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371 - 챕터 1380

2823 챕터

제1371화

이런 생각이 들자 남자는 당장 여자를 깨워서 따지고 싶었다.누가 더 잘못했는지!하지만 울다가 지쳐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약해졌다.그는 조용히 잠든 그녀를 바라보았다.눈가에서는 여전히 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여전히 처절하고 단호한 표정.죽더라도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은 고집스러움.그에게 꺼지라고 욕까지 했다.남자는 웃음이 나왔다.남성에서 그에게 이런 식으로 욕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나 할까?아마 없을 것이다.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도, 그룹 원로급 임원들조차 그의 눈치를 보았고 부성웅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렇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신세희였다.미친 듯이 그에게 고함을 지르고 주먹질을 하고 깨물고 할퀴면서 이혼하자고 소리치던 모습!아마 남성에서 같은 짓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그런데도 세상 억울한 표정으로 자고 있다.울고 때리고 욕을 하다가 지쳐 잠든 여자 옆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지쳐서 잠든 그녀의 입가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그는 조심스럽게 팔을 빼고 거실로 나왔다.부소경은 핸드폰을 꺼내 서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진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잔뜩 걱정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장모님, 저예요.”부소경이 말했다.서진희는 한참 지난 뒤에야 떨떠름한 목소리로 물었다.“자네… 세희랑….”“우리 아무 일 없어요, 장모님.”부소경은 단호하게 서진희의 말을 잘랐다.“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신세희랑 머리가 하얗게 될 때까지 같이할 거예요. 어느 누구도 우리 가정을 흔들지 못할 겁니다. 이 말씀 드리고 싶어서 전화드렸습니다. 유리는 오늘만 잘 부탁드릴게요.”“그래. 알았네.”“장모님도 아무 생각하지 마시고 일찍 주무세요.”부소경이 위로하듯 말했다.“그래. 그래야지.”전화를 끊은 뒤, 부소경은 침실로 돌아와 신세희를 끌어안고 잠이 들었다.그날 밤, 신세희는 달게 푹 잤다.반면 부소경은 팔이 저리고 아팠지만 그녀를 깨우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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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2화

수화기 너머로 부성웅의 씩씩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부소경!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어제 몇 번이나 전화를 했는데!”부소경은 여전히 덤덤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일로 전화했냐고요.”“어제 회사로 찾아갔었는데 회사 안으로 안 들여보내지 뭐야!”“그래서 무슨 일인데요!”“오늘이 무슨 날인지 잊었어?”부성웅이 물었다.하지만 부소경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그냥 오늘이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와 말다툼을 한 날이라는 것만 알았다.1년 같이 살면서 한 번도 그녀가 그렇게 크게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 없었다.만약 이 날에 이름을 단다면 ‘신세희가 미쳐 날뛴 날’이라고 명명했을 것이다.부소경이 말이 없자 부성웅이 말했다.“저번 주에 너랑 신세희가 나랑 약속했잖아. 오늘은 본가에 와서 파티에 참석하기로!”부소경은 그제야 그 날이 떠올랐다.고소정이 서준명의 명함을 들고 그의 사무실로 찾아온 날이자 회사에서 망신당한 날, 그리고 신세희가 가위로 그의 넥타이를 싹둑 잘랐던 그 날이었다.그날 신세희는 유리를 데리고 본가의 파티에 참석하겠다고 했었던 것 같았다.아마 그의 부친은 파티라는 명목으로 고가령 모녀를 초대할 게 뻔했다.부성웅이 또 말했다.“부소경! 침묵으로 내 질문을 피하지 마! 어제 내가 불쑥 찾아간 건 좀 너무했지만 내가 회사까지 찾아갔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잖아! 그런데 어제 너는 자리에 없었지! 내가 화를 참지 못하고 파티에서 신세희가 했던 더러운 짓을 까발리게 하지 마!”“그래요? 신세희가 무슨 더러운 짓을 했는데요?”부소경은 여전히 잠들어 있는 신세희를 힐끗 바라보았다.그의 아내는 어제 그 난리를 치고 다시 잠에 들었다.신세희가 그를 향해 성질을 부리고 온갖 욕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는 웃음이 나왔다. 물론 저 사랑스러운 여자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이 세상에 너뿐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이 세상에 나를 나쁜 놈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고.그런데 나한테 꺼지라고?다른 여자가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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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3화

