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신유리의 덕분일지도 몰랐다.입술을 질끈 깨문 신세희가 쓴웃음을 지었다.나름 나쁘지 않았다. 적어도 유리는 부소경 같은 아버지를 두고 있었으니 평생 먹고살 걱정도 없었고 괴롭힘을 당하지도 않을 터였다. 그녀가 당장 죽더라도 말이다.유리가 무사한 건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위안이었다.어느새 놀이방에서 나온 부소경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신세희를 뒤로하고 전화를 받으며 응접실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신세희는 혼자 덩그러니 밖에 남게 되었다.놀이방에서 나온 신유리는 엄마가 밖에서 자기를 지켜보고 있는 걸 발견하고 비밀스럽게 손짓했다."엄마, 가까이 와줘."신세희가 쪼그리고 앉으니 아이가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엄마, 유리가 미워?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유리가 왜 미워. 유리를 예뻐하는 사람이 더 생긴다면 엄마는 너무 기쁠 거야. 엄마 말 잘 들어, 아가. 부소경은 네 아빠야, 친아빠. 너랑 엄청나게 닮았지?"그러나 신유리가 더욱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엄마, 난 아직 못된 아빠를 이길 수 없어. 그래서 지금 못된 아빠랑 친한 척하고 있는 거야. 사실 이건 가짜야."신세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신유리를 바라보았다.까만 눈동자가 도르르 굴러갔다. 앳된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엄마, 내가 꼭 지켜줄게.""......"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뭉클했다.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은 신세희가 다정하게 속삭였다."유리가 이 세상에서 최고야. 고마워, 우리 아가."고개를 드니 어느새 부소경이 다시 응접실에서 나오고 있었다.부소경은 담담한 얼굴로 두 모녀를 바라보았다.입을 삐죽 내민 신유리가 부소경에게 말했다."또 그 영감이랑 통화했지? 내가 다시 코를 파줄까? 그 할아버진 나한테 패배했다고."신유리가 가리킨 사람은 부태성이었다.부태성의 병세는 하루 만에 많이 호전되었다. 유리의 말대로 그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저녁을 배불리 먹고 기운이 넘쳐났던 그는 아직 잠자리에 들고 싶지 않아 한가롭게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
신세희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뭐, 뭐라고요?""재결합하자고.""......"몇 초간의 정적 끝에 무심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당신과 난 원수지간이에요. 당신은 나를 궁지에 몰아넣었고 시언 오빠를 해외로 쫓아냈죠. 난 당신에게 20억을 빚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 나랑 재결합하겠다고요? 부소경 씨, 난 당신과 같은 상류층 사람들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요. 거기에 장단을 맞춰줄 마음도 없고요. 대체 내게 뭘 원하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 줄 순 없는 거예요?"전혀 화가 난 말투가 아니었다. 그건 마치 속삭임 같았다.그러나 그녀는 몹시 단호했다.말을 마친 그녀는 부소경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유리에게 말했다."유리야, 이젠 씻고 자야지."될 대로 돼라지.이 집안에서 그들 두 모녀는 아무런 권리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딸아이를 예뻐하며 같이 밥을 먹여주고 놀이방에서 블록을 쌓는 모습까지... 불과 30분 전만 해도 세 사람은 단란한 가족 같았다.그러나 그건 단지 환상일 뿐이었다.유리는 신세희의 말을 따라 고분고분 씻었다. 아이를 방에서 재우고 다시 나와보니 거실에서는 부소경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부소경의 방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벌써 잠든 건가?'그의 마음 따윈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감히 추측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따로 손님방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그날 밤, 한참 뒤척이다 겨우 잠든 그녀는 황당한 꿈을 꾸게 되었다.꿈속에서 그녀는 감옥을 나오자마자 부소경에게 끌려가 혼인신고를 했던 날로 돌아갔다. 이런 어이없는 일을 어떻게 두 번이나 반복한단 말인가?만약 두 사람이 재결합한다면, 임서아는 어떡하고?임서아는 또다시 갖은 수를 써서 자신을 없애버리려 할 테지.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채 감옥에 갔고, 감옥에서 나온 지 석 달 만에 살인청부업자들에게 쫓겼다. 부평초처럼 떠돌아다니는 생활에 신물이 난 그녀는 더는 누군가의 악의를 받아내고 싶지 않았다.재결합이라고?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동의할 수 없었다.
