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예전에 부소경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항상 말을 조심하였는데, 신분 불명의 남자에게 몇 차례 괴롭힘을 당한 후부터 아버지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세희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말이다.“상희는 네 큰엄마가 제일 아끼는 조카야! 우리 가문의 가족과 마찬가지란 말이야! 너희 셋이 집에 없는 동안 너희들을 대신하여 우리를 얼마나 성심성의껏 보살폈는지 몰라! 그런데 네가 이토록 무례한 짓을 벌이다니!"부성웅은 허리를 굽혀 진상희를 부축했다.부소경은 아버지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저희 할머니 보러 왔어요, 할머니께서 유리를 보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셨데서 온 거예요."“그래, 네 할머니는 유리가 보고싶어서 앓으신거야!"“그런데 왜 아직도 저희를 막아 서고 계시는 거죠?"“…."진상희는 매일 고모부한테 신세희가 서 씨 어르신으로부터 외손녀의 신분을 인정받은 뒤로부터 다른 남자와 외도를 시작했고, 그 남자들이 찾아와 괴롭히기까지 한다는 말을 들은 후 신세희를 무시하고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어차피 고모부와 고모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니 이 저택에서 자신을 쫓아내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하지만 부소경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아버지 비록 저의 아버지라 제가 어떻게 하진 못하겠지만 내일 당장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카드를 끊어버릴 수 있어요! 아, 그냥 아버지랑 큰엄마 두 사람 카드만 끊어도 될 것 같네요."“…"“이 저택의 고용인은 둘만 남겨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돌보게 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해고에요. 그리고 진상희에 대해서는 계좌, 개인 금고랑 은행에 있는 금품에 대해 일일이 조사를 진행할 거고요. 그리고 너 만약 개인 재산이 수입을 초과하고, 초과한 금액이 20억 원을 넘는다면, 5년 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 테니 잘 기억해 둬. 20억 이 넘으면 넌 무기징역이야!"그의 말에 진상
“서 씨 어르신한테 전화해 봐야겠어."말을 마친 부성웅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서 씨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아주 빨리 연결되었다.“성웅이냐?"전화 너머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저씨, 저한테 비밀로 해 주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어요?"전화가 연결되자 부성웅은 버럭 화를 냈다.“성웅아! 이 세상 모든 일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다. 그때 그 일을 내가 평생 말하지 않더라도 영원히 숨길 수는 없었을거야. 가성 섬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가성 섬에는 반 씨 가문이 아직도 있어. 이런 비밀은 영원히 감출 수 없는 것인 걸 넌 왜 아직도 모르고 있는 거야."“아저씨… 또 제가 모르는 비밀 더 있습니까?"서 어르신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성웅아, 설마 소… 소경이가 아직 너한테 말하지 않은 거냐?"“도대체 무슨 비밀인데요!"“참... 넌 몰라도 된다. 왜냐하면…"가성 섬에 있을 때 반 씨 가문 전체를 부소경이 장악했지만 그 녀석만이 소경의 눈앞에서 도망갔다는 것을 서 씨 어르신은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사실에 의하면 그 녀석은 부소경과 아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가성 섬에 있을 때 그 녀석은 자기 의붓형의 편을 많이 들어주곤 했다. 반 씨 가문의 맏형인 반호경은 섬에서 지위가 별로 높지 않았고 오히려 그 녀석이 형보다 지위가 더 높았다. 그 녀석이 도망간 걸 부소경도 말하지 않았으니 서 씨 어르신도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조건 부성웅과 진문옥 두 사람을 이혼시켰을 것이다. 남편을 부추겨 밖에서 여자를 만나게 하고 그 여자를 임신시키기까지 했으니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 여자가 두 아이를 편하게 낳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모든 후회는 마음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만 부소경과 신세희,
“성웅아, 무슨 일이야?"서 씨 어르신은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부성웅은 이미 통화를 끊어버렸다. 부성웅은 곧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여기는 부 씨 저택이다. 수십 명의 경호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부소경도 있다.‘저 미친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지? 그래 지금이 기회야! 소경이한테 맡기면 되겠어! 신세희 네가 오늘에 어떤 변명을 하는지 내가 똑바로 지켜보겠어.'부성웅은 피식 웃으며 소리를 질렀다.“경호원! 저 새끼 잡아!"문 옆에 숨어있던 경호원들은 바로 검은색 옷에 군화를 신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를 에워쌌다. 그러자 남자는 쓴웃음을 짓더니 몇 분도 안 되는 사이 경호원들을 모두 바닥에 쓰려 눕혔다.그 시각, 산 중턱까지 차를 몰고 들어와 차를 세우려던 엄선우가 이 광경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그는 반호영을 본 적이 있다. 눈앞의 남자는 반호영과 키도 비슷하고 체구도 비슷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등이 조금 굽고 어깨가 더 올라간것 같다. 