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안녕하세요. 저는… 저는 그냥 오빠 도시락 배달하러 온 건데… 제가 방해가 됐나… 요?” 여자아이는 깜짝 놀랐는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했다.심설은 이렇게 고급진 장소에 온 적이 없었다.심설은 지금 불안에 떨고 있었다.피아니스트는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그 곡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그 말에 심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어떤 느낌이 들었어?” 피아니스트는 또 한 번 물었다.다정한 모습에 심설은 피아니스트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사그라들었다. 피아니스트는 무척이나 다정했다. 심설은 고개를 들더니 용감하게 자기의 생각을 표달했다. “음, 시냇물이 천천히 흘러가는 느낌이었어요. 엄청… 엄청 편안했어요.”8살짜리 애는 그리 많은 단어를 알고 있지 않았다.하지만 심설의 비유는 무척이나 정확했다.피아니스트가 방금 연주한 곡은 Bandari의 ‘Snow Dream’이었다.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고 위로 해주는 곡이긴 했다.마치 몸 위에서 시냇물이 흘러가는 느낌이었다.피아니스트 서서히 몸을 숙였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아이의 손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린 친구, 손이 엄청 길고 곧구나. 너처럼 이렇게 가는 손가락은 흔치 않은데.”자신의 손을 칭찬하자, 심설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 “제 친구들도 부러워해요. 다들 제 손이 엄청 이쁘다고 하더라고요.”“맞아.” 피아니스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손에는 어떤 일이 어울리는지 알아?”심설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모르겠어요…”“피아노, 음, 그리고…” 피아니스트가 대답했다.그 말을 듣자, 심설의 얼굴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피아노라면… 저희 집은 안 돼요. 배울 형편이 되지 못해요.”심설은 줄곧 새로운 취미를 배우고 싶어 했다. 하지만 학원비는 항상 비쌌고, 그들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다.심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피아니스트를 쳐다보았다. “아저씨! 제 손으로 피아노 말고 또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요?”피아니스트
지영명은 바로 심설에게 되물었다. “나이도 어리면서 어디 가서 돈을 번다고 그래?”“오빠, 난 손가락이 길어.” 심설은 밑도 끝도 없이 지영명에게 이런 말을 했다.동생의 길고 예쁜 손가락을 보자 지영명은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빠가 돈 많이 벌어서 꼭 너 피아노 학원에 보내줄게. 저 피아노가 마음에 들어서 그러는 거 맞지?”지영명은 멀지 않은 곳에 놓여 있는 피아노를 가리켰다.그의 말에 심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응.”심설은 고개를 들어 오빠를 쳐다보았다. “오빠, 나 아빠한테 돈 달라고 말하려고.”심설은 원래 자기의 긴 손가락으로 아빠의 돈을 훔쳐 오겠다고 말하려고 했다. 비록 긴 손가락이 왜 소매치기에 제격인지 알지 못했지만, 심설은 고상하게 피아노를 치는 아저씨의 말이 무척이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분명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아저씨는 아는 게 많아 보였다.아저씨가 그렇게 말했으니, 난 분명 돈을 훔칠 수 있을 거야.심설은 지영명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심설은 자기의 긴 손가락을 이용해 아빠의 돈을 훔칠 생각이었다.하지만 심설은 조금 무서웠다. 지영명이 자기를 때릴 것만 같았다. 오빠는 분명 도둑질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설사 그게 친아빠의 돈을 훔치는 것이라고 해도 말이다.심설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삼켜내더니 이내 말을 바꾸었다.그 말에 지영명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그는 동생에게 정말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지영명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바보야, 너네 아빠는 널 책임질 의무가 있는 거지, 나랑 우리 엄마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는 건 아니야. 네가 돈 문제로 찾아가면 아마 너네 아빠는 또 나랑 우리 엄마가 널 거기로 등 떠밀었다고 말할 거야. 그러다가 매달 20만 원도 안 주면 어떡해? 괜찮아. 아빠한테 돈 달라고 하지 않아도 돼.”심설은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오빠.”어린 심설은 지영명이 싹 비운 도시락통을 챙겨 레스토랑을 떠났다.심설은 집