그의 옆에는 부태성과 그의 부인인 윤혜정 여사가 앉아 있었다.아들이 치를 떠는 모습을 보자 윤혜정은 그런 아들에게 핀잔을 주었다.“성웅아! 뭐가 그렇게 화났어? 소경이도 지금 그애랑 잘 지내는 게 더 좋잖아.”“어머니!”부성웅은 아들에게 풀지 못한 화를 엄마인 윤혜정에게 풀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소경이가 누군데요?”부성웅이 분개한 표정으로 윤혜정에게 물었다.“내 손자지.”“어머니 손자일 뿐만 아니라 하나밖에 없는 귀한 손자예요. 우리 집안 대를 이을 유일한 손자라고요! 걔는 우리 가문을 대표하고 F그룹을 대표하는 인물이고요! 남성에서 가장 권위 있는 존재라고요!”“그렇지. 내 손자가 대단하긴 해.”부성웅은 더 큰 짜증이 치밀었다.“그렇게 대단한 손자의 마누라가 허튼짓을 하고 다니는데 참을 수 있어요?”“뭐?”윤혜정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어머니 손자며느리가 밖에서 허튼짓을 하고 다닌다고요!”“어머니 손자 며느리가 손자 몰래 나가서 외간남자랑 놀아났다고요!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에요! 시아버지인 나한테 현장을 들키기도 했어요!”윤혜정은 그제야 아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다.노인은 약간 충격 받은 표정으로 아들에게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냐? 그러니까 세희가 바람을 피웠다고? 예전에 우리 가문 사람들은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여자가 집에서 눈물을 흘렸는데 지금은 상황이 뒤바뀐 거야?”“그러니까 소경이 마누라가 밖에서 남자를 만나고 다니는데 소경이는….”“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윤혜정이 정색하며 말했다.“무슨 말이긴! 난 사실을 말한 것뿐이야!”“어머니!”“이게 다 업보라는 말 못 들어봤니?”100세가 다 되어가는 어머니가 이렇게 나오자 부성웅은 할 말을 잃었다.“네 할아버지, 그러니까 내 시아버지가 밖에서 여자를 몇이나 만났는지 알아?”“네 아비! 지금 내 옆에 있는 이 영감탱이도 그렇고! 나도 젊었을 때 많이 울었어!”“그리고 너! 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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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4화

“신세희, 이 빌어먹을 년아!”부성웅은 입을 열자마자 며느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금방 잠에서 깬 신세희는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부소경이 나가면서 침실 문을 잠가버렸기에 그녀는 밖에 나갈 수 없었다.어차피 나가지 못할 거 그냥 잠이나 자자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잠들어 버린 것이다.얼마 안 돼서 잠들었는데 부성웅 때문에 잠이 확 깼다.깊은 피로와 함께 근육통이 몰려왔다.잠을 자면서 꿈을 꾸었던 것 같다.꿈에서 그녀와 부소경은 이혼을 했고 그녀는 매일 눈물을 흘리며 살았다.사실 그녀의 진짜 마음은 부소경을 떠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가 없다는 사실만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고 우울했다.그렇게 그녀는 자면서 눈물을 흘렸다.그러다가 부성웅의 전화에 잠에서 깬 것이다.부성웅의 욕설에 정신이 확 들었다.신세희는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말을 퍼붓는 시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며 냉소를 지었다.“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버님이 판단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아버님이야 제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욕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대요! 나한테는 딸이 있고 보살펴야 할 엄마가 있는데 내가 왜 죽어요?”신세희는 기운이 없는 말투였지만 부성웅은 그녀가 느긋하게 거드름을 피운다고 생각했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그가 고함을 질렀다.“신세희, 죽을 때가 다 됐는데 아직도 기고만장하네! 좋다! 일단 본가에 오면 얘기하지!”“본가요?”신세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제가 거길 왜 가요?”“오늘 파티가 있어!”부성웅이 말했다.“저번 주에 네가 네 입으로 가족 파티에 참석한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온다고 했잖아!”“아….”신세희가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웃어서 눈물이 났다.“가족 파티요! 저번 주에는 가겠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런데 제 마음이 바뀌었어요!”“넌 어떻게 된 애가 약속을 막 번복해?”“하!”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한테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허튼짓 잘하고 약속도 잘 지키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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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5화

