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공기는 더없이 상쾌했다. 이런 화창한 날에는 사람의 기분도 따라서 매우 상쾌해진다. 아침 일찍 이 씨 아줌마는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예쁜 꽃들을 사왔다. 신유리는 벌써 거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공주님, 엄마 아빠는요?”"쉿..."신유리가 검지를 자신의 입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아빠는 지금 증조할머니가 주신 미션을 하고 있어. 증조할머니께서 우리 엄마한테 비밀 처방을 했거든."이 씨 아주머니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무슨 미션이인데요?"“바로 내 동생을 많이 낳는 미션."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이 씨 아줌마의 미소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그러면 방해하면 안 되죠. 공주님! 꽃다발로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워줄까요?""응! 좋아."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가 만드는 왕관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아주머니의 손에서 예쁜 왕관 하나가 완성되었다. 신유리는 방금 아주머니가 엄마 아빠를 깨우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 꽃다발을 머리 위에 쓰고는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온 집안을 즐겁게 뛰어다녔다. 그 소리에 신세희와 부소경이 깨어난 것도 모르고 말이다.방금 잠에서 깬 신세희는 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온몸이 멍든 것처럼 아픈 고통에도 아이의 웃음소리는 계속하여 들려왔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 그녀는 그제야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여기가 내 집이고 저 아이가 내 딸이지... 아침부터 유리가 왜 저렇게 좋아하지?”신세희가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사이 부소경도 깨어났다. 두 사람이 함께 방에서 나와보니 커다란 꽃다발을 머리에 쓴 꼬마 요정이 거실에 있었다. 꼬마 요정은 이 씨 아줌마를 도와 반찬을 나르고, 또 물 주전자를 들고 베란다에 가서 꽃에 물을 주었다. 신세희는 복도에 기대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어제 일들은 잊은 채 지금이 너무 행복했다.따사
그런 그녀의 영향을 받은 부소경은 지금 서진희를 장모님이라고 부를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가끔은 신세희보다도 더 친절하게 부르기도 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세 식구는 백화점에서 선물을 가득 사 들고 서진희한테로 향했다.도심 한복판 조용한 곳에 위치한 집은 원래는 낡았지만 서준명이 다시 인테리어를 한 덕에 생기가 넘치게 되었다.지난주에 부소경은 삼십억짜리 가구를 주문하여 이 고풍스러운 집에 들여놓아 주희진이 남긴 매화 그림들과 어울리도록 했다.“엄마! 우리 외할머니 그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어?""네 외할머니는 평생 매화를 사랑하신 분이셔. 매화를 그림에 남기고 싶었지만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적었지.""엄마… 울지 마. 외할머니가 하늘에서 엄마가 우는 걸 보시면 슬퍼할 거야."서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이건 준명이가 새로 포장해서 보낸 것들이야. 매화 그림과 이 가구들은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방이 훨씬 고급스러워졌어.""응. 그런것 같아.""이번 주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부모들이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아이들을 데리고 왔어. 재능이 넘치는 애들 몇 명만 돈을 받지 않고 가르쳐 주려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이 작은 마당에 즐거움이 보태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아."신세희는 어머니가 하는 말을 열심히 귀담아듣고 찬성했다.평생 고생만 하고 희생만 한 이제 겨우 50대에 들어선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애들, 다 마음에 들어요?"서진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난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할게.""한 아이 부모님이 댄스동아리도 추천해 줬지 뭐야! 하하하!""그럼 당연히 가입해야지! 엄마 내가 이렇게 응원할게!""그 댄스교실에 정식으로 가입하려면 보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기다리면 돼지. 우리 엄마는 몸매도 좋고 피아노도 잘 치니까... 춤도 연습하면 정말 잘할 것 같아. 어쩌면…."댄스 동아리에 다른 남자들이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엄마가 부끄
"할머니랑 장모님이 내주신 숙제 말이야!"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가까워졌다.그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안 돼요, 내일 출근도 해야 돼요…"신세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다음 날 아침...남자는 일찍 깨어났지만, 신세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이틀 밤을 꼬박 남편에게 시달리다 보니 신세희는 쓰러질 것만 같았다."오늘 출근하지 마!""안 돼요!"신세희는 바로 반박했다."요즘 너무 많이 쉬었어요. 회사 사람들은 내가 사촌 오빠의 동생이어서 막나간다고 생각할 거예요. 오늘부터 출근을 더 열심히 해야 돼요."신세희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여자는 자기 일이 없으면 안 되고 자신의 중심이 없으면 안 된다. 또한 업무 중에는 반드시 진지해야 하며 조금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그녀가 억지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나 비틀거리며 세수를 마치고 침실에서 나오니 남자는 이미 아침 식사를 끝냈다."오늘 유리랑 같이 나가도록 해.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밥 좀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하면 어쩌려고? 할머니가 주신 처방약 잘 챙겨 먹고, 유리 어린이집에 보내고 당신도 출근 잘해!”남자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그리고 신세희와 신유리의 볼에 입을 맞추고 출근을 했다."…."옆에 있던 신유리가 말했다."엄마, 많이 피곤해?"신세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 네 아빠 때문이야!""엄마, 아빠 탓하지 마. 이제 출근할 때 내가 가방 들어줄게."꼬마는 매일같이 아빠 편만 들었다.누가 부소경의 딸 아니랄까 봐.신세희보다 일찍 일어난 신유리는 먼저 밥을 먹고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안방에 가서 신세희의 가방도 현관 옆에 내려놓았다.아침을 먹고 있던 신세희는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공주님, 이리 와, 엄마가 뽀뽀해 줄게."신유리는 빠른 발걸음으로 달려갔다."엄마, 나 오늘 상은이
