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 이 빌어먹을 년아!”부성웅은 입을 열자마자 며느리에게 욕설을 퍼부었다.금방 잠에서 깬 신세희는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부소경이 나가면서 침실 문을 잠가버렸기에 그녀는 밖에 나갈 수 없었다.어차피 나가지 못할 거 그냥 잠이나 자자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잠들어 버린 것이다.얼마 안 돼서 잠들었는데 부성웅 때문에 잠이 확 깼다.깊은 피로와 함께 근육통이 몰려왔다.잠을 자면서 꿈을 꾸었던 것 같다.꿈에서 그녀와 부소경은 이혼을 했고 그녀는 매일 눈물을 흘리며 살았다.사실 그녀의 진짜 마음은 부소경을 떠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가 없다는 사실만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고 우울했다.그렇게 그녀는 자면서 눈물을 흘렸다.그러다가 부성웅의 전화에 잠에서 깬 것이다.부성웅의 욕설에 정신이 확 들었다.신세희는 입에 담지도 못할 심한 말을 퍼붓는 시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으며 냉소를 지었다.“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아버님이 판단할 게 아닌 것 같은데요? 아버님이야 제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거 알아요? 욕 많이 먹는 사람이 오래 산대요! 나한테는 딸이 있고 보살펴야 할 엄마가 있는데 내가 왜 죽어요?”신세희는 기운이 없는 말투였지만 부성웅은 그녀가 느긋하게 거드름을 피운다고 생각했다.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그가 고함을 질렀다.“신세희, 죽을 때가 다 됐는데 아직도 기고만장하네! 좋다! 일단 본가에 오면 얘기하지!”“본가요?”신세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제가 거길 왜 가요?”“오늘 파티가 있어!”부성웅이 말했다.“저번 주에 네가 네 입으로 가족 파티에 참석한다고 하지 않았어? 네가 온다고 했잖아!”“아….”신세희가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웃어서 눈물이 났다.“가족 파티요! 저번 주에는 가겠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런데 제 마음이 바뀌었어요!”“넌 어떻게 된 애가 약속을 막 번복해?”“하!”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한테 저는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허튼짓 잘하고 약속도 잘 지키지 않는
신세희였다면 전화는커녕 그와 얼굴 마주하기도 싫어했을 것이다.짜증이 치밀었지만 부소경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수화기 너머로 고소정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의논드릴 일이 있어서요.”“말해.”“아저씨가 사실 저번 주에 저랑 엄마한테 말씀한 것이 있거든요. 오늘 대표님 본가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해달라고요. 대표님은 사모님과 같이 참석하실 거죠?”“그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부소경이 물었다.고소정은 진심으로 걱정스럽다는 듯이 이렇게 말했다.“대표님도 아시다시피 사모님은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요. 그냥 오지 않으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부소경은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아, 오해하지 마세요. 대표님한테 본가에 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저희도 초대받은 입장이라 안 갈 수가 없어서요. 아시잖아요. 저희는 여기 의지할 곳도 없고 권력도 없어서 아저씨 말씀을 거역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말씀드린 거예요.”“사모님이 또 화내실까 봐… 사실 두렵거든요.”고소정은 마치 억울한 일을 당한 어린아이처럼 구슬프게 말했다.자신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듯한 말투로.사실 고소정도 많이 긴장하고 있었다.어제 점심, 그와 같이 같은 룸으로 들어갔지만 손도 잡지 못했다.부소경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소정은 사실 그날 밤 부소경과의 뜨거운 밤을 기대했지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부소경은 쉽게 낚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자신의 마음을 쉽사리 내보였다가는 오히려 큰 코 다칠 게 뻔하기에 고소정은 천천히 접근하기로 마음먹었다.오히려 한 발 물러서서 그가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게 통할 수도 있었다.그래서 부소경에게 전화해서 차라리 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좋다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다.부소경이 담담하게 대꾸했다.“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아무리 그래도 손님인데 안주인으로써 손님접대는 해야지.”고소정은 잔뜩 감동한 목소리로 되물었다.“저… 정말요?”“다른 일 없으면 이만
