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891 - Chapter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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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1화

정신이 멀쩡할 때, 유은설은 길거리에 수선집을 차려 다른 사람들의 옷을 수선해 주며 집안 살림에 보탬을 주었다. 제정신이 아닐 때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기를 집에 묶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끌려가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정신병원에 끌려가게 된다면 그녀의 아이들은 엄마를 잃게 된다.아이들은 돌아갈 곳이 사라지게 된다.그래서 유은설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지영명과 심설, 두 남매만이 알고 있었다.지영명의 첫 도둑질이었다. 18살이 되던 해, 그는 진정제를 훔치기 위해 정신병원으로 잠복했다. 황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고, 지영명이 훔친 약은 효과가 탁월했다. 유은설은 그 후로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반년이란 시간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 후, 지영명은 사람이 없는 때를 틈타 엄마가 먹을 약을 훔치기 시작했다.약 때문에 엄마의 정신상태가 많이 호전되기는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모든 건 유은설의 의지력이 강한 것 때문이었다. 마음속에 항상 아이를 생각하고 있는 어미가 어떻게 미쳐버릴 수 있겠는가?유은설이 건강해지자 아이들은 마냥 행복했다.특히 심설이 더 행복해했다. 8살의 여자아이, 마침 엄마가 필요할 나이였다. 심설은 엄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엄마, 나랑 같이 쇼핑 가면 안 돼? 응?”유은설은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히 되지. 엄마 이제 다 나았어. 엄마 이제 옷 가게 차릴 거야. 주문 받아서 직접 만들어서 팔려고. 엄마 이제 돈 엄청 많이 벌 수 있어. 엄마가 꼭 우리 영명이랑 설이 잘 먹고 잘살게 할 거야.”그녀의 말에 심설은 그대로 엄마의 품에 달려들었다. “엄마, 난 엄마가 돈 많이 버는 거 필요 없어. 난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어. 설이랑 같이 있어 줬으면 좋겠어. 엄마, 엄마는 건강하기만 해, 돈은 내가 벌 테니까.”유은설은 그 말이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 주기 위해서 장난으로 한 말인 줄 알았다. 그녀는 몰랐다. 심설은 엄마를 고생시키지 않기 위해서, 엄마의 병이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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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2화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설은 말할 수 없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심설은 홍원이 두려웠고, 심신해가 두려웠다. 사실은 그냥 너무 비굴해서 그런 것이었다.심설은 비굴함에 감히 입을 떼지도 못했다.심설은 의식적으로 아버지인 심지산의 손을 잡았다. 아빠가 자기에게 힘을 나누어 주길 바랬다.심설이 막 심지산의 손을 잡으려는 그때 심신해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네 손이 얼마나 더러운데! 우리 아빠 손 더러워지잖아! 너 대체 누구네 집 애야!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넌 낯선 사람 손도 막 잡아?”“아니… 낯선 사람이 아니야. 이건…”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심지산은 엄청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와 홍원의 사이는 매우 화목했다. 두 사람은 줄곧 생사를 함께했고 7,8년의 노력 끝에 지금의 신분을 갖게 된 것이었다. 이렇게 큰 회사도 갖게 되었고.세 가족은 지금 무척이나 행복했다.심지산은 다른 외부 문제들이 어렵게 찾아온 가정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했다.그래서 사실 마음속으로 화를 삼키고 있었다. 심설이 여기까지 찾아온 사실은 그를 화나게 했다.심설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쳐다보는 것도 당연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안 그래도 기분이 별로인데… 심지산은 조심스럽게 말하는 심설의 말을 듣게 되었다. “이 사람… 우리 아빠야.”“너…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심신해는 순식간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6살이면 아빠가 뭔지, 자매가 뭔지 구분할 수 있는 나이였다. 심신해는 심설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나이도 어린 게! 기껏해봤자 나보다 한, 두 살밖에 안 많아 보이는데, 벌써부터 거짓말하는 거야!”“거짓말한 적 없어.”“난 언니 없어! 우리 엄마 아빠는 나밖에 안 낳았어! 우리 아빠가 어떻게 너네 아빠야!” 심신해는 앞으로 한걸음 성큼 걸어가더니 독하게 심설을 밀어버렸다.“더러운 거지! 당장 우리 아빠 손 놔!”“더러워!”“꺼져!”사실 심신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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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3화

