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부성웅은 처음 보는 남자한테 두 번이나 협박당한 일을 완전히 신세희의 탓으로 돌렸다.부성웅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들을 쏘아보았다.냉철하기로 소문난 부소경이었지만 이 순간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아버지!”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입을 열었다.“세희한테 뭐라고 할 때 당신은 살면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해 보세요!”“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든 아들인 네가 아비한테 지적질하는 게 말이 돼?”부성웅은 진심으로 화가 치밀었다.한 달 사이, 그가 아프다고 쓰러졌지만 아들은 그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는 한 번도 문안을 온 적 없었다.한 달 사이에 그와 그의 아내는 두 번이나 어떤 남자한테 협박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그런데 그 남자는 그들을 잘 아는 것처럼 굴었다. 남자는 경호원들이 없는 틈을 타서 그들에게 협박했다.그러니 부성웅이 어찌 침착할 수 있을까?화도 나면서 두려웠다.이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곳은 아들뿐이었다.게다가 그 멍청한 며느리는 아직도 서씨 어르신을 외할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90세를 바라보는 노인에게 아무리 서운한 게 많아도 용서해야 맞다고 그는 생각했다.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부성웅은 지금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오늘 오후에 그는 다짜고짜 F그룹을 방문해서 부소경을 찾았다.그런데 또 헛걸음을 할 줄이야.부성웅은 부소경의 비서들에게 부소경의 위치를 물었다.하지만 비서들도 다 모른다고 했다.그러면서 들은 사실이 부소경의 친구들이 지금 남성에 왔다는 사실이었다.부성웅은 그 직원에게 질문했다.“세 명 맞아?”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세 명이요. 대표님까지 네 분이 같이 나가셨어요.”부성웅은 바로 알아차리고 차를 돌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그래도 아버지라고 아들이 자주 가는 장소는 기억하고 있었다. 부소경은 친구들과 모일 때면 거의 이곳에서 모임을 가졌다.그는 아들의 친구들까지 있는 자리에서 아들에게 제대로 따져야겠다고 마음먹었
부소경은 멈칫하며 매니저에게 물었다.“그 사람 어떻게 생겼어?”“키는 크고 말랐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서….”매니저가 당황한 말투로 말끝을 흐렸다.모두가 서로를 번갈아 보다가 아래층으로 시선을 돌렸다. 구석진 곳에서 몇몇 클럽 직원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일부는 눈가를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소란을 부린 놈은 어디 갔어?”매니저가 부하직원을 부축해서 일으키며 물었다.그 직원은 힘없이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도… 도망쳤어요.”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클럽 직원들조차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사람을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도망갔다.부소경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놈이 왜 너희들을 때린 거지?”한 직원이 말했다.“억지로 위층에 올라가겠다고 해서 저희가 막았거든요. 오늘은 VIP 손님이 위층 전체를 대여해서 올라갈 수 없다고요. 그런데 놈은 어르신께서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꼭 찾아야 한다면서….”“놈이야! 그 놈이 분명해! 세상에! 소경아….”부성웅은 원망에 찬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부친에게 눈길도 돌리지 않고 매니저를 보며 말했다.“CCTV 틀어봐!”매니저는 바로 경비실로 달려가서 CCTV를 틀었지만 남자가 출현했던 시간대만 영상이 지워져 있었다.부소경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문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봐. 목숨 사리지 않는 놈은 아니라니까. 놈은 저만의 계획이 있는 거야. 사전에 CCTV 해킹까지 했잖아.”장진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놈일까?”부소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확신할 수는 없어.”범인이 반호영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100퍼센트는 아니었다.혹시라도 아니면 헛다리 짚는 일이었다.부성웅이 물었다.“놈이 누군데? 너희가 아는 사람이야? 그 인간 도대체 누구야? 신세희가 밖에서 만난 남자 아니야? 소경아, 내가 걔 방탕한 애라고 몇 번을 얘기했어….”부성웅은 모두가 신세희를 감싸고 돈다고 불만을 터뜨리려 했지만 정문재가 그의 말을 잘랐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정문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경민이 너… 무슨 일 있구나?”“내 여자가 실종됐어! 사라졌다고! 내 아이를 임신하고 나를 떠났어!”구경민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며칠 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오늘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장기전이니 힘을 내야겠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아이와 고윤희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평생을 다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그가 정신을 차린 또 다른 이유는 멀리 사는 두 친구가 오랜만에 남성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친구들의 방문 목적이 부소경을 걱정해서 온 거라니.구경민은 지금 친구들의 위로가 너무 필요했다.그런데 정문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한 마디 했다.“자업자득이야!”“야, 경민아. 나는 네가 윤희 씨를 찾지 못했으면 좋겠어. 윤희 씨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니? 몇 년이나 네 옆을 지키면서 불평 한 마디 없었고 너를 극진하게 보살폈잖아.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정문재는 정색하며 구경민에게 잔소리했다.장진혁도 옆에서 거들었다.“경민이 네가 심했어.”평생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따뜻한 위로를 바랐건만 그의 친구들은 위로는커녕 오히려 그를 핀잔했다.이때, 정문재의 운전기사가 도착하자 정문재는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물었다.“어때? 어르신은 잘 들어가셨어? 기분은 어때 보였어? 설마 막 욕하고 그런 건 아니지?”운전기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욕… 하셨죠.”“뭐라고 욕했어?”그러자 운전기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히 말해!”성질 급한 정문재가 기사의 어깨를 툭 쳤다.운전기사는 부소경의 눈치를 살피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부소경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내 집사람이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 욕했겠지 뭐.”운전기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뜻으로 말씀하시긴 하셨어요.”“이 어르신, 안 되겠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더라면 당장 차에서 내리라고 했을 거야!”조금 전까지 우울한 표정만
