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그러면서 상처를 받은 것이 많아 사람들과 멀어지기로 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가 신유리를 데리고 떠나려던 순간, 그 여자가 우는 딸을 데리고 그들에게 다가왔다.“미안하지만 수진 엄마, 계속 뒤에서 내 얘기 하고 다니시는 것 같은데 그거 정말 나쁜 행동이에요. 저 정말 참을 만큼 참았거든요? 그거 자제 좀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그 쪽 무리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수진 엄마와 신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여러분은 부자집 사모님이라는 거! 나는 그냥 한 달에 겨우 5백 버는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에요. 내 한 달 월급이 당신들이 가지고 다니는 백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겠죠. 하지만 난 당신들한테 빚진 거 없어요.”“난 스스로 돈을 벌고 있고 나랑 내 딸도 남 부럽지 않게 살아요! 동정 받을 이유 없고 도움 받을 필요가 없다고요!”그 말을 들은 수진 엄마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에게 따졌다.“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혼자 아이 키우는 게 힘들까 봐 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떻게 호의를 그렇게 받아들여요!”여자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미안하지만 필요 없거든요! 앞으로 착한 사람인 척 나한테 접근하는 거 그만하시라고요!”말을 마친 여자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가던 길을 갔다.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잠깐만요.”신세희는 등 뒤에서 여자를 불렀다.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당신이 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부자라는 거 알아요. 저 사람들이 당신 얘기하는 거 자주 들었거든요. 당신과의 친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더라고요. 하지만 난 친분을 이용해서 신분상승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여기 이사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냥 가장 가까운 유치원에 입학한 것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불편하면 바로 다른
신세희는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룸 안이 무척 조용했기에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고백은 부소경 일행의 귀에까지 똑똑하게 들렸다.가장 분노를 느낀 사람은 부소경이었다.무표정했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고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정문재와 장진혁은 친구의 이런 반응이 무척 재미있었다.같이 어울려 지낸지 벌써 20년, 온갖 것을 같이 경험한 그들이었다.그들 중 아무도 여자에게 쓰는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그들 중에서 가장 냉혹하고 잔인했던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친구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신세희의 대답을 들었다.“당신 누군데요? 나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수화기 너머의 그 목소리는 지난 번처럼 묘한 애달픔이 있었다.“하지만 난 당신을 포기하지 못하겠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야. 그리고 당신 딸, 유리까지… 하늘은 왜 나한테만 이렇게 잔인한 걸까? 정말 너무해!”신세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 혹시….”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신세희? 가끔은 너무 억울해서 이 세상을 저주하고 싶어!”말을 마친 남자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경 씨, 이 사람 혹시….”“나도 알아!”부소경은 차갑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진작 이럴 줄 알았어!”이때, 구경민이 웃음을 터뜨리며 상황을 설명했다.“세희 씨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놈이 여기 와서 1층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사라졌거든요.”신세희가 떨떠름한 말투로 물었다.“그 사람이 남성에 있다고요? 왜요? 언제 왔대요? 남성에 소경 씨가 있는 줄 알면서 어떻게 남성에 올 생각을 했을까요?”부소경은 잔뜩 짜증이 담긴 말투로 대꾸했다.“남성에 당신이 있으니까.”신세희는 어이없는
빌런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야, 소경아. 금욕적이고 냉철한 네 이미지는 이미 망가졌어.”“소경아, 난 요즘 네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그녀는 조금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윤희를 찾는다고 하더니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는 구경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부소경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오히려 부소경의 싸늘했던 표정은 점점 담담하게 변했다.그는 속 깊고 침착한 사람이었다.속은 뒤집어져도 겉으로 잘 내색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부소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친우에게 물었다.“내가 불쌍하다고?”정문재와 장진혁은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좀 불쌍하긴 해.”정문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네가 가진 지분 15퍼센트 나한테 줘. 그러면 안 불쌍하지 않을까?”부소경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너, 장진혁. 너 서북부에 몇천 평 되는 땅 있지? 그거도 나 줘. 인공호수나 지어야겠어.”장진혁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성격이 저렇게 못됐으니 쌍둥이 동생이 시비를 걸지.’‘우리 중에 가장 잘나가는 그룹의 오너이자 가성섬을 인수하고 마누라와 딸까지 있는 놈이 욕심은 왜 이렇게 많아?’두 친구는 다시 화제를 돌려 구경민을 위로했다.“경민아, 윤희 씨 찾는데 사람 더 필요해? 내가 내 직원들 좀 보내줄까?”정문재가 말했다.“경민아, 내가 그 지역을 잘 알아. 윤희 씨 찾는 일은 나한테 맡겨. 문재랑 남성에 온 것도 너한테 이 말 해주고 싶어서였어. 걱정하지 마. 마누라 도망가면 다시 찾아가서 달래서 데려오면 되지!”구경민은 친구들을 노려보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나한테 계획이 다 있어! 너희 도움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마누라 찾다가 너희 때문에 더 멀리 도망갈 것 같아!”말을 마친 구경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갈게! 난 돌아가서 좀 쉬어야겠어! 체력을 비축해야지!”전보다 많이 활기를 되찾은 구경민을 보자 정문재, 장진혁도 속으로 안