“이게 맞지! 모든 생명은 다 소중한 거야. 모두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이라고! 자, 빨리 언니한테 사과해!”심신해는 바로 심설에게 사과를 했다. “언니, 미안해. 내가 말이 너무 심했지? 그러면 안 됐는데. 언니가 가난하고 불쌍한 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아빠를 언니 아빠라고 부르면 안 되지. 우리 아빠는 나 하나만의 아빠야.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부르게 둘 수 없어. 정 부르고 싶으면 아저씨라고 불러. 그건 허락할게.”“앞으로 우리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지만 않는다면, 나 언니 용서할게. 그러니까 언니도 나 용서해 줘. 응?”“…”그 순간, 심설은 심장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눈물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흘러내리는 눈물때문에 사람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어디로 가야 하지?8살이나 먹었는데도 심설은 태연하게 이 상황을 대처할 수가 없었다. 심설은 너무 무력했다. 아무 방법이 없었다.엄마랑 오빠가 지금 내 옆에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엄마랑 오빠는 내가 돈 받으러 아빠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모르는걸.특히 오빠.오빠는 심설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설아, 너네 아빠가 너한테 돈 주기 싫어하면 앞으로 더 이상 찾아가지 마. 오빠 이제 곧 18살이야. 두 달만 더 있으면 고등학교 졸업이거든? 졸업하자마자 돈 벌어서 설이랑 엄마 먹여 살릴게. 그러니까 두 달만 더 참아. 오빠가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알겠지?”심설은 겉으로만 알겠다고 지영명의 말에 대답했다.심설은 오빠가 학교를 그만두는 걸 원치 않았다. 오빠는 성적이 아주 좋았다.그래서 이렇게 엄마, 오빠 몰래 아빠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으로 먼저 돈 문제로 아빠를 찾아왔는데, 이런 상황이 일어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8살짜리 아이는 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심설의 눈물은 아빠의 동정심을 사지 못했다.심지산은 이마를 짚으로 짜증만 낼 뿐이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심신해를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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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4화

심신해의 모습은 무척이나 순수했다. 땡그란 눈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는 심신해의 모습에는 순수한 귀여움이 있었다.아이의 말에 몇몇 매장 직원들은 분분히 고개를 돌려 심설을 쳐다보았다.심신해보다 키가 좀 더 큰 듯한 여자아이는 거지꼴을 하고 있었다. 머리도 기름지고 몸도 더러웠다. 개인위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이는 사람들에게 역한 기분을 안겨주었다.심설은 겁에 질린 상태로 손가락을 뜯고 있었다. 손톱에는 때가 잔뜩 껴있었다.이 상황을 확인한 직원들은 하나같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심설을 쳐다보았다.직원의 눈빛에 심설은 더욱더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심설은 입술을 깨물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감히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못했다.“아이고! 네 발! 네 신발이 우리 가게를 더럽혔어!” 그때 직원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심설은 뭔가 잘못한 사람처럼 바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나을뻔했다. 심설이 뒷걸음질을 치자 다른 곳도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심설!” 심지산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이 순간, 심지산은 자신의 딸이 너무 싫었다.예의가 뭔지도 모르고!개인위생도 개판이고!신해보다 두 살이나 더 많다는 애가 아는 게 하나도 없어!“가만히 있어!” 심지산은 심설을 나무랐다.그 말에 심설은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직원분들한테 사과해!” 심지산은 또 한 번 명령했다.“…”“사과해!”심설은 겁에 질린 모습으로 직원에게 사과를 했다. “죄… 죄송합니다.”“아줌마, 정말 죄송합니다!”“아줌마… 죄… 죄송합니다.” 심설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심설은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심설은 어릴 때부터 오빠 손에서 자랐다. 심설이 걸음마를 떼자마자 지영명은 심설을 데리고 여기저기 도망을 다녔다. 오늘은 빵을 훔쳐서 먹이고, 내일은 남이 먹다 남긴 음식을 주워다 먹이고…지영명은 남자였다. 그래서인지 개인위생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그 영향 때문인지 심설도 손톱에 때가 껴있는 게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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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5화