신세희였다면 전화는커녕 그와 얼굴 마주하기도 싫어했을 것이다.짜증이 치밀었지만 부소경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고소정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요.”“말해.”“아저씨가 사실 저번 주에 저랑 엄마한테 말씀한 것이 있거든요. 오늘 대표님 본가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해달라고요. 대표님은 사모님과 같이 참석하실 거죠?”“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부소경이 물었다.고소정은 진심으로 걱정스럽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사모님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그냥 오지 않으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부소경은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아, 오해하지 마세요. 대표님한테 본가에 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저희도 초대받은 입장이라 안 갈 수가 없어서요. 아시잖아요. 저희는 여기 의지할 곳도 없고 권력도 없어서 아저씨 말씀을 거역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말씀드린 거예요.”“사모님이 또 화내실까 봐… 사실 두렵거든요.”고소정은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어린아이처럼 구슬프게 말했다.자신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한 말투로.사실 고소정도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어제 점심, 그와 같이 같은 룸으로 들어갔지만 손도 잡지 못했다.부소경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소정은 사실 그날 밤 부소경과의 뜨거운 밤을 기대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부소경은 쉽게 낚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자신의 마음을 쉽사리 내보였다가는 오히려 큰 코 다칠 게 뻔하기에 고소정은 천천히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게 통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부소경에게 전화해서 차라리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좋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다.부소경이 담담하게 대꾸했다.“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리 그래도 손님인데 안주인으로써 손님접대는 해야지.”고소정은 잔뜩 감동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저… 정말요?”“다른 일 없으면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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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6화

단호한 거절에도 부소경은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그녀보다 더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안 가도 돼.”“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협조 안 하면 내가 유리나 당신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지!”차갑고 담담한 말투였다.“당신!”신세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부소경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이런 망나니 같은 자식아! 피도 눈물도 없는 놈!”그녀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아무것도 안 입고 있다는 사실도 깜빡한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나면서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렸고 까만 생머리는 그녀의 조막만한 얼굴을 살짝 가렸다.이슬을 머금은 듯한 예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더 안쓰러워 보였다.이불이 흘러내리면서 하얀 피부가 드러났고 부소경의 눈빛은 탐스러운 그녀의 몸매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어젯밤 자신이 남긴 흔적들이 간간이 보였다.멍처럼 파란 자국들은 그녀의 가녀린 인상을 더욱 부각시켰다.남자는 바로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신세희가 흠칫하며 몸부림쳤다.“이거 놔!”“아파?”그가 부드럽게 물었다.“꺼지라고!”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화가 안 풀렸네?”신세희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부소경을 쏘아보았다.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유리랑 당신 엄마를 생각해.”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잠시 후, 그녀는 다시 평소처럼 돌아와서 억지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까라면 까야죠 어쩌겠어요. 어차피 난 부 대표님이 잡아온 포로잖아요.”“본가가 아니라 남자를 접대하라고 지시해도 들어야겠죠.”부소경은 삭혔던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망할 여자가!’사람 화 나게 하는 재주가 탁월한 여자였다. 부소경은 할 수만 있다면 이 여자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신세희는 전혀 반항하지 않고 오히려 경멸에 찬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다시 손을 내리고 이불을 뒤집었다.“뭐 하는 거예요!”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남자는 말없이 그녀의 전신을 검사했다.그러고는 저도 모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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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7화

