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이해할 수 없는 눈으로 부소경을 보았다. “왜요? 그 집안 사람들한테 저를 인정받게 해주려고요?”질문을 한 뒤 그녀는 살짝 웃었다. “그런 영광은 저한테 없을 거예요. 만약 가더라도 미움만 받겠죠. 그럴바엔 안 가는 게 나아요.”그녀의 의젓한 태도에 부소경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놓아주었고, 신세희는 그 틈을 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부씨네 저택!그녀는 두 번정도 가 봤다. 처음은 그녀가 감옥에서 나온지 얼마 안 됐을 때, 부소경이 그녀를 끌고 갔고, 두번째는 그녀가 남성에서 도망가기 전 날 부태성이 불러서 갔기에, 신세희는 이미 많은 모욕을 당했다.그래서 신세희는 평생 그 저택에 가고싶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마음편히 일자리를 찾고 싶었다.방문을 닫고 신세희는 부소경이 그녀에게 준비해준 이력서를 보았다. 사실 그녀는 부소경이 자신을 위해 이런 걸 해줬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고, 그녀는 내일 아침 이 자료들을 들고 다시 인터넷으로 지원해 볼 생각이었다.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일찍 일어났다.그녀는 먼저 유리의 방으로 와서 유리에게 당부했다. “유리야, 아빠가 오늘 너 데리고 할아버지 집에서 밥 먹을 거니까, 말 잘 들어야 해. 무슨 일 만들지 말고, 착한 아가씨처럼. 알겠어?”신유리는 순수한 얼굴로 물었다. “엄마는 안 가요?”신세희는 고개를 저었다. “너도 알다시피 엄마가 여기서 계속 일자리를 못 찾았잖아. 근데 오늘 엄마가 면접을 보러 가야 돼. 너도 엄마가 독립적이고 당당한 엄마였으면 좋겠잖아, 그치?”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래서 엄마는 같이 못 갈 것 같아. 너랑 아빠랑 갔다 와. 아빠 말 잘 듣고.” 신세희는 신유리에게 계속해서 당부한 뒤 자료를 들고 문을 나섰다.집에도 컴퓨터가 있었지만, 그건 부소경의 것이기에 그가 쓰게 해줄지 몰랐다. 그럴바엔 신세희는 밖에 있는 피시방에서 이력서를 넣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부소경이 일어나자 문 앞에 아이가 서서 그를 보고 있었다. “나쁜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닌가?부부 사이는 하룻밤 지나면 화가 다 풀리는 거 아니었나?결혼을 하지 않은 엄선우도 그정도는 알았다.아님, 어제 저녁 부인이 도련님께 다가가지 않았나?엄선우가 이상한 추측을 하고 있을 때 신유리는 똘망한 눈으로 그를 보았다. “아저씨, 부인이 누구예요?”엄선우:“너희 엄마지.”말을 하고 엄선우는 다시 부소경을 보았다. “도련님, 부인께서 아직 준비중이신가요?”여자가 외출할 때 준비할 게 많은 건 사실이었다.엄선우의 말이 끝나자 부녀는 동시에 말했다.“저택에 안 가고싶다잖아!”“나쁜 아빠가 엄마를 못 가게 했어요!”엄선우:“......”어쩔 수 없지그는 입을 닫고 부녀에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이 차에 타자 그는 운전석에 앉았다.가는 길에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차는 바로 저택으로 향하지 않고 부소경이 며칠전에 갔던 드레스샵으로 향했다. 가게 안 드레스는 부소경이 어르신이 저택으로 손녀를 데리고 오라는 통보를 받기 전 예약을 해두었다.점장이 부소경에게 말했다. “가게에 마침 빨간 색 모녀 드레스 세트가 들어왔는데, 엄청 예뻐요.”하지만 지금은 쓸모가 없었다.부소경은 5살인 유리가 빨간 드레스를 입을 걸 보고 눈을 반짝였다.자기 딸이 맞나?고귀하고 차갑지만 장난스러운 분위기는 그녀의 엄마를 매우 닮아 있었다.드레스를 갈아입은 뒤 부소경은 작은 공주님에게 편한 옷을 챙겨주었다. 가족 연회에서 드레스만 입고 있으면 불편할까 봐 부소경은 뭐든지 아이에게 다 사주었다.부녀는 다시 차에 탄 뒤 저택으로 향했다.저택 대문 앞에 도착하자 그들은 이미 대문 앞에 2-30대의 차가 도착해 있는 걸 발견했다.어르신과 아버지 그리고 큰 엄마 뭘 하려는 걸까? 남성에서 제일 잘 나가가는 사람들을 다 보아서 이제 막 되찾아온 손녀를 소개시키려는 걸까?부소경의 추측은 틀리지 않았다.어르신 부태성과 아빠 부성웅 그리고 큰 엄마 진문옥은 딱 그 생각이었다. 모두 다 같은 생각으로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개를
