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아이를 밴 여자는 달랐다.배가 부르자 그들은 그 길로 택시를 잡아 한진수의 고향으로 향했다.다시 차에 오른 고윤희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그녀는 한진수의 품에 기댄 채, 노곤한 표정으로 감탄하듯 말했다.“진수 씨, 사실 구경민 씨는 줄곧 나한테 잘해줬어요. 그 집에 있을 때도 한 번도 나를 홀대한 적은 없었죠. 그 사람은 항상 나한테 좋은 것만 줬어요.”한진수는 턱을 그녀의 머리에 기댄 채, 부드럽게 말했다.“윤희 씨는 좋은 여자니까요.”고윤희는 계속해서 말했다.“모든 잘못은 내가 했어요. 내가 처음부터 잘못한 거예요. 그 사람은 그럴 마음이 없었는데 내가 필사적으로 매달렸어요. 나중에 그 사람이 나한테 예쁜 옷을 사주고 모임에 데리고 나가면서 내 처지를 망각했죠. 사실 나는 처음부터 가정부였다는 것을요. 그 사람이 나를 좀 띄워준다고 나는 그 사람의 여자가 되었다고 착각한 거에요. 하지만 그 사람은 계속 그 때처럼 나를 띄워줄 사람은 아니었어요.”“그 사람이 나한테 줬던 관심과 애정을 거두면 결국 내가 가졌던 모든 건 꿈처럼 사라져 버리는 거예요.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느낌이었죠. 그러니까 앞으로 더 이상 그런 헛된 꿈은 꾸지 않을 거예요.”“사람은 주제파악을 할 줄 알고 독립적이어야 해요. 누군가에게 기대서 삶을 영위하는 건 옳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고향으로 돌아가면 나도 놀고 먹기만 하지는 않을 거예요. 직장을 찾아서 일할 거예요. 그렇게 행복한 가정을 꾸려요. 어때요?”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한진수를 바라보며 물었다.한진수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윤희 씨는 임신 중이잖아요. 윤희 씨 힘든 건 내가 원하지 않아요.”하지만 고윤희는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힘들지 않아요. 오히려 자랑스러울 거예요. 내 친구 중에 신세희라는 친구가 있는데… 지난 번에 나한테 돈을 빌려줬던 친구요. 그 친구도 갖은 고생을 했지만 스스로 힘든 상황을 떨쳐낼 수 있는 사람이었어요.”“오늘에 와서야 알았어요. 그
부하직원에 의해 잠에서 깬 구경민은 짜증스럽게 주광수의 목을 조르며 소리쳤다.“죽고 싶어? 잘 자고 있는데 왜 깨워? 꿈을 꾸고 있었다고! 내 꿈 돌려내!”그의 꿈.꿈속에서 그는 그토록 보고 싶었던 고윤희를 만났다.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짓던 여자, 그를 배려해 줬던 바보 같이 착한 여자.자신의 아이를 밴 여자가 볼록 나온 배를 감싸 안고 그에게서 울며 도망치고 있었다.조금만 더 가면 그녀를 품에 안을 수 있었는데 주광수 때문에 깼으니 기분이 너무 나빴다.구경민은 미친 사람처럼 주광수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내 꿈 돌려내라고!”하지만 목숨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주광수는 집요하게 그에게 물었다.“대표님, 혹시… 방금 전에 뭐라고 하셨어요? 그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최여진 씨는 이제 사랑하지 않는 거예요? 대표님이 사랑하는 여자가… 고윤희 씨라고 하셨나요?”“너 정말 죽고 싶어? 윤희가 내 옆을 지킨 지가 몇 년인데! 사랑 받을 자격은 충분하지 않아? 그리고 너! 네 마누라가 임신했을 때, 나는 문안 갈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윤희가 꼭 가야 한다고 고집 부리고 간 거잖아!”주광수의 두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그는 울며 구경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대표님! 저를 죽여 주세요! 제가 죽을 짓을 했어요! 그냥… 저를 죽여요. 제가 정말 죽을 죄를 졌어요….”주광수는 계속 사과하며 통곡했다.그의 울음 소리에 주변을 지키던 경호원들도 놀라서 이쪽을 바라보았다.구경민은 다급하게 그에게 물었다.“말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주광수는 눈을 질끈 감고 절망한 말투로 말했다.“제가… 산을 수색할 때… 사실은 사모님을 만났어요.”“뭐라고?”구경민은 다시 주광수의 멱살을 잡고 격분한 말투로 물었다.“그때 사모님이… 애절한 눈빛으로 저에게 애원하셨어요. 앞으로 다시는 대표님 앞에 나타나지 않을 테니 제발 살려달라고요. 최여진 씨한테도 사과할 테니 제발 죽이지만 말아달라고 했어요.”“최여진 씨한테 맞아서 죽을 뻔한 적도 있