단호한 거절에도 부소경은 화를 내지 않았다.그는 그녀보다 더 단호한 말투로 대답했다.“안 가도 돼.”“하지만 당신이 이렇게 협조 안 하면 내가 유리나 당신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할지도 모르지!”차갑고 담담한 말투였다.“당신!”신세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부소경 당신은 인간도 아니야! 이런 망나니 같은 자식아! 피도 눈물도 없는 놈!”그녀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신이 아무것도 안 입고 있다는 사실도 깜빡한 것 같았다. 벌떡 일어나면서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렸고 까만 생머리는 그녀의 조막만한 얼굴을 살짝 가렸다.이슬을 머금은 듯한 예쁜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더 안쓰러워 보였다.이불이 흘러내리면서 하얀 피부가 드러났고 부소경의 눈빛은 탐스러운 그녀의 몸매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어젯밤 자신이 남긴 흔적들이 간간이 보였다.멍처럼 파란 자국들은 그녀의 가녀린 인상을 더욱 부각시켰다.남자는 바로 다가가서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신세희가 흠칫하며 몸부림쳤다.“이거 놔!”“아파?”그가 부드럽게 물었다.“꺼지라고!”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아직도 화가 안 풀렸네?”신세희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부소경을 쏘아보았다.부소경이 웃으며 말했다.“유리랑 당신 엄마를 생각해.”신세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잠시 후, 그녀는 다시 평소처럼 돌아와서 억지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까라면 까야죠 어쩌겠어요. 어차피 난 부 대표님이 잡아온 포로잖아요.”“본가가 아니라 남자를 접대하라고 지시해도 들어야겠죠.”부소경은 삭혔던 분노가 다시 끓어올랐다.‘망할 여자가!’사람 화 나게 하는 재주가 탁월한 여자였다. 부소경은 할 수만 있다면 이 여자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었다.그의 손은 이미 그녀의 목을 향하고 있었다. 신세희는 전혀 반항하지 않고 오히려 경멸에 찬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다시 손을 내리고 이불을 뒤집었다.“뭐 하는 거예요!”여자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남자는 말없이 그녀의 전신을 검사했다.그러고는 저도 모르
아팠을까?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전히 그녀의 몸에 난 상처에 약을 발라준 뒤, 겉옷을 입히고 있었다.마치 사랑스러운 애인을 대하듯 부드럽고 자상한 손길이었다. 예전의 애처가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그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도대체 어떤 게 그의 본모습일까?신세희는 혼란스러웠다.그녀가 혼란을 겪는 사이 그는 모든 일을 끝마치고 그녀를 안아 침대에서 내려왔다.“걷기 힘든 거 알아. 그러니까 하이힐 같은 건 신지 마. 아무거나 편한 신발로 신어.”신세희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그녀는 그대로 그의 품에 안겨 욕실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씻었다.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 긴 머리는 하나로 묶었고 얼굴은 창백했다.부소경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물었다.“뭐가 더 필요해요? 화장할까요?”남자가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내려가서 밥부터 먹어!”가정부가 이미 아침을 준비해 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신세희의 앞에는 대추차 한 잔이 놓여 있었다.“산에서 재배한 야생 대추인데 귀한 거라 돈 주고도 못 산대요. 대표님이 어디 가서 구해 오셨지 뭐예요. 그래도 너무 많이 드시지는 마세요. 몸에 좋긴 하지만 너무 많이 먹어도 안 좋아요.”가정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오늘 아침에 출근했기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정부는 알지 못했다.신세희가 약간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가정부도 입을 다물었다.이 집 가정부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부소경의 눈치를 살폈다.부소경이 말했다.“아줌마는 이제 됐으니까 나가서 일 봐요.”“네, 대표님!”가정부는 장바구니를 챙겨 밖으로 나갔다.“대추차부터 마셔!”남자가 명령했다.“네.”신세희는 힘없이 대답했다.남자는 그녀가 대추차 한잔을 다 비우기까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잠시 후, 여자의 얼굴에 그나마 혈색이 돌아오자 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우리 엄마 있잖아요.”여자가 입을 열었다.그녀는
