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명은 어리둥절해서 심설을 바라봤다. “너, 이게 다 뭐야?”심설은 가방을 풀며 말했다. “오빠, 봐봐.”가방 안에는 번쩍이는 금은보화가 가득했다.지영명은 문득 뭔가 생각이 난 듯 말했다. “설아! 오빠한테 말해봐, 너 밖에서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심설은 웃으며 말했다. “오빠, 내가 나쁜 일을 해봤자 무슨 일을 저지를 수 있겠어? 내 나이에 금은방이라도 털었겠어?”지영명은 심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동생은 아직 어린애였다.지영명이 다소 평온해진 말투로 다시 물었다. “그럼 너 어디서 이런 걸 가져온 거야? 이거 다 진짜야? 장난감이지?”심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 아빠가...그러니까 심지산이 준 거야. 심지산이...”심설은 말을 끝까지 하지 못했다.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몸을 떨고 있는 엄마를 봤다. “영명아, 영명아, 그 죽일 놈이 네 동생 뺏어가지 못하게, 제발 뺏어가지 못하게 막아. 엄마 말 들어. 엄마 안 미쳤어.엄마 정신병자 아니라고, 아들, 엄마 믿지?그 남자가 엄마랑 이혼할 때, 네 동생 아직 분유 먹는 아기였어. 엄마가 네 동생 분유 사먹여야한다고 양육비 조금만 더 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아니면 아이를 데려가서 키워도 된다고 했는데, 그래야 네 동생 고생 덜 하니까...그런데 그 남자 뭐라고 했는지 알아?싫대!심설 데려가면 그 여자랑 둘이 사는 데 영향받는다고 네 동생이 싫대. 그 여자랑 자기들 자식 낳고 살 텐데 설이 데려가면 말이 안 된다고.”유은설은 울먹이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때 아이랑 헤어지고. 그렇게 어린 핏덩이 같은 자식을 버려놓고 이제 와서 갑자기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무조건 뭔 수작이 있는 거야.”“그리고 영명아, 엄마가 며칠 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심지산 그 죽일 놈의 회사가 상장하려다 실패했대. 그래서 이런저런 빚을 많이 져 회사가 당장 파산할지도 모르는데, 그럼 이젠 돈도 빠듯할텐데 왜 지금 설이를 데려가겠다는 거야?”
“이거 원래부터 다 내가 받아야 하는 거였어!이거 있으면 우리 돈이 생기잖아. 그럼 옆집 할머니 병원비도 내고 엄마 약고 살 수 있어.돌려주면 우리 돈도 없는데 뭘로 병원비를 내줘!그러다 그 사람들 우리 고소해버리면 엄마 진짜 정신병원 들어간다고!”지영명은 발걸음을 멈췄다.동생 말이 맞았다. 그 돈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지영명은 심설이 가져온 물건 중에서 여자 손목시계를 하나 빼 옆집 할머니 가족에게 건네며 물었다. “이거면 충분할까요?”줄곧 가난하게 살아온 18살 소년은 그 시계가 3000만원이 넘는지 몰랐다.시계를 받은 사람이 물었다.“설아, 이거 네 아버지가 준 거 맞지?”심설은 잠시 멍해졌다.그리고 바로 평정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그래! 그래! 그럼 이 시계 받고 서로 퉁치는 거다. 우리도 다시는 너희들 안 찾을게.” 옆집 할머니의 가족들은 상냥한 척하며 말했다. 