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211 - 챕터 1220

2823 챕터

제1211화

“진희… 진희야, 아빠가… 정말 그 동안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이런 행복은 정말 얼마 만인지….”“당장 꺼져!”서진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서씨 어르신은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이때 서준명이 굳은 표정으로 밖에 나왔다. 서씨 어르신을 본 그는 불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할아버지, 설마 저 미행하셨어요?”서씨 어르신은 이곳을 모르는데 서진희가 여기 산다는 걸 알았을 리 만무했다.서씨 어르신도 미안한 얼굴로 잘못을 인정했다.“그래… 내가 너 미행했어. 너 고모를 만난 뒤로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졌어. 병원에서 나를 보살필 때도 말도 별로 없고. 네 엄마, 아빠도 네 고모 일로 죄책감에 빠져서 매일 한숨만 쉬잖아. 우리 집에서 웃음이 사라졌어. 유리 같은 아이가 내 주변에서 깔깔 웃으며 뛰어다녔으면 얼마나 좋을까….”뒤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엄선희는 콧방귀를 뀌며 속으로 생각했다.‘그건 자기가 자초한 거잖아?’하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서준명은 잔뜩 미안한 얼굴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다들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에요. 할아버지 모시고 돌아갈게요.”서준명은 서진희를 돌아보며 다시 사과했다.“고모, 정말 미안해요.”그러자 서진희의 화도 점차 사그라들었다.“괜찮아, 준명아. 할아버지 모시고 돌아가. 앞으로 다시는 여기 오지 말라고 해. 평생 가족으로 인정할 생각 없으니까. 왜 다른 사람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거야?”서준명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고모. 지금 바로 떠날게요.”그렇게 한때는 전국에 위상을 떨쳤던 서씨 어르신은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초라하게 쫓겨났다.서준명이 떠나고 서씨 어르신의 갑작스러운 출현에 가라앉은 분위기는 좀처럼 좋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이때 신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아빠, 엄마, 준명 삼촌은 여기 없지만 유리가 춤 보여줄게!”아이의 한마디에 축 가라앉은 분위기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넓은 정원에서 먹는 집밥은 조금 소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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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부소경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 장모님.”서진희는 부소경과 신세희를 구석으로 부르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세희야, 부 서방. 유리도 이제 다섯 살인데 둘째 생각도 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셋째도 낳지.”부소경과 신세희는 당황해서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엄마! 무슨 말을 하는 거야?”“엄마가 이런 말도 못해? 예전에는 너희 앞에 나타날 생각이 없었어. 내가 너희 생활을 방해하는 것 같았거든. 그런데 너희가 엄마한테 너무 큰 행복을 줬잖아. 그래서 엄마가 아직 건강할 때 육아도 좀 도와주고 싶어. 세희 너랑은 행복한 시절을 보낸 날이 거의 없잖아. 엄마로서 너한테 뭐 해준 것도 없고. 그래도 아빠한테 보내면 대학도 가고 남부럽지 않게 살 줄 알았는데 전보다 더 불행할 줄은 몰랐어.”신세희는 다급히 고개를 흔들었다.“엄마, 나한테 상처 준 사람은 그 인간이야. 엄마는 나한테 충분한 사랑을 줬어.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도 마찬가지고. 그분이야 말로 내 아버지야. 나는 신세희야, 임세희가 아니라고.”잠시 숨을 고른 신세희가 말을 이었다.“엄마, 난 아이를 또 낳고 싶지는 않아. 엄마 고생하는 것도 싫고. 엄마가 손주 보고 싶으면 남성으로 올라 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 엄마. 난 엄마가 남은 생을 좀 풍요롭게 보냈으면 좋겠어. 엄마는 좀 편하게 살아야 해. 엄마는 예술적으로 재능도 있고 현명하잖아. 군인 가문의 귀한 딸로 태어나서 여태 누리지 못하고 살았잖아. 그러니까 엄마, 엄마 이제 겨우 50이야. 앞으로 충분히 엄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어.”신세희는 진심으로 엄마의 행복을 빌었다.그녀와 서진희는 둘 다 불행을 겪은 사람이지만 또 다른 점도 있었다.그녀의 엄마는 태어난 순간부터 아버지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다른 아이에게 애정을 주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신세희는 자신이 엄마에 비하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불행한 어린 시절이 잠깐 있었지만 새아버지와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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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세희 씨, 왜 그래? 