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계속 기분 좋았으면 좋겠군.”옆에 있던 신세희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아줌마가 왜 여기 있어?”신유리가 고개를 들고 불쾌한 표정으로 고소정을 바라보며 따지듯 물었다.고소정은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대답했다.“유리구나. 나도 너희랑 친척이니까?”“그런데 왜 우리 엄마한테 인사 안하고 아빠부터 찾아?”신유리의 질문에 고소정은 대답을 피했다.“아줌마 일부러 그랬네.”신유리가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고소정은 어린 신유리의 질문공세에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저번에 백화점에서 우리 엄마랑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한 것도 사실은 거짓말이지?”“그리고 아줌마 딸을 나랑 같은 유치원에 보낸 것도 일부러 그런 거잖아?”“상은이한테 다 들었어. 아줌마는 상은이 친엄마가 아니라면서? 그리고 상은이한테 자꾸 나랑 친하게 지내라고 재촉했다며?”고소정은 당황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어린 신유리의 말빨에 밀린 것이다.“유리야. 난 네 엄마 친척인 동시에 네 아빠의 친구이기도 해. 그러니까 우리가 아주 가까운 사이라는 거지. 못 믿겠으면 네 아빠한테 물어보렴.”고소정은 도발적인 눈빛으로 신유리를 쏘아보며 말했다.사실 이렇게 하면 부소경이 자신을 똑똑한 여자라고 봐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하지만 부소경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신유리가 버럭 화를 냈다.“아줌마 정말 이상한 여자네! 우리 엄마 친척이면 친척이지 왜 자꾸 우리 아빠한테 친한 척해?”“아줌마랑 우리 아빠가 친구야? 우리 아빠랑 친구가 되기 전에 나한테 허락 받았어?”“허락 받은 적 있냐고 묻잖아!”“우리 아빠는 남자 친구를 사귈 때마다 나한테 허락 받고 사귀었거든?”고소정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신유리의 발언에 서준명까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가 약간 통쾌한 표정을 지으며 신유리에게 물었다.“그래서 유리야? 네가 허락한 네 아빠 친구 중에 여자는 있어?”신유리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당연
“아줌마, 안녕하세요.”뒤에 있던 고소정이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소정이도 왔구나. 소경이 회사랑 비즈니스 계약을 성사시켰다면서? 정말 축하해.”고소정에게 한 말이었지만 사실은 신세희 들으라고 한 말이었다.옆에 있던 신세희와 서진희는 서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신세희는 그래도 괜찮았다.어차피 이 남자의 애정을 포기하기로 했기에.이곳에 와서 좋은 대접을 못 받을 거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그래도 상관없었다.어차피 한두번 당한 것도 아니고.신유리와 엄마만 괜찮다면 아무래도 좋았다.기대를 한껏 낮추고 나니 그렇게 편할 수 없었다.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부소경에게 말했다.“부 대표님, 원한다면 고소정 씨랑 손잡고 들어가지 그래요? 난 정말 괜찮거든요. 지금 손잡지 않으면 아마 유리가 고소정 씨를 괴롭힐 것 같네요.”“당신 뭐라고 했어?”신세희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유리가 고소정 씨한테 좀 무례하게 굴어도 절대 유리 건드리지 마세요. 유리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내가 당신 목을 물어뜯을지도 몰라요.”신세희는 고소정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고소정 씨, 이거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고. 난 당신 친척이 아니야.”“당신과 내 남편이 친한 건 알겠는데 나랑은 엮지 말아줘.”신세희의 비아냥에 고소정은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우리 친척 맞잖아. 내 작은할아버지가….”“그 사람이 뭐?”신세희는 단호하게 고소정의 말을 잘랐다.고소정은 서씨 어르신의 눈치를 살피고는 우물쭈물했다.“작은할아버지, 세희 좀 말려봐요….”신세희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분은 당신 작은할아버지고 당신 엄마의 이모부일 뿐이지 우리랑은 아무런 관계 없어.”말을 마친 신세희는 엄마의 어깨를 감싸안았다.“나랑 엄마는 서씨 가문과 아무 관계 없는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우린 친척이 아니라고.”“엄마!”이때 신유리가 눈시울을 붉히며 엄마를 찾았다.신세희는 다급히 아이를 안으며 물었다.“유리 왜 그래?”“그러면 저 아
