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성웅도 남자의 주먹이 자신을 향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다. 부성웅이 진상희를 등 뒤로 숨기자 그 남자는 마침내 주먹질을 멈췄다. 남자는 손가락으로 부성웅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쓸모없는 영감탱이!"“…."“너, 잘 들어, 오늘 네가 영감탱이 뒤에 숨었기 때문에 산 줄 알아! 다음에 또 신세희를 괴롭히면 네 입안의 이빨 다 뽑아버릴 거야! 그리고 네 얼굴에 큰 구멍을 두 개 만들어 줄게!"말을 마친 남자는 차를 몰고 가버렸다. 이 모든게 10분도 안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그의 차가 출발한지 한참 지나서야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 나왔다. 집이 어찌나 큰지 제일 먼저 달려 나온 사람들은 모두 부근에 서 일하고 있는 하인들과 경호원들이었다. 부소경과 신세희, 그리고 신유리는 부 씨 할머니가 거주하고 있는 본채로 가는 중이었다. 세 식구는 문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고, 신세희는 그저 할머니의 병을 걱정할 뿐이었다.“유리야, 들어가면 증조할머니께서 잘 보이시게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야 해, 알겠지?"신세희의 말에 신유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응, 엄마, 증조할머니께 막대사탕 하나 드려도 돼?"“증조할머니는 치아가 좋지 않으셔서 딱딱한 사탕은 드시지 못할 거야."“흥! 나한테 젤리도 있어."“젤리는 어디서 났어? 설마 너 오늘 증조할머니를 보러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상은이가 줬어.”“어머, 상은이는 젤리 사탕을 좋아하는구나?"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아니, 엄마. 상은이도 오늘 증조할아버지를 만나러 간다고 했어. 증조할아버지를 기쁘게 하기 위해 젤리를 샀데, 그리고 나한테도 두 개줬어."“... 신유리, 남의 물건 공짜로 받으면 안 되는 거 알지?"“응... 그래서 엄마 나도 월요일에 상은이한테 선물 주고 싶어!"신유리의 말에 신세희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그래. 우선 들어가자."본채 정원에서 거실로 들어간 후 다시 조금 들어가면 햇빛이 잘 드는 큰 방이 있다. 그 방은
아직 유치원생인 유리는 간단한 글씨 외에 문장을 읽을 줄 모른다. 신세희, 부소경, 신유리 이름만 알고 있다. 그 때문에 그 말랑말랑하고 예쁜 젤리 사탕 포장에 알록달록 쓰여 있는 '서 할아버지 행복하세요!'라는 글씨는 그저 예쁜 꽃인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세희와 부소경은 똑똑히 보았다. 동시에 노인과 노부인도 그 글씨를 보았다. 부태성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하지만 노부인은 표정이 훨씬 더 밝아지더니 상냥하게 웃었다.“아이고, 유리야, 증조할아버지가 또 생겼어?"“아니요, 저는 증조할아버지 한 명 밖에 없어요. 바로 여기 저 밉살스러운 할아버지."신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고 나서는 눈을 흘기며 부태성을 바라보았다. 부태성은 바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웃음을 터뜨리자 입가의 희끗희끗한 수염도 같이 움직였다. 유리는 증조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그의 수염을 잡아당겼다.“증조할아버지, 앞으로 수염을 자르면 안 돼요!"신유리가 명령조로 말했다.“왜 수염을 자르면 안 되는 거냐?"“증조할아버지가 수염을 자르면 나는 누구의 수염을 잡아당기면서 놀아요? 우리 아빠는 수염이 짧아 따끔해서 너무 싫어요!"“그래 그래, 증조할아버지는 평생 수염을 자르지 않을 거야. 우리 유리가 잡아당기며 놀아야 하니까."신유리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며 증조할머니를 바라보았다.“증조할머니 젤리 드세요, 그리고 저한테 다른 증조할아버지는 없어요."노부인은 '서 할아버지 행복하세요!'라는 글자가 적힌 젤리를 한 입 먹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신세희와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경아, 세희야, 이 젤리는 정말 달콤하구나. 우리 세희한테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난 모두 알고 있어. 할머니는 이해한다.""..."어색하다는 말로는 그녀의 지금 난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부족했다.“세희야, 이리 와, 건강한지 가까이서 좀 보자꾸나. 넌 너무 말랐어."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노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노부인이 신세희의 손을 잡았다.