무슨 고민 있어? 어제 아줌마네 집에서 쉰 게 부족했어?”점심 때가 되자 민정아는 신세희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첫술을 뜨던 엄선희도 고개를 들고 물었다.“세희 씨, 혹시 그 영감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신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윤희 언니 걱정돼서 그래. 언니는 뭐 하고 있을지 너무 궁금해서. 나도 임신한 몸으로 거리를 방황한 적 있어서 잘 알아. 너무 힘들었어. 다행히 내 옆에는 서시언 오빠가 있었잖아. 하지만 윤희 언니 옆에는 아무도 없어.”비슷한 불행을 경험했기에 신세희는 다른 사람보다 더 고윤희를 걱정했다.두 친구도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닫았다.신세희가 먼저 웃으며 입을 열었다.“됐어. 지금 우리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일단 우리 삶에 충실하자. 도움이 필요해지면 나한테 또 전화하겠지.”하지만 두 친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윤희 언니 성격에 그러지는 않을 것 같아.”“아니야. 두 사람은 아이를 임신한 적 없어서 몰라. 임신한 여자는 자기 아이를 위해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돼 있어.”신세희는 굳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고윤희가 어려움에 쓰러지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 남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윤희는 줄곧 아이를 가지고 싶어했다. 신유리가 그녀에게 인형을 선물하고 예쁜 짓을 하는 것을 봤을 때, 그때부터 고윤희는 아이를 더욱 원하게 되었다.그녀는 구경민과의 아이를 원했다.그가 평생 자신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해도 후회는 없었다.결혼식, 반지, 혼인신고가 없어도 상관없었다.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옆에서 평생 사는 것만으로도 고윤희는 만족했을 것이다.그런데 한 달 전에 그 꿈은 처참히 부서졌다.고윤희는 자신의 팔자가 사나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잠깐 풍요로운 삶을 산 대가로 지금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며칠 전까지 그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하지만 그런 그녀에게 아이가 찾아왔다.비록 고윤희도 다시 구경민과 잘해 볼 생각을 접었고 한때 꿈꾸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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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나를 잡으러 온 거겠지.’고윤희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담담하면서도 애달픈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수 씨, 그 사람이에요.”한진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이틀 전, 고윤희와 한진수가 어머니를 모시고 택시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던 날, 운전하던 택시기사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상대는 택시기사의 처남이었다.“지금 뭐 해? 아직 시내에 있지? 서울에서 젊은 권력자가 왔다고 하던데? 구… 뭐라고 했었나? 엄청 대단한 사람인데 지금 근처를 이 잡듯이 쑤시고 다닌대. 안 그래도 내 동생 지금 임신 중이라 예민한데 장거리 손님은 안 받는 게 좋겠어.”그 말을 들은 택시기사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한진수에게 돈을 돌려주며 말했다.“미… 미안해요. 돈은 돌려드릴게요. 집에 빨리 돌아가야겠어요. 더 늦었다가는 검문 때문에 집에 가기 힘들어질지도 몰라요. 집에 보살핌이 필요한 아내가 있어요.”택시기사의 처남 목소리가 너무 커서 내용을 다 들었던 그녀였다.그녀는 약간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짓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처남이 조금 전에 무슨 검문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택시기사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우리 같은 평민들이야 뭘 알겠어요. 젊고 권력도 빵빵한 사람이 서울에서 와서 근처 도로를 막고 검문을 한다고 하네요. 내가 보기에는 누구 좀 찾는 것 같은데… 범죄자일 수도 있겠죠.”말을 마친 택시기사는 미안한 표정으로 한진수와 고윤희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정말 미안하게 됐어요. 조금 걷다가 지나가는 차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거 타고 가요. 돈은 안 받을게요. 정말 급해서 그래요.”말을 마친 남자는 얼른 내리라고 그들을 재촉했다.한진수는 병약한 어머니와 임신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고윤희를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잠시 후, 고민을 멈춘 그가 말했다.“윤희 씨, 일단 여기서 두 시간 정도만 더 기다려 보고 지나가는 차가 없으면 내가 어머니랑 윤희 씨를 번갈아 업고 천천히 시내로 가요. 시내 근처에 가면 차가 있겠죠.”