부녀는 놀랄 정도로 닮아 있었다. 아빠는 큰 키에 깔끔한 양복을 입고 있었고, 차갑고 박력있는 분위기를 풍기며 들어왔고, 손을 잡은 아이는 빨간 드레스을 입은 모습이 예쁘고 장난끼가 있어 보였다.그의 무릎 정도 오는 키에 빨간 옷을 입은 아이는 매우 귀여웠다.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모습은 세상 두려울 것 없이 거만한 아이의 모습이었다.부녀가 서서히 걸어오자 현장을 충분히 놀래켰다.어제 부태성은 그들에게 전화해 집으로 와서 연회에 참석하라고 했고, 부씨 가문의 움직임은 다른 재벌들도 어느정도 들었기에, 다들 부소경이 여자를 데려올 줄 알았지만, 옆에 있는 아이는 매우 그와 닮아 있었다.이때 부소경이 아이만 데리고 저택에 온 걸 보았고, 여자를 데리고 오진 않았다. 다들 부소경이 자신의 신분 때문에 지금까지 힘든 일을 많이 겪었으니 친딸을 밖에 공개하지 않으려는 걸 알았다.아이의 엄마는…감옥에 있었다는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남성의 상류사회를 흙탕물로 만들었던 사실도 변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건 그 여자는 부소경의 결혼식을 망쳤었다.이건 정말 부소경의 심기를 크게 건드렸다.부태성의 초대를 받고 온 손님들은 속으로 이미 다 알고 있었다.반은 한때 신세희를 짓밟고 사람들 앞에서 신세희에게 모욕을 줬던 사람들이니 부소경의 눈치를 봐야해서 그들도 당연히 신세희가 이곳에 나타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부소경과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여자들이었다.예전에 부소경의 약혼녀는 임서아였다. 게다가 임서아의 외할아버지인 서씨 어르신과 부씨 가문의 관계는 좋았고, 서씨 어르신은 부소경과 그의 어머니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었기에 아무도 임서아의 남자를 뺏으려 하지 않았다.지금도 여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바깥 사람들이 보기에 임서아는 여전히 부소경의 약혼녀였다.하지만 오늘부터는 달라질 예정이다.왜냐면 부소경이 작은 공주님을 데려왔으니까.어르신의 눈빛만 봐도 이 작은 공주님이 부씨 가문에서 얼
꼬맹이의 눈동자가 데구루루 굴러가기 시작했다. 5살인 유리의 머릿속에는 음흉한 생각들이 가득차 있었다.“우리 착한 손주, 증조할아버지한테 와봐. 할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어. 어서 이리 와봐.” 거들먹거리며 걸어오는 유리의 모습을 보자 부태성은 유리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어댔다.옆에 있던 할머니도 눈웃음을 지으며 자신들을 향해 걸어오는 꼬맹이를 쳐다보았다.그녀는 웃는 얼굴로 옆에 앉아있는 아들과 며느리를 쳐다보았다. “성웅아, 애가 엄청 작네. 비록 얘가 여자애긴 하지만, 왜 내 눈에는 얘가 네 어릴 때 모습이랑 똑같은 것 같냐. 너도 한번 봐봐. 너랑 얼마나 닮았는지.”어머니의 말에 예순 넘은 할아버지, 부성웅의 얼굴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얘는 소경이 딸이야. 소경이를 얼마나 닮았는데.”그 말에 할머니는 부성웅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그럼 소경이는 네 아들이 아니란 말이냐?”“…”“며늘아가.” 할머니는 옆에 있던 진문옥에게 말을 걸었다. “이걸 너한테 주마. 그래도 유리가 네 친손녀잖니. 이거 잘 챙겨라. 그리고 네 손녀한테 건네줘. 이래 봬도 이게 우리 부씨 집안 대대로 물려지는 보물이다.”진문옥은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이고. 알겠어요, 어머니.”진문옥은 시어머니가 건네준 자물쇠 목걸이를 손에 들고는 웃는 얼굴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자, 우리 착한 손녀. 할머니한테로 와. 할머니가 이거 걸어줄게.”유리는 두려움에 잠긴 표정으로 무척이나 화려하고 기품이 넘치는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할머니는 험악한 표정으로 억지로 자신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할머니는 아직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유리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유리는 순진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거 진짜 나 주는 거야?”진문옥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연하지. 네가 우리 부씨 집안 유일한 손녀잖아. 이걸 너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주나?”유리는 해맑게 할머니의 손에 들린 금 열쇠 목걸이를 받아 들었다. 사실 유리는 촌스러운 디자인의 이 목걸이가 마음
