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유치원생인 유리는 간단한 글씨 외에 문장을 읽을 줄 모른다. 신세희, 부소경, 신유리 이름만 알고 있다. 그 때문에 그 말랑말랑하고 예쁜 젤리 사탕 포장에 알록달록 쓰여 있는 '서 할아버지 행복하세요!'라는 글씨는 그저 예쁜 꽃인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신세희와 부소경은 똑똑히 보았다. 동시에 노인과 노부인도 그 글씨를 보았다. 부태성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하지만 노부인은 표정이 훨씬 더 밝아지더니 상냥하게 웃었다.“아이고, 유리야, 증조할아버지가 또 생겼어?"“아니요, 저는 증조할아버지 한 명 밖에 없어요. 바로 여기 저 밉살스러운 할아버지."신유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하고 나서는 눈을 흘기며 부태성을 바라보았다. 부태성은 바로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가 웃음을 터뜨리자 입가의 희끗희끗한 수염도 같이 움직였다. 유리는 증조할아버지의 품에 안겨 그의 수염을 잡아당겼다.“증조할아버지, 앞으로 수염을 자르면 안 돼요!"신유리가 명령조로 말했다.“왜 수염을 자르면 안 되는 거냐?"“증조할아버지가 수염을 자르면 나는 누구의 수염을 잡아당기면서 놀아요? 우리 아빠는 수염이 짧아 따끔해서 너무 싫어요!"“그래 그래, 증조할아버지는 평생 수염을 자르지 않을 거야. 우리 유리가 잡아당기며 놀아야 하니까."신유리는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며 증조할머니를 바라보았다.“증조할머니 젤리 드세요, 그리고 저한테 다른 증조할아버지는 없어요."노부인은 '서 할아버지 행복하세요!'라는 글자가 적힌 젤리를 한 입 먹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신세희와 부소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경아, 세희야, 이 젤리는 정말 달콤하구나. 우리 세희한테 그동안 일어난 일들을 난 모두 알고 있어. 할머니는 이해한다.""..."어색하다는 말로는 그녀의 지금 난처한 상황을 설명하기 부족했다.“세희야, 이리 와, 건강한지 가까이서 좀 보자꾸나. 넌 너무 말랐어."신세희가 미소를 지으며 노부인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노부인이 신세희의 손을 잡았다.
게다가 다섯 명이ㄴㄴㄴㄴ나? 유리까지 합치면 모두 여섯 명, 돼지도 아니고... 신세희는 부소경을 쳐다보며 자신의 편이 되어주기를 바랐다.“할머니, 왜 이렇게 손자며느리를 아끼세요? 아니면 할머니 손자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5명? 난 7, 8명을 낳으려고 했는데...”부소경은 자신의 가슴을 툭툭 치며 말했다.“소경 씨!”신세희는 얼굴이 사과처럼 빨개졌다.옆에 있던 부태성은 웃음을 터뜨렸다. 신유리도 증조할아버지 품에 안겨서 배를 끌어안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이 자리에 자신의 편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이 사람들 모두 부 씨 가문의 사람들지… 소경 씨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니!”“할머니, 제발 그만 좀 하세요.”신세희는 하는 수 없어 할머니에게 간청했다."그래그래, 이젠 그만할게. 배가 고프구나.”“할머니, 제가 먹여드릴까요?”신세희가 물었다. 신세희는 서 씨 어르신을 제외한 모든 어른들에게 착실하게 행동했다. 특히 할머니는 한때 그녀를 잘 보살펴 주셨고 그녀에게 그렇게 귀중한 팔찌도 주셨다. 신세희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보살핌을 거의 받아보지 못했다. 그리하여 조금의 보살핌도 그녀는 모두 매우 소중히 여긴다.민정아, 엄선희와 고윤희한테도, 죽은 하숙민한테도 그랬다.그리고 작은 부 씨 할아버지와 눈앞에 계시는 증조 할머니. 부소경은 할머니한테 감정이 깊지 않지만 신세희는 할머니를 자신의 할머니처럼 모셨다.그녀는 집사 손에서 전복죽을 건네받고 조금씩 할머니께 먹여드렸다.곧 100세 이신 노부인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뜨거운 죽을 드신 노부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세희야, 우리 가문의 사람들을 미워하지 마."“할머니, 울지 마세요. 할머니 손녀가 이렇게 예쁜데 울긴 왜 울어요."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정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 가족간의 원한도 그녀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부 씨 가문에서 그녀가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부소경과 유리 두 사람 뿐이