남자는 얼굴을 거의 다 가리는 큰 선글라스를 끼고 마스크도 하고 있어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부소경은 이 남자가 완전히 모습을 들어내기 전에 절대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했다. 엄선우는 그저 산 중턱의 은밀한 곳에 차를 세우고 모든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남자는 싸움 수법이 잔인한 것이 상대방에게 전혀 틈을 보이지 않았다. 경호원들은 저마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남자는 부성웅을 때리지 않고 그의 곁에 있는 두 여자한테만 손을 썼다.진문옥은 남자한테 뺨을 한 대 맞고 기절하였고, 홀로 남은 진상희는 숨을 곳을 찾아 헤맸다.“저… 전 부씨 집안 사람이 아니에요. 당신… 당신은 부 씨 가문 사람들한테만 앙심을 품고 있는 거 아니에요? 전 부 씨 집에서 일하는 사람일 뿐이에요..."“신세희랑 신유리를 욕 한 사람이 너 맞지?"“…"“너 따위가 누구라고 감히 그런 말을 나불거려?"남자는 진상희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컥......"진상희
부성웅도 남자의 주먹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부성웅이 진상희를 등 뒤로 숨기자 그 남자는 마침내 주먹질을 멈췄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부성웅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쓸모없는 영감탱이!"“…."“너, 잘 들어, 오늘 네가 영감탱이 뒤에 숨었기 때문에 산 줄 알아! 다음에 또 신세희를 괴롭히면 네 입안의 이빨 다 뽑아버릴 거야! 그리고 네 얼굴에 큰 구멍을 두 개 만들어 줄게!"말을 마친 남자는 차를 몰고 가버렸다. 이 모든게 10분도 안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의 차가 출발한지 한참 지나서야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 나왔다. 집이 어찌나 큰지 제일 먼저 달려 나온 사람들은 모두 부근에 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과 경호원들이었다. 부소경과 신세희, 그리고 신유리는 부 씨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본채로 가는 중이었다. 세 식구는 문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고, 신세희는 그저 할머니의 병을 걱정할 뿐이었다.“유리야, 들어가면 증조할머니께서 잘 보이시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해, 알겠지?"신세희의 말에 신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응, 엄마, 증조할머니께 막대사탕 하나 드려도 돼?"“증조할머니는 치아가 좋지 않으셔서 딱딱한 사탕은 드시지 못할 거야."“흥! 나한테 젤리도 있어."“젤리는 어디서 났어? 설마 너 오늘 증조할머니를 보러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상은이가 줬어.”“어머, 상은이는 젤리 사탕을 좋아하는구나?"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아니, 엄마. 상은이도 오늘 증조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 증조할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젤리를 샀데, 그리고 나한테도 두 개줬어."“... 신유리, 남의 물건 공짜로 받으면 안 되는 거 알지?"“응... 그래서 엄마 나도 월요일에 상은이한테 선물 주고 싶어!"신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래. 우선 들어가자."본채 정원에서 거실로 들어간 후 다시 조금 들어가면 햇빛이 잘 드는 큰 방이 있다. 그 방은
아직 유치원생인 유리는 간단한 글씨 외에 문장을 읽을 줄 모른다. 신세희, 부소경, 신유리 이름만 알고 있다. 그 때문에 그 말랑말랑하고 예쁜 젤리 사탕 포장에 알록달록 쓰여 있는 '서 할아버지 행복하세요!'라는 글씨는 그저 예쁜 꽃인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세희와 부소경은 똑똑히 보았다. 동시에 노인과 노부인도 그 글씨를 보았다. 부태성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하지만 노부인은 표정이 훨씬 더 밝아지더니 상냥하게 웃었다.“아이고, 유리야, 증조할아버지가 또 생겼어?"“아니요, 저는 증조할아버지 한 명 밖에 없어요. 바로 여기 저 밉살스러운 할아버지."신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고 나서는 눈을 흘기며 부태성을 바라보았다. 부태성은 바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웃음을 터뜨리자 입가의 희끗희끗한 수염도 같이 움직였다. 유리는 증조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그의 수염을 잡아당겼다.“증조할아버지, 앞으로 수염을 자르면 안 돼요!"신유리가 명령조로 말했다.“왜 수염을 자르면 안 되는 거냐?"“증조할아버지가 수염을 자르면 나는 누구의 수염을 잡아당기면서 놀아요? 우리 아빠는 수염이 짧아 따끔해서 너무 싫어요!"“그래 그래, 증조할아버지는 평생 수염을 자르지 않을 거야. 우리 유리가 잡아당기며 놀아야 하니까."신유리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며 증조할머니를 바라보았다.“증조할머니 젤리 드세요, 그리고 저한테 다른 증조할아버지는 없어요."노부인은 '서 할아버지 행복하세요!'라는 글자가 적힌 젤리를 한 입 먹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신세희와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경아, 세희야, 이 젤리는 정말 달콤하구나. 우리 세희한테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난 모두 알고 있어. 할머니는 이해한다.""..."어색하다는 말로는 그녀의 지금 난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부족했다.“세희야, 이리 와, 건강한지 가까이서 좀 보자꾸나. 넌 너무 말랐어."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노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노부인이 신세희의 손을 잡았다.