심설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이후, 심설은 다른 사람들이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단지 군침만 흘릴 뿐,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뺏은 적은 없었다.도둑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지영명이 허락할 리가 없었다.만약 도둑질을 했다면, 지영명은 아마 심설의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다.심설은 가는 길 내내, 이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이런 생각과 함께 심설은 집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침대맡에 웅크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엄마, 엄마 왜 그래?” 심설은 엄마에게 달려가 물었다.“설아, 엄마 이제 돈 못 벌어. 엄마 가게가 없어졌어. 이제 설이한테 패딩도 못 사줘. 겨울에 엄청 추울 텐데.”유은설은 신경질적으로 심설을 끌어안았다. 그것도 엄청 세게.가해지는 힘에 심설의 몸에는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하지만 심설은 움직이지 않았다. 반항하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다.심설은 알고 있었다. 엄마가 자기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것을. 병이 다 나아가던 사람이 가게가 없어졌다는 이유 때문에 다시 정신 상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게다가 약도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심설은 유은설이 정신병원에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심설은 아빠만 잃은 게 아니라 엄마도 잃어버리게 된다.심설은 그렇게 한참을 유은설의 품에 안겨있었다.유은설이 피곤함에 잠이 든 후에야 심설은 엄마의 품에서 벗어났다.심설은 아무 말 없이 엄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혼자서 조용히 집을 벗어났다.심설은 일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빠의 별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심설은 심지산의 별장에 몇 번 와 봤었다. 어릴 때는 엄마가 이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두 사람은 항상 멀리서 바라만 봤다. “여기에 아빠를 홀려간 불여시가 살고 있어.”엄마는 항상 별장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나중에는 오빠가 심설을 이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두 사람은 보통 뒤에서 몰래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그래서 수없이 이곳으
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 “…”심지산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그는 심설을 딸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심설이 안타까워도 지금 이 순간, 이 곳에서 심설과의 부녀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3일 전, 심신해의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가 열렸었는데 그 사이에 아이들이 ‘나의 아빠’를 제목으로 글쓰기를 하나 했었다.심신해는 심지산을 엄청나게 칭찬을 했다. 심지산을 엄청 대단하고 엄청 자상한 사람이라고 글을 썼다.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심신해는 글 속에서 몇 번이나 자신이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기가 외동딸이라고, 엄마 아빠가 공주처럼 떠받드는 보물이라고. 게다가 마지막에는 많은 이혼 가정과 재혼 가정의 아이들을 만났었는데 다 불행하게 살고 있었다고 하기까지 했다.심신해는 온전하고 건강한 원래 가정이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친엄마, 친아빠가 이혼한 적 없는 가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심신해는 교실에서 대놓고 절대로 쉽게 이혼하지 말라면서 다른 학부모들에게 말하기까지 했다.심지산은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자기의 엄마 아빠가 재혼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신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절대로 신해가 이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신해는 공부도 잘하고, 사랑도 넘치고, 각 방면에 재능을 보이는 우수한 아이였다. 당당한 공주였다.심지산이 재혼을 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공주님이 알게 해서는 안된다.심지산은 어쩔 수 없이 심설을 불쌍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아무래도 심설이 심신해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더 많았으니까.“거지야.” 심지산이 입을 열었다.그 말에 심설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심설의 눈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눈물은 마치 밤하늘에 별들처럼 심설의 눈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심설의 시야는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심설의 마음은 점점 더 아려오기 시작했다.하지만 심설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아냈다.어린 심설의 마음은 점점 더 견고해졌다. 심설은 꼭 아빠한테서 돈을