신세희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 하는 거 봐서요!”그녀는 부소경을 다루는 법을 점점 더 능수능란하게 익히고 있었다. 그가 인상을 쓰고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의 마음을 안달나게 만들었다.두 시간 뒤, 여자는 남자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으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소경 씨,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 대표로서 체면도 지켜야죠. 왜 이렇게 애처럼 굴어요? 그것도 자기 와이프를 상대로?”사실 그도 유치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매번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남성에서 부소경에게 호감을 대놓고 드러내는 여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가 이미 마누라밖에 모르는 애처가로 이름을 굳혔기 때문이다.부소경은 평생 아내만을 사랑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다.그는 지독한 애처가였다.그리고 이 사실은 F그룹의 공식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부소경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하지만 여자는 달랐다.여섯 살이나 된 아이가 있는 명실상부 유부녀였지만 신세희의 매력에 빠진 남자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그 중에는 그녀보다 어린 남자도 수두룩했다.그러니 부소경이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남자는 뒤돌아서 여자를 품에 안았다.“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남자랑 말도 하지 마!”“이…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요?”“당신, 요즘 따라 내 무서움을 계속 잊고 있어.”남자가 억지를 부렸다.그녀가 뭐라도 하기 전에 남자는 다시 그녀의 예민한 부위에 손을 뻗었다.여자는 체력으로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다음 날.신세희는 피곤해서 일어날 기운도 없었다.주말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상태로 출근했으면 온종일 피곤해서 일에 집중도 못 했을 것이다.그녀는 남자의 이마를 콕 찌르며 얄밉게 말했다.“다 당신 때문이에요!”“그래?”남자는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당신이 자꾸 뭔가를 까먹으니까 그렇지.”신세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남편을 쏘아보고는 대충 씻고 신유리의 방으로 가서 딸에게 옷을
신세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초인종이 울렸다.신세희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주말이라서 선희 씨랑 정아 씨가 놀러 왔나 봐요.”“남자만 아니면 다행이지!”부소경이 부루퉁하게 말했다.신세희는 가볍게 그를 핀잔했다.“선우 씨 빼고 다른 남자가 누가 있겠어요? 아이고!”말을 마친 그녀는 얼른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세희야,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나 좀 도와줄래?”밖에서 잔뜩 고민에 잠긴 서준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와 식탁에서 밥을 먹던 부소경 부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부소경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어색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맞이했다.“오… 오빠가 어쩐 일이에요?”서준명이 초췌한 얼굴로 대답했다.“세희야, 선희 씨 좀 말려줄 수 있어?”신세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희 씨가 내 연락을 안 받아. 계속 헤어지자고 해….”신세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빠, 두 사람 다 미혼이고 선희 씨한테도 선택의 권리는 있잖아요. 게다가 오빠는 재벌가 사람이고 세희 씨는 그런 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서준명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희야, 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선희 씨에게 마음을 준 이상 당연히 선희 씨 집안에 대해 신경 안 써. 지금은 선희 씨가 나를 싫어한다고. 내 인성이 어떤지 네가 가장 잘 알잖아.”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찌됐든 서준명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서씨 어르신은 유별난 사람이지만 그는 손자 교육에 성공했다. 서준명은 책임감 있고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세희야, 원래는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내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찾아왔어. 선희 씨가 내 마음을 다시 받아준다면 당장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 올리고 싶어.”솔직히 신세희도 서준명과 엄선희가 잘되기를 바랐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선희 씨한테 한 번 얘기해 볼게요. 들어와서 같이 밥
