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00화

신세희는 손에 들고 있는 혼인 관계 증명서가 무겁게 느껴졌다.

자신과 부소경 사이에는 애정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소경이 그녀에게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부씨 집안의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갖는다고 해도 사랑 없는 결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녀는 분수를 알았다. 부소경이 차에 오르기 전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난 알아서 갈게요. 20억의 빚을 따지지도 않고, 다시 나와 재결합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회사에 가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

곁에서 지켜보던 엄선우가 통탄했다.

'사모님, 대표님은 한 번도 20억을 갚게 할 생각이 없었다고요. 그것뿐이게요? 앞으로 대표님의 돈은 곧 사모님의 돈입니다. 사모님은 지금 남성에서 돈이 제일 많은 사람이라고요!'

마음속으로 외친 말을 감히 입밖으로는 낼 수 없었다. 그는 멀뚱히 서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부소경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

"착각하지 마. 20억 갚지 말란 소리는 안 했어."

"......"

차에 오른 부소경이 엄선우에게 명령했다.

"회사로."

마지못한 엄선우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홀로 남겨진 신세희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부소경이 그녀와 혼인신고 한 이상 그녀더러 돈을 갚으란 소리는 안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자기처럼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지 않도록.

방금 그가 한 말은 그저 화풀이에 불과했으나 그녀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그녀는 안전했고 유리에겐 가족이 생겼지만, 서시언은 어쩐단 말인가?

그녀를 위해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한 사람이었다. 이대로 외국에 쫓겨난 채로 아무런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하는 법이 대체 어디 있느냔 말이다.

그리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매일매일 불안정한 삶을 가까스로 유지하느라 그녀는 엄마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언 6년이 흘렀으나 여태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가 그녀의 무덤을 돌보지 못했다.

심지어 임씨 집안에서 정말로 그녀의 무덤을 파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부소경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