"그게 싫으면 얼른 옷 갈아입고 나랑 구청으로 가."부소경이 그녀의 손목을 털썩 놓아주었다."......"6년 만에 다시 부소경과 재결합하라니.신은 그녀를 갖고 노는 게 틀림없었다.순순히 침실로 돌아온 신세희는 옷을 갈아입은 후 간단히 씻고 머리도 다듬었다. 거실에 나와보니 유리도 깨어있었다."엄마, 오늘은 엄마랑 아빠가 같이 나를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거지?"고용인들이 아이에게 빨간 공주님 원피스를 입히고 그에 어울리는 빨간 머리핀도 꽂아주었다. 아이는 꼭 마치 인형 같았다.신세희가 아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맞아, 오늘 엄마 아빠가 함께 유리를 유치원에 데려다줄 거야. 유리, 기분 좋아?"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완전 신나!"아이는 진심으로 기뻤다.수트 차림의 부소경과 단아하게 꾸민 선세희가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려왔다. 유리는 공손하게 서서 그들을 맞이한 엄선우에게도 신나서 재잘거렸다."아저씨, 오늘은 우리 엄마 아빠가 날 유치원에 데려다준다?""좋아?"엄선우가 물었다."당연하지!""그러면 이따가 엄마 아빠가 뭐 하러 가는지 알게 되면 더 기분이 좋겠네?"엄선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신유리가 그를 놀렸다."아저씨, 내가 방금 우리 엄마 아빠가 날 유치원에 데려다준다고 말했잖아. 기억 안 나?"엄선우가 바로 호들갑을 떨었다."아이고, 아저씨가 너무 멍청했다."그들을 차에 태운 엄선우는 신유리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다음 바로 구청으로 향했다.운전하던 그가 참지 못하고 신세희에게 말을 걸었다."사모님, 오늘은 두 분이 재결합하는 특별한 날이니 제게 복권이라도 사주시겠습니까? 행운을 제게도 좀 나눠주시죠."복권이라니? 그녀의 수중에는 마땅한 돈이 없었다."알겠어요. 나중에 돈이 생기면 제가 많이 사드릴게요."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분위기가 대번에 싸늘해졌다.혼비백산한 엄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는 속으로 자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정말이지 입만 열면 사고를 쳤다.신세희는 개의치 않는 눈치였
신세희는 손에 들고 있는 혼인 관계 증명서가 무겁게 느껴졌다.자신과 부소경 사이에는 애정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부소경이 그녀에게 감정을 갖고 있지 않았다. 부씨 집안의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을 갖는다고 해도 사랑 없는 결혼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그녀는 분수를 알았다. 부소경이 차에 오르기 전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난 알아서 갈게요. 20억의 빚을 따지지도 않고, 다시 나와 재결합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회사에 가요,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요."곁에서 지켜보던 엄선우가 통탄했다.'사모님, 대표님은 한 번도 20억을 갚게 할 생각이 없었다고요. 그것뿐이게요? 앞으로 대표님의 돈은 곧 사모님의 돈입니다. 사모님은 지금 남성에서 돈이 제일 많은 사람이라고요!'마음속으로 외친 말을 감히 입밖으로는 낼 수 없었다. 그는 멀뚱히 서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부소경이 싸늘한 말투로 말했다."착각하지 마. 20억 갚지 말란 소리는 안 했어.""......"차에 오른 부소경이 엄선우에게 명령했다."회사로."마지못한 엄선우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홀로 남겨진 신세희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부소경이 그녀와 혼인신고 한 이상 그녀더러 돈을 갚으란 소리는 안 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이에게 온전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어 했다. 자기처럼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지 않도록.방금 그가 한 말은 그저 화풀이에 불과했으나 그녀는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그녀는 안전했고 유리에겐 가족이 생겼지만, 서시언은 어쩐단 말인가? 그녀를 위해 이미 너무 많은 것들을 희생한 사람이었다. 이대로 외국에 쫓겨난 채로 아무런 소식도 전해 듣지 못하는 법이 대체 어디 있느냔 말이다.그리고 엄마도 마찬가지였다.매일매일 불안정한 삶을 가까스로 유지하느라 그녀는 엄마에 대해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어언 6년이 흘렀으나 여태 한 번도 고향에 돌아가 그녀의 무덤을 돌보지 못했다.심지어 임씨 집안에서 정말로 그녀의 무덤을 파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부소경