“알겠어요! 우리 공주님 마음씨도 착하시지. 거지도 도와주시고, 저희 매장 판매 부진 제품도 팔아주시고. 공주님, 정말 사랑이 넘치세요.” 직원은 심신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보면 볼수록 더 마음에 들었다.심신해도 기쁜 말투로 말했다. “저도 제가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직원은 심신해와 대화를 하면서 매장에서 안 팔리는 제품들을 찾기 시작했다.잠깐 사이에 직원은 옷 몇 벌을 찾아냈다.하지만 아무도 심설의 도와주고 싶어 하지 않았다.그들은 심설더러 혼자 공용화장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심설은 옷을 안고 혼자 공용화장실로 들어갔다. 얼마 뒤, 심설이 돌아왔다.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줄곧 더럽고 못생겨 보였던 8살짜리 아이는 순식간에 깨끗한 얼굴로 나타났다. 손톱에 낀 때도 말끔하게 정리가 돼 있었다. 심설은 대걸레 씻는 싱크대에서 발까지 씻었다. 깨끗한 몰골과 새 옷이 심설을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여자아이는 동생보다 한 뼘이나 더 컸다.비록 동생처럼 공주 같은 얼굴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못생긴 얼굴도 아니었다. 갑자기 깔끔해진 것 때문인지 심설의 모습은 왠지 모르게 심신해보다 더 이뻐 보였다.아마 반전 효과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 같았다.못생긴 모습에서 갑자기 예뻐져서인지, 엄청난 변화가 있는 게 아니었는데도 사람의 눈을 번쩍이기에는 충분했다.심설의 피부는 심신해와 비슷했다. 사실 비슷했다. 두 사람은 아빠를 닮아 피부가 좋았다.게다가 심설의 큰 키와 멍한 듯 겁에 질린 얼굴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약간은 어른스러운 스타일의 옷은 오히려 아이의 몸에 이상한 처량함을 가해주었다.직원들은 그대로 넋이 나가버렸다.누군가는 경악한 말투로 말하기까지 했다. “아이고, 미인이 따로 없네.”“옷이 너무 어두운 게 좀 아쉽네. 신발이랑 옷이랑 같은 색으로 맞췄으면 분명 공주랑 똑같았을 거야. 이 아이한테 우리 매장 모델 시켰으면 아마 손님들도 여럿이나 끌었을걸?”“점장님.” 직원은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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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6화

그 순간, 심설의 마음은 점점 더 아파지기 시작했다.심설은 몇 년 동안 새 신발이라는 걸 신어본 적이 없었다. 방금까지 신고 있던 신발도 오빠가 한참 동안 주시하며, 남이 쓰레기통에 버리기만 기다리며, 그나마 상태가 좋은 신발로 골라 주워 온 것이었다.그렇게 주워 온 신발을 심설은 2년이나 신었다.아빠가 매달마다 생활비를 20만 원씩 보내주긴 했다. 하지만 20만 원으로 한 가족, 세 사람이 먹고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 와중에 오빠는 학교도 다녀야 했고, 또 엄마는 돈을 벌 수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새 신발 살 돈 같은 건 남아있지도 않았다.어쩌다 겨우, 아빠가 처음으로 입을 열어 새 신발과 새 옷을 사준다고 했는데…하지만 결국 새 신발은 동생 때문에 더러워졌다.심설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심지산도 심신해에게 호통을 쳤다. “신해야! 이건 네가 너무 했어!”심신해는 화난 얼굴로 아빠를 쳐다보았다. “흥! 난 아빠 싫어! 왜 다른 사람 편을 들어! 내가 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왜 얘 편들어!”심신해는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이 상황을 지켜보던 홍원은 심지산을 한번 째려보고는 이내 심신해를 따라갔다. “신해야! 신해야!”심지산은 직원을 한번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심설을 쳐다보았다. 그는 손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그냥 지금 입고 있는 것만 결제해 주세요. 다른 건 됐어요. 오늘은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말을 끝낸 후, 심지산은 결제를 했다. 그는 심설을 데리고 백화점을 빠져나갔다.그는 심설에게 옷 두 벌과 신발 하나를 사주었다.심설이 입고 왔던 옷은 이미 버려졌다.심설은 그 옷을 다시 챙겨가고 싶었다. 집에 가서 세탁한 후 갈아입을 옷으로 입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무서운 속도로 심설을 끌고 나갔다. 이렇게 빨리 걸었는데도 두 사람은 홍원과 심신해를 따라잡지 못했다.모녀는 벌써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버렸다.심지산과 심설은 다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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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7화