“고가령? 또 무슨 일로 전화했어! 다음에 또 전화하면 협박 전화로 너 신고할 거야!”신세희는 놀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고 부소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하지만 고가령은 전처럼 같이 화를 내기는커녕 느긋한 목소리로 말했다.“서진희, 네 딸은 네 앞에서 괜찮은 척 연기를 하고 있나 봐? 하지만 걔 지금쯤 속이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일걸?”“뭐 선택은 네가 하는 거지만 딸 걱정되면 와서 네 눈으로 확인해 보든가.”서진희는 곧바로 신세희에게 고개를 돌렸다.아까는 자세히 못 봤는데 지금 보니 눈이 조금 부어 있었다.오래 울어서 부은 걸까.“다시 전화해서 쓸데없는 소리하면 정말 신고할 거야!”말을 마친 서진희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엄마?”신세희의 눈에서 분노가 치솟았다.“고가령 그 여자가 또 전화해서 시비 걸어?”서진희는 미소를 지으며 딸을 위로했다.“어차피 걔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이모부 믿고 나대는 거야. 걔 이모부가 아무리 잘나도 우리 사위한테 비빌 수 있겠어? 어차피 말만 저렇게 할뿐 아무것도 못해.”“딸, 걱정하지 마. 고가령은 엄마한테 아무 짓도 못할 거야.”“게다가 싸워도 내가 이겨. 그러니까 절대 걱정하지 마. 오늘은 유리랑 소경이랑 같이 시댁에 가서 즐거운 시간 보내.”“알았어, 엄마. 이해해 줘서 고마워.”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그녀는 엄마 앞에서 우울한 티를 내지 않기 위해 더 밝게 웃었다.하지만 엄마 역시 행복한 웃음을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연기도 해본 사람이 더 잘한다고 서진희의 미소는 아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그래서 신세희는 엄마가 괜찮다고 믿었다.신세희와 부소경이 유리를 데리고 시댁으로 출발한 뒤, 서진희는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 고가령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가령, 아까 했던 말 무슨 뜻이야?”서진희가 차갑게 물었다.고가령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서진희, 신세희가 오늘 부소경 본가로 가는 건 알아?”서진희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당연히 알지!
안 돼!세희가 어떻게 지켜낸 행복인데! 저들이 망치게 둘 수는 없어!세희가 사람들 앞에서 그 수모를 다시 당하게 할 수는 없어!안 돼!서진희는 바로 서준명에게 전화를 걸었다.한편, 서준명은 엄선희와 통화하고 있었다.“선희 씨, 그만 화 풀어요. 일이 해결되면 우리 같이 홍콩으로 여행가는 건 어때요? 선희 씨도 쇼핑 좋아하잖아요.”엄선희가 코웃음 치며 말했다.“내가 화가 안 나게 생겼어요? 준명 씨 할아버지는 도대체 왜 그래요? 왜 자기 핏줄은 나 몰라라 하면서 핏줄이 아닌 사람들한테는 그렇게 잘해줘요?”엄선희는 잔뜩 흥분해서 비아냥거렸다.“준명 씨 할아버지는 정말 괴짜 맞는 거 같아요. 사람이 너무 헌신적이야. 자기 건 남들 다 퍼주고! 정말 이 나라의 기둥이네요! 자선사업가!”서준명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사실 반박할 말이 없었다. 엄선희가 말한 게 다 사실이었으니까.그의 할아버지는 점점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했다.임서아를 외손녀라고 애지중지한 것도 그렇고 그렇게 가까운 친척도 아닌 사람들한테 인정을 베푸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의 피를 나누어 가진 서진희나 신세희한테는 항상 잔인하게 굴었다.“됐어요. 이만 끊을게요. 오늘 정아 씨랑 쇼핑하기로 했거든요.”말을 마친 엄선희는 잠시 고민하다가 다시 말했다.“음… 결제는 준명 씨가 와서 해줘요. 그리고 가는 김에 운전기사도 좀 부탁해요!”사실 엄선희가 아까 그의 할아버지에 대해 분노를 터뜨릴 때, 서준명은 또 사이가 틀어지면 어쩌나 걱정했었다.그런데 엄선희가 갑자기 말을 바꿀 줄이야.서준명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났다.그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부드럽게 말했다.“사고 싶은 거 다 사요. 백화점 인수해도 돼요. 돈은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다 알아서 해줄게요.”“됐거든요? 끊어요!”엄선희는 쑥스러웠는지 바로 전화를 끊었다.잠시 후, 서진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준명아… 혹시 소경이네 본가에서 가족모임을 열 거라는데 너희 집 사람들도 초대받았니?