“얼른 가세요!”엄선우:“사모님인가요?”부소경은 힘없이 말했다. “저 사람 방해하진 말고요. 어떤 사람들은 감사히 여길 줄을 몰라요!”엄선우는 얼른 대답했다. “넵! 도련님!”부소경의 본부를 엄선우는 무시할 수 없었고, 적당한 거리에서 신세희의 뒤를 쫓았다. 신세희가 택시에 타는 걸 보고 그녀가 하숙민의 묘비 앞에 온 걸 보았다. 당연히 신세희는 무슨 말을 했지만 엄선우는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그는 다시 좀 멀리 떨어진 뒤 부소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련님, 사모님이 큰 사모님의 묘비로 오셨어요. 많이 우시는 거 같은데 며칠 후에 작은 공주님을 데리고 이곳에 다시 오겠다고 말하셨어요.”엄선우는 말을 하면서 자신이 가슴 아파했다.전화 너머 부소경이 말했다. “알겠어요.”엄선우: “도련님… 그럼 저는…”“계속 따라가세요!” 부소경이 말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돈을 받았으니 엄선우는 다시 은밀한 곳을 찾아 계속 신세희를 지켜봤다.신세희는 아직도 하숙민의 무덤 앞에서 중얼거였고,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본인만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어머니, 어머니랑 부씨 어르신 사이엔 그래도 사랑이 있었지만, 저랑 부소경은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 사람은 저를 싫어해요. 만약 제가 그 사람의 딸을 낳지 않았더라면, 저를 죽였을 지도 몰라요.어머니 저는 앞으로 어떡해야 하죠?어떻게 살아가야 하죠?저한테 힘 좀 주시면 안될까죠? 제가 이 도시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혼자 독립을 하고, 돈도 모아서 고향으로 돌아가 저희 엄마를 만나고 싶어요. 저희 엄마도 너무 불쌍해요.저는 저희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몰라요.어머니, 지금 저를 보고계신다면, 저에게 힘을 좀 주실 수 있나요?”신세희는 하숙민의 무덤 앞에 오전내내 꿇어 앉았고, 점심 시간이 되자 떠났다.패스트푸드점에서 대충 끼니를 떼우고 신세희는 공원에 앉아서 데이터를 킨 다음 구인공고를 보았다.그녀는 건축 디자인 빼고는 다른 특기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학력도 없었고, 심지어 대도시에서
신세희는 앞에 있는 여자를 보고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쪽을 모르는데요!”“너!” 민정연은 하마터면 숨을 못 쉴 뻔했다. “너 눈 안 보여? 왜 날 못 알아봐?”신세희는 이런 여자를 아는체하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남성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됐고, 부소경이 불러서 온 거였다. 그때 그녀가 남성에서 죄 지은 사람이 많아서 그 사람들은 다 그녀가 죽길 바랐고, 며칠 전 그녀는 부소경이 예약한 룸에서 유명한 연예인에게 죄를 지었다.신세희가 미움을 산 사람들은 자신도 셀 수 없었다.그럴바엔 신경쓰지 않았다.빚이 쌓일수록 부담이 적어지고, 머리에 이가 많으면 간지러움에 익숙해지는 원리와 같았다.어차피 부소경과 부씨 집안은 신유리를 인정했고, 신유리를 아끼는 사람이 있다면, 신유리는 위험하지 않고 안전했다. 그럼 신세희는 자신을 미워하는 그 누구도 두렵지 않았다.신세희는 민정연을 보지도 않고 무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왜 이러세요? 제가 못 알아보면 못 알아보는 거지, 연예인이라도 되세요? 죄송해요, 안 그래도 며칠전에 제가 유명한 연예인을 만나긴 했는데 똑같이 못 알아봤거든요.왜냐면 저는 연예인에 관심이 없어서요.그러니가 비키세요. 저 엘리베이터 타야해요!”민정연은 화가 났다. “신세희, 너 연기하지 마!”그리고 그녀는 뒤를 돌아 옆에 가만히 잇는 조의찬을 보았다. “조의찬씨, 죽은 거예요? 전 애인한테 내가 누구라고 말해야죠! 왜 쫄고 있어요!”이제서야 신세희는 여자 뒤에 난감한 얼굴로 숨어있는 조의찬을 보았다.조의찬은 피하지 못 하고 한 발짝 다가가 신세희를 보며 웃었다. “세희씨, 요 며칠 잘 있었어요? 부소경이 어떻게 한 건 아니죠?나한테 부탁한 일은 아직 못 하긴 했는데 걱정 말아요. 소식이 들리면 바로 알려줄게요.”“뭐예요? 조의찬씨 지금 뭐하는 거예요? 내 앞에서 감히 그런 말투로 신세희랑 대화를 나눠요? 나를 약혼녀로 생각하긴 하는 거예요? 나 당신 약혼녀예요! 신세희랑 무슨 비밀을 나누는 거예요? 요즘 얘랑 연
