하시는
"아저씨, 꿩 먹고 알 먹다가 뭐야?"아이는 아직 속담을 잘 몰랐다."그건 말이지..."엄선우가 잘난척하며 아이에게 설명하려 할 때, 부소경이 백미러를 통해 그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걸 발견하고 이내 입을 다물었다.엄선우는 눈치를 볼 줄 알았지만 아이는 아니었다. 엄선우가 입을 꾹 다물자 아이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못된 아빠를 바라보았다."내가 묻잖아, 꿩 먹고 알 먹다가 뭐야?"신유리는 현재 부씨 저택에서처럼 마냥 그의 품에 안겨있지 않았고 심지어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조금 화가 치밀었다. 왜 이 못된 아빠는 성격도 나쁘고 곁에 여자들까지 줄줄이 달고 사느냔 말이다. 볼수록 짜증이 났다.심술궂은 아이를 내려다본 부소경은 기가 막혔다.그는 신유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왜 진상희를 모함했어?""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했으니까!"신유리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그러면 왜 또 진상희를 모함한 뒤엔 임서아에게 녹색 모자를 씌웠니?"부소경이 모른 척 물었다."그 여자도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하니까!"신유리는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그래서 넌 또 그 두 여자를 싸우게 하고 옆에서 그걸 구경했어?"부소경이 흥미롭게 물었다."흥. 누가 당신한테 시집가고 싶어 하래? 당신은 우리 엄마 거야. 아무도 우리 엄마한테서 당신을 뺏을 수 없어!"아이의 말투는 매우 오만했다.기가 막힌 부소경이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넌 엄마가 나랑 결혼했으면 좋겠어?""......"자신이 과연 그걸 원했을 것 같은가? 전혀 아니었다."누가 그래! 우리 엄마는 절대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지 않을걸!"신유리는 괜히 툴툴거렸다."......"다섯 살짜리 애송이랑 무슨 도리를 따질 수 있겠는가? 결국엔 아이의 고집에 두 손 두 발 다 드는 법이었다.부소경은 아예 묻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오늘 저택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그는 아이의 전투력을 미리 엿볼 수 있었다. 정말 보통내기가 아니었다.비록 자기 엄마가 못된
뜬금없는 물음에 신세희는 어리둥절했다.그녀가 무심코 되물었다."팔찌요? 요즘 내게 옷만 선물해 줬지 장신구는 없었잖아요."덤터기를 씌우려는 건가?그녀는 그에게서 어떤 팔찌도 받은 적 없었다.부소경이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6년 전 그 팔찌 말이야.""......"6년 전, 신세희는 남성을 떠나기 전 하숙민이 줬던 팔찌를 그녀의 유골함 옆에 두었다. 그 팔찌가 자기 대신 하숙민 아주머니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건 자신이 하숙민 아주머니를 향한 그리움을 표하는 방식이었다.잠시 감정을 추스른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당신이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잊어버릴 뻔했네요. 6년 전에 내가 한 번 돌려줬는데 당신이 거절했잖아요. 당신 어머니가 준 거니까 그냥 갖고 있으라면서요. 왜 이제 와서 묻는 거예요? 돌려달라고요?"신세희의 타박에 부소경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러나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었다.이 여자에게는 그의 뜻을 자주 오해하는 버릇이 있었다.6년 전 자신이 직접 그렇게 말했으니 당연히 돌려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팔찌는 어머니가 그녀에게 준 선물이라 자신이 도로 빼앗을 권리도 없었다. 그가 그녀에게 팔찌의 행방을 물은 건, 그 물건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그때 그녀에게 줬던 사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그는 팔찌가 아직 그녀의 손에 있는지 묻고 싶었다.만약 없다면, 대체 어디에 팔아버렸을까?그 팔찌가 어디로 흘러갔든 그는 반드시 되찾을 생각이었다. 절대 어머니의 유품이 밖을 떠돌아다니게 해서는 안 되었다.한참 뒤 부소경이 퉁명스럽게 물었다."돌려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일단 당신 하는 거 봐서. 얌전하게 굴면 팔찌는 돌려받지 않을 거야. 그렇지만 그건 내 어머니의 유품이니 적어도 그 팔찌가 당신 손에 있는지, 아니면 이미 팔아버렸는지는 확인해야겠어.""......"그녀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곧이어 허무한 목소리가 흘러왔다."대체 나를 뭐로 보는 거예요? 하숙민 아주머니는 내게 남은 단 하나뿐인