심설의 말에 심지산은 갑자기 웃었다. “설이는 아빠의 착한 딸이야. 네가 철이 들어서 너무 다행이야. 아빠랑 홍원 아줌마가 결혼했을 때, 네 동생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상태였어. 신해는 아무 잘못이 없어. 신해 머릿속에 아빠는 자기랑 엄마밖에 모르는 사람이거든. 아마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거야. 그래서 아빠가 네 존재를 숨긴 거야.”“그러니까… 신해는 네가 아빠 딸인 걸 몰라. 만약 알게 된다면 분명 엄청 속상해할 거야.”“신해는 설이랑 달라. 넌 태어났을 때부터 신해의 존재를 알고 있었잖아.”“하지만 신해는 나중에 태어난 아이라 너의 존재를 몰라. 신해는… 아무 잘못이 없어. 아빠 말 이해하겠어?”심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해요.”“그래, 우리 착한 딸.”“아빠.” 심설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응, 왜? 뭐 더 부탁할 거 있어? 아빠한테 다 말해. 아빠가 최대한 다 들어줄게.” 심지산은 심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심설은 입술을 깨물었다. “아빠는 절 딸이라고 생각하세요?”그 말에 심지산은 단번에 심설을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바보! 널 딸이라고 생각 안 하면 아빠가 왜 매달 생활비를 20만 원이나 보내주겠어! 왜 너한테 옷을 사주겠어! 넌 아빠 딸이야. 이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정말 바보네!”그 말을 듣자 심설은 환하게 웃었다.너무 따뜻했다.아빠가 이렇게까지 잘해준 적은 없었다.아빠는 새 옷도 사줬고, 새 신발도 사줬다. 아빠는 날 품속으로 끌어안았다.“아빠, 혹시… 20만 원만 더 줄 수 있어요?” 심설은 또 물었다.“당연이 줄 수 있지!” 심지산은 죄책감 때문인지, 바로 20만 원을 꺼내주었다. 그는 돈을 차곡차곡 접어 심설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평소 심지산은 심설의 생활비를 각박하게 통제하고 있었다.심설이 유은설과 지영명이랑 같이 살고 있기 때문이었다. 심지산은 딸을 키울 의무가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전처와 전처가 밖에서 낳아 온 자식까지 부양할 의무는 없었다.심지산은 돈이 차고 넘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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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8화

세 사람은 단란하게 모여있었다.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저 사람들이 진정한 가족이다.심설은 그냥 동냥하는 거지였다.심설은 발걸음을 돌리더니 조용히 자리를 떠나버렸다.심지산이 혼자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을 때, 심설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8살짜리 애는 어떻게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심설은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마침내 공중전화를 찾았고 간곡한 부탁 끝에 겨우 전화 한 통을 걸 수 있었다. 심설은 감히 주머니에 20만 원이 있다는 사실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 뺏어갈까 두려웠다.20만 원은 온 가족의 목숨이었다.심설은 집 아래 슈퍼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빠르게 걸렸다. “아저씨, 죄송한데 우리 오빠 좀 불러주세요.”곧이어 지영명이 전화를 받았다.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하겠다는 심설의 전화에 오빠는 바로 버스를 타고 심설을 데리러 왔다.심설은 오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아빠가 아내와 딸이랑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 본인이 얼마나 속상했는지… 심설은 아빠에게 받은 20만 원을 오빠에게 건네줄 뿐이었다.이 20만 원 덕분에 이번 달 온 가족은 아주 행복할 것이다.지영명은 돈 관리의 달인이었다. 그는 20만 원을 받은 뒤, 그중에서 4만 원을 꺼내 엄마를 데리고 병원으로 갔다. 엄마의 정신 상태는 아주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 집에서 약 챙겨 먹으며 관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4만 원을 더 꺼내 엄마가 먹을 약을 샀다.12만 원은 그들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돈이었다. 유은설의 몸 상태는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그녀는 집 아래 수선집에서 또다시 사람들의 옷을 수선해 주며 집안의 보탬이 되고 있었다. 소매를 달아준다든가, 단추를 달아준다든가 하는 일을 하면서 말이다.그렇게 집에는 매일 몇만 원씩 고정된 수입이 생겼다. 거기다 엄마의 정신상태가 호전이 된 덕분에 아이들은 삼시세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유은설은 가끔씩 설이를 데리고 목욕탕도 가고 미용실에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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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9화