게다가 다섯 명이ㄴㄴㄴㄴ나? 유리까지 합치면 모두 여섯 명, 돼지도 아니고... 신세희는 부소경을 쳐다보며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랐다.“할머니, 왜 이렇게 손자며느리를 아끼세요? 아니면 할머니 손자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5명? 난 7, 8명을 낳으려고 했는데...”부소경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소경 씨!”신세희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옆에 있던 부태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신유리도 증조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이 자리에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이 사람들 모두 부 씨 가문의 사람들지… 소경 씨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니!”“할머니, 제발 그만 좀 하세요.”신세희는 하는 수 없어 할머니에게 간청했다."그래그래, 이젠 그만할게. 배가 고프구나.”“할머니, 제가 먹여드릴까요?”신세희가 물었다. 신세희는 서 씨 어르신을 제외한 모든 어른들에게 착실하게 행동했다. 특히 할머니는 한때 그녀를 잘 보살펴 주셨고 그녀에게 그렇게 귀중한 팔찌도 주셨다. 신세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보살핌을 거의 받아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조금의 보살핌도 그녀는 모두 매우 소중히 여긴다.민정아, 엄선희와 고윤희한테도, 죽은 하숙민한테도 그랬다.그리고 작은 부 씨 할아버지와 눈앞에 계시는 증조 할머니. 부소경은 할머니한테 감정이 깊지 않지만 신세희는 할머니를 자신의 할머니처럼 모셨다.그녀는 집사 손에서 전복죽을 건네받고 조금씩 할머니께 먹여드렸다.곧 100세 이신 노부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뜨거운 죽을 드신 노부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세희야, 우리 가문의 사람들을 미워하지 마."“할머니, 울지 마세요. 할머니 손녀가 이렇게 예쁜데 울긴 왜 울어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가족간의 원한도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부 씨 가문에서 그녀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부소경과 유리 두 사람 뿐이
그때 신유리가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흥! 나는 증조할머니가 나를 제일 예뻐하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예쁨을 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였어.”노부인은 여전히 웃으며 신세희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할머니는 지금 꾀병을 부리고 있는 거야, 그저 유리와 내 손자며느리가 보고 싶었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유명한 의사한테서 임신이 잘 되는 약 처방을 가져왔으니 꼭 그대로 먹어. 우리 손주를 여럿이 낳아만 줘.""…"목덜미까지 빨개진 신세희는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또 달콤해 났다."이 처방대로 약을 먹으면 꼭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야.""알겠어요, 할머니. 감사합니다.""아가야, 오늘은 여기서 밥 먹고 갈래?"노부인이 애원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신세희는 마음이 아팠다. 백세 노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손주와 자식들과 함께 매일 행복한 삶을 지내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으니... 신세희는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오늘은 토요일이어서 출근 안 해도 돼요. 점심도 여기서 먹고 저녁도 여기서 먹고 집에 가면 돼요.""그래, 그렇게 하렴, 그렇게 해!"노부인이 꾀병이라는 말은 역시나 사실이었다. 노부인은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갔다."아줌마, 유리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줘요."노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아이고, 이걸 어찌합니까? 사모님을 병원으로 모셔갈까요?""그 쳐들어온 괴한은 붙잡았나요?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이고, 경호원들은 모두 어쩌고 이런 일이...""사모님, 어서 정신 차리세요!""어……."곧이어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신세희와 부소경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방금 몸을 일으킨 노부인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할머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랑 소경 씨가 나가 볼게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부소경과 함께 방을
하인들은 자신들의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상희는 그제야 사람들이 왜 자신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머나, 이 못생긴 못난이는 누구야? 귀신같아! 귀신!""하하하…"신유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침까지 뿜으며 웃어댔다. 그녀는 진상희 곁에 달려가 거울 속의 진상희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풀어 헤친 진상희는 두피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머리가 많이 뽑혔다. 하필이면 정수리 부근에 있는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 처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얼굴은 큰 호박처럼 부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대머리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옹졸하고 느끼한 중년 남자 같았다."풉…"부소경도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흑... 흑…"진상희는 화가 났지만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 신세희한테 뺨을 맞고 괴한한테는 폭행을 당했다..."여보! 여보! 저 사람들 좀 봐요......." 정신을 차린 진문옥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부성웅은 부소경을 꾸짖기 시작했다."소경아! 너 왜 이렇게 변했어?"부소경은 무슨 일이냐고 담담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다."무슨 일이 있었냐고? 신세희 저 여자한테 물어봐!"부성웅은 신세희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저 여자가 무슨 짓을 꾸몄는지 물어봐! 내 아들 소경아, 우리 아들은 이러지 않았어! 여자 치마폭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저 계집이 대놓고 밖에서 다른 남자랑 외도를 하고 있단 말이야! 그 남자가 몇 번이나 우리 가문에 찾아와 협박을 했는지 몰라! 그놈... 그놈이 방금 집 앞에서 큰 엄마와 상희를 때렸는데 하마터면 죽을뻔했어. 그리고 신세희를 건드리면 우리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했어!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아이고!"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은 꼬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그 악당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