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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상사의 음침한 얼굴을 본 주광수는 구경민이 당연히 고윤희를 잡아 죽일 생각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명분도 없이 구경민의 곁을 지켰던 여자에게 연민을 느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매정할 수 있을까?

그와 동시에 상사의 일편단심에 탄복하기도 했다.

주광수는 속으로 생각했다.

‘한 여자와 그렇게 많은 밤을 보내고도 마음은 다른 여자를 잊지 않고 있다니. 그 여자가 불쌍하긴 하지만 대표님도 일편단심인 사람이야. 고윤희 씨만 안타깝게 됐네.’

그 가련한 여자가 떠오르자 주광수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

“대표님, 전에 수색하던 마을에서 의사가 그랬잖아요. 멀리는 못 갔을 거라고요. 혹시 우리가 놓친 단서가 있지 않을까요?”

주광수의 진지한 표정을 말없이 바라보던 구경민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자.”

“어… 어디로요?”

“다시 돌아가야지! 그 마을로 가서 다시 수색해! 어떤 단서도 놓쳐서는 안 돼!”

구경민이 말했다.

“네, 대표님!”

잠시 후, 주광수는 다시 조심스럽게 이런 제안을 했다.

“대표님, 애들도 많이 지치고 피곤해 보이는데 정신 좀 차리라고 사이렌이라도 울리는 게 어떨까요?”

그는 산에 숨어 잇는 세 사람에게 자신들이 떠났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구경민이 이곳을 떠났다는 사인이었다.

구경민이 힘없이 말했다.

“마을 사람들 쉬는데 방해하지 말고 짧게 울려.”

“네, 대표님!”

말을 마친 주광수가 뒤돌아서서 명령하자 차들은 일제히 유턴을 하고는 사이렌을 울리며 사라졌다.

그 우렁찬 사이렌은 산 깊은 곳까지 전해졌다.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동굴에 숨은 고윤희 일행은 그제야 구경민이 이곳을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가 드디어 갔다.

고윤희는 힘없이 동굴 입구에 쓰러져서 바깥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광수 씨, 도와줘서 고마워요. 살려줘서 정말 고마워요.”

뒤에 있던 한진수가 물었다.

“우리를 살려준 사람 이름이 광수인가요?”

고윤희는 울며 대답했다.

“예전에 광수 씨 와이프가 출산했을 때 문안간 적 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나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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