"근데 왜 선물로 뽀뽀야?""상은이가 그러는데... 상은이는 엄마한테 뽀뽀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데.""….""그렇게 해도 돼? 엄마?"“엄마?”"그래, 엄마는 괜찮은데 상은이 엄마가 허락하실지 모르겠어. 만약 상은이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다른 사람한테 억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알겠지?"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아침을 먹은 후, 두 모녀가 함께 계단을 내려가자 엄선우가 아래층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아저씨, 안녕!"신유리는 예의가 바르게 인사했다. 이제는 엄선우와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엄선우도 인사했다."공주님, 사모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신세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차에 올라탔다.차가 떠난 지 한참 후에야 신세희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선우 씨, 부 씨 가문에 들이닥친 그 사람, 혹시 선우 씨도 봤어요?""네, 사모님."엄선우는 사실대로 말했다.눈치 빠른 그는 신세희가 묻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선 요즘 쌍둥이 형제분을 계속 찾고 계십니다. 사모님도 아시다시피 이번에 찾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친 형제시니 너무 강하게 나가면 도망갈까 두렵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또 이렇게 남성에 와서 소동을 일으키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표님께서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았다면 절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겁니다.""…."엄선우의 말이 맞다. 부소경이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반호영을 붙잡으려고 했다면 반호영이 지금처럼 이렇게 지낼 수 없었다."하지만….""만약 그분이 이렇게 계속 소란을 피우신다면 대표님께서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입니다. 대표님께서는 오래전부터 그분을 찾으셨는데 지금 이렇게 제 발로 나타나 줬으니 더 좋은 거죠."“그럼 죽어?"꼬마 신유리가 불쑥 물었다.엄선우는 백미러로 어린 공주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았다.핏줄은 서로 끌린다고 했던가…신유리가 가성 섬에 있을 때, 그녀의 친 삼촌은 그녀를 친딸처럼 예뻐했다.신유리는 정이 많은 아이다."
"…."고상은 엄마의 말에 신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신유리도 당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그러자 여자는 바로 사과했다."앗, 사모님, 죄송해요. 제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신세희는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여자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저는 월급쟁이 일뿐이에요. 저는 사모님과 같은 부자와 비교할 수 없어요. 보세요, 제 딸이 사모님 남편분의 신발을 밟아 신발을 닦아드렸을 뿐인데… 남편분께선 저한테 혐오하시는 말투로…"신세희는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거예요?""아니요!"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저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귀하고 사치스러운 부자들이랑 저희 같은 월급쟁이들은 서로 다른 세상의 사람이에요. 저는 단 한 번도 당신들과 엮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부럽지도 않았고요! 노숙자가 된다고 해도 사모님 집 앞에는 찾아가지 않을게요.""상은 엄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고상은 엄마는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말인데요, 사모님, 사모님 친구 분들께 제가 절대 그들의 모임에 끼지 않을 거라고 전해주실수 있나요? 저는 정말 여유 시간이 없어요. 매일 회사 일도 바쁘고, 또 혼자서 애 키우느라.... 전 명품 가방이며 남편이며 그 사람들이랑 비교할 여유랑 돈이 없어요.""그래요, 내가 도와드릴게요."고상은 엄마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고마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상은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예전의 신세희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한테만 차가운 표정을 지었고,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따뜻한 미소로 맞이했다.하지만 저 여자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신세희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신유리가 불만스러운 말투로 신세희를 불렀다."왜 그래?""엄마 상은이한테 뽀뽀 안해줬어!"그녀는 신유리와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유리도 봤지? 엄마는