한진수는 이럴 때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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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그런 말하지 말아요. 일단 빨리 걸어서 마을에 도착하고 다시 얘기해요.”“진수 씨, 내 말 들어봐요.”고윤희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한진수에게 말했다.“일단 산으로 다시 올라가는 게 어때요? 깊은 산속일수록 좋아요.”한진수는 곧바로 고개를 흔들었다.“안 돼요, 윤희 씨. 윤희 씨는 잘 먹어야 하는데 산에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잖아요.”고윤희가 웃으며 말했다.“예전에 남성에 있을 때도 산에서 생활했잖아요. 공기도 좋고 야생 열매도 있고 꿩도 있잖아요. 낮에 근처에서 야생동물을 사냥해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어요.”한진수는 묵묵히 걷기만 했다.어머니가 있는 곳까지 걸어간 두 사람은 어머니의 의견을 물었다. 어머니도 고윤희의 의견에 동의했다.그렇게 세 사람은 다시 산속으로 숨어들었다.하지만 과일도 많고 나무도 많던 남성의 산과 달리 이곳의 산은 길도 험하고 황폐했다.다행히 그들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잠시 머무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한진수는 밖에서 나무와 마른 풀을 구해서 어머니와 고윤희를 위해 누울 곳을 마련했다.모든 일을 마친 뒤, 한진수는 다시 밖으로 나와 근처를 돌아다녔다.하지만 근처를 샅샅이 뒤져도 먹을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그렇게 나이든 어머니와 임신한 여자는 그대로 굶을 수밖에 없었다.여차여차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한진수는 혹시나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산을 내려갔다.하지만 얼마 가지도 못해서 전방에 수십 대의 검은색 승용차가 천천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차가 멈추더니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고 그들은 근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놀란 한진수는 다시 동굴로 돌아왔다.가쁜 숨을 몰아쉬며 돌아온 한진수를 보자 고윤희는 지나가던 차량을 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진수 씨, 차 발견했어요?”“밖에 사람들이 왔는데 산을 수색하려나 봐요.”“뭐… 뭐라고요?”“무슨 일을 하는 자들인지는 모르는데 산을 수색하려는 것 같아요.”한진수가 또 말했다.“진수 씨, 빨리 숨을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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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말을 마친 그녀는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자신과 신세희의 삶이 닮았다고 생각했다.6년 전, 신세희가 남성에서 도망칠 때도 산에서 굴러떨어져 죽을 뻔한 적 있다고 했다. 그때의 신세희도 임신 중이었다.얼마나 힘들었을까?과거의 고윤희는 신세희가 참 강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직접 이런 경험을 해보니 강단 하나만으로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런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고생 속에서도 낙관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해야 한다.신세희가 남성에서 도망친 이유도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부소경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쫓지도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상황은 그때와는 달랐다.고윤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구경민의 별장에서 나왔을 때, 분명 아무것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1년이나 사용한 핸드폰도 두고 나왔다.명품 옷과 액세서리도 챙기지 않았다. 유일하게 가지고 나온 것이 있다면 그가 준 카드였다. 그건 그냥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카드도 그의 약혼녀가 빼앗아갔다.고윤희는 구경민이 왜 이렇게 자신을 증오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상황만 보면 그는 더 이상 그녀가 알던 사람이 아니었다.좋아하는 여자가 돌아왔다고 아무런 고민도 없이 그녀에게 나가달라고 했던 사람, 심지어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고윤희는 고개를 들고 한진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수 씨, 나 때문에 정말 미안해요. 진수 씨는 어머니 모시고 산을 내려가요. 구경민 그 사람은 무고한 사람까지 곤란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한진수는 고윤희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그 사람이 왜 이렇게 윤희 씨를 쫓는 걸까요? 이유라도 있어야 하잖아요?”고윤희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모르겠어요. 그 사람 옆에서 오래 살았지만 그 사람에게서 이득을 취한 적은 없어요. 그 사람한테서 받은 돈 20억도 약혼녀가 가져갔거든요. 