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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신세희도 부소경이 쉽게 허락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가 자조적으로 말했다.

"나도 그냥 해본 소리예요."

건축 디자인은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었다. 절대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자신이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는 법이었다.

부소경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몸을 돌려 놀이방으로 다가갔다. 신세희도 밖에 서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신유리는 블록으로 지은 집 안에서 놀고 있었다.

"비밀번호가 뭐게?"

아이가 부소경에게 물었다.

부소경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모르겠어, 내게 알려줄래?"

그의 진중한 모습에 신이 난 아이가 조잘거렸다.

"비밀번호는 3512788이야."

부소경이 그대로 따라했다.

신유리가 뿌듯하게 말했다.

"정답! 들어와!"

그가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세희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 사람이 정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했던 부소경이란 말인가?

부소경은 허리를 잔뜩 굽혀 비좁은 블록을 파고들려 했지만 덩치가 워낙 큰 탓에 몸을 반쯤 욱여넣자 이내 블록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아빠 나빠!"

무너진 집에서 기어 나온 신유리가 부소경의 코를 콱 꼬집었다.

"아빠 나빠! 아빠가 내 집을 무너뜨렸어!"

"미안."

바닥에 털썩 앉은 부소경이 아이를 달랬다.

"아빠가 다시 지어줄게, 응? 아빠가 원래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예쁘게 지어줄게."

그렇게 말한 부소경이 정말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꼬맹이, 빨간 거."

"여기!"

신유리가 재빨리 블록을 건네주었다.

"이번엔 핑크색으로 줘."

"자, 아빠!"

"좋아. 이젠 창문을 달 차례야."

"아빠 틀렸어. 그 전에 먼저 저쪽 벽을 쌓아야 안 무너진다고."

신유리가 퉁명스럽게 부소경에게 주의를 주었다.

"오, 맞아 맞아. 유리가 아빠보다 더 똑똑하네. 그럼 창문은 일단 보류. 저쪽 벽부터 짓자."

부소경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바라보았다.

신유리도 천진하게 웃었다.

"히히,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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