“안… 안녕하세요. 저는… 저는 그냥 오빠 도시락 배달하러 온 건데… 제가 방해가 됐나… 요?” 여자아이는 깜짝 놀랐는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심설은 이렇게 고급진 장소에 온 적이 없었다.심설은 지금 불안에 떨고 있었다.피아니스트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그 곡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그 말에 심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어떤 느낌이 들었어?” 피아니스트는 또 한 번 물었다.다정한 모습에 심설은 피아니스트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피아니스트는 무척이나 다정했다. 심설은 고개를 들더니 용감하게 자기의 생각을 표달했다. “음, 시냇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어요. 엄청… 엄청 편안했어요.”8살짜리 애는 그리 많은 단어를 알고 있지 않았다.하지만 심설의 비유는 무척이나 정확했다.피아니스트가 방금 연주한 곡은 Bandari의 ‘Snow Dream’이었다.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위로 해주는 곡이긴 했다.마치 몸 위에서 시냇물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피아니스트 서서히 몸을 숙였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아이의 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린 친구, 손이 엄청 길고 곧구나. 너처럼 이렇게 가는 손가락은 흔치 않은데.”자신의 손을 칭찬하자, 심설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제 친구들도 부러워해요. 다들 제 손이 엄청 이쁘다고 하더라고요.”“맞아.” 피아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손에는 어떤 일이 어울리는지 알아?”심설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모르겠어요…”“피아노, 음,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대답했다.그 말을 듣자, 심설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피아노라면… 저희 집은 안 돼요. 배울 형편이 되지 못해요.”심설은 줄곧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학원비는 항상 비쌌고, 그들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심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피아니스트를 쳐다보았다. “아저씨! 제 손으로 피아노 말고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요?”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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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0화

지영명은 바로 심설에게 되물었다. “나이도 어리면서 어디 가서 돈을 번다고 그래?”“오빠, 난 손가락이 길어.” 심설은 밑도 끝도 없이 지영명에게 이런 말을 했다.동생의 길고 예쁜 손가락을 보자 지영명은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빠가 돈 많이 벌어서 꼭 너 피아노 학원에 보내줄게. 저 피아노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거 맞지?”지영명은 멀지 않은 곳에 놓여 있는 피아노를 가리켰다.그의 말에 심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심설은 고개를 들어 오빠를 쳐다보았다. “오빠, 나 아빠한테 돈 달라고 말하려고.”심설은 원래 자기의 긴 손가락으로 아빠의 돈을 훔쳐 오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비록 긴 손가락이 왜 소매치기에 제격인지 알지 못했지만, 심설은 고상하게 피아노를 치는 아저씨의 말이 무척이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아저씨는 아는 게 많아 보였다.아저씨가 그렇게 말했으니, 난 분명 돈을 훔칠 수 있을 거야.심설은 지영명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심설은 자기의 긴 손가락을 이용해 아빠의 돈을 훔칠 생각이었다.하지만 심설은 조금 무서웠다. 지영명이 자기를 때릴 것만 같았다. 오빠는 분명 도둑질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게 친아빠의 돈을 훔치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심설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내더니 이내 말을 바꾸었다.그 말에 지영명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는 동생에게 정말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지영명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바보야, 너네 아빠는 널 책임질 의무가 있는 거지, 나랑 우리 엄마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는 건 아니야. 네가 돈 문제로 찾아가면 아마 너네 아빠는 또 나랑 우리 엄마가 널 거기로 등 떠밀었다고 말할 거야. 그러다가 매달 20만 원도 안 주면 어떡해? 괜찮아. 아빠한테 돈 달라고 하지 않아도 돼.”심설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오빠.”어린 심설은 지영명이 싹 비운 도시락통을 챙겨 레스토랑을 떠났다.심설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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