게다가 다섯 명이ㄴㄴㄴㄴ나? 유리까지 합치면 모두 여섯 명, 돼지도 아니고... 신세희는 부소경을 쳐다보며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랐다.“할머니, 왜 이렇게 손자며느리를 아끼세요? 아니면 할머니 손자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5명? 난 7, 8명을 낳으려고 했는데...”부소경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소경 씨!”신세희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옆에 있던 부태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신유리도 증조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이 자리에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이 사람들 모두 부 씨 가문의 사람들지… 소경 씨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니!”“할머니, 제발 그만 좀 하세요.”신세희는 하는 수 없어 할머니에게 간청했다."그래그래, 이젠 그만할게. 배가 고프구나.”“할머니, 제가 먹여드릴까요?”신세희가 물었다. 신세희는 서 씨 어르신을 제외한 모든 어른들에게 착실하게 행동했다. 특히 할머니는 한때 그녀를 잘 보살펴 주셨고 그녀에게 그렇게 귀중한 팔찌도 주셨다. 신세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보살핌을 거의 받아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조금의 보살핌도 그녀는 모두 매우 소중히 여긴다.민정아, 엄선희와 고윤희한테도, 죽은 하숙민한테도 그랬다.그리고 작은 부 씨 할아버지와 눈앞에 계시는 증조 할머니. 부소경은 할머니한테 감정이 깊지 않지만 신세희는 할머니를 자신의 할머니처럼 모셨다.그녀는 집사 손에서 전복죽을 건네받고 조금씩 할머니께 먹여드렸다.곧 100세 이신 노부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뜨거운 죽을 드신 노부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세희야, 우리 가문의 사람들을 미워하지 마."“할머니, 울지 마세요. 할머니 손녀가 이렇게 예쁜데 울긴 왜 울어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가족간의 원한도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부 씨 가문에서 그녀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부소경과 유리 두 사람 뿐이
그때 신유리가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흥! 나는 증조할머니가 나를 제일 예뻐하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예쁨을 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였어.”노부인은 여전히 웃으며 신세희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할머니는 지금 꾀병을 부리고 있는 거야, 그저 유리와 내 손자며느리가 보고 싶었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유명한 의사한테서 임신이 잘 되는 약 처방을 가져왔으니 꼭 그대로 먹어. 우리 손주를 여럿이 낳아만 줘.""…"목덜미까지 빨개진 신세희는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또 달콤해 났다."이 처방대로 약을 먹으면 꼭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야.""알겠어요, 할머니. 감사합니다.""아가야, 오늘은 여기서 밥 먹고 갈래?"노부인이 애원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신세희는 마음이 아팠다. 백세 노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손주와 자식들과 함께 매일 행복한 삶을 지내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으니... 신세희는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오늘은 토요일이어서 출근 안 해도 돼요. 점심도 여기서 먹고 저녁도 여기서 먹고 집에 가면 돼요.""그래, 그렇게 하렴, 그렇게 해!"노부인이 꾀병이라는 말은 역시나 사실이었다. 노부인은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갔다."아줌마, 유리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줘요."노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아이고, 이걸 어찌합니까? 사모님을 병원으로 모셔갈까요?""그 쳐들어온 괴한은 붙잡았나요?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이고, 경호원들은 모두 어쩌고 이런 일이...""사모님, 어서 정신 차리세요!""어……."곧이어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신세희와 부소경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방금 몸을 일으킨 노부인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할머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랑 소경 씨가 나가 볼게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부소경과 함께 방을
하인들은 자신들의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상희는 그제야 사람들이 왜 자신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머나, 이 못생긴 못난이는 누구야? 귀신같아! 귀신!""하하하…"신유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침까지 뿜으며 웃어댔다. 그녀는 진상희 곁에 달려가 거울 속의 진상희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풀어 헤친 진상희는 두피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머리가 많이 뽑혔다. 하필이면 정수리 부근에 있는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 처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얼굴은 큰 호박처럼 부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대머리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옹졸하고 느끼한 중년 남자 같았다."풉…"부소경도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흑... 흑…"진상희는 화가 났지만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 신세희한테 뺨을 맞고 괴한한테는 폭행을 당했다..."여보! 여보! 저 사람들 좀 봐요......." 정신을 차린 진문옥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부성웅은 부소경을 꾸짖기 시작했다."소경아! 너 왜 이렇게 변했어?"부소경은 무슨 일이냐고 담담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다."무슨 일이 있었냐고? 신세희 저 여자한테 물어봐!"부성웅은 신세희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저 여자가 무슨 짓을 꾸몄는지 물어봐! 내 아들 소경아, 우리 아들은 이러지 않았어! 여자 치마폭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저 계집이 대놓고 밖에서 다른 남자랑 외도를 하고 있단 말이야! 그 남자가 몇 번이나 우리 가문에 찾아와 협박을 했는지 몰라! 그놈... 그놈이 방금 집 앞에서 큰 엄마와 상희를 때렸는데 하마터면 죽을뻔했어. 그리고 신세희를 건드리면 우리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했어!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아이고!"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은 꼬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그 악당이 왜