아팠을까?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전히 그녀의 몸에 난 상처에 약을 발라준 뒤, 겉옷을 입히고 있었다.마치 사랑스러운 애인을 대하듯 부드럽고 자상한 손길이었다. 예전의 애처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도대체 어떤 게 그의 본모습일까?신세희는 혼란스러웠다.그녀가 혼란을 겪는 사이 그는 모든 일을 끝마치고 그녀를 안아 침대에서 내려왔다.“걷기 힘든 거 알아. 그러니까 하이힐 같은 건 신지 마. 아무거나 편한 신발로 신어.”신세희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그녀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욕실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씻었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긴 머리는 하나로 묶었고 얼굴은 창백했다.부소경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물었다.“뭐가 더 필요해요? 화장할까요?”남자가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내려가서 밥부터 먹어!”가정부가 이미 아침을 준비해 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신세희의 앞에는 대추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산에서 재배한 야생 대추인데 귀한 거라 돈 주고도 못 산대요. 대표님이 어디 가서 구해 오셨지 뭐예요. 그래도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세요. 몸에 좋긴 하지만 너무 많이 먹어도 안 좋아요.”가정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아침에 출근했기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정부는 알지 못했다.신세희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가정부도 입을 다물었다.이 집 가정부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소경의 눈치를 살폈다.부소경이 말했다.“아줌마는 이제 됐으니까 나가서 일 봐요.”“네, 대표님!”가정부는 장바구니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대추차부터 마셔!”남자가 명령했다.“네.”신세희는 힘없이 대답했다.남자는 그녀가 대추차 한잔을 다 비우기까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잠시 후, 여자의 얼굴에 그나마 혈색이 돌아오자 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우리 엄마 있잖아요.”여자가 입을 열었다.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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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8화

“고가령? 또 무슨 일로 전화했어! 다음에 또 전화하면 협박 전화로 너 신고할 거야!”신세희는 놀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고 부소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고가령은 전처럼 같이 화를 내기는커녕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진희, 네 딸은 네 앞에서 괜찮은 척 연기를 하고 있나 봐? 하지만 걔 지금쯤 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일걸?”“뭐 선택은 네가 하는 거지만 딸 걱정되면 와서 네 눈으로 확인해 보든가.”서진희는 곧바로 신세희에게 고개를 돌렸다.아까는 자세히 못 봤는데 지금 보니 눈이 조금 부어 있었다.오래 울어서 부은 걸까.“다시 전화해서 쓸데없는 소리하면 정말 신고할 거야!”말을 마친 서진희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엄마?”신세희의 눈에서 분노가 치솟았다.“고가령 그 여자가 또 전화해서 시비 걸어?”서진희는 미소를 지으며 딸을 위로했다.“어차피 걔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이모부 믿고 나대는 거야. 걔 이모부가 아무리 잘나도 우리 사위한테 비빌 수 있겠어? 어차피 말만 저렇게 할뿐 아무것도 못해.”“딸, 걱정하지 마. 고가령은 엄마한테 아무 짓도 못할 거야.”“게다가 싸워도 내가 이겨. 그러니까 절대 걱정하지 마. 오늘은 유리랑 소경이랑 같이 시댁에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알았어, 엄마. 이해해 줘서 고마워.”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엄마 앞에서 우울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더 밝게 웃었다.하지만 엄마 역시 행복한 웃음을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연기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한다고 서진희의 미소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그래서 신세희는 엄마가 괜찮다고 믿었다.신세희와 부소경이 유리를 데리고 시댁으로 출발한 뒤, 서진희는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고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가령, 아까 했던 말 무슨 뜻이야?”서진희가 차갑게 물었다.고가령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진희, 신세희가 오늘 부소경 본가로 가는 건 알아?”서진희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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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9화

