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901 - Chapter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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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1화

심설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이후, 심설은 다른 사람들이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단지 군침만 흘릴 뿐,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뺏은 적은 없었다.도둑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지영명이 허락할 리가 없었다.만약 도둑질을 했다면, 지영명은 아마 심설의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다.심설은 가는 길 내내, 이 일을 고민하고 있었다.이런 생각과 함께 심설은 집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침대맡에 웅크리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엄마, 엄마 왜 그래?” 심설은 엄마에게 달려가 물었다.“설아, 엄마 이제 돈 못 벌어. 엄마 가게가 없어졌어. 이제 설이한테 패딩도 못 사줘. 겨울에 엄청 추울 텐데.”유은설은 신경질적으로 심설을 끌어안았다. 그것도 엄청 세게.가해지는 힘에 심설의 몸에는 고통이 밀려오기 시작했다.하지만 심설은 움직이지 않았다. 반항하지도, 도망가지도 않았다.심설은 알고 있었다. 엄마가 자기를 걱정해 주고 있다는 것을. 병이 다 나아가던 사람이 가게가 없어졌다는 이유 때문에 다시 정신 상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게다가 약도 다 떨어져 가고 있었다.심설은 유은설이 정신병원에 가는 걸 원치 않았다. 그렇게 되면 심설은 아빠만 잃은 게 아니라 엄마도 잃어버리게 된다.심설은 그렇게 한참을 유은설의 품에 안겨있었다.유은설이 피곤함에 잠이 든 후에야 심설은 엄마의 품에서 벗어났다.심설은 아무 말 없이 엄마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혼자서 조용히 집을 벗어났다.심설은 일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빠의 별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개도 돌리지 않았다.심설은 심지산의 별장에 몇 번 와 봤었다. 어릴 때는 엄마가 이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두 사람은 항상 멀리서 바라만 봤다. “여기에 아빠를 홀려간 불여시가 살고 있어.”엄마는 항상 별장 앞에 서서 한참 동안 욕설을 퍼부었다.그리고 나중에는 오빠가 심설을 이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두 사람은 보통 뒤에서 몰래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그래서 수없이 이곳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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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2화

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 “…”심지산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그는 심설을 딸이라고 인정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심설이 안타까워도 지금 이 순간, 이 곳에서 심설과의 부녀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었다.3일 전, 심신해의 학교에서 학부모 회의가 열렸었는데 그 사이에 아이들이 ‘나의 아빠’를 제목으로 글쓰기를 하나 했었다.심신해는 심지산을 엄청나게 칭찬을 했다. 심지산을 엄청 대단하고 엄청 자상한 사람이라고 글을 썼다.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심신해는 글 속에서 몇 번이나 자신이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기가 외동딸이라고, 엄마 아빠가 공주처럼 떠받드는 보물이라고. 게다가 마지막에는 많은 이혼 가정과 재혼 가정의 아이들을 만났었는데 다 불행하게 살고 있었다고 하기까지 했다.심신해는 온전하고 건강한 원래 가정이 제일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친엄마, 친아빠가 이혼한 적 없는 가정이 제일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다.심신해는 교실에서 대놓고 절대로 쉽게 이혼하지 말라면서 다른 학부모들에게 말하기까지 했다.심지산은 그런 모습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만약 자기의 엄마 아빠가 재혼이라는 걸 알게 되면 신해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절대로 신해가 이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된다.신해는 공부도 잘하고, 사랑도 넘치고, 각 방면에 재능을 보이는 우수한 아이였다. 당당한 공주였다.심지산이 재혼을 했다는 사실은 절대로 공주님이 알게 해서는 안된다.심지산은 어쩔 수 없이 심설을 불쌍하게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아무래도 심설이 심신해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더 많았으니까.“거지야.” 심지산이 입을 열었다.그 말에 심설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심설의 눈에는 순식간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눈물은 마치 밤하늘에 별들처럼 심설의 눈 속에서 반짝이고 있었고 심설의 시야는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다.심설의 마음은 점점 더 아려오기 시작했다.하지만 심설은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참아냈다.어린 심설의 마음은 점점 더 견고해졌다. 심설은 꼭 아빠한테서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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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3화