심신해도 차갑게 웃었다. “난 너 같은 도우미 필요 없어! 우리 집에 도우미 엄청 많거든! 너 엄청 짜증 나는 거 알아? 당장 꺼져! 난 너 싫어!”“…” 심지산은 아무 말도 없었다.심지산은 마음이 조금 아팠다.둘 다 그의 친 자식이었다. 둘 다 그의 피가 흐르는 핏줄이다.작은 딸은 공주처럼 살고 있었다.그에 비해 큰딸은 도우미를 한다면서 부탁을 하고 있다.심지산의 마음에 형언할 수 없는 씁쓸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큰 딸을 볼 때마다 혐오감이 차올랐다. 심설의 몸에서는 유은설의 모습이 보였다. 시골에 살고, 공짜 좋아하고, 아는 거 없이 무식하고, 보는 눈도 없고, 주눅 든 모습이 유은설과 똑같았다. 게다가 심설의 몸에는 오빠의 그림자도 조금 섞여 있었다.친부인 자신에게 조금은 적대적인 눈빛이었다.갑자기 그해, 심지산이 유은설과 결혼하던 때가 떠올랐다. 5, 6살 남짓한 아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심지산을 노려보고 적대감을 보였다. 한번은 그가 유은설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삽을 들고 지켜보기까지 했다.그때 심지산은 깜짝 놀랐었다.이러한 이유들로 심지산은 지영명이 싫었다.그렇게 점점 유은설도 싫어졌다.심지어 그의 친딸인 심설도 싫었다.특히 큰 딸이 주눅 든 모습으로 쭈굴대고 있을 때, 심지어 염치도 없이 도우미를 시켜달라며 부탁할 때, 그는 정말 이런 말을 퍼붓고 싶었다. “너나, 네 엄마나, 너네 오빠나 다 똑같아! 똑같이 재수 없어!”“재수 없어!”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심지산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심신해가 심설이 자신의 친 언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됐다. 그는 작은 딸의 마음에 그림자를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아이의 어린 시절에는 행복만 가득해야 한다.사람들은 말한다. 행복한 어린 시절이 평생을 치유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은 평생을 쏟아가며 치유해야 한다고.심지산과 홍원은 지식인이었다. 그들은 당연히 이 도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심신해의 자유와 행복을 줄곧
갑작스러운 소리에 심설은 놀라움에 몸을 떨었다.심신해도 즐거운 기분을 거두었다. 심신해는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 “아빠…”아이는 열심히 코를 찡긋거렸다.홍원이 어른이긴 어른이었다. 그녀는 심지산이 왜 화를 낸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실 홍원은 심설이 자기 딸에게 장난감 노릇을 하러 집에 오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다면 심지산의 마음이 무척이나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그녀는 바로 심신해의 행동을 제지했다. “신해야! 아빠 말 들어! 빨리 들어가!”그 말에 심신해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심설을 쳐다보았다.심신해는 심설이 개흉내 내는 걸 정말 보고 싶었다.비록 집에 개를 키우고 있긴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 너무 질렸다. 만약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생긴다면, 그 친구가 매일 개처럼 놀아준다면 얼마나 재밌을까?중요한 건, 심설이 말도 태워준다는 것이었다.심신해는 정말 너무너무 원했다.하지만 심신해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심설은 아빠한테 떼를 쓰지 않는 철이 든 아이였다.심신해는 심설을 쳐다보더니 혀를 내밀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에이…”그리고는 별장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심설은 그렇게 실망한 얼굴은 아니었다.심신해의 마음만 잡는다면 다 된 일이나 다름이 없었다.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심지산의 말투는 단호하고 험악했다. “당장 꺼져!”심신해가 자리에 없자 심설은 고개를 들어 무척이나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아줌마. 저… 다른 뜻은 없어요. 저 아버지한테 돈 달라고 찾아온 거 아니에요. 저… 저는 그냥 신해 동생이 키가 많이 컸길래, 이제는 저랑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해서…”심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홍원을 쳐다보았다. “저 매일 잠깐 놀아주면서 신해 동생 기쁘게 해줄게요… 그 대신 저… 저 신해 동생이 안 입는 옷 좀 주시면 안 될까요?”“저 진짜 말 잘 들을게요…” 말을 이어가던 심설은 그만 심지산의 눈과 마주