지난번 본가로 찾아왔다가 고가령에게 욕을 먹고 쫓겨난 뒤, 서씨 어르신은 한동안 딸을 만나지 못했다.오랜만에 보는 딸은 많이 수척해 보였다.서진희는 여전히 증오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지만 서씨 어르신은 오히려 서진희를 모르는 사람 대하듯이 담담하게 대했다.옆에서 지켜보던 서준명이 분노를 터뜨렸다.“할아버지!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지금 저 사람들이랑 같이 세희가 망신당하는 걸 보려고 여기 오신 거예요?”서씨 어르신은 흠칫하더니 느긋하게 물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누가 누굴 망신 줘?”서준명은 더 이상 할아버지와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고가령과 그녀의 딸 고소정을 노려보았다.“고모, 그 동안 두 사람이 우리 집에 와서 지내는 거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어요. 내 부모님이나 할아버지도 당신들을 가족처럼 대해줬죠. 하지만 고모, 그럴수록 할아버지를 좀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내 옆에 계신 분은 할아버지 핏줄이라고요!”서준명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고가령을 쏘아보았다.정말 짜증나는 사람이었다.고가령은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서준명에게 말했다.“준명이 너 뭔가 오해했구나? 우린 오늘 손님으로 여기 왔어. 게다가 여기 주인인 부성웅 씨가 네 할아버지를 초대했고 나는 그냥 네 할아버지 따라온 거야. 저 집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나는 몰라.”서준명이 말이 없자 고가령은 계속해서 말했다.“준명아, 나도 내가 너희 집에 손님으로 온 거 알아. 그래서 평소에 얌전히 지냈잖아. 사실 오늘도 준명이 너한테 운전을 부탁하려다가 네가 많이 바빠 보여서 우리끼리 온 거야. 난 네 걱정을 많이 한다고.”“네가 일하느라 많이 바쁘고 피곤한 거 아니까 경호원들이랑 같이 온 거야.”순간 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서씨 어르신에게 고개를 돌렸다.“할아버지.”서씨 어르신은 손자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힘없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난 늙었다. 요즘엔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려. 너희가 평소
아이는 밤에 한 번도 깨지 않고 푹 잤다.아침에 잠에서 깨자 침대 옆을 지키고 있는 외할머니가 보였다.신유리가 외할머니에게 물었다.“외할머니, 어제 저녁에 여기서 유리를 지켜준 거예요?”외할머니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침에 눈을 떴는데 유리 혼자 무서울까 봐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 외할머니가 선물 준비했는데 한번 볼래?”“꽃이네요? 생화!”신유리는 활짝 웃었다.서진희는 꽃으로 화관을 만들어 아이에게 주었다.아이는 더 이상 엄마나 아빠를 찾지 않았다.외할머니가 어쩌면 부모님보다 더 자신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부모님이 도착하기 전, 신유리는 주말마다 외할머니 댁에서 자겠다고 말했다.그렇게 둘 사이는 급격히 가까워졌다.본가로 오는 길에서도 신유리는 쉴 새 없이 아빠와 엄마에게 왜 외할머니만 두고 오냐고 물었다.“할아버지는 유리한테 외할머니가 생겼다는 거 몰라?”“다 가족인데 왜 외할머니만 쏙 빼고 파티하는 거야?”아이의 질문에 부모는 어떤 대답도 하지 않았다.신유리는 그럴수록 이유가 궁금했다.마침 차에서 내리자 보고 싶었던 외할머니가 보였다.아이는 쪼르르 달려가서 외할머니의 품에 안겼다.“외할머니, 유리 놀래켜 주려고 온 거예요?”“조금 전에 같이 오지 왜 따로 왔어요? 외할머니 나빴어. 그래도 유리는 여기서 외할머니 만나서 기뻐요. 다음에는 꼭 같이 와요.”신유리는 할아버지 댁에서 열리는 가족모임에 외할머니도 참석한다는 사실이 기뻤다. 아이는 이따가 본가로 들어가면 저택 이곳 저곳을 구경시켜 줘야겠다고 다짐했다.서진희는 아이를 끌어안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유리 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따로 왔지.”신세희와 부소경이 그들에게 다가왔다.신세희는 여전히 눈이 부어 있었다. 서진희는 그 모습을 보자 갑자기 울고 싶어졌다.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까?둘은 아직 화해하지 않은 걸까?그런데 왜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 부소경을 따라 이곳까지 온 걸까?부성웅이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