심신해도 차갑게 웃었다. “난 너 같은 도우미 필요 없어! 우리 집에 도우미 엄청 많거든! 너 엄청 짜증 나는 거 알아? 당장 꺼져! 난 너 싫어!”“…” 심지산은 아무 말도 없었다.심지산은 마음이 조금 아팠다.둘 다 그의 친 자식이었다. 둘 다 그의 피가 흐르는 핏줄이다.작은 딸은 공주처럼 살고 있었다.그에 비해 큰딸은 도우미를 한다면서 부탁을 하고 있다.심지산의 마음에 형언할 수 없는 씁쓸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큰 딸을 볼 때마다 혐오감이 차올랐다. 심설의 몸에서는 유은설의 모습이 보였다. 시골에 살고, 공짜 좋아하고, 아는 거 없이 무식하고, 보는 눈도 없고, 주눅 든 모습이 유은설과 똑같았다. 게다가 심설의 몸에는 오빠의 그림자도 조금 섞여 있었다.친부인 자신에게 조금은 적대적인 눈빛이었다.갑자기 그해, 심지산이 유은설과 결혼하던 때가 떠올랐다. 5, 6살 남짓한 아이는 아침부터 밤까지 커다란 눈을 부라리며 심지산을 노려보고 적대감을 보였다. 한번은 그가 유은설과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삽을 들고 지켜보기까지 했다.그때 심지산은 깜짝 놀랐었다.이러한 이유들로 심지산은 지영명이 싫었다.그렇게 점점 유은설도 싫어졌다.심지어 그의 친딸인 심설도 싫었다.특히 큰 딸이 주눅 든 모습으로 쭈굴대고 있을 때, 심지어 염치도 없이 도우미를 시켜달라며 부탁할 때, 그는 정말 이런 말을 퍼붓고 싶었다. “너나, 네 엄마나, 너네 오빠나 다 똑같아! 똑같이 재수 없어!”“재수 없어!”하지만 지금 이 순간, 심지산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심신해가 심설이 자신의 친 언니라는 사실을 알게 해서는 안 됐다. 그는 작은 딸의 마음에 그림자를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아이의 어린 시절에는 행복만 가득해야 한다.사람들은 말한다. 행복한 어린 시절이 평생을 치유하고, 불행한 어린 시절은 평생을 쏟아가며 치유해야 한다고.심지산과 홍원은 지식인이었다. 그들은 당연히 이 도리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심신해의 자유와 행복을 줄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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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4화

갑작스러운 소리에 심설은 놀라움에 몸을 떨었다.심신해도 즐거운 기분을 거두었다. 심신해는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 “아빠…”아이는 열심히 코를 찡긋거렸다.홍원이 어른이긴 어른이었다. 그녀는 심지산이 왜 화를 낸 건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사실 홍원은 심설이 자기 딸에게 장난감 노릇을 하러 집에 오는 걸 반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다면 심지산의 마음이 무척이나 불편할 것이라는 것을.그녀는 바로 심신해의 행동을 제지했다. “신해야! 아빠 말 들어! 빨리 들어가!”그 말에 심신해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심설을 쳐다보았다.심신해는 심설이 개흉내 내는 걸 정말 보고 싶었다.비록 집에 개를 키우고 있긴 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다 너무 질렸다. 만약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친구가 생긴다면, 그 친구가 매일 개처럼 놀아준다면 얼마나 재밌을까?중요한 건, 심설이 말도 태워준다는 것이었다.심신해는 정말 너무너무 원했다.하지만 심신해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이였다. 심설은 아빠한테 떼를 쓰지 않는 철이 든 아이였다.심신해는 심설을 쳐다보더니 혀를 내밀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에이…”그리고는 별장안으로 들어갔다.하지만 심설은 그렇게 실망한 얼굴은 아니었다.심신해의 마음만 잡는다면 다 된 일이나 다름이 없었다.심설은 고개를 들어 심지산을 쳐다보았다.심지산의 말투는 단호하고 험악했다. “당장 꺼져!”심신해가 자리에 없자 심설은 고개를 들어 무척이나 간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버지, 아줌마. 저… 다른 뜻은 없어요. 저 아버지한테 돈 달라고 찾아온 거 아니에요. 저… 저는 그냥 신해 동생이 키가 많이 컸길래, 이제는 저랑 비슷해지지 않았을까 해서…”심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홍원을 쳐다보았다. “저 매일 잠깐 놀아주면서 신해 동생 기쁘게 해줄게요… 그 대신 저… 저 신해 동생이 안 입는 옷 좀 주시면 안 될까요?”“저 진짜 말 잘 들을게요…” 말을 이어가던 심설은 그만 심지산의 눈과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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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5화