그런 그녀를 매몰차게 내쫓았던 그날의 순간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았다.그녀는 어디 하나 최여진에 비해 빠지는 게 없었다.‘이런 멍청한 자식! 다 너 때문이야!’“돈은 좀 줬어?”갑자기 웃음을 멈춘 구경민이 주광수에게 물었다.주광수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수색을 하러 나가느라 소지품은 다 차에 두고 내렸는데 언제 돈을 챙길 여유가 있었을까?하지만 주광수는 핑계조차 댈 수 없었다.지금 구경민이 가장 죽이고 싶은 건 자기 자신일 것이다.“돈 좀 줬냐고?”“아… 아니요.”“이런 나쁜 자식이! 돈이라도 좀 주지 그랬어! 왜 돈을 안 줬어!”구경민은 미친 사람처럼 주광수에게 주먹질을 해댔다.바닥에 쓰러진 주광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그러다 지친 구경민이 주광수를 부축해서 일으키더니 갈린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대표님, 이게 나쁜 소식만은 아니에요. 사모님께서 살아계신다는 걸 확인했으니 수색 범위를 천천히 좁히면 돼요. 근처를 다 뒤졌는데 한곳만 안 갔잖아요. 지금부터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게 그곳에 가는 거죠.”“그렇게 찾다 보면 언젠가는 사모님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구경민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주광수가 말했다.“이 일은 저에게 맡겨주세요. 제가 책임지고 사모님을 찾을게요. 찾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겠습니다!”구경민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사실 그는 이곳에서 4일 정도 머물다가 다시 남성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그랬다. 구경민은 서울이 아닌 남성을 택했다.서울에 계신 그의 부친이 매일 전화로 돌아오라고 재촉했지만 그는 무시로 일관했다.서울에 돌아가면 처리해야 할 업무가 태산이었지만 이런 것들은 그의 절친인 부소경이 맡아서 잘 처리해 줄 것이다.그렇게 4일 뒤, 구경민은 다시 남성으로 돌아왔다.그날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 끼었고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하듯, 날씨는 쌀쌀하고 음침했다.신세희도 기분이 좋지
구경민은 힘없이 웃으며 받아쳤다.“세희 씨처럼 강한 여자가 귀신도 믿어요?”신세희는 수염이 덥수룩하고 온 몸에서 악취가 풍기는 남자를 보자 말을 잇지 못했다.“마지막으로 언제 씻은 거예요?”“일주일 전이요.”구경민이 말했다.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일주일 동안 씻지도 못하고 침대에 편히 눕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잠을 자본 적도 없어요. 면도는 당연히 안 했고… 양치도요.”구경민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신세희는 코를 틀어막으며 짜증스럽게 구경민을 쏘아보았다.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냉철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남자가 이 사람이 맞나 싶었다.“윤희 언니는 찾았어요?”신세희는 답을 뻔히 알면서도 일말의 기대를 품고 물었다.구경민은 묻는 말에 대답 대신, 그녀에게 물었다.“이 꼴도 보였으니 이제 나 좀 용서해 줄래요?”“지금도 화가 안 풀렸으면 마당에서 비를 맞으며 화 풀릴 때까지 기다릴게요.”잔뜩 기가 죽은 말투였다.고윤희는 그와 함께한 뒤로 거의 외부와 접촉하지 않았다.그녀는 모든 시간과 애정을 구경민에게 쏟았다.그러다가 신세희라는 친구를 만났다.신세희는 믿음을 받아 마땅한 친구였다.그래서 구경민은 사과하고 싶은 마음에 돌아오자마자 신세희를 찾았다.신세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그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잘못을 꼬집고 끝까지 추궁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게다가 구경민과 고윤희 두 사람 사이의 일이었고 타인인 그녀가 간섭할 권리는 없었다.신세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구 대표님, 언니를 찾지 못했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지금 잘 지내고 있을 수도 있죠. 그냥 대표님을 만나기 싫어서 숨어버렸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구경민은 고개를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와 눈을 마주치고는 약간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미 애들한테 지시를 내렸어요. 산으로 둘러싸인 지방이고 면적도 넓어서 찾는데 시간은 조금 걸리겠지만 10년이 걸리든 얼