지영명과 심설은 바로 심지산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이 값비싸다는 걸 알아챘다. 남매는 몹시 흥분했다.그날 저녁, 세 식구는 침대에 앉아 찬찬히 심설이 가져온 물건들을 살펴봤다. 심설은 예쁜 것들을 골라 엄마의 목에 걸어주기도 했다.“엄마, 엄마 예쁘네, 이 목걸이 하니까 너무 예쁘잖아.”“엄마, 이 귀걸이도 해봐, 하고 우리 보여줘.”남매는 엄마가 누구보다 예뻐 보였다.특히 심설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오늘 심지산 집에 누구도 없었으니 누구도 심설이 이 물건들을 훔쳤다는 걸 모를 것이다. 어린애가 이 많은 걸 훔쳤다고 누가 생각이나 할까?음.피아노 치는 사람이 한 말이 맞았다.심설.그는 심설이 도둑질에 소질 있다고 했다. 손가락이 긴 사람은 다 도둑질해도 된다고 했다.그날 저녁 심설은 엄마의 품에서 잠이 들었다. 심설은 꿈도 꾸었다.심신해와 똑같은 옷을 입고 엄마, 아버지의 손을 잡고 춤과 피아노를 배우러 가는 꿈. 다만 아버지는 심지산이고 엄마는 홍원이 아닌 유은설이었다.그다음 날이 마침 토요일이라 심설은 학교에 가지 않았고
심설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일 없는 척했다. “저, 저 몰라요. 어떻게 오셨어요?”홍원은 입꼬리를 올리며 코웃음을 지었다. “심설, 너희 집에 들어가서 네 엄마랑 얘기할까, 아니면 나랑 나가서 얘기할까?”심설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난 어디도 안 갈 거에요. 홍원아줌마, 빨리 돌아가세요. 출근 안 하세요?”“안 해! 내 딸 신해가 다쳐서 지금 병원에 누워있어! 그리고 우리집에 도둑이 들었더구나! 누가 1억이 넘는 물건을 뺏어갔어!” 홍원은 일부러 “뺏어갔다”고 강조했다. “천한 것! 너 뺏어갔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도둑보다 더 엄한 벌을 받는 거야! 사형이라고!”“아니...난 아니에요! 나 죽고 싶지 않아요, 엉엉엉...” 심설은 놀라서 울음을 터뜨렸다.그럼에도 그는 소리 내서 울 수 없었다.엄마를 깨우기 싫었다. 엄마가 오랜만에 잠을 잘 자고 있었다.심설은 목소리를 낮추고 울먹이며 홍원에게 빌었다. “홍원아줌마, 우리...우리 나가서 얘기해요. 어디든 제가 따라갈게요. 네?”홍원은 코웃음을 지으며 병아리를 잡듯 심설의 뒷뒷덜미를 꽉 잡고 밖으로 걸어갔다.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심설은 얼굴이 붉어졌고 기침을 했다.홍원은 화가 나서 모질게 말했다. “양심도 없는 것! 천한 자식! 우리가 널 얼마나 동정했는데. 남편더러 너한테 잘해주라고 타일렀다고! 내 딸은 또 얼마나 널 가여워했어? 자기가 안 입는 옷들 다 너한테 주고! 우리가 너한테 뭘 그렇게 잘못한 거야? 넌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개랑 다를 게 없어!너 개 보다도 못 해!개도 주인한테 고마워워할줄은 알아!그런데 너는?”홍원은 심설을 심가 집안에서 거둬 키우는 유기견 취급했다. 심설은 그의 말이 너무 와닿았다.홍원은 너무 억울했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심설이라는 유기견에게 선심을 베풀고 마음까지 줘버렸는데, 예쁘게 입으라고 직접 옷도 맞춰주고 더러운 옷차림으로 집에 들어오는 것도 허락했다.홍원보다 더 천사 같은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하지만 홍원이 얻은 건 무엇인가?