홍원은 듣기 싫은 말을 먼저 꺼냈다.심지산은 감격하며 말했다. “원아,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네가 엄청 착한 사람이라는 걸. 넌 항상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어. 걱정하지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설이, 원래도 안좋은 옷만 입고 다녔어. 우리 신해가 입던 옷 주면 아마 그 애한테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야. 내가 쫓아가 볼게.”“잠깐만!” 홍원이 또 그를 불러세웠다.“여보, 뭐 더 할 말 있어?”“걔가 말했어요! 여기서 살 생각은 없다고!” 홍원이 차갑게 말했다.그녀는 그 아이가 이곳에 사는 것은 절대로 허락할 수가 없었다. 비록 입는 옷은 전보다 많이 깨끗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홍원은 심설이 더러웠다.심설은 절대로 이곳에 살아서는 안 된다.심지산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문제는 쉽지. 우리 애가 쉬고 싶다고 하면 내가 집으로 데려다… 아니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줄게. 혼자 집에 가라고 하지 뭐. 낮에는 여기 못 오게 할게. 언제 신해가 집에 오면, 그때 집으로 오라고 할게.”“가봐요!” 홍원은 기분이 좋았다.아이에게 장난감이 생겼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그녀는 좋은 사람이 되었다.어차피 신해가 입던 옷중 상태가 좋은 건 줄곧 빈민촌에 기부를 하거나, 안 좋은 건 버리고 있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심설에게 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나중에 심설이 새엄마한테 고마워하며 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홍원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들어갔다.심지산은 어둠속으로 들어가 심설을 찾기 시작했다.심설은 비록 어린 아이였지만 걷는 건 무척 빨랐다.날이 어두운 탓인지 심설은 조금 무서워졌다. 엄마도 너무 걱정이 되었다.하지만 심설은 계속 자신에게 말하고 있었다. 만약 심씨 집안에 성공적으로 들어가게 되면 엄마 약 살 돈도 생기고 오빠도 자퇴하지 않아도 된다고.그리고…만약 심신해의 비위를 잘 맞춰준다면 자신도 심신해가 입지 않는 예쁜 옷들을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어린 심설은 이런 상상에 빠졌다.상상은 아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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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6화

심설은 아빠가 울먹이는 걸 봤다. 가끔은 아빠가 자기를 가여워한다는 걸 심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아빠에 대한 감정은 눈곱만큼도 없었다.심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심지산을 바라보며 “아빠, 볼일이 더 남았어요?”라고 물었다.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아빠 앞에서 심설은 자신의 감정을 감추게됐다.심지산은 심설 앞으로 다가와 “밥은 먹었어?”라고 물었다.“아직 못 먹었어요, 아빠.” 심설이 달갑게 아버지를 불렀다.“가자, 아빠가 맛있는 거 사줄게!” 아이를 바라보며 심지산이 말했다. “뭐 먹고 싶어. 아빠한테 말해봐.”심설은 얌전히 웃으며 말했다. “전 배만 채우면 돼요.”“얘가!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아빠가 다 사줄게.”“그럼...맥도날드 먹어요 돼요?” 심설이 물었다.“고작 맥도날드야? 당연하지! 우리 오늘 배불리 먹어보자!” 심지산은 심설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맥도날드로 가서 먹을 것을 잔뜩 시켰다.심지산이 맛있게 먹는 심설을 바라봤다.심지산이 잔소리를 하는 틈을 타 심설은 슬쩍슬쩍 주머니 속으로 치킨을 집어넣었다. 옷에 기름이 묻었지만 괜찮다. 이젠 심신해가 입지 않는 옷들은 심설이 입어도 된다. 심설도 이제부터는 예쁜 옷을 입을 수 있다.심설의 행동을 지켜보던 심지산은 아이를 꾸짖으려다 그만 뒀다. 심설더러 집에 와서 심신해랑 같이 놀라는 말을 해야 했기때문이다.“설아, 아빠도 다 고충이 있어...”“아빠, 저도 알아요. 걱정 마세요. 신해를 영원히 제 동생처럼 대할게요. 신해 원래부터 제 동생이잖아요. 신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몰라서 그러는 거 저도 다 알아요. 신해 마음이 참 예쁜 아이예요. 우리가 잘 지켜줘야 해요.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동생한테 아빠의 딸이란 거 얘기 안 할게요.아빠랑 홍원아줌마랑 같이 신해동생 잘 지킬게요. ”심설이 진심 어린 말투로 말했다.심설이 그렇게 말한 건 아빠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이기도 하다.심지산은 마음이 뭉클했다.동시에 위안도 받았다.많이 미워했던 딸이였는데 이젠 그리 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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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7화