그때 신유리가 시큰둥한 말투로 말했다.“흥! 나는 증조할머니가 나를 제일 예뻐하는 줄 알았는데, 할머니의 예쁨을 받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엄마였어.”노부인은 여전히 웃으며 신세희에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할머니는 지금 꾀병을 부리고 있는 거야, 그저 유리와 내 손자며느리가 보고 싶었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유명한 의사한테서 임신이 잘 되는 약 처방을 가져왔으니 꼭 그대로 먹어. 우리 손주를 여럿이 낳아만 줘.""…"목덜미까지 빨개진 신세희는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또 달콤해 났다."이 처방대로 약을 먹으면 꼭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을 것이야.""알겠어요, 할머니. 감사합니다.""아가야, 오늘은 여기서 밥 먹고 갈래?"노부인이 애원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신세희는 마음이 아팠다. 백세 노인이 가장 바라는 것은 손주와 자식들과 함께 매일 행복한 삶을 지내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많은 연세에도 불구하고 애원하는 표정으로 말하고 있으니... 신세희는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작게 고개를 끄덕거렸다."오늘은 토요일이어서 출근 안 해도 돼요. 점심도 여기서 먹고 저녁도 여기서 먹고 집에 가면 돼요.""그래, 그렇게 하렴, 그렇게 해!"노부인이 꾀병이라는 말은 역시나 사실이었다. 노부인은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밖으로 나갔다."아줌마, 유리가 좋아하는 반찬을 만들어 줘요."노부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아이고, 이걸 어찌합니까? 사모님을 병원으로 모셔갈까요?""그 쳐들어온 괴한은 붙잡았나요? 이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이고, 경호원들은 모두 어쩌고 이런 일이...""사모님, 어서 정신 차리세요!""어……."곧이어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듯한 숨소리가 들렸다."…."신세희와 부소경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방금 몸을 일으킨 노부인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할머니, 잠시만 기다리세요. 저랑 소경 씨가 나가 볼게요."말을 마친 신세희는 부소경과 함께 방을
하인들은 자신들의 입을 틀어막고 웃음을 터뜨렸다. 진상희는 그제야 사람들이 왜 자신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는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비명을 질렀다.“어머나, 이 못생긴 못난이는 누구야? 귀신같아! 귀신!""하하하…"신유리는 끝내 참지 못하고 침까지 뿜으며 웃어댔다. 그녀는 진상희 곁에 달려가 거울 속의 진상희를 바라보았다. 머리를 풀어 헤친 진상희는 두피가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로 머리가 많이 뽑혔다. 하필이면 정수리 부근에 있는 머리카락이 빠져 대머리 처럼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얼굴은 큰 호박처럼 부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대머리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옹졸하고 느끼한 중년 남자 같았다."풉…"부소경도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흑... 흑…"진상희는 화가 났지만 차마 화를 내지 못했다. 신세희한테 뺨을 맞고 괴한한테는 폭행을 당했다..."여보! 여보! 저 사람들 좀 봐요......." 정신을 차린 진문옥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부성웅은 부소경을 꾸짖기 시작했다."소경아! 너 왜 이렇게 변했어?"부소경은 무슨 일이냐고 담담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았다."무슨 일이 있었냐고? 신세희 저 여자한테 물어봐!"부성웅은 신세희를 가리키며 소리를 질렀다."저 여자가 무슨 짓을 꾸몄는지 물어봐! 내 아들 소경아, 우리 아들은 이러지 않았어! 여자 치마폭에 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대체 왜 이렇게 변한 거야? 저 계집이 대놓고 밖에서 다른 남자랑 외도를 하고 있단 말이야! 그 남자가 몇 번이나 우리 가문에 찾아와 협박을 했는지 몰라! 그놈... 그놈이 방금 집 앞에서 큰 엄마와 상희를 때렸는데 하마터면 죽을뻔했어. 그리고 신세희를 건드리면 우리를 죽여버리겠다는 협박도 했어! 우리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아이고!"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작은 꼬마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그 악당이 왜