“어렸을 때 남성에서 자랐고 부성웅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내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아본 적 있어? 열몇 살에 거리를 떠돌게 되면서 아무도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어. 세상에서 내 어머니를 제외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나를 구해준 여자는 신세희가 처음이었어. 물론 원해서 한 건 아니겠지만.”“그리고 나중에 우리 엄마를 돌봐줬잖아. 그런 진심 어린 배려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그룹을 장악하고 하룻밤 사이에 전세가 역전되니까 그때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나한테 매달렸는지 알아?”“그 중에 임서아가 가장 집요했지. 나랑 결혼하려고 어떻게든 신세희를 제거하려고 했잖아.”“지금도 마찬가지야. 세상에서 엄마를 제외하고 나를 이렇게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여자는 신세희밖에 없어. 6년이 아니라 평생을 그 여자를 위해서 써도 아깝지 않다고.”부소경은 말을 이렇게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그는 항상 말을 아끼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구경민 앞에서 자신의 과거를 아낌없이 털어놓았다.구경민은 감탄하듯 말했다.“그래. 제수씨처럼 너 위하는 사람은 없지.”말을 마친 그는 처연한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나한테 가장 잘해준 사람은 고윤희였어. 그런데 그걸 최근에야 깨달은 거야. 내가 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자는 사실 한 번도 나를 사랑한 적 없었어. 그 여자는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여자야. 내 사랑을 이용했지.”부소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그걸 이제 알았어?”그 말을 들은 구경민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럼 넌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난 처음부터 최여진 그 여자가 마음에 안 들었어!”“그렇게 싫었어?”“응, 역겨웠어! 내 앞에서 다시 허튼소리 지껄이면 여자고 뭐고 주먹이 나갈지도 몰라!”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최여진도 자리에 없는데 겁을 주려는 생각은 아니었다.“남자고 여자고 떠나서 난 그런 사람 너무 싫어. 난 마음에 안 들면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성격이잖아.”그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그
정문재가 입을 열었다.“내가 변경에 오래 살았잖아. 그래서 소문을 너희들보다 빨리 입수했어. 최근 동유럽 쪽에 미친 광신도들이 나타났대.”부소경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말을 하는 거야?”“광신도들이 나타난 국가들이 좀 이상해. 우리 계열사가 있는 국가들이거든. 우리 이름을 모르는 애들도 아닐 텐데 이상해. 최근에 우리 계열사가 있는 도시에서 이런 미친 놈들이 나타났다는 거야.”정문재는 많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부소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정문재의 더 자세한 설명을 기다렸다.정문재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나이가 너무 어린 것도 아니고 그들을 직접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30대 정도로 돼 보이는 놈들인데 싸움 실력이 장난 아니래.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을 해치지는 않고 강도짓만 저지른다는 거야!”“그것도 대놓고 강도짓을 저지른대! 놈들이 하는 짓을 보면 자신들의 목숨 따위는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더 이상한 건 소경이 너네 계열사가 있는 지역에 사는 부자들을 많이 저격했다는 거야.”“그리고 싸움 실력이나 냉혹한 정도가 소경이 너한테 밀리지 않는다는 거지. 너는 그래도 누구를 제거하려고 할 때 고민 정도는 하잖아. 정말 죽여야 할 사람이 아니면 건드리지도 않고. 하지만 놈들은 좀 달라. 예상을 뛰어넘은 자들이야. 그 기세를 보면 어쩐지 죽고 싶어 안달난 놈들처럼 보일 때도 있어.”“최근에도 강도짓을 수도 없이 많이 저질렀어. 너무 빨라서 내 부하들도 미처 반응하기 전에 도망쳤고. 거의 수백억이 넘는 자산을 빼앗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어.”이때 구경민도 대화에 끼어들었다.“사라졌다고? 설마 그 자식 진짜 사라진 게 아니라….”정문재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일부러 소경이를 노리고 그러는 것 같아. 벌써 남성에 들어왔을지도 몰라. 조심해야 해! 목숨 내놓고 범죄를 저지르는 놈들이라서!”구경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잠시 후, 그는 조심스럽게 부소경에게 물었다.“소경아