심지산과 헤어진 심설은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심설은 길가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는 오빠와 엄마를 보았다.버스에서 내리는 심설을 보자 멀리 서 있던 지영명이 재빨리 심설에게로 달려갔다.유은설이 뒤에서 소리 질렀다. “영명아, 때리지 마, 동생 때리지 마...”“엄마! 상관하지 마! 이런 짓을 했는데도 안 때리면 더 과분한 일도 할 거야! 집에서 엄마랑 같이 안 있어 주고 지금까지 놀다 와? 집에 어른들이 얼마나 걱정하는 지도 모르고, 내가 저 애 다리를 문질러 버려야지!”지영명은 그렇게 소리치며 심설 앞으로 다가가 발로 차주려했다.“오빠! 봐봐!” 심설은 오빠를 피하지 않고 주머니 속에서 황금빛 치킨을 꺼내 오빠에게 보여줬다.지영명 “...”“오빠, 주머니에 더 있어. 오빠랑 엄마, 오늘 실컷 먹을 수 있어. 치킨부터 먼저 먹고. 배부르면 그때 나 혼내 주면 안될까?” 심설이 물었다.지영명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가자! 오빠랑 집에 가자!” 지영명이 말했다.“응!” 심설은 웃으며 지영명 뒤를 따라갔다.심설이 추워서 오돌오돌 떠든 것을 본 지영명은 자기의 외투를 벗어 동생을 감싸주었다. 세 가족은 서로를 부축하며 셋집으로 향했다.그날 저녁, 맛있게 치킨을 먹는 오빠와 엄마를 보며 심설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왠지는 모르겠는데. 심지산이 굳이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찾아왔어. 돈 안 내고 먹는 건데 안 먹을 리 없잖아. 그래서 따라가서 밥 먹고 이제 돌아왔어.” 심설이 오빠랑 엄마한테 어떻게 된 건지 설명했다.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는 않았다.말을 하면 오빠랑 엄마는 무조건 아버지 집에 못 가게 할 거니까.학교 끝나고 조금만 놀다 오는 것 뿐이다.매일 아버지 집에 놀러만 가는 건데 엄마 치료비에 오빠 학비까지 해결이 되고 예쁜 옷까지 입을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좋은가.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그날 저녁, 심설은 아주 예쁜 꿈을 꾸었다.꿈에서 깨어난 심설은 온종일 정신이 다른 데 팔려있었고 학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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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8화

심설은 심신해가 이렇게 빨리 놀이를 시작할지 몰랐다.어제 심설이 강아지처럼 짖을 줄 안다고 말했다. 심신해는 오늘 바로 심설한테 강아지가 되어달라고 시켰다.강렬한 굴욕감에 심설은 눈물이 핑 돌았다.심설도 알고 있었다. 이 집에 남기 위해 어제 별의별 굴욕스러운 말을 다 해버렸다. 아무리 듣기 싫은 말이어도 자기가 한 말이니 마음이 괴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개 취급을 당하니 심설은 마음이 칼에 베인 듯 아팠다.둘 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는데 동생과의 차이는 왜 이리도 큰 걸까?심설은 새 옷 한 벌도 없이 자랐고 맥도날드를 한 번 먹어보지 못했다. 심지어 개 흉내를 내야 남이 버린 옷을 주워 입을 수 있었다.반면 심신해는 어떤가?심설은 심신해의 눈을 바라봤다. 심신해의 눈빛은 무엇보다 순결하고 밝고 천진난만했다. 눈빛에는 아이의 천진함이 가득했다. 절대 심성이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심신해는 이기적인 아이였을 뿐이다. “왜 쳐다봐? 강아지처럼 짖을 수 있다며? 언니, 나 이제 언니 거지 취급 안 할게. 엄마가 말해줬어. 내가 입었던 옷 입고 싶은 거라며? 그래, 다 줄게.” 심신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심설을 바라봤다.“난 언니가 강아지처럼 짖는 게 보고 싶을 뿐이야.”“보고 싶어, 사람이 어떻게 강아지가 되는 건지. 사람이 강아지 흉내 내는 게 예쁜지, 아니면 강아지가 강아지인 게 더 예쁜건지. 언니, 강아지가 되면 강아지 밥도 먹는 거야?”심신해는 나쁜 마음을 먹고 묻는 게 아니였다. 하지만 끝이 없는 물음에 심설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심신해는 전혀 심설을 골탕 먹이려는 마음이 없다.그냥 궁금한 거였다.그렇지만 심설은 마음이 더 상했다.심설은 씁쓸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비굴하게 말했다. “미안한데 공주님. 나...난 사람이어서, 그래서...개 밥은 안 먹어.”“아, 그럼 재미 없어지는데.” 심신해는 갑자기 시무룩해졌다.심신해는 울적해졌다.심신해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렇다면 언니는 성실한 아이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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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9화