신세희는 부소경을 바라보았다."그 사람이야?"부소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고, 신유리도 거의 동시에 물었다."호영 삼촌이에요?"신유리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총명한 아이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호영 삼촌 너무 불쌍해... 호영 삼촌이 유리를 제일 예뻐했단 말이야. 목마도 태워주고... 너무 불쌍해, 흑흑.....""…"전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촉촉한 목소리가 들렸다."우리 유리 울었어?""반호영, 너 반호영 맞아? 네가 진짜 반호영이면 내말 잘 들어! 소경… 아니 내 남편... 아니, 네 형이 너를 찾고있어..."남자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나 반호영 아니야! 난 그저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 악마일 뿐, 언젠간 나보다 강한 놈이 나타나 나를 죽이면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 그 호영이라는 자식은 누군데? 난 반호영이 아니야!""…"말을 마친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기는 소리와 함께 신세희의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다.신세희는 부소경을 돌아보았다. 부소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달리는 차에서 앞만 바라보고 있는 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반호영이 독한 사람이라면 그는 반호영보다 더욱 냉철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그의 따스함은 신세희와 신유리한테만 한정되어 있다. 다른 사람한테는 여전히 냉철하고 차가운 부소경이다. 쌍둥이 형제인 반호영한테도 그러했다. 쌍둥이지만 두 사람은 함께 지낸 세월이 없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유독 부소경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반호영의 몸에 그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부 씨 가문에 들어와 신세희와 결혼하고 신유리도 낳았다.하지만 쌍둥이 동생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몸을 숨기고 살았던 섬도 이제 부소경에게 빼앗겼으니, 돌아갈 집이 없어 아무
집에 도착한 부소경은 제일 먼저 서재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신세희는 신유리와 함께 게임을 하고 집사를 도와 반찬을 준비했다. 저녁 식사 후 신유리는 스스로 씻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어린아이는 신세희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엄마, 빨리 가서 부소경 씨 좀 달래줘.""너…너 방금 뭐라고 했어?""부소경 씨!"신유리는 웃으며 말했다."왜 갑자기 네 아빠 이름을 불러? 아빠 들으시면 어쩌려고!""흥!""평소에는 내 아빠지만 지금은 질투투성이 어린애 같아. 아빠 같지 않고, 내 친구 같아! 나는 그 친구가 지금 엄마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오, 그래서 엄마가 재워줄 시간인데 아빠한테 양보한 거야?"신세희가 크게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맞아! 빨리 가서 부소경 씨 좀 달래줘. 엄마가 없는 부소경 씨는 어린아이 같아…"어린애가 다 큰 성인처럼 말했다.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딸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부소경 씨 딸 아니랄까 봐!"신세희는 말을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마침 목욕을 마친 부소경은 욕실에서 나왔고, 그의 구릿빛 근육질 몸에 맺혀있는 물방울은 그의 차가운 표정과 더해져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세희는 눈앞의 남자에게 다시 끌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처럼... 누구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까칠함과 차가운 눈빛... 남자를 대표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았지만 남자의 기세를 표현하진 못했다.신세희는 오늘 반드시 그를 잘 달래야 된다고 생각했다."우리 잘생긴 남편, 이렇게 잘 생긴 얼굴로 여자를 몇 명이나 울렸어요?"신세희가 눈웃음을 치며 살금살금 다가갔다."…."하지만 그는 신세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잘생긴 남편! 솔직히 말해봐요,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여자가 쫓아다녔는지, 절대 질투하지 않을게요. 세상에. 내 남자의 이 운동으로 다져진 멋진 근육질 몸매 좀 봐봐, 얼마나 많은 여자를 울렸을까.”"…"그녀의
다음 날 아침,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공기는 더없이 상쾌했다. 이런 화창한 날에는 사람의 기분도 따라서 매우 상쾌해진다. 아침 일찍 이 씨 아줌마는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예쁜 꽃들을 사왔다. 신유리는 벌써 거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공주님, 엄마 아빠는요?”"쉿..."신유리가 검지를 자신의 입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아빠는 지금 증조할머니가 주신 미션을 하고 있어. 증조할머니께서 우리 엄마한테 비밀 처방을 했거든."이 씨 아주머니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무슨 미션이인데요?"“바로 내 동생을 많이 낳는 미션."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이 씨 아줌마의 미소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그러면 방해하면 안 되죠. 공주님! 꽃다발로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워줄까요?""응! 좋아."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가 만드는 왕관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아주머니의 손에서 예쁜 왕관 하나가 완성되었다. 신유리는 방금 아주머니가 엄마 아빠를 깨우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 꽃다발을 머리 위에 쓰고는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온 집안을 즐겁게 뛰어다녔다. 그 소리에 신세희와 부소경이 깨어난 것도 모르고 말이다.방금 잠에서 깬 신세희는 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온몸이 멍든 것처럼 아픈 고통에도 아이의 웃음소리는 계속하여 들려왔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 그녀는 그제야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여기가 내 집이고 저 아이가 내 딸이지... 아침부터 유리가 왜 저렇게 좋아하지?”신세희가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사이 부소경도 깨어났다. 두 사람이 함께 방에서 나와보니 커다란 꽃다발을 머리에 쓴 꼬마 요정이 거실에 있었다. 꼬마 요정은 이 씨 아줌마를 도와 반찬을 나르고, 또 물 주전자를 들고 베란다에 가서 꽃에 물을 주었다. 신세희는 복도에 기대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어제 일들은 잊은 채 지금이 너무 행복했다.따사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