아이는 겁이 없었다. 예전에 그 작은 도시에서 유치원에 다녔던 2년 동안에도 남자아이와 셀 수 없이 싸웠었다.물론 아이가 싸웠던 이유는 아빠가 없다고 놀리거나 자기 엄마를 헐뜯었기 때문이었다. 그때마다 신유리는 야무지게 그런 적수들을 물리쳐왔다.유치원 아이들을 때리던 애가 이젠 어른들에게까지 손을 뻗은 건가?신세희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다섯 살 된 아이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른들의 세계는 훨씬 복잡했다. 아무리 사납고 용맹해도 아이는 절대 어른들과 힘이나 지혜를 겨룰 수 없었다. 신세희는 딸아이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그녀가 무서운 목소리가 경고했다."신유리! 한 번만 더 어른들한테 장난치면 엉덩이를 맞을 줄 알아! 그리고 엄만 다신 너 안 볼거야!""......"입을 삐죽거리던 신유리가 울먹이며 말했다."나는 그냥 엄마 도와주려고...""엄마는 네 도움 필요 없어. 그냥 네가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돼."그녀가 엄숙하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신세희는 아이를 엄격하게 대했다."하지만 그 여자들이 아빠를 뺏고 싶어 했단 말이야...""엄마가 다시 말하는 데 네 도움 필요 없어. 신유리, 엄마 말 잘 알아들었어? 다음부터는 절대 어른들 건들지 마. 만약 다시 한번 그러면 너 진짜 엄마한테 단단히 혼날...""내 딸이야, 그딴 위협은 그만둬!"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소경이 윽박질렀다."......"부소경의 말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어른들을 건들지 말라고? 오늘은 그 두 사람이 먼저 잘못한 거야. 당신은 유리가 억울해도 내버려 둘 거야? 엄마가 돼서 왜 내 딸을 그렇게 교육하는 거야."부소경이 더 화가 난 건 신세희의 매몰찬 말투였다. 분명 제 아빠의 주변 여자를 쫓아내기 위해서라는 걸 알면서도 네 도움 따윈 필요 없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신세희가 말을 꺼내려 했지만 부소경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불안으로 심장이 쿵쿵 뛰었
서준명은 6년 전에 비해 훨씬 성숙해졌고 기품있었다. 서준명은 그때 그녀가 남성에서 도망치려 했을 때 많이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부소경의 결혼식을 막으러 갔을 때도 기꺼이 도와줬었다.신세희는 서준명을 온화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서준명이 안부를 물었다."세희 씨, 괜찮아요? 당신이 부소경에게 잡혀 왔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 집안에서도 감시가 심해서 쉽게 접근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내가 섣불리 행동하면 부소경이 더 화를 낼 것 같아서 연락도 못 했네요. 지금은... 괜찮은 거예요? 그 사람은...""잘 해줘요."그녀가 짧게 대꾸했다.신세희는 그저 살포시 웃기만 했다.신세희는 항상 감사함을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잘 티를 내지 않았다. 당시 조의찬도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많이 도움을 받아 감사함을 품고 있었지만 결코 입에 담지는 않았다. 나중에 조의찬에게 깊은 상처를 받았지만 그녀는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를 지켜줬었다.그녀의 담담한 모습에 서준명도 안심했다."일자리 구하는 거예요?"신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건축설계사로 일하려고요. 회사에서 제법 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이곳이 제 미래 직장이에요."서준명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정말요? 잘됐네요""네."신세희가 웃으면서 물었다."그런데 여긴...""여긴 내 친구들끼리 동업해서 만든 회사예요. 친구들한테 세희 씨 좀 잘 부탁한다고 말해 놓을게요."신세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그러지 마세요. 제 실력으로 당당히 월급 받고 싶어요."서준명이 웃으며 대답했다."네, 멋지네요. 세희 씨는 꼭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그는 신세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고모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임서아를 당신 외손녀로 알고 있었고 그녀를 불면 날아갈까 소중히 아꼈다.서준명은 임서아가 꺼림칙했다.하지만 그의 손에는 그녀가 고모의 딸이 아니라는 증거가 없었다.부모님이 조사한 데 의하면 고모는 확실히 임지강과 결혼한 적 있었고, 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