심지산이 근처에 세워놓은 차에서 내렸다.홍원 발 밑에 밟혀있는 심설을 보고도 심지산은 조금도 딸을 동정하지 않았다.심지산을 본 심설은 눈물이 쏟아져나왔다. “아빠...”어제까지만해도 아버지는 밥을 사주겠다고, 양육권까지 다시 돌려받겠다고 했다. 아버지가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아버지가 왜 갑자기 이렇게 변했을까?심지산은 싫어하는 눈빛으로 심설을 쳐다보더니 그를 차버렸다. “어린 년이! 이렇게 독할 줄이야! 동생을 그렇게 놀라게 해?”“아니...아니에요.”심설의 말을 듣자마자 홍원은 바로 엎드려 있는 심설을 일으켜 세워 아주 세게 아이의 뺨을 때렸다. 심설의 이가 흔들렸다.“변! 명! 을! 해!” 홍원은 화가 치밀었다.“심설! 이 멍청한 것! 우리 가족을 속이려는 생각만 하고, 우리가 속아주니까 다시 집에 가서 도둑질이나 해? 하지만 네가 생각하지 못한 게 있어. 집 구석구석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고!”심설 “...”심설은 카메라가 뭔지 잘 알고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공공장소에만 설치되어 있는게 아닌가?심지산 집에도...“카메라에 똑똑히 찍혔어. 네가 내 물건 도둑질하는 거, 우리 신해를 겁주고 계단까지 쫓아가는거, 다 똑똑히 찍혔다고. 우리 신해, 계단에서 굴러떨어져서 아직도 못 깨어나고 있어!”심설 “...”마음이 얼어붙었다.도둑질하는 게 다 찍힐 줄은 죽어도 생각하지 못했다.어떻게?어떻게?오빠가 알면 오빠한테 죽도록 맞을 거다.“천한 년! 동생을 다치게 하고 내 목걸이를 훔친걸로 모자라 가방을 들고 다시 내 집으로 돌아와? 네 가방에 든 거 다 합치면 1억이 넘는다고. 네가 가져간 내 부쉐론 콘스탄틴 시계, 그 시계가 삼사천은 한다고!”심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자기가 훔친 게 그렇게 값비싼 물건들인인지 몰랐다.삼사천만원, 그게 얼마일까?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인가?심설은 엄마가 삼사천이면 근교에 자그마한 집 한 채는 살 수 있다고 했던 게 생각났다.집 한 채라니!온 가족이 바라는 작은 집 한 채
10살 난 아이가 어떻게 어른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어른들의 세계를 알 수 있을까?심설은 홍원아줌마한테 얻어맞거나 심지산 집에서 매일 강아지처럼 짖어주는 게 다일거라 생각했다.아니면 매일 바닥에 엎드려 심신해에게 말을 태워주고, 거지 소리듣기나 하겠지?괜찮다!다 괜찮다!심설은 다 견뎌낼 수 있었다.감옥만 피하면 다 괜찮았다.감옥만은 가기 싫었다. 자기보다는 엄마 걱정이 돼서 심설은 죽도록 무서웠다.감옥에 들어가면 옆집 사람들은 엄마를 더 괴롭힐 거다. 아이 교육을 잘못 시켰다고, 딸이 도둑놈이라고 엄마를 더 욕을 할테고 그러면 엄마는 더 많이 아플 것이다.감옥에 들어가면 누가 엄마를 돌봐주겠는가?오빠는 일하러 나가야 한다.안돼!심설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홍원아줌마, 말해주세요. 제발 저를 감옥에 보내주지 말아요. 뭐든 다 들어줄게요. 나...다른 사람한테 내가 물건을 훔쳤다고 얘기 말아주세요. 친구들이 나를 도둑놈이라고 부르는 게 싫어요. 너무 무서워요...”친구들 앞에서도 심설은 열등감을 느꼈다.아버지가 없는 데다 엄마는 정신병자라고 친구들은 심설과 어울리지 않고 슬슬 피해 다녔다. 심설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도 더 열심히 했고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반 청소도 자주 맡아서 하곤 했다.그래도 친구들은 심설을 받아주지 않았다.괜찮았다. 심설은 언젠가는 친구들이 자기의 성의, 착한 마음과 노력을 인정해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만약 친구들이 자기가 도둑인 걸 알면, 감옥에 가야 한다면 죽는 것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아이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홍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홍원아줌마, 말해봐요. 뭐든 다 들어준다고요.”홍원은 여전히 웃음을 짓고 있었다.여유로운 웃음이였다.홍원은 그만 웃고 심지산을 바라봤다. “여보, 봤죠? 우리가 강요한 게 아니고 애가 혼자 그렇게 말한 거에요. 뭐든 다 좋대요.”심지산은 심설을 쏘아보며 앞으로 다가가 아이를 세게 걷어찼다. “네 엄마랑 똑 닮았어! 천한 년!”