그 사람 약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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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고윤희는 한진수의 품에 얼굴을 묻고 울며 말했다.“네, 진수 씨. 이렇게 만난 것도 참 인연이네요. 그래요. 가지 말고 이대로 숨어 있어요. 운 좋게 살아 남으면 우리가 이긴 거죠!”그렇게 세 사람은 다시 동굴에 몸을 숨겼다.그들은 비좁은 동굴 안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또 하룻밤을 보냈다.고윤희는 이미 이틀이나 굶은 상태였다.입술은 바짝 말라 비틀어졌고 정신상태도 좋지 않았다. 한진수의 어머니는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한진수는 걱정스럽게 어머니를 불렀다.“엄마….”그럴 때마다 그의 어머니는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엄마 괜찮아. 그냥 체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한진수는 그럴 때마다 가슴이 저렸다.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 한진수는 배가 고파 눈앞이 핑글핑글 돌았다. 그는 어지럼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러다가 다 같이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나가서 뭐라도 찾아볼 생각이었다. 산을 수색하던 사람들은 돌아갔을까?하지만 입구로 나가 바깥을 살펴 보니 근처에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한진수는 바로 동굴로 다시 들어왔다.그는 숨을 죽이며 두 여자에게 말했다.“그들이 왔어요. 숨 죽이고 소리 내지 말아요.”입구가 비좁은 동굴이었기에 밑에서 자세히 보지 않으면 틈새가 잘 보이지도 않았다.수색 대원 중 한 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대표님 말로는 이 근처를 지나가던 차에서 사람이 내린 적 있다고 했어. 하지만 마을에 알아봤는데 그들이 마을로 들어간 흔적은 없어. 산에서 생활한 경험도 있다고 했으니까 빨리 찾아야 해! 찾는 사람한테 거액의 보너스를 준다고 하셨어!”그러자 팀원 중 한 명이 다급히 물었다.“형님, 대표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여자 한 명 찾는다고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한 걸까요?”다른 직원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대표님 약혼녀가 돌아왔다고 하지 않았어요? 듣기로는 우리가 찾는 여자와 갈등이 있었다고 하던데?”“당연한 소리를! 두 여자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갈등이 없이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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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고개를 든 고윤희는 놀라서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비좁은 동굴 입구 바깥 쪽에 정장을 입고 검은색 구두를 신은 남자가 서 있었다.날카롭고 차가운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키는 180cm 정도로 보였는데 건장한 체구를 가졌다.싸움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한진수였지만 남자가 만만한 상대라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저 사람이… 그 사람인가요?”한진수가 물었다.고윤희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바깥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요. 저 사람은 구경민이 아니라… 그 사람 경호원이에요.”한진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쩐지 체격도 건장하고 싸움을 잘할 것 같더라니….’그들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로 지낸지 벌써 3일이 지났다.물론 배가 고픈 상태가 아니라도 이 남자에게 잡히면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눈앞의 남자는 고윤희도 아는 사람이었다.그의 이름은 주광수, 구경민 신변의 능력 있는 경호원이었다. 구경민이 그를 찾는 일은 별로 없었지만 그를 불렀다는 건 그만큼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뜻했다.고윤희는 3년 전, 주광수의 아내가 아이를 낳았을 때 문안을 간 적도 있었다. 경호원 일을 하는 사람들은 외부인에게 자신의 가족을 알리지 않는다. 그래서 주광수가 아이 아빠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혼자 문안을 간 그녀는 주광수와 그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했다.“구 대표님이 보내서 왔어요. 그 사람은 요즘 바빠서 시간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제가 대신 왔어요. 너무 눈에 띄게 행동하면 두 사람의 신변 안전에 별로 좋을 것 같지도 않고요.”부드러운 말투와 온화한 표정, 겸손한 행동. 이게 고윤희에 대한 주광수의 첫 인상이었다.그녀는 갓 태어난 아이를 위해 많은 신생아용품을 선물했다.옷부터 장난감까지 없는 게 없었다.심지어 아기 기저귀까지 준비했다.그때 주광수의 아내는 무척 고마워하며 고윤희에게 인사했다.“사모님, 뭘 이렇게 많이 준비하셨어요? 정말 너무 감사해요.”