“예의 없는 사람은 할아버지야! 할아버지 필요 없어! 할아버지 미워!”할아버지의 호통에 신유리는 더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던 신세희조차 딸의 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를 품에 꽉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신세희!”부성웅의 호통이 신세희를 향했다.“네가 유리한테 대문 앞에서 소란 피우라고 시켰어? 너 참 대단한 애구나! 어떻게 어린 딸을 이용할 생각까지 해?”“나한테 약점 잡힌 걸 알고 이제 도망칠 곳이 없으니까 유리 앞세워서 빠져나가려는 수작 아니야!”신세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는 부성웅을 쏘아보며 반박했다.“아버님!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하지만 내 아이한테 상처주는 건 내가 용납 못해요! 여기까지 왔는데 안 들어갈 이유는 없죠!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말해!”“우리 엄마랑 유리 내보내고 우리끼리 얘기해요.”“어차피 아버님이 추궁할 사람은 저잖아요? 제가 혼자 감당할게요.”부성웅은 사실 그렇게 하라고 말하고 싶었다.그가 착해서가 아니라 그 역시 신유리가 충격 받을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유리는 부소경의 어린 시절 모습을 꼭 닮았다. 그래서 한 번도 저 아이가 부소경의 핏줄이 아니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니 할아버지로서 손녀가 상처받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누군가가 먼저 이 대화에 끼어들었다.“안 돼!”서씨 어르신이었다.“할아버지!”서준명이 짜증스럽게 할아버지를 불렀다.서씨 어르신은 서운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바라보며 말했다.“준명이 너 오늘 시간 없다고 하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오자고 할 때는 바쁘다더니 왜 이제야 온 거냐?”“할아버지는 같이 와줄 사람이 있잖아요. 고모는 혼자고요!”서씨 어르신은 서진희의 눈치를 살폈다.서진희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차갑게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오늘 조카 편을 들면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어르신은 그 눈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어쨌든 왔으니까 들어가자꾸나. 네 아빠랑 엄마는 외출을 별로 안 좋아하니 이런
서진희가 말했다.“딸, 네가 힘든 거 다 알아. 저 인간들이 네 옷을 벗기면 엄마가 너를 안아줄 수 있잖아. 그러면 너도 수치심을 덜 느낄 거야. 안 그래?”“엄마….”“가자. 엄마랑 같이 들어가자. 무슨 일 있어도 엄마가 같이 있어줄게.”서진희는 굳건한 표정으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신세희는 창백해진 얼굴로 아까부터 말이 없던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당신 데리고 여기까지 온 건 대문 앞에서 인사만 하고 돌아가라는 뜻은 아니었어.”신세희는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래요. 들어가죠!”그녀는 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기껏해야 발가벗겨진 채로 거리에 내던져지겠지!어차피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고비였다.어쨌든 누가 자신의 딸이나 엄마에게 해를 가하면 절대 참지 않겠다는 게 그녀의 다짐이었다.신세희는 딸 신유리의 손을 잡고 엄마의 팔짱을 낀 채, 부성웅 부부를 따라 부소경 본가로 들어섰다.대문 앞에서 그 난리를 떨다 보니 벌써 열한 시가 넘었다.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사실 파티라고 하기에는 조금 조촐한 가족모임이 더 가까웠다.그들은 고작 식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에 앉았다.진상희도 보이지 않았고 부태성 부부만 자리에 참석했으니 인원은 열 명 정도.윤혜정은 신세희가 담담한 얼굴로 자리에 앉자 다가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할머니한테만 말해 봐. 혹시 무슨 잘못을 저질렀어?”신세희는 말없이 할머니를 바라보았다.이 집에서 그나마 그녀에게 따뜻하게 대해준 사람이 윤혜정 여사였다.신세희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자 울컥 서러움이 북받쳤다.“할머니, 저 괜찮아요.”윤혜정 여사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가, 살다 보면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힘든 일이 더 많은 법이야. 마음 굳게 먹어.”신세희는 다소곳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윤혜정 여사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아가, 널 보니 나도 기분이 좋구나.”말을 마친 윤혜정 여사는 익살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사실 그녀는 이게 별거 아니라고
