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희가 말했다.“딸, 네가 힘든 거 다 알아. 저 인간들이 네 옷을 벗기면 엄마가 너를 안아줄 수 있잖아. 그러면 너도 수치심을 덜 느낄 거야. 안 그래?”“엄마….”“가자. 엄마랑 같이 들어가자. 무슨 일 있어도 엄마가 같이 있어줄게.”서진희는 굳건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창백해진 얼굴로 아까부터 말이 없던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당신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건 대문 앞에서 인사만 하고 돌아가라는 뜻은 아니었어.”신세희는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들어가죠!”그녀는 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기껏해야 발가벗겨진 채로 거리에 내던져지겠지!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고비였다.어쨌든 누가 자신의 딸이나 엄마에게 해를 가하면 절대 참지 않겠다는 게 그녀의 다짐이었다.신세희는 딸 신유리의 손을 잡고 엄마의 팔짱을 낀 채, 부성웅 부부를 따라 부소경 본가로 들어섰다.대문 앞에서 그 난리를 떨다 보니 벌써 열한 시가 넘었다.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사실 파티라고 하기에는 조금 조촐한 가족모임이 더 가까웠다.그들은 고작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진상희도 보이지 않았고 부태성 부부만 자리에 참석했으니 인원은 열 명 정도.윤혜정은 신세희가 담담한 얼굴로 자리에 앉자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할머니한테만 말해 봐. 혹시 무슨 잘못을 저질렀어?”신세희는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보았다.이 집에서 그나마 그녀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윤혜정 여사였다.신세희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자 울컥 서러움이 북받쳤다.“할머니, 저 괜찮아요.”윤혜정 여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은 법이야. 마음 굳게 먹어.”신세희는 다소곳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윤혜정 여사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가, 널 보니 나도 기분이 좋구나.”말을 마친 윤혜정 여사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녀는 이게 별거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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