신세희는 평소에 수진 엄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말투가 곱게 나가지 않았다.“수진 어머니, 제가 오늘 좀 지각했거든요. 큰일 아니면….”“유리 엄마, 나도 저번 사건이 있은 뒤로 유리 엄마가 우리를 싫어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내 인격을 걸고 약속할게요. 우리가 과거에 안하무인인 사람이었던 건 맞지만 우린 단톡방에서 명품 자랑 같은 건 일체 하지 않아요. 육아 경험을 의논했을 뿐이죠.”신세희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수진 엄마가 계속해서 말했다.“나도 그 사람 억지로 우리 단톡방에 가입하라고 강요한 적 없어요. 자기가 원해야 같이 어울리는 거죠. 그런데 수진이가 어느 날 집에 와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고상은이라는 친구가 유치원에서 우울해 보인다고 했어요.”“우리는 그냥… 상은이 엄마랑 소통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혼자 애 키우는 엄마가 얼마나 힘든 걸 알기에 같은 여자로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고요.”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수진 엄마를 보자 신세희는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죄송해요. 제가 뭔가 오해를 했나 보네요.”“괜찮아요, 유리 엄마.”수진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유리 엄마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다 알죠. 내가 노파심일 수도 있겠지만 상은 엄마는 지나치게 차가워요. 유리 엄마도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달라요. 최근에 상은이가 전학을 왔잖아요. 그 아이… 온지 일주일도 안 돼서 유리랑 아주 붙어 다닌다고 하더라고요.”신세희는 조용히 수진 엄마를 바라보았다.수진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냥 그렇다고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애들이 친해지는 거야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리 엄마도 유리 잘 챙겨요.”말을 마친 수진 엄마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작별인사를 했다.“사실… 나도 요즘 직장을 구했거든요. 이만 가볼게요.”신세희는 멀어지는 수진 엄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수진 엄마가 해줬던 말 때문에 며칠 전 백화점에서 민정아와 엄선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구서준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준명이한테 친척은 정아 씨랑 공주님밖에 없죠.”“장난하지 말고요!”신세희가 곱지 않게 그를 흘겼다.“숙모님, 그래도 내가 상사거든요? 일 안 해요?”구서준이 생글생글 웃으며 되물었다.신세희는 그제야 자신이 지각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녀는 곧장 뒤돌아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서려던 신세희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준명 오빠 다른 친척 없는 거 맞아요?”“확실해요!”구서준이 대답했다.신세희는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그래, 서 씨가 한두 명도 아니고. 내가 예민했던 거야.’그렇게 그녀는 이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그리고 일에만 몰두했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야 했기에 일정이 빠듯했다. 요즘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그렇게 일주일 동안 신세희는 유치원에서 고상은 엄마를 마주치지 못했고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흐려졌다.어차피 그녀와 별로 접점이 없는 사람이었다.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차갑고 솔직한 사람일 뿐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나갔다.그날은 주말이었고 엄선희는 야외로 캠핑을 나가자고 제안했다. 마침 남성에 있던 구서준도 바로 그 제안에 동의했다.물론 민정아도 두 손 들어 찬성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약간 미안한 얼굴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나는 시간 안 될 것 같아. 다음 주로 미루는 게 어떨까? 이번 주에 엄마가 댄스 클럽에 가입하시기로 했어… 사실 우리 엄마가 피아노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지만 엄청난 몸치시거든.”“그런데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마침 시간 되니까 같이 연습하자고 했어. 이런 때라도 응원해 드려야지.”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평생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본 적 없는 엄마였다. 이 나이에 하고 싶은게 생겼다는데 당연히 지지해 줘야 했다.“그럼 가지 말자. 집에서 서준 씨랑 데이트해야지.”민정아가 말했다.엄선희도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됐어. 엄마랑 뜨개질이나 해야겠어.”“
반호영이 전달한 뜻은 명확했다. 공 들여서 찾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모든 정력을 반호영에게 쏟아 그를 억지로 끌어낸다면 폭탄 장치를 실행할 것이다.압박을 가하면 자폭한다는 뜻이었다.“수백억의 대가를 주고 구한 폭탄이야. 중동 쪽에서 유명한 암시장에서 구매했대.”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도대체 뭘 하려고 그런 짓까지 벌일까요?”그녀가 기억하는 반호영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이성적이고 선을 지키며 사랑을 할 줄 아는 남자였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으면 이렇게 처절하게 누군가를 해치려는 걸까?신세희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어떻게 할 거예요?”그녀가 남자에게 물었다.“추격을 멈추기로 했어.”“하지만 그렇게 하면 본가 쪽을 자꾸 들쑤시고 다닐 텐데요.”“그건 그 인간들이 자처한 거야!”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만약에….”“만약 그 자식이 당신이랑 유리한테 접근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부소경의 말투는 담담했다.어머니가 낳은 또 다른 아들. 부소경도 그가 무척 신경 쓰였다.하지만 반호영은 이미 미친 것 같았다.만약 반호영이 선을 넘지 않고 얌전히 군다면 회사 지분이라도 떼서 줄 생각이었다.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었다.하지만 만약 그가 다 같이 죽자고 덤빈다면 봐줄 생각이 없었다.신세희는 남자의 머리를 살며시 품에 안았다.남자가 무슨 일을 하든 그만의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남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일뿐이었다.“이제 자요.”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래.”그날 밤, 신세희는 남자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얼마나 아파했을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아무리 얄미워도 핏줄이었다.부소경에게는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자요, 여보. 내일 나랑 같이 엄마 집에 가요. 엄마가 춤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확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