안 돼!세희가 어떻게 지켜낸 행복인데! 저들이 망치게 둘 수는 없어!세희가 사람들 앞에서 그 수모를 다시 당하게 할 수는 없어!안 돼!서진희는 바로 서준명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서준명은 엄선희와 통화하고 있었다.“선희 씨, 그만 화 풀어요. 일이 해결되면 우리 같이 홍콩으로 여행가는 건 어때요? 선희 씨도 쇼핑 좋아하잖아요.”엄선희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어요? 준명 씨 할아버지는 도대체 왜 그래요? 왜 자기 핏줄은 나 몰라라 하면서 핏줄이 아닌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잘해줘요?”엄선희는 잔뜩 흥분해서 비아냥거렸다.“준명 씨 할아버지는 정말 괴짜 맞는 거 같아요. 사람이 너무 헌신적이야. 자기 건 남들 다 퍼주고! 정말 이 나라의 기둥이네요! 자선사업가!”서준명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사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엄선희가 말한 게 다 사실이었으니까.그의 할아버지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했다.임서아를 외손녀라고 애지중지한 것도 그렇고 그렇게 가까운 친척도 아닌 사람들한테 인정을 베푸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피를 나누어 가진 서진희나 신세희한테는 항상 잔인하게 굴었다.“됐어요. 이만 끊을게요. 오늘 정아 씨랑 쇼핑하기로 했거든요.”말을 마친 엄선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말했다.“음… 결제는 준명 씨가 와서 해줘요. 그리고 가는 김에 운전기사도 좀 부탁해요!”사실 엄선희가 아까 그의 할아버지에 대해 분노를 터뜨릴 때, 서준명은 또 사이가 틀어지면 어쩌나 걱정했었다.그런데 엄선희가 갑자기 말을 바꿀 줄이야.서준명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그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부드럽게 말했다.“사고 싶은 거 다 사요. 백화점 인수해도 돼요. 돈은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요.”“됐거든요? 끊어요!”엄선희는 쑥스러웠는지 바로 전화를 끊었다.잠시 후, 서진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준명아… 혹시 소경이네 본가에서 가족모임을 열 거라는데 너희 집 사람들도 초대받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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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0화

지난번 본가로 찾아왔다가 고가령에게 욕을 먹고 쫓겨난 뒤, 서씨 어르신은 한동안 딸을 만나지 못했다.오랜만에 보는 딸은 많이 수척해 보였다.서진희는 여전히 증오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서씨 어르신은 오히려 서진희를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담담하게 대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서준명이 분노를 터뜨렸다.“할아버지!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지금 저 사람들이랑 같이 세희가 망신당하는 걸 보려고 여기 오신 거예요?”서씨 어르신은 흠칫하더니 느긋하게 물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누굴 망신 줘?”서준명은 더 이상 할아버지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고가령과 그녀의 딸 고소정을 노려보았다.“고모, 그 동안 두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지내는 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내 부모님이나 할아버지도 당신들을 가족처럼 대해줬죠. 하지만 고모, 그럴수록 할아버지를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내 옆에 계신 분은 할아버지 핏줄이라고요!”서준명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고가령을 쏘아보았다.정말 짜증나는 사람이었다.고가령은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서준명에게 말했다.“준명이 너 뭔가 오해했구나? 우린 오늘 손님으로 여기 왔어. 게다가 여기 주인인 부성웅 씨가 네 할아버지를 초대했고 나는 그냥 네 할아버지 따라온 거야. 저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몰라.”서준명이 말이 없자 고가령은 계속해서 말했다.“준명아, 나도 내가 너희 집에 손님으로 온 거 알아. 그래서 평소에 얌전히 지냈잖아. 사실 오늘도 준명이 너한테 운전을 부탁하려다가 네가 많이 바빠 보여서 우리끼리 온 거야. 난 네 걱정을 많이 한다고.”“네가 일하느라 많이 바쁘고 피곤한 거 아니까 경호원들이랑 같이 온 거야.”순간 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서씨 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렸다.“할아버지.”서씨 어르신은 손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난 늙었다. 요즘엔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려. 너희가 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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