“아니야! 오지 마, 내 아빠 뺏어가지마...아빠, 나 구해줘. 엄마, 아빠, 빨리 와. 이 거지 완전 악마야. 내 엄마 아빠를 뺏어가려고 해.엉엉엉...”아이가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그런 심신해의 모습을 본 심지산과 홍원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홍원은 당장이라도 심설을 죽이고 싶었다.심지산 홍원 부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 심신해에게 진정제를 맞히고 잠이 들기를 기다렸다 둘은 바로 집으로 달려가 카메라를 확인했다.아무것도 모를 때는 괜찮았다. 하지만 카메라를 확인하고 나니 홍원은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홍원이 심지산을 가리키며 욕을 퍼부었다. “심지산, 너 이 개자식! 이게 네 딸이야! 네 보배 딸! 다들 집안 도둑 막기 어렵다더니 틀린 말이 아니었어. 어디 도둑놈뿐이야?걔, 완전 우리 집안 망치려고 들어온 거야!내 딸 죽이려고 온 거라고!내 딸 죽이러 왔어!”홍원은 심지산에게 달려들며 심지산을 쳤다. “우리가 그렇게 잘해줬는데. 어린 애가 어떻게 이렇게 독한 짓을 해? 너무 독하다고, 너무 독해! 죽으라 그래!”“내가 걔 죽일 거야!”심지산은 아무 말도 없었다.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심설도 자기의 친딸이다.어디 홍원만 심설을 죽이고 싶었는가? 카메라를 통해 홍원 목걸이를 훔치고, 악독하게 심신해에게 자기도 심지산 딸이라는 걸 밝히면서 심신해를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만든 걸 본 심지산도 심설을 죽이고 싶었다. 뼛가루도 남겨주고 싶지 않았다.그들은 그 아이가 겁도 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집에 있던 비싼 물건들을 다 훔쳐서 당당하게 집을 나서는 걸 봤다.심지산은 너무 화가 나 피까지 토했다.부부가 치를 떨며 심설을 죽이려고 할 때 심지산의 전화가 울렸다.김씨 노인네의 전화였다.“어이, 심지산, 아무리 내가 자네 회사를 인수한다고 해도 자네 내게 진 빚이 200억이 넘소.당신 보배 딸이 하룻밤만 나랑 같이 있어 주면 빚은 다 없던 걸로 해주겠다는데 얼마나 남는 장사요? 내 제안을 거절하면 주제 모르고
심지산과 홍원은 심설이 거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그들은 노여움을 감추지 못하고 심설을 노려봤다.심설은 얼굴이 더 붉어졌다. “나...나 아직 16살도 안 된 미성년자예요!”16살이 되려면 몇 년은 지나야 하는 이제 10살을 넘긴 아이한테 어떻게 그런 일을 시킬 수 있을까?아니다!뭐든 시키는 건 다 할 수 있다.개나 고양이처럼 짓는 거, 맞고 욕먹는거, 목줄을 해줘도 다 괜찮다.하지만 홍원 아줌마가 시키는 일만은 절대 할 수가 없었다.“안 갈래요!” 심설은 겁에 질려 뒷걸음질 쳤다. 나이가 어리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건 아니다. 그 상황을 생각만 해도 분명 밑이 보이지 않는 깊은 함정이라는 게 느껴졌다. 감옥과 사형보다 심설을 더 무섭게했다.그래서 절대 가지 않을 거다.“안 간다고?”홍원이 코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피해? 너 어디까지 숨어버릴 건데? 집으로 가지 그러니?”심설 “...”“심설, 우리 집에는 카메라가 쫙 깔려있어. 어떻게 도둑질하고 동생을 다치게 한 건지, 그리고 다시 돌아와 우리 집 물건들 다 빼돌린 건지, 똑똑히 찍혔다고. 그 영상, 신문사, 학교, 네가 사는 동네, 그리고 너희 외할아버지, 외할머니한테 다 보내줄 거야!”