네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쏠렸다. 가녀린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소경 씨.”신세희는 웃으며 부소경을 불렀다.“유리 유치원 끝나면 바로 올 생각이었는데 유치원에서 사고가 좀 있어서 늦었어요.”그녀는 신유리가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데리고 업소에 와서 부소경과 합류하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다.그래서 퇴근한 뒤, 신세희는 바로 유치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가는 길이 조금 막혀서 어쩔 수 없이 가장 혼잡한 때에 유치원에 도착하게 되었다.그녀를 본 학무모들이 바로 달려와서 그녀를 에워쌌다.“사모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뭐 하고 지냈어요?”서수진의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신세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자신과 신세희가 아주 절친한 관계라고 착각하고 있었다.사실 신세희는 F그룹 사모님이라는 신분이 알려진 뒤로, 시끄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학부모가 자주 모이는 타임에 유치원을 방문하지 않았다.그렇게 조심했는데 오늘 결국 또 서수진의 엄마와 마주친 것이다.서수진은 신유리와 친구였기에 신세희도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네요, 수진 엄마.”“그래요, 사모님. 요즘 다른 엄마들이 사모님은 왜 안 오냐고 해서 내가 사모님 아주 바쁘다고 했거든요. 바쁜 일 지나가면 애 데리러 유치원에 오실 거라 얘기했죠. 저번에 파티홀에서 있은 일로 단톡방을 나가셨잖아요?”말을 마친 서수진의 엄마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여자들을 힐끗 보고는 작게 이야기했다.“저 사람들은 사모님을 다시 단톡방에 초대하기를 원해요. 사모님이 워낙 옷을 잘 입잖아요. 몸매도 좋고, 요즘 사모님 따라 옷 입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요.”신세희는 아부가 잔뜩 섞인 그녀의 말투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예의 바르면서도 정중한 목소리로 거절했다.“죄송해요. 단톡방은 유치원 공식 단톡방이 있잖아요. 평소에는 일하느라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워요.”그 여자들이 또 뭐라고 하려는데 유치원에서 한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순백의 셔
아마 그러면서 상처를 받은 것이 많아 사람들과 멀어지기로 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가 신유리를 데리고 떠나려던 순간, 그 여자가 우는 딸을 데리고 그들에게 다가왔다.“미안하지만 수진 엄마, 계속 뒤에서 내 얘기 하고 다니시는 것 같은데 그거 정말 나쁜 행동이에요. 저 정말 참을 만큼 참았거든요? 그거 자제 좀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그 쪽 무리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수진 엄마와 신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여러분은 부자집 사모님이라는 거! 나는 그냥 한 달에 겨우 5백 버는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에요. 내 한 달 월급이 당신들이 가지고 다니는 백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겠죠. 하지만 난 당신들한테 빚진 거 없어요.”“난 스스로 돈을 벌고 있고 나랑 내 딸도 남 부럽지 않게 살아요! 동정 받을 이유 없고 도움 받을 필요가 없다고요!”그 말을 들은 수진 엄마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에게 따졌다.“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혼자 아이 키우는 게 힘들까 봐 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떻게 호의를 그렇게 받아들여요!”여자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미안하지만 필요 없거든요! 앞으로 착한 사람인 척 나한테 접근하는 거 그만하시라고요!”말을 마친 여자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가던 길을 갔다.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잠깐만요.”신세희는 등 뒤에서 여자를 불렀다.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당신이 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부자라는 거 알아요. 저 사람들이 당신 얘기하는 거 자주 들었거든요. 당신과의 친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더라고요. 하지만 난 친분을 이용해서 신분상승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여기 이사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냥 가장 가까운 유치원에 입학한 것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불편하면 바로 다른