”너… 너 방금 뭐라 그랬어?” 여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유리는 여전히 자신의 코를 잡고 있었고 무척이나 불쾌한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유리는 이 여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누가 이 여자한테 못된 악당 쳐다보게 한 거야!못된 악당이 나쁘긴 했지만, 아무리 나빠도 그는 엄마만의 남자여야 했다. 다른 여자들이 점찍게 둘 수는 없었다.유리는 이 상황이 무척이나 불쾌했다.“너… 너 냄새 너무 심하게 나. 부탁인데 멀리 떨어져 줄래? 우리 아빠한테서도 멀리 떨어지고. 네가 우리 아빠한테 가까이 다가갔다가 아빠 몸에 냄새라도 베게 되면 우리 엄마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 집에 가면 우리 엄마가 나랑 아빠를 무릎 꿇게 만들지도 몰라. 나랑 아빠, 엄마 엄청 무서워하거든.”“너…”여자는 너무 분했다!화를 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여자는 진문옥 친가 쪽의 먼 사촌이었다. 진문옥의 친가에는 친척이 별로 없었고 친조카는 더더욱 없었다. 하지만 부씨 집안에서의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녀는 직접 친척들중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골랐고 그 여자를 부소경에게 시집 보내려고 했다. 그렇게 그 여자를 자신의 며느리로 만들어 부씨 집안의 실질적인 안주인 신분을 유지하려고 했다.아무리 먼 친척 조카가 낳은 부소경의 아이라고 해도 자신이랑 아무 혈연관계가 없는 유리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진문옥은 마음속으로 이미 판을 다 짜 놓았다.그녀가 찾은 친척도 부소경에게 다가가는 걸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만약 부소경에게 시집이라도 가게 된다면 그거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가 바라던 일이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부소경이 뭐라 하기도 전에 눈앞에 있는 5살짜리 꼬맹이가 먼저 선수를 칠 줄이야. “상희야, 유리 아직 애야. 오늘 이 집에 처음 오기도 했고. 너무 놀라게 하지 마.” 진문옥은 엄숙한 목소리로 자신의 먼 친척 조카 진상희에게 말했다
”이리 와, 유리야. 아줌마한테 와. 앞으로 여기가 유리 집이야. 아줌마가 정원이랑 집 구경시켜줄게.”진상희는 자신이 무척이나 똑똑하고 이해심이 넓은 사람처럼 느껴졌다.진상희는 이렇게 부소경의 난처한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해 주었다. 그녀는 자신이 아직 자리에도 나타나지 않은 임서아보다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말을 이어 나가며 유리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유리는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는 이 여자가 구역질이 날 정도로 싫었다. 어떻게 나한테 비위 맞춰주는 유치원 남자애들보다도 더 싫을 수 있지? 그녀의 행동에 유리는 자신의 작은 손을 뒤로 치우더니 재빨리 악당의 등 뒤로 숨어버렸다.그러자 진상희의 낯빛이 더 어두워졌다.자리에 앉아 있던 손님들도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너무나 쪽팔린 일이었다. 부소경에게는 이미 약혼녀가 있었다. 단지 오늘 자리에 늦는 것뿐이었다. 조금 이따 서씨 집안 어르신이 집에 데려온 지 6살밖에 안 된 보물 같은 외손녀를 데리고 온걸 본 후에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한번 두고 보자고.손님들의 비웃음을 받자 진상희의 가슴속에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사생아 주제에!그것도 거지 같은 전과자가 낳은 애면서! 이 아이가 부태성의 사랑을 받지만 않았어도… 그렇게 된다면 부소경이 유리를 나 몰라라 했을지도 모른다!진상희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았어. 손 안 잡을게. 근데, 조금 이따 아줌마가 한 명 더 올 거거든. 그 아줌마, 분명히 너네 아빠 옆자리에 앉을 거야. 그 아줌마한테 쫓겨나도 절대 울면 안 돼.”진상희가 말하는 아줌마는 임서아였다.지금 그녀는 임서아를 방패로 삼고 있었다.하지만 이 방법은 꽤 효과가 있었다. 진상희의 말에 유리는 갑자기 부소경의 등 뒤에서 나오더니 자신의 손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좋아, 아줌마. 같이 놀러 가자.”“…”기대 이상의 효과에 그녀의 기분은 무척이나 좋아졌다.옆에 있던 진문옥이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희야, 어서 유리 데리고 여기저