그녀는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었고, 누군가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남성에 온 첫 주부터 임서아에 협박을 받았고, 지금은 이곳에서 민정연에게 조롱을 당했다.신세희한테 도대체 어쩌라는 걸까?“조의찬씨! 얼른 저 여자 뺨 좀 때려 봐요! 신발 벗어서 무섭게 때리란 말이에요! 이 여자 얼굴이다 망가질 때까지요. 그럼 앞으로 뭘 팔아서 도련님한테 돈을 갚을 수 있는지 보자고요! 남자답게 행동 좀 해요! 지금 쟤가 당신 약혼녀를 때렸잖아요!” 민정연은 미친듯이 조의찬에게 소리쳤고 이곳이 공공장소라는 걸 전혀 개의치 않았다.민정연이 막아서 엘리베이터는 이미 올라갔다.신세희는 다시 묵묵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조의찬이 그녀를 때릴지 말지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오히려 조의찬은 민정연의 얼굴을 무섭게 때렸다. “민정연씨! 당신 지금 미쳤어요! 얼른 집으로 가요!”신세희는 벙쪘다. 이 여자가 민정연이라고?고개를 들어보니 정말 민정연이었다.그저 6년전 그녀는 민정연은 만나본 적이 별로 없었다. 겨우 2,3번이었기에 그녀는 민정연의 얼굴을 아예 기억하지 못 했고 이제서야 민정연인 게 생각났다.신세희는 조의찬이 왜 민정연과 만나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았고, 그건 그녀의 관심사도 아니었다.민정연은 먼저 신세희에게 맞고, 또 조의찬에게 맞고 나니 얼굴엔 증오가 가득찬 채 양손으로 얼굴을 잡으며 울먹였다. “조의찬씨, 대단하네요. 날 때리다니. 당신은 내가 이제 어르신의 총애를 못 받으니까, 어르신이 임서아라는 진짜 외손녀가 생겨서 날 아껴주지 않으니 이참에 날 밟아보겠다 이거에요?조의찬씨!딱 기다려요!그리고 신세희 너도 기다려!”말을 한 뒤, 민정연은 울면서 뛰쳐나갔다.남은 조의찬은 신세희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내 약혼녀가 선을 넘었네요.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괜찮아요.” 신세희가 담담하게 말했다.엘리베이터가 마침 도착해 그녀가 타려던 순간, 조의찬이 붙잡았다.“볼 일이 남았나요?” 신세희가 물었다. 그녀는 얼
조의찬은 갑자기 신세희의 손을 잡았다. “세희씨, 날 용서한 거죠? 드디어 날 용서한 거예요?”멀지 않은 곳에서 엄선우는 이 모든 걸 다 보고 있었다.그는 속으로 조의찬을 걱정했다. ‘도련님, 목숨을 빼앗기고 싶으신 건가요? 신이 그 목숨을 지켜주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소경 도련님이 죽이고 싶어하면 그 누구도 지켜줄 수 없어요! 얼른 그 손 내리세요!’한편 신세희는 조의찬의 손길을 벗어나 몇 발자국이나 뒤로 물러난 뒤 또 평온하게 조의찬을 보았다. “조의찬씨, 못 알아들었어요?난 당신이 아니에요!당신은 어떻게 행동해도 C그룹이라는 보호막이 있고,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고, 사촌형이라는 보호막이 있죠.하지만 저는요?한때 당신은 나한테 제일 빛 나는 존재였고, 그 빛을 위해서 나는 평생 아무랑도 못 만나도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나한테 그렇게 더러운 일을 시킬 줄 몰랐죠.그래도 여전히 고맙긴 해요.그 정도 빛을 보게 해줬잖아요.왜냐면 어렸을 때부터 난 비바람만 맞았거든요.그래서 난 당신을 구했어요.우린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조의찬씨. 정말 아무것도 없다고요.예전에 난 혼자였는데 지금은 아이도 있어요. 내가 남성에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 봤잖아요. 민정연은 내 트집을 잡으려 하고, 임서아도 그렇고, 난 남성에서 지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에요.만약 내가 당신 목숨을 구해준 게 정말 고맙다면, 앞으로 날 귀찮게 하지 말아줄래요?만약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고 생각하면, 날 방해하지 말아요. 알겠어요?”신세희는 진지하게 말했다.그녀는 정말 조의찬과 어떻게도 얽히고 싶지 않았다.증오도 없었고, 사랑은 더더욱 없었다.조의찬은 그녀에게 한번 상처를 주었기에 신세희의 마음은 충분히 식었다. 그렇게 더럽고, 변태 같은 일은 정말 그녀의 가치관을 바꿨다. 반대로, 부소경은 6년동안 끊임없이 그녀를 찾았고, 그 이유는 그는 그녀가 자신의 결혼을 깼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부소경은 아무리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