신세희는 부소경을 바라보았다."그 사람이야?"부소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고, 신유리도 거의 동시에 물었다."호영 삼촌이에요?"신유리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총명한 아이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호영 삼촌 너무 불쌍해... 호영 삼촌이 유리를 제일 예뻐했단 말이야. 목마도 태워주고... 너무 불쌍해, 흑흑.....""…"전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촉촉한 목소리가 들렸다."우리 유리 울었어?""반호영, 너 반호영 맞아? 네가 진짜 반호영이면 내말 잘 들어! 소경… 아니 내 남편... 아니, 네 형이 너를 찾고있어..."남자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나 반호영 아니야! 난 그저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 악마일 뿐, 언젠간 나보다 강한 놈이 나타나 나를 죽이면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 그 호영이라는 자식은 누군데? 난 반호영이 아니야!""…"말을 마친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기는 소리와 함께 신세희의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다.신세희는 부소경을 돌아보았다. 부소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달리는 차에서 앞만 바라보고 있는 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반호영이 독한 사람이라면 그는 반호영보다 더욱 냉철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그의 따스함은 신세희와 신유리한테만 한정되어 있다. 다른 사람한테는 여전히 냉철하고 차가운 부소경이다. 쌍둥이 형제인 반호영한테도 그러했다. 쌍둥이지만 두 사람은 함께 지낸 세월이 없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유독 부소경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반호영의 몸에 그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부 씨 가문에 들어와 신세희와 결혼하고 신유리도 낳았다.하지만 쌍둥이 동생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몸을 숨기고 살았던 섬도 이제 부소경에게 빼앗겼으니, 돌아갈 집이 없어 아무
집에 도착한 부소경은 제일 먼저 서재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신세희는 신유리와 함께 게임을 하고 집사를 도와 반찬을 준비했다. 저녁 식사 후 신유리는 스스로 씻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어린아이는 신세희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엄마, 빨리 가서 부소경 씨 좀 달래줘.""너…너 방금 뭐라고 했어?""부소경 씨!"신유리는 웃으며 말했다."왜 갑자기 네 아빠 이름을 불러? 아빠 들으시면 어쩌려고!""흥!""평소에는 내 아빠지만 지금은 질투투성이 어린애 같아. 아빠 같지 않고, 내 친구 같아! 나는 그 친구가 지금 엄마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오, 그래서 엄마가 재워줄 시간인데 아빠한테 양보한 거야?"신세희가 크게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맞아! 빨리 가서 부소경 씨 좀 달래줘. 엄마가 없는 부소경 씨는 어린아이 같아…"어린애가 다 큰 성인처럼 말했다.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딸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부소경 씨 딸 아니랄까 봐!"신세희는 말을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마침 목욕을 마친 부소경은 욕실에서 나왔고, 그의 구릿빛 근육질 몸에 맺혀있는 물방울은 그의 차가운 표정과 더해져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세희는 눈앞의 남자에게 다시 끌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처럼... 누구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까칠함과 차가운 눈빛... 남자를 대표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았지만 남자의 기세를 표현하진 못했다.신세희는 오늘 반드시 그를 잘 달래야 된다고 생각했다."우리 잘생긴 남편, 이렇게 잘 생긴 얼굴로 여자를 몇 명이나 울렸어요?"신세희가 눈웃음을 치며 살금살금 다가갔다."…."하지만 그는 신세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잘생긴 남편! 솔직히 말해봐요,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여자가 쫓아다녔는지, 절대 질투하지 않을게요. 세상에. 내 남자의 이 운동으로 다져진 멋진 근육질 몸매 좀 봐봐, 얼마나 많은 여자를 울렸을까.”"…"그녀의
