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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할머니가 좀 아프셔. 그런데 의사 진료를 거부하고 유리만 찾는대.”

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솔직히 그는 본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본가에서 생활한 적도 없었기에 그곳은 그에게 집이 아니었다.

할머니는 비록 그에게 상처준 적은 없지만 솔직히 자라면서 할머니 사랑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할머니가 그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의 할머니는 이 가문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부소경은 본가를 사랑할 수 없었다.

그런데 노인이 아프다면서 자꾸 신유리를 찾았다.

이런 상황에도 요청을 무시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처음에는 놀란 목소리였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당신 뭐라고 했어요? 할머니가…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고요? 심각해요? 다 우리 때문이에요. 너무 바빠서 본가에 찾아 뵙지도 못했네요.”

신세희의 말투에서 깊은 죄책감이 느껴졌다.

“그런 줄도 모르고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하고 있었다니… 지금 어디예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유리 데리고 바로 나갈게요.”

부소경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

여자는 겉보기에 차갑고 모든 일에 무관심해 보이지만 속은 항상 따뜻한 사람이었다.

할머니가 신세희에게 보였던 호감이라고 해봐야 그와 함께 유리를 데리고 본가로 갔을 때,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옥석을 그녀에게 선물한 것뿐이었다.

지금도 신세희는 그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아깝다고 착용하지도 않았다.

사실 옥석은 원래 대대로 이어지는 보물이며 어차피 이번 대에는 부소경이 이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었기에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 맞았다. 때가 되면 언젠가는 신세희에게 돌아갈 물건이었다.

할머니는 그냥 적당한 시기에 그것을 선물했을 뿐이다.

하지만 신세희는 그것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

그녀는 항상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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