신세희는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룸 안이 무척 조용했기에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고백은 부소경 일행의 귀에까지 똑똑하게 들렸다.가장 분노를 느낀 사람은 부소경이었다.무표정했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고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정문재와 장진혁은 친구의 이런 반응이 무척 재미있었다.같이 어울려 지낸지 벌써 20년, 온갖 것을 같이 경험한 그들이었다.그들 중 아무도 여자에게 쓰는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그들 중에서 가장 냉혹하고 잔인했던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친구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신세희의 대답을 들었다.“당신 누군데요? 나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수화기 너머의 그 목소리는 지난 번처럼 묘한 애달픔이 있었다.“하지만 난 당신을 포기하지 못하겠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야. 그리고 당신 딸, 유리까지… 하늘은 왜 나한테만 이렇게 잔인한 걸까? 정말 너무해!”신세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 혹시….”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신세희? 가끔은 너무 억울해서 이 세상을 저주하고 싶어!”말을 마친 남자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경 씨, 이 사람 혹시….”“나도 알아!”부소경은 차갑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진작 이럴 줄 알았어!”이때, 구경민이 웃음을 터뜨리며 상황을 설명했다.“세희 씨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놈이 여기 와서 1층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사라졌거든요.”신세희가 떨떠름한 말투로 물었다.“그 사람이 남성에 있다고요? 왜요? 언제 왔대요? 남성에 소경 씨가 있는 줄 알면서 어떻게 남성에 올 생각을 했을까요?”부소경은 잔뜩 짜증이 담긴 말투로 대꾸했다.“남성에 당신이 있으니까.”신세희는 어이없는
빌런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야, 소경아. 금욕적이고 냉철한 네 이미지는 이미 망가졌어.”“소경아, 난 요즘 네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그녀는 조금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윤희를 찾는다고 하더니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는 구경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부소경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오히려 부소경의 싸늘했던 표정은 점점 담담하게 변했다.그는 속 깊고 침착한 사람이었다.속은 뒤집어져도 겉으로 잘 내색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부소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친우에게 물었다.“내가 불쌍하다고?”정문재와 장진혁은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좀 불쌍하긴 해.”정문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네가 가진 지분 15퍼센트 나한테 줘. 그러면 안 불쌍하지 않을까?”부소경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너, 장진혁. 너 서북부에 몇천 평 되는 땅 있지? 그거도 나 줘. 인공호수나 지어야겠어.”장진혁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성격이 저렇게 못됐으니 쌍둥이 동생이 시비를 걸지.’‘우리 중에 가장 잘나가는 그룹의 오너이자 가성섬을 인수하고 마누라와 딸까지 있는 놈이 욕심은 왜 이렇게 많아?’두 친구는 다시 화제를 돌려 구경민을 위로했다.“경민아, 윤희 씨 찾는데 사람 더 필요해? 내가 내 직원들 좀 보내줄까?”정문재가 말했다.“경민아, 내가 그 지역을 잘 알아. 윤희 씨 찾는 일은 나한테 맡겨. 문재랑 남성에 온 것도 너한테 이 말 해주고 싶어서였어. 걱정하지 마. 마누라 도망가면 다시 찾아가서 달래서 데려오면 되지!”구경민은 친구들을 노려보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나한테 계획이 다 있어! 너희 도움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마누라 찾다가 너희 때문에 더 멀리 도망갈 것 같아!”말을 마친 구경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갈게! 난 돌아가서 좀 쉬어야겠어! 체력을 비축해야지!”전보다 많이 활기를 되찾은 구경민을 보자 정문재, 장진혁도 속으로 안
신세희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 하는 거 봐서요!”그녀는 부소경을 다루는 법을 점점 더 능수능란하게 익히고 있었다. 그가 인상을 쓰고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의 마음을 안달나게 만들었다.두 시간 뒤, 여자는 남자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으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소경 씨,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 대표로서 체면도 지켜야죠. 왜 이렇게 애처럼 굴어요? 그것도 자기 와이프를 상대로?”사실 그도 유치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매번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남성에서 부소경에게 호감을 대놓고 드러내는 여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가 이미 마누라밖에 모르는 애처가로 이름을 굳혔기 때문이다.부소경은 평생 아내만을 사랑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다.그는 지독한 애처가였다.그리고 이 사실은 F그룹의 공식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부소경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하지만 여자는 달랐다.여섯 살이나 된 아이가 있는 명실상부 유부녀였지만 신세희의 매력에 빠진 남자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그 중에는 그녀보다 어린 남자도 수두룩했다.그러니 부소경이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남자는 뒤돌아서 여자를 품에 안았다.“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남자랑 말도 하지 마!”“이…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요?”“당신, 요즘 따라 내 무서움을 계속 잊고 있어.”남자가 억지를 부렸다.그녀가 뭐라도 하기 전에 남자는 다시 그녀의 예민한 부위에 손을 뻗었다.여자는 체력으로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다음 날.신세희는 피곤해서 일어날 기운도 없었다.주말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상태로 출근했으면 온종일 피곤해서 일에 집중도 못 했을 것이다.그녀는 남자의 이마를 콕 찌르며 얄밉게 말했다.“다 당신 때문이에요!”“그래?”남자는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당신이 자꾸 뭔가를 까먹으니까 그렇지.”신세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남편을 쏘아보고는 대충 씻고 신유리의 방으로 가서 딸에게 옷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