다음 날 아침,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공기는 더없이 상쾌했다. 이런 화창한 날에는 사람의 기분도 따라서 매우 상쾌해진다. 아침 일찍 이 씨 아줌마는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예쁜 꽃들을 사왔다. 신유리는 벌써 거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공주님, 엄마 아빠는요?”"쉿..."신유리가 검지를 자신의 입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아빠는 지금 증조할머니가 주신 미션을 하고 있어. 증조할머니께서 우리 엄마한테 비밀 처방을 했거든."이 씨 아주머니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무슨 미션이인데요?"“바로 내 동생을 많이 낳는 미션."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이 씨 아줌마의 미소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그러면 방해하면 안 되죠. 공주님! 꽃다발로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워줄까요?""응! 좋아."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가 만드는 왕관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아주머니의 손에서 예쁜 왕관 하나가 완성되었다. 신유리는 방금 아주머니가 엄마 아빠를 깨우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 꽃다발을 머리 위에 쓰고는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온 집안을 즐겁게 뛰어다녔다. 그 소리에 신세희와 부소경이 깨어난 것도 모르고 말이다.방금 잠에서 깬 신세희는 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온몸이 멍든 것처럼 아픈 고통에도 아이의 웃음소리는 계속하여 들려왔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 그녀는 그제야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여기가 내 집이고 저 아이가 내 딸이지... 아침부터 유리가 왜 저렇게 좋아하지?”신세희가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사이 부소경도 깨어났다. 두 사람이 함께 방에서 나와보니 커다란 꽃다발을 머리에 쓴 꼬마 요정이 거실에 있었다. 꼬마 요정은 이 씨 아줌마를 도와 반찬을 나르고, 또 물 주전자를 들고 베란다에 가서 꽃에 물을 주었다. 신세희는 복도에 기대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어제 일들은 잊은 채 지금이 너무 행복했다.따사
그런 그녀의 영향을 받은 부소경은 지금 서진희를 장모님이라고 부를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가끔은 신세희보다도 더 친절하게 부르기도 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세 식구는 백화점에서 선물을 가득 사 들고 서진희한테로 향했다.도심 한복판 조용한 곳에 위치한 집은 원래는 낡았지만 서준명이 다시 인테리어를 한 덕에 생기가 넘치게 되었다.지난주에 부소경은 삼십억짜리 가구를 주문하여 이 고풍스러운 집에 들여놓아 주희진이 남긴 매화 그림들과 어울리도록 했다.“엄마! 우리 외할머니 그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어?""네 외할머니는 평생 매화를 사랑하신 분이셔. 매화를 그림에 남기고 싶었지만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적었지.""엄마… 울지 마. 외할머니가 하늘에서 엄마가 우는 걸 보시면 슬퍼할 거야."서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이건 준명이가 새로 포장해서 보낸 것들이야. 매화 그림과 이 가구들은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방이 훨씬 고급스러워졌어.""응. 그런것 같아.""이번 주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부모들이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아이들을 데리고 왔어. 재능이 넘치는 애들 몇 명만 돈을 받지 않고 가르쳐 주려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이 작은 마당에 즐거움이 보태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아."신세희는 어머니가 하는 말을 열심히 귀담아듣고 찬성했다.평생 고생만 하고 희생만 한 이제 겨우 50대에 들어선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애들, 다 마음에 들어요?"서진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난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할게.""한 아이 부모님이 댄스동아리도 추천해 줬지 뭐야! 하하하!""그럼 당연히 가입해야지! 엄마 내가 이렇게 응원할게!""그 댄스교실에 정식으로 가입하려면 보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기다리면 돼지. 우리 엄마는 몸매도 좋고 피아노도 잘 치니까... 춤도 연습하면 정말 잘할 것 같아. 어쩌면…."댄스 동아리에 다른 남자들이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엄마가 부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