5살짜리 아이의 말에 진상희는 기쁨에 빠졌다. 발이 아픈 것도 잊을 만큼. 그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공주님, 너… 방금 뭐라 그랬어? 다시 한번만 말 해봐.”유리는 아주 그럴듯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 “어차피 우리 아빠도 결혼은 해야 할 거 아니야. 네가 나한테 잘 해주기도 하고, 그리고 또 착하고 예쁘기까지 하니까. 차라리 우리 아빠한테 너랑 결혼하라고 하는 게 더 나은 것 같아서. 그럼 너도 계속 나한테 잘해줄 수 있잖아. 안 그래?”“맞아맞아! 공주님, 내 말 잘 들어봐. 이건 너한테 아주 중요한 문제야. 생각해봐. 너네 아빠가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왔어. 그럼 너도 그 여자랑 같이 살아야 할 거 아니야. 만약에, 아주 만약에 그 여자가 너 때리기라도 하면 어떡해?“ 진상희는 지금 아주 큰 기회가 자신의 머리위에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 아이의 마음을 잡는다면 부씨 집안에 발을 반 정도는 담은 셈이 되는 것이다.유리는 순진한 표정으로 진상희를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아줌마를 도와주겠다는 거야.”“알겠어, 알겠어. 우리 공주님, 말 만해. 공주님이 하라는 건 뭐든지 다 할게. 네 말은 무조건 다 들을게. 앞으로 널 내 친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게.” 진상희는 입으로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둘만의 아이가 생기기만 하면 바로 이 전과자의 아이를 지옥으로 보내버리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도둑놈 같은 딸은 원치 않았다!아직 부씨 집안에 발도 못 들였는데 뒤에서 다리 아프게 쫓아다니게 하다니! 진상희는 유리를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유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5살짜리 여자아이에게 어떤 좋은 방법이 있는지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그래봤자 자기한테 좀 잘해주고 많이 안아주고 챙겨주라는 거겠지.진상희는 이미 마음의 준비를 다 끝냈다.“아줌마, 엄청 큰 도화지 한 장 찾아줄 수 있어? 그림 그리는 종이 말이야.” 유리가 진상희에게 물었다.도화지?사생아가
진상희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잘해줄 리가 없지!그런 생각이 들자, 진상희의 잔머리가 더 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유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따가 아줌마가 같이 증조할아버지한테 줄 선물 만들어 줄게.”그녀의 말에 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야, 아줌마. 그럴 필요 없어. 이건 유리 혼자 만들어야 해. 그래야 내 정성이 더 돋보이지.”“…” 유리는 정말 여우다.나중에 시집오면 제일 먼저 이 여우부터 처리해야지!“그래그래. 아줌마 네 말 들을게.” 진상희가 대답했다.하인은 빠른 속도로 크레파스를 산 후 저택으로 돌아왔다. 돈이 있으면 일 처리가 수월해지긴 한다. 하인은 10만 원으로 크레파스를 한가득 사 왔는데 그중 초록색이 제일 많았다. 다른 색상보다 한 열 개 정도는 많은 것 같았다. 유리는 크레파스 하나와 작은 가위 하나, 그리고 도화지를 챙기더니 열심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가끔씩 진상희가 그림을 훔쳐보려고 힐끔댔지만 그때마다 유리는 그림 꼭 막고 있었다. 유리는 비밀이라며 그녀에게 그림을 보여주지 않았다.유리의 반응에 진상희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더 이상 그림을 훔쳐보지 않았다.그녀는 이 사생아가 무슨 선물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갖은 방법으로 이 사생아를 기쁘게 만들어주기만 하면 된다. 사생아가 만든 선물이 이쁘지 않다고 해도 그녀는 그냥 모든 책임을 사생아에게 밀어버리기만 하면 된다.손재주가 남달랐던 유리는 빠르게 선물을 만들어냈다. 다 만든 후에도 유리는 진상희에게 물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그 물건을 손에 고이 접을 뿐이었다.“나 다 됐어, 아줌마.” 유리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나 증조할아버지한테 데려다줘.”“가자!” 진상희는 유리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고 그녀의 모습에 유리는 단번에 손을 뒤로 숨겨버렸다.“왜 그래?” 진상희가 물었다.“우리 엄마가 그랬어. 밖에 나쁜 사람 많다고.”“그럼 너네 엄마도 나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