부소경은 다시 신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오히려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그는 자리에 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각자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부성웅과 진문옥은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는 듯,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가령 모녀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그들의 옆에는 서준명이 앉아 있었다.서준명은 상당히 충격 받은 모습이었다.그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다.“세희가 그럴 리가 없는데? 세희 같은 애가 밖에서 남자를 두 명이나? 이건 사실이 아니야.”“6년이나 도망 다니면서 서시언과 같이 생활했지만 둘은 계속 남매 사이를 유지했잖아. 한 번도 선을 넘은 적 없어. 지금은 확실한 행복이 손에 있는데 밖에서 남자를 만났다고? 그것도 두 명이나? 이건 말도 안 돼!”혼잣말로 들렸지만 사실은 부성웅의 의견에 반박하는 내용이었다.부성웅은 그런 서준명을 무시하고 자신의 아들을 빤히 바라보았다.부소경 역시 사람들의 표정을 관찰하고 있었다.그의 시선은 서준명을 지나쳐 서진희에게 향했다. 서진희는 분노를 억지로 감추고 있었다.그녀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서씨 어르신을 쏘아보고 있었다.부성웅이 꺼낸 얘기였지만 서진희가 가장 미운 사람은 서씨 어르신이었다.망할 영감!서진희는 자신의 몸에 흐르는 서씨 어르신의 피를 죄다 뽑아버리고 싶었다.정말 가식적이지 않은가!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참회하고 속죄하겠다더니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여전히 자신의 손녀를 비난하는 이 자리에 자리를 지키고 있다.정말 잔인하고 지독한 영감이었다!서진희는 혹시라도 서씨 어르신이 신세희를 비난한다면 당장 달려나가 이 영감의 목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윤리?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부소경은 조용히 서진희를 관찰하다가 다시 시선을 옮겨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엄마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눈빛이었고 엄마를 안쓰럽게 바라보는 눈빛이었다.하지만 그 시선에 두려움 따
그리고 서씨 어르신을 바라보았다.그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는 서진희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었다.죽일 듯한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는 친딸과 시선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소경아! 이거 봐! 이게 다 증거야! 가령 이모 핸드폰에도 수두룩해!”부성웅이 다시 부소경에게 삿대질하며 입을 열었다.부소경은 아버지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았다.“신세희 똑똑히 들어! 네 불륜 상대가 호텔 로비에 찍힌 CCTV 영상을 다 지웠다고 이 일이 감춰지는 게 아니야! 네가 그 두 남자랑 실랑이를 벌일 때 우린 현장에 있었어!”부성웅은 잔뜩 흥분한 얼굴로 신세희를 비난했다.그러고는 다시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네 눈으로 직접 봐! 이게 그날 영상이야! 네가 봤던 장면도 있지?”“나와 네 큰엄마를 협박했던 그 남자야!”“그 남자는 우리 엄마 때문에 당신들을 때린 게 아니야! 할아버지가 나쁜놈이라서 때린 거야!”이때, 어린 유리가 울며 할아버지를 비난했다.부성웅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세희! 더럽고 추악한 짓을 저지른 것도 모자라서 내 손녀까지 나쁘게 물들인 거야?”“확실한 증거가 없었으면 오늘 이 자리에서 공개하지도 않았어! 매번 우리를 공격했던 남자가 누군지 알아?”부소경은 담담한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가성섬 섬주의 넷째 동생 반호영이야!”부성웅은 씩씩거리며 식탁을 쳤다.“그날 반호영도 호텔에 있었어! 다 잡은 놈을 신세희가 보내줬다고! 호텔 로비에 그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신세희가 그 자식을 도망치게 도와줬단 말이야!”부성웅은 감정이 잘 통제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그는 당장이라도 신세희를 때려 죽일 것처럼 노려보았다.그는 자기가 겪었던 모든 기분 나쁜 일을 신세희의 탓으로 돌렸다. 그래서 서씨 어르신이 충격에 빠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신세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쟤가 형사들을 막아서 반호영이 도망갔다고!”“반호영이 누군지 알지? 가성섬의 넷째 아들!