“유리야!”놀란 건 민정아와 엄선희도 마찬가지였다.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당황한 신세희는 다급히 일어서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찾았다.그녀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지자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바라보았다.누군가는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를 비난했다.“엄마라는 사람이 백화점 쇼핑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애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고.”신세희의 두 눈에는 벌써 눈물이 맺혔다.“유리야!”이때, 신유리가 한 매장 안에서 걸어 나왔다. 아이는 한 꼬마와 손을 잡고 있었다.“엄마, 뭐 해? 나 바로 옆 가게에 있었어. 유치원 친구를 만났거든.”신유리가 말했다.신세희는 다가가서 아이를 와락 끌어안고는 아이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혼냈다.“야, 신유리!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엄마는 너 없이는 못 살아. 유리야, 친구 만났으면 엄마한테 먼저 얘기해 주고 갔어야지.”신세희가 울먹이자 당황한 신유리는 다급히 사과했다.“엄마, 유리가 잘못했어. 울지 마.”“당신도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자기 애는 자기가 챙겨야지. 애가 없어진 게 애 탓인가요? 사람들 가득한 공공장소에서 애를 때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신세희는 눈물을 흘리며 상대를 바라보았다.“우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하얀 쉬폰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깔끔하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여자는 예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다.신세희는 그녀에게서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여자는 별로 그렇지 않아 보였다.“부자집 사모님이라서 그런지 기억력이 별로 안 좋으시네요. 우리 어제 유치원 앞에서 만났잖아요. 내가 부자 사모님 모임에 끼고 싶지 않다고 해서 왕따 당하고 있는 중이죠.”신세희는 그제야 기억을 떠올리고 부드러운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아, 저 기억났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에게 말했다.“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친구들과 얘기하는 사이에 유리가
말을 마친 그녀는 아이를 불렀다.“고상은, 이제 가자.”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신유리에게 또 말했다.“유리야, 다음에 상은이 보고 싶으면 또 놀러 와.”“이모도 잘가요. 상은아, 잘가.”신유리도 활짝 웃으며 여자와 아이에게 작별인사를 했다.여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저기… 이름이 뭐예요?”하지만 여자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신세희는 약간 실망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독특한 사람이야. 저 사람만 보면 과거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아. 혼자 세상과 싸워야 하는 기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기분 뭔지 알거든.”“됐네요! 역겨워, 퉤!”민정아는 팔짱을 끼며 신세희를 곱지 않게 흘겼다.“정아 씨는 이제 진짜 성격 들킨 뒤로 점점 자제를 모르는 것 같아. 아, 본모습이 원래 이랬었지? 처음 만났을 때 이랬잖아. 상은이 엄마가 뭐 잘못했다고 그래?”“그냥 마음에 안 들어. 저런 여자만 보면 속이 안 좋아!”엄선희까지 불쾌감을 드러냈다.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신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엄마 말 무시하고 엄마 욕하면 어쩔 거야?”그러자 아이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세 분이 싸우는 건 유리랑 상관없어. 아빠랑 엄마가 싸울 때도 유리는 중립이잖아. 난 아이스크림 먹고 있을 테니까 계속 싸워.”한참이 지난 뒤, 신세희는 약간 불쾌한 말투로 민정아에게 물었다.“정아 씨, 왜 그랬어? 상은이 엄마가 정아 씨한테 뭐 실수한 거라도 있어? 왜 사람을 그렇게 말해?”“나한테 실수한 건 없지!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고! 그런데 일부러 자기는 고상한 척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 세희 씨는 저 여자가 인상이 차갑고 고상해 보이면서 자기보다 잘난 사람한테도 당돌하게 대해서 마음에 들었던 거지? 그래서 그 여자가 과거의 세희 씨를 닮았다고 생각한 거지?”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거든.”“아니?”엄선희도 대화에 끼어들었다.“세희 씨도 처음 만
“할머니가 좀 아프셔. 그런데 의사 진료를 거부하고 유리만 찾는대.”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솔직히 그는 본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본가에서 생활한 적도 없었기에 그곳은 그에게 집이 아니었다.할머니는 비록 그에게 상처준 적은 없지만 솔직히 자라면서 할머니 사랑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할머니가 그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그의 할머니는 이 가문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사람이었을 뿐이다.그래서 부소경은 본가를 사랑할 수 없었다.그런데 노인이 아프다면서 자꾸 신유리를 찾았다.이런 상황에도 요청을 무시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처음에는 놀란 목소리였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당신 뭐라고 했어요? 할머니가…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고요? 심각해요? 다 우리 때문이에요. 너무 바빠서 본가에 찾아 뵙지도 못했네요.”신세희의 말투에서 깊은 죄책감이 느껴졌다.“그런 줄도 모르고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하고 있었다니… 지금 어디예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유리 데리고 바로 나갈게요.”부소경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여자는 겉보기에 차갑고 모든 일에 무관심해 보이지만 속은 항상 따뜻한 사람이었다.할머니가 신세희에게 보였던 호감이라고 해봐야 그와 함께 유리를 데리고 본가로 갔을 때,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옥석을 그녀에게 선물한 것뿐이었다.지금도 신세희는 그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아깝다고 착용하지도 않았다.사실 옥석은 원래 대대로 이어지는 보물이며 어차피 이번 대에는 부소경이 이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었기에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 맞았다. 때가 되면 언젠가는 신세희에게 돌아갈 물건이었다.할머니는 그냥 적당한 시기에 그것을 선물했을 뿐이다.하지만 신세희는 그것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그녀는 항상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