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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8화

심설은 심신해가 이렇게 빨리 놀이를 시작할지 몰랐다.

어제 심설이 강아지처럼 짖을 줄 안다고 말했다. 심신해는 오늘 바로 심설한테 강아지가 되어달라고 시켰다.

강렬한 굴욕감에 심설은 눈물이 핑 돌았다.

심설도 알고 있었다. 이 집에 남기 위해 어제 별의별 굴욕스러운 말을 다 해버렸다. 아무리 듣기 싫은 말이어도 자기가 한 말이니 마음이 괴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말 개 취급을 당하니 심설은 마음이 칼에 베인 듯 아팠다.

둘 다 아버지의 딸로 태어났는데 동생과의 차이는 왜 이리도 큰 걸까?

심설은 새 옷 한 벌도 없이 자랐고 맥도날드를 한 번 먹어보지 못했다. 심지어 개 흉내를 내야 남이 버린 옷을 주워 입을 수 있었다.

반면 심신해는 어떤가?

심설은 심신해의 눈을 바라봤다. 심신해의 눈빛은 무엇보다 순결하고 밝고 천진난만했다. 눈빛에는 아이의 천진함이 가득했다. 절대 심성이 나쁜 아이가 아니었다.

심신해는 이기적인 아이였을 뿐이다.

“왜 쳐다봐? 강아지처럼 짖을 수 있다며? 언니, 나 이제 언니 거지 취급 안 할게. 엄마가 말해줬어. 내가 입었던 옷 입고 싶은 거라며? 그래, 다 줄게.” 심신해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심설을 바라봤다.

“난 언니가 강아지처럼 짖는 게 보고 싶을 뿐이야.”

“보고 싶어, 사람이 어떻게 강아지가 되는 건지. 사람이 강아지 흉내 내는 게 예쁜지, 아니면 강아지가 강아지인 게 더 예쁜건지. 언니, 강아지가 되면 강아지 밥도 먹는 거야?”

심신해는 나쁜 마음을 먹고 묻는 게 아니였다. 하지만 끝이 없는 물음에 심설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심신해는 전혀 심설을 골탕 먹이려는 마음이 없다.

그냥 궁금한 거였다.

그렇지만 심설은 마음이 더 상했다.

심설은 씁쓸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비굴하게 말했다. “미안한데 공주님. 나...난 사람이어서, 그래서...개 밥은 안 먹어.”

“아, 그럼 재미 없어지는데.” 심신해는 갑자기 시무룩해졌다.

심신해는 울적해졌다.

심신해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그렇다면 언니는 성실한 아이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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