서씨 어르신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있었다.이때 고가령이 입을 열었다.“이모부 생각은 내가 제일 잘 알지.”최근 고가령은 줄곧 서씨 어르신의 옆에서 그를 보살폈다. 그래서 서진희가 저택 앞에 나타났을 때 어르신이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앓아 누웠다고 생각했다.그 날 서씨 어르신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쓰러질 뻔했다. 그녀는 자신이 옆에서 돌보지 않았더라면 서씨 어르신이 병원에 실려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서씨 어르신이 사생아를 얼마나 증오했는지 기억하고 있었다.그리고 서준명은 그걸 몰라서 서진희를 두둔한다고 생각했다.‘이모부는 항상 쟤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셨지!’그래서 서씨 어르신이 서진희의 딸인 신세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자부했다.고가령은 어르신의 등을 다독이고는 진지하고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난 내가 이모부의 생각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엄마.”고소정이 엄마의 옷깃을 잡으며 말렸다.“아무리 그래도 엄마가 작은할아버지의 생각을 완전히 대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작은할아버지가 알아서 하시게 내버려 둬. 엄마는 안 그래도 마음이 약하잖아. 서진희 씨는 엄마의 어릴적 친구이기도 하니까. 엄마는 줄곧 옛친구를 걱정했잖아. 그러니 친구한테 유리한 말만 하겠지.”“그래도 작은할아버지 생각도 좀 배려해 줘. 엄마 혼자 판단하고 서진희 씨에 대해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엄마는 유리한 증언만 할 테니까. 그러면 작은할아버지가 너무 안쓰럽잖아.”말을 마친 고소정은 다시 부소경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리고 사모님이 소경 오빠한테 한 일은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해.”“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 겉으로는 잉꼬부부인 척하면서 같은 날에 두 남자를 호텔까지 부를 줄은.”“나는 저 사모님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가.”“아무리 남자가 좋아도 동시에 둘을 같은 호텔에 부르는 건 좀 아니지 않아? 그러다가 싸움이 났잖아?
“신세희 어머님은 어렸을 때 내 작은할아버지를 시도 때도 없이 귀찮게 했잖아요. 심지어 스스로 작은할아버지의 성을 따서 서씨라고 지었고요. 우리 엄마는 아무리 작은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냈어도 성을 따르진 않았어요.”“그런데… 그런 여자가 어떻게….”고소정은 적당한 때에 말을 끊었다.마치 자신은 착하고 억울하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자신들은 그냥 방관자라는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그리고 백화점에서 신세희를 만난 건 우연이었다고 주장했다.그녀는 어깨를 으쓱하며 서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작은할아버지가 해결하는 게 맞아요.”“작은할아버지, 어떻게 생각하세요?”고소정이 물었다.서씨 어르신은 고소정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러자 고소정이 또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작은할아버지. 저희가 있잖아요. 저희가 옆에서 잘 보살펴 드릴게요.”“게다가 과거 사건이기는 하지만 명백히 해야 할 것도 있잖아요. 이 기회를 빌어 같이 오해를 푸는 게 좋겠어요.”“물론 이 자리를 불편해 하는 사람도 있겠죠. 자신들의 만행이 천하에 드러나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제 엄마가 작은할아버지를 지켜드릴게요.”“저희가 있는 한 절대 그런 사람들에게 휘둘릴 일 없어요!”고소정은 자신이 마치 정의의 대변자라도 된 것처럼 행동했다.그러고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신세희와 안절부절못하는 서진희를 향해 무해한 미소를 지었다.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준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고소정! 헛소리 지껄이지 마! 오늘 가족모임을 끝으로 당장 내 집에서 꺼져! 우린 너희 모녀를 환영하지 않아!”그러자 고소정이 눈시울을 붉혔다.“준명 오빠….”“난 네 오빠가 아니야!”고소정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준명 오빠, 부 대표님도 저와의 오해를 풀고 저랑 계약을 체결했는데 아직도 그 일로 저를 나쁘게 생각하는 거예요?”“어제 신세희 저 여자가 다른 남자랑 있는 사진을 부 대표님에게 직접 전하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저도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드는 건 싫었다고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