심설은 심지산의 모든 것을 훔치고 싶었다.바닥에 엎드핀 심설은 티베탄 마스티브가 입었던 옷을 입고 목줄을 찼다. 그 모습을 본 심신해는 무척 기뻐했다.공주님같은 심신해는 강아지를 산책시키듯 심설을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집에는 심신해의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심신해는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한 시간 정도 놀고 나니 지쳐버렸다.심신해는 발로 심설을 차며 말했다. “강아지야, 너도 좀 쉬어. 나는 아주 착한 주인이거든. 나 이제 밥 먹으러 갈 건데 너도 뭐 좀 먹을래?”그 말을 들은 심설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심설이 고개를 저으며 허리를 굽혀 말했다. “공주님, 여기 오기 전에 먹어서 배는 안 고파. 나...새 옷 입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데. 나 주려고 찾아둔 옷, 그 옷들 어디에 뒀는지 알려줄래?”심설은 머뭇거리다 웃으며 말했다. “공주님, 너 밥 먹을 때 네가 준 옷 입어봐도 될까?”심설은 심신해가 "윗층 내 방에 있어”라고 알려줄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심설은 생각지 못한 답을 들었다. “엄마가 옷 치워서 다 마당 밖에 창고 옆에 갔다 놓았어. 가져가.” 마당 밖, 창고 옆이라고?거기는 분명 잡동사니와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다.심설은 적잖게 실망했다.찾아보려 했지만 집안에는 귀중한 물건이 전혀 없었다. 오늘은 틀려먹었다. 하지만 앞으로 기회가 많다고 생각하니 괜찮았다.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오기로 결심했다.심설은 바로 기대된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 나 옷 보러 가도 되지?”심신해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빨리 가 봐!”심설은 재빨리 집에서 나와 잡화실로 달려갔다. 안에는 큰 옷 보따리가 놓여있었다. 높이가 족히 사람 키 절반은 되어 보였다.심설은 보따리를 풀고 옷을 골라보았다. 보따리 속에는 온통 좋은 옷이었다.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열몇 살 먹은 아이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물건들이었다. 예쁜 게 싫은 여자아이가 어디에 있는가?심설은 구석에 앉아 기분 좋게 옷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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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10화

심설은 갑작스러운 사랑에 뭐라고 해야 할지 몰랐다.심설은 상상조차 못 했다는 얼굴로 심지산에게 말했다. “아빠, 뭐라고 하셨어요?”심지산이 말했다. “집에 가지 말로 오늘은 아빠 집에 있으라고. 여기, 네 집이기도 하잖아. 아빠가 가정부 아줌마한테 네 방 치워달라고 할게. 어때?”심설 “...”심설은 아버지가 이렇게 말해줄지 생각지도 못했다.심설은 오랫동안 아버지를 멀리 해 왔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거의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심설은 눈물을 쏟았다. 심설이 울먹이면서 말했다. “아빠, 저도 아빠랑 친하게 지내고 싶었어요.”그 말을 들은 심지산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빠도 알아...”심설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아빠. 그런데 오늘은 여기 남을 수 없어요. 집에 가서 엄마 돌봐야 해요. 엄마 머리가 좀 아파서 내가 돌봐줘야해요. 아빠, 홍원아줌마, 새 옷 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감사드려요. 오늘은 먼저 가볼게요. 내일 일찍 와서 신해 동생이랑 놀아줄게요.”사실 도둑질을 하려고 일찍 오려는 것이었다.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조금 좋아졌지만, 도둑질은 포기하지 않았다.심설은 설사 아버지가 자기를 받아준다고 해도 절대 엄마랑 오빠까지 먹여 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도둑질을 포기할 수 없었다.심설은 홍원이 찾아준, 심신해가 버린 옷들을 짊어지고 도망치듯 심지산의 집에서 나왔다. 작은 몸으로 큰 옷 보따리를 멘 심설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뒤뚱거렸다.“불쌍해요?” 홍원이 물었다.심지산은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심설이랑 아무 관계 없으니까 아무렇지 않겠지! 하지만 심설, 내 딸이야! 그리고 그 노인네가 맘에 들어 하는 건 신해지 설이가 아니라고!”홍원은 심지산의 목을 조였다. 홍원의 손가락이 심지산의 살을 파고들었다. “심지산, 똑바로 들어! 난 내 청춘을 전부 너한테 바쳤어! 너한테 바라는 것도 얻은 것도 없어! 나, 신해밖에 없어! 난 딸 하나가 전부라고! 신해를 다치게 하는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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