홍원은 듣기 싫은 말을 먼저 꺼냈다.심지산은 감격하며 말했다. “원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엄청 착한 사람이라는 걸. 넌 항상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어. 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설이, 원래도 안좋은 옷만 입고 다녔어. 우리 신해가 입던 옷 주면 아마 그 애한테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야. 내가 쫓아가 볼게.”“잠깐만!” 홍원이 또 그를 불러세웠다.“여보, 뭐 더 할 말 있어?”“걔가 말했어요! 여기서 살 생각은 없다고!” 홍원이 차갑게 말했다.그녀는 그 아이가 이곳에 사는 것은 절대로 허락할 수가 없었다. 비록 입는 옷은 전보다 많이 깨끗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홍원은 심설이 더러웠다.심설은 절대로 이곳에 살아서는 안 된다.심지산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문제는 쉽지. 우리 애가 쉬고 싶다고 하면 내가 집으로 데려다… 아니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혼자 집에 가라고 하지 뭐. 낮에는 여기 못 오게 할게. 언제 신해가 집에 오면, 그때 집으로 오라고 할게.”“가봐요!” 홍원은 기분이 좋았다.아이에게 장난감이 생겼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어차피 신해가 입던 옷중 상태가 좋은 건 줄곧 빈민촌에 기부를 하거나, 안 좋은 건 버리고 있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심설에게 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나중에 심설이 새엄마한테 고마워하며 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홍원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심지산은 어둠속으로 들어가 심설을 찾기 시작했다.심설은 비록 어린 아이였지만 걷는 건 무척 빨랐다.날이 어두운 탓인지 심설은 조금 무서워졌다. 엄마도 너무 걱정이 되었다.하지만 심설은 계속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만약 심씨 집안에 성공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엄마 약 살 돈도 생기고 오빠도 자퇴하지 않아도 된다고.그리고…만약 심신해의 비위를 잘 맞춰준다면 자신도 심신해가 입지 않는 예쁜 옷들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어린 심설은 이런 상상에 빠졌다.상상은 아름다
심설은 아빠가 울먹이는 걸 봤다. 가끔은 아빠가 자기를 가여워한다는 걸 심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빠에 대한 감정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심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심지산을 바라보며 “아빠, 볼일이 더 남았어요?”라고 물었다.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빠 앞에서 심설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게됐다.심지산은 심설 앞으로 다가와 “밥은 먹었어?”라고 물었다.“아직 못 먹었어요, 아빠.” 심설이 달갑게 아버지를 불렀다.“가자, 아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아이를 바라보며 심지산이 말했다. “뭐 먹고 싶어. 아빠한테 말해봐.”심설은 얌전히 웃으며 말했다. “전 배만 채우면 돼요.”“얘가!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아빠가 다 사줄게.”“그럼...맥도날드 먹어요 돼요?” 심설이 물었다.“고작 맥도날드야? 당연하지! 우리 오늘 배불리 먹어보자!” 심지산은 심설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로 가서 먹을 것을 잔뜩 시켰다.심지산이 맛있게 먹는 심설을 바라봤다.심지산이 잔소리를 하는 틈을 타 심설은 슬쩍슬쩍 주머니 속으로 치킨을 집어넣었다. 옷에 기름이 묻었지만 괜찮다. 이젠 심신해가 입지 않는 옷들은 심설이 입어도 된다. 심설도 이제부터는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다.심설의 행동을 지켜보던 심지산은 아이를 꾸짖으려다 그만 뒀다. 심설더러 집에 와서 심신해랑 같이 놀라는 말을 해야 했기때문이다.“설아, 아빠도 다 고충이 있어...”“아빠, 저도 알아요. 걱정 마세요. 신해를 영원히 제 동생처럼 대할게요. 신해 원래부터 제 동생이잖아요. 신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 거 저도 다 알아요. 신해 마음이 참 예쁜 아이예요. 우리가 잘 지켜줘야 해요.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동생한테 아빠의 딸이란 거 얘기 안 할게요.아빠랑 홍원아줌마랑 같이 신해동생 잘 지킬게요. ”심설이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심설이 그렇게 말한 건 아빠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심지산은 마음이 뭉클했다.동시에 위안도 받았다.많이 미워했던 딸이였는데 이젠 그리 싫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