“네가 얼마나 독한 악마인지 다 알게 할 거야!”“아니...그러지 마세요 홍원 아줌마, 그러지 마요!”홍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독살스럽게 말했다. “네가 저지른 짓을 다 공개하고 너 감옥에 처넣을 거야. 내가 꼭 네 사형 받아 낼 거라고!”“아니야!” 겁에 질린 심설이 몸을 떨었다.더 이상 뒷걸음질을 하지 않았다.피해 봤자 뒤에는 더 무서운 심연이라고 생각했다.“피해 봐!”“아니에요, 아줌마, 아줌마가 하라는 대로 할게요.” 심설은 눈물을 흘렸다. 심설은 가엽고 절망한 눈빛으로 홍원을 바라봤다.그때, 심설은 머리가 어질거리더니 미친 듯이 웃고 싶었다.심설은 엄마가 왜 갑자기 정신을 놓아버렸는지 알 것 같았다.10살 넘은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다. 미쳐버리는 게 제정신보다 낫다
심설은 눈물을 그쳤다.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심설은 심지산을 따라 차에 올라탔다. 더 이상 희망이 없는 심설은 이 순간 푹신한 시트의 편안함마저 느낄 수 있는 기분이 아니었다. 홍원은 오늘 큰마음을 먹고 심설에게 공주풍 치마와 가죽 부츠 그리고 스웨터를 사줬다. 예쁘게 꽃단장 한 심설의 모습은 심신해처럼 예뻤다. 심지어 심신해보다 더욱 사랑스러웠다. 다른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홍원마저도 넋을 잃을 정도였다. 홍원은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내 자신의 딸을 죽일 뻔한 악마 같은 심설은 동정할 가치가 없다고 마음을 굳혔다. 하마터면 심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길 뻔했다. 때문에 악마 같은 심설은 본인의 딸을 대신해서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무엇을 겪었든 언젠가는 돌려줘야 한다. “정말 예쁘다! 커서 남자 잘 꼬시겠어! 설아, 너는 남자 꼬시는 걸 제일 잘 할 거야.” 홍원은 비꼬며 말했다. 심설은 홍원을 멍하니 쳐다보고 말했다. “아줌마, 저 집에 가도 될까요?”“안 돼!” 홍원은 말했다. 심설은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에서 내리지도 않고 얌전히 있었잖아요. 저희 엄마는 항상 골목에서 햇볕을 쬐고 계시는데, 골목에 가서 엄마가 잘 계시는지만 보고 올게요.”심설은 홍원과 아빠가 자신이 한 짓을 말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면 이들의 요구를 받아주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어젯밤 있었던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어 바다에 뛰어들어 죽을 작정이었다. 때문에 심설은 마지막으로 엄마를 보고 싶었다. 심설은 매우 간절한 눈빛으로 홍원을 쳐다봤다. “......” 홍원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홍원은 심설에게 너무 가혹하게 굴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차라리 오늘 밤 엄마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알겠어!” 홍원은 매우 퉁명스럽게 말했다. 이날 점심, 심지산과 홍원은 심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심설에게 립스틱까지 발라주며 꽃단장을 시키고 오후 4시쯤 집을 나서려고 했다. 홍원은 새 옷을 입었을 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