냉혹하고 차갑게 길러진 남자는 한 번도 사람들 앞에서 감정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자신의 친구들 앞에서 어머니의 과거를 꺼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내 어머니는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을 잃었어. 그래서 가장 위로와 관심이 필요할 때였지. 내 아버지는 쉽게 내 어머니의 마음을 가질 수 있었어. 그렇게 시작된 사랑은 평생 끝나지 않았지.”부소경의 말에 모두가 침묵했다.부소경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내 아버지는 어머니와 결혼할 생각이 전혀 없었고 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떻게든 가성섬에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관계였어. 이 계획에는 큰어머니가 가장 큰 역할을 했지.”“하지만 큰어머니는 계산이 빠른 사람이었어.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연인이 되라고 했으면서 내 어머니가 아이를 낳는 건 절대 동의하지 않았지.”“그러니까 나와 내 쌍둥이 남동생 말이야.”“나중에 서씨 어르신의 개입으로 어머니는 무사히 출산할 수 있었어. 어머니는 우리 둘 중 한 아이의 목숨이라도 살리기 위해 태어날 때부터 허약했던 내 동생을 가성섬에 남기기로 했어.”“가성섬 주인한테 남기고 내 동생은 두 부부의 손에서 자랐어. 그래서 성이 반씨야.”“동생도 나처럼 처음에는 자신의 출신을 몰랐어.”“나는 서씨 어르신을 통해 들었고 걔는 아마 큰형이 알려줬을 거야.”정문재가 말했다.“그런 일이 있었구나. 어쩐지 놈이 네 아지트에서만 미친 듯이 강도짓을 저지른다 했어. 그러니까 너와 부성웅 회장의 주의를 끌려는 거였네.”부소경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걔가 맞는지 사실 확실하지는 않아.”“네 말을 들어보니까 나는 그 녀석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해.”부소경은 말이 없었다.“녀석의 처지는 안 됐지만 이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 게다가 아줌마가 그 애를 가성섬에 홀로 남겨둔 것도 결국은 그 애를 살리기 위해서였잖아. 가성섬 주인의 집에서 자랐으면 어렸을 때부터 풍족하게 자랐네. 공자님이라고 불리기도 했잖아. 걔가 너보다는 행운인 거 아니야?”“너를 봐. 10대 때 외
친구들 중, 남성에 가장 자주 방문하고 부소경의 회사에도 자주 갔던 구경민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상대에게 인사를 건넸다.“아… 아저씨가 어떻게 오셨어요?”그 말을 들은 남은 두 명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정문재와 장진혁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부성웅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저씨! 잘 지내셨죠?”부소경이 아버지를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친구의 아버지였다.그래서 세 친구는 매번 부성웅을 볼 때마다 아저씨라고 부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부성웅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부소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부소경! 요즘 바쁘다는 건 알고 있어! 네 장모 뒷바라지하느라 바쁘다면서? 네 장모 우울해한다고 위로해 주고 네 마누라 징징거리는 거 받아주면서 넌 네 아빠와 큰엄마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거야?”“우리가 아무리 너한테 잘못을 했어도 그래도 너를 키워준 사람이야!”그러자 부소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아들의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본 부성웅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한 달이야! 한 달이나 지났다고, 부소경! 한 달 전에 내가 너희 집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져서 입원했는데 퇴원할 때까지 내 아들은 뭐 하고 있었지?”“퇴원할 때까지 내 아들은 병원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어! 넌 내 유일한 아들이야, 소경아!”“그래, 퇴원할 때 문안오지 않은 건 그렇다고 쳐! 네 큰엄마 부축을 하면서 퇴원했어. 그리고 집에서 네가 언제 오나 기다렸지.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넌 본가에 얼굴 한 번 비춘 적이 없어.”“네 할아버지 곧 100세야. 건강히 살고 계신지 궁금하지도 않니?”“네 할머니는 유리가 보고 싶다고 매일 우셨어!”부성웅이 원망을 토했지만 부소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할머니가 유리를 보고 싶어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집에서 신유리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이런 이유 하나 때문에 어린 신유리를 데리고 본가에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부소경은 본가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