고윤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아이를 키워본 적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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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그녀는 아름답지만 오만하고 까탈스러운 여자였다.하지만 구경민의 마음을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인 건 사실이었다.구경민과 함께 자란 여자였고 아무도 그녀의 위치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고윤희 역시 마찬가지였다.주광수는 마음이 아팠지만 뭐라고 할 수는 없었다.그는 경호원이었고 상사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직원에 불과했다.주광수는 무표정한 얼굴로 동굴 속에 있는 사람들을 쏘아보았다.순박해 보이는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품에 안긴 여자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순수하고 온화하던 그녀의 눈동자에서는 절망의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그들의 옆에는 남루한 옷차림의 노인도 있었다.노인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키더니 고윤희와 한진수의 앞을 막아섰다.노인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나를 데려가게. 나를 데려다가 분풀이로 때리고 죽여도 좋아. 젊은이, 나를 데려가.”주광수는 그녀의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그저 고요한 눈빛으로 고윤희를 바라볼 뿐이었다.고윤희는 눈물을 머금고 주광수를 바라보며 절망한 목소리로 말했다.“나… 정말 구경민 씨한테 빚진 거 없어요. 그 사람 돈을 가져가지도 않았어요. 그 사람이 준 돈 20억은 그 사람 약혼녀가 가져갔어요. 그 여자한테 맞아서 죽을 뻔하기까지 했다니까요.”“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죠? 제발 나 좀 놓아주세요! 나도 살고 싶어요. 다시는 구경민 씨 앞에 나타나지 않을게요. 평생 그 사람을 피해서 살게요. 돈도 필요 없고 그냥 살고 싶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네?”그녀의 두 눈에서는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예의 바른 미소를 유지했다.“나는 진짜로 구경민 씨의 물건을 건드린 적 없어요. 사실이에요. 아무한테도 그 사람과 아는 사이라고 얘기하지 않을게요.”애원하면 애원할수록 고윤희는 깊은 절망을 느꼈다.그녀는 구경민에게 잡혀가서 온몸이 묶인 채, 최여진을 마주하면 최여진은 자신을 절대 살려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안 돼! 그럴 수는 없어! 난 살아야 해! 아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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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상사의 음침한 얼굴을 본 주광수는 구경민이 당연히 고윤희를 잡아 죽일 생각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명분도 없이 구경민의 곁을 지켰던 여자에게 연민을 느꼈다.어떻게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 있을까?그와 동시에 상사의 일편단심에 탄복하기도 했다.주광수는 속으로 생각했다.‘한 여자와 그렇게 많은 밤을 보내고도 마음은 다른 여자를 잊지 않고 있다니. 그 여자가 불쌍하긴 하지만 대표님도 일편단심인 사람이야. 고윤희 씨만 안타깝게 됐네.’그 가련한 여자가 떠오르자 주광수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대표님, 전에 수색하던 마을에서 의사가 그랬잖아요. 멀리는 못 갔을 거라고요. 혹시 우리가 놓친 단서가 있지 않을까요?”주광수의 진지한 표정을 말없이 바라보던 구경민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가자.”“어… 어디로요?”“다시 돌아가야지! 그 마을로 가서 다시 수색해! 어떤 단서도 놓쳐서는 안 돼!”구경민이 말했다.“네, 대표님!”잠시 후, 주광수는 다시 조심스럽게 이런 제안을 했다.“대표님, 애들도 많이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데 정신 좀 차리라고 사이렌이라도 울리는 게 어떨까요?”그는 산에 숨어 잇는 세 사람에게 자신들이 떠났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구경민이 이곳을 떠났다는 사인이었다.구경민이 힘없이 말했다.“마을 사람들 쉬는데 방해하지 말고 짧게 울려.”“네, 대표님!”말을 마친 주광수가 뒤돌아서서 명령하자 차들은 일제히 유턴을 하고는 사이렌을 울리며 사라졌다.그 우렁찬 사이렌은 산 깊은 곳까지 전해졌다.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동굴에 숨은 고윤희 일행은 그제야 구경민이 이곳을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가 드디어 갔다.고윤희는 힘없이 동굴 입구에 쓰러져서 바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광수 씨, 도와줘서 고마워요.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요.”뒤에 있던 한진수가 물었다.“우리를 살려준 사람 이름이 광수인가요?”고윤희는 울며 대답했다.“예전에 광수 씨 와이프가 출산했을 때 문안간 적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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