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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부소경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유리의 성씨는 아버지인 제가 정합니다. 그저 얼굴을 한번 보겠다고 하셨잖아요. 유치원에 갈 시간입니다."

말을 마친 부소경이 신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유리야, 유치원에 갈 시간이야."

신유리가 눈동자를 도르르 굴렸다. 그와 함께 가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엄마의 안 좋은 얘기를 하지 않았던가.

부소경이 딱딱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과했잖아. 넌 태어나서 한 번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니?”

“......”

아이는 영악하고 똑똑했지만 아직 부소경을 당해낼 수 없었다. 자신에게 사과까지 했으니 인정할 건 인정해야 했다.

그를 따라가고 싶지 않았으나 어쩔 수 없었다.

유치원에 도착할 때까지 신유리는 부소경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부소경이 신유리의 손을 잡고 선생님 곁에 데려다주려 했으나 아이는 먼저 유치원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멀리 뛰어가던 신유리가 다시 돌아왔다.

"왜 그러니?"

부소경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끝나고 집에 갈 때 당신을 보고 싶지 않아."

신유리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부소경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래, 문 앞에 나타나지 않으마."

말을 마친 부소경이 떠났다.

오후가 되자 신유리는 신나서 첫 번째로 유치원 정문 앞으로 달려갔다. 악당이 오지 않겠다고 했으니 분명 엄마가 데리러 왔을 터였다.

그러나 유치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엄선우였다.

"흥. 아저씨 싫어."

엄선우의 손에 작은 손을 얹은 신유리가 발을 콩콩 구르며 가지 않으려 했다.

엄선우가 웃으며 말했다.

"공주님, 내가 싫으면 지금 당장 눈앞에서 사라질 수도 있어. 하지만 그러면 누가 운전해서 공주님을 엄마한테 데려다주지?"

”그 사람도 운전할 수 있어."

"누구?"

엄선우가 물었다.

”악당!”

"악당이 누군데?"

엄선우가 웃음을 참으며 되물었다.

"...못된 아빠 말이야."

엄선우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아빠도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서? 사실은 아빠가 보고 싶었던 거야?”

"아니야, 아니라고!”

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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