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준은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준명이한테 친척은 정아 씨랑 공주님밖에 없죠.”“장난하지 말고요!”신세희가 곱지 않게 그를 흘겼다.“숙모님, 그래도 내가 상사거든요? 일 안 해요?”구서준이 생글생글 웃으며 되물었다.신세희는 그제야 자신이 지각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그녀는 곧장 뒤돌아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로 들어서려던 신세희는 다시 걸음을 멈추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준명 오빠 다른 친척 없는 거 맞아요?”“확실해요!”구서준이 대답했다.신세희는 그제야 시름이 놓였다.‘그래, 서 씨가 한두 명도 아니고. 내가 예민했던 거야.’그렇게 그녀는 이 일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그리고 일에만 몰두했다. 오후에 아이를 데리러 유치원에 가야 했기에 일정이 빠듯했다. 요즘 밀린 업무를 처리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빴다.그렇게 일주일 동안 신세희는 유치원에서 고상은 엄마를 마주치지 못했고 그녀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흐려졌다.어차피 그녀와 별로 접점이 없는 사람이었다.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차갑고 솔직한 사람일 뿐이다.눈 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이 지나갔다.그날은 주말이었고 엄선희는 야외로 캠핑을 나가자고 제안했다. 마침 남성에 있던 구서준도 바로 그 제안에 동의했다.물론 민정아도 두 손 들어 찬성했다.하지만 신세희는 약간 미안한 얼굴로 친구들을 바라보았다.“나는 시간 안 될 것 같아. 다음 주로 미루는 게 어떨까? 이번 주에 엄마가 댄스 클럽에 가입하시기로 했어… 사실 우리 엄마가 피아노 잘 치고 그림도 잘 그리지만 엄청난 몸치시거든.”“그런데 해보고 싶다고 하셔서 마침 시간 되니까 같이 연습하자고 했어. 이런 때라도 응원해 드려야지.”신세희가 웃으며 말했다.평생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가져본 적 없는 엄마였다. 이 나이에 하고 싶은게 생겼다는데 당연히 지지해 줘야 했다.“그럼 가지 말자. 집에서 서준 씨랑 데이트해야지.”민정아가 말했다.엄선희도 어깨를 으쓱했다.“나도 됐어. 엄마랑 뜨개질이나 해야겠어.”“
반호영이 전달한 뜻은 명확했다. 공 들여서 찾지 않으면 절대 찾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하지만 모든 정력을 반호영에게 쏟아 그를 억지로 끌어낸다면 폭탄 장치를 실행할 것이다.압박을 가하면 자폭한다는 뜻이었다.“수백억의 대가를 주고 구한 폭탄이야. 중동 쪽에서 유명한 암시장에서 구매했대.”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도대체 뭘 하려고 그런 짓까지 벌일까요?”그녀가 기억하는 반호영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이성적이고 선을 지키며 사랑을 할 줄 아는 남자였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얼마나 큰 상처를 입었으면 이렇게 처절하게 누군가를 해치려는 걸까?신세희는 깊은 한숨이 나왔다.“어떻게 할 거예요?”그녀가 남자에게 물었다.“추격을 멈추기로 했어.”“하지만 그렇게 하면 본가 쪽을 자꾸 들쑤시고 다닐 텐데요.”“그건 그 인간들이 자처한 거야!”부소경이 차갑게 말했다.“만약에….”“만약 그 자식이 당신이랑 유리한테 접근하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테지만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어.”부소경의 말투는 담담했다.어머니가 낳은 또 다른 아들. 부소경도 그가 무척 신경 쓰였다.하지만 반호영은 이미 미친 것 같았다.만약 반호영이 선을 넘지 않고 얌전히 군다면 회사 지분이라도 떼서 줄 생각이었다.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었다.하지만 만약 그가 다 같이 죽자고 덤빈다면 봐줄 생각이 없었다.신세희는 남자의 머리를 살며시 품에 안았다.남자가 무슨 일을 하든 그만의 기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남자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일뿐이었다.“이제 자요.”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그래.”그날 밤, 신세희는 남자를 부드럽게 안아주었다.이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지, 얼마나 아파했을지 그녀도 알고 있었다.아무리 얄미워도 핏줄이었다.부소경에게는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자요, 여보. 내일 나랑 같이 엄마 집에 가요. 엄마가 춤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확
화분을 들고 있던 서준명이 멈칫했다.“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했을까? 세희 너… 뭔가 발견한 거라도 있어?”신세희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에요. 오빠가 주말마다 엄마 집에 내려오니까 우리 말고 다른 친척은 없는 것 같아서요.”그녀는 일부러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서준명은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 친척 얘기가 나오니까 머리가 아파.”신세희는 잠시 주저하다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래요, 오빠? 설마 정말 다른 친척이라도 있어요?”서준명이 웃으며 대답했다.“있지. 우리 엄마도 아는 친척이야. 고모랑은 유치원 동창이라고 들었어. 사이가 꽤 가까웠다고 했는데 고모 신분을 알고는 고모를 우리 집에서 내쫓았지.”신세희도 그 이야기를 들은 적 있었다.어린 시절 서진희에게는 아주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서진희가 사생아라는 사실을 알고 바로 절교했다고 했다.그리고 서진희가 서씨 가문 저택에 오는 것까지 반대했다.아마 기억이 맞다면 그 친구의 이름이 고가령이었을 것이다.고씨!고상은도 고씨였고 서씨 성을 가진 할아버지와 친척 사이라고 했다.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은 화분을 내려놓고 입구 계단에 걸터앉더니 그녀에게 말했다.“사실 할아버지는 건강이 안 좋은 게 아니라 그 친척을 피하겠다고 서울로 가신 거야.”“네?”놀란 신세희가 되물었다.서준명은 약간 피곤한 말투로 대답했다.“사실 다 할아버지 잘못이지 뭐. 나한테는 사촌고모인데… 그러니까 우리 할머니 언니의 딸이야. 어릴 때부터 우리 할머니 옆에서 컸거든. 우리 할머니가 딸을 잃었잖아. 그래서 그 고모를 딸처럼 키웠어.”“물론 할아버지도 고모를 예뻐하셨지. 이름이 고가령일 거야.”신세희는 이미 아는 이름이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고가령의 아버지는 모 기업의 임원이었다. 평범한 가정보다는 풍족하게 살았지만 서씨 가문에 비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고가령은 낙태를 선택하지 않았다.아이가 태어날 때, 재벌 남자친구가 그녀에게 말했다.“내 아이가 맞다면 200억을 주지! 아이를 두고 멀리 떠나! 내 아이를 너 같이 더러운 여자 손에서 키우게 할 수는 없으니까!”“만약 내 아이가 아니라면… 미안하지만 그냥 내 눈앞에서 꺼져줬으면 좋겠어!”분노한 고가령은 울며 남자에게 하소연했다.“그 방에 들어가라고 한 건 당신이었잖아!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그러자 남자친구가 비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그냥 놀이상대니까 들여보냈지. 딱히 신경 쓰고 싶지 않았거든. 하지만 내 아이의 엄마라면 얘기가 다르지!”굴욕적인 상황에서 고가령은 친자검사를 진행했다.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아이는 남자친구의 핏줄이 아니었고 그녀에게는 보상금마저 주어지지 않았다.아이 아빠를 찾을 수도 없었다.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것 같았다. 남자친구에게 물어서야 알았다. 그 남자는 도박에 손을 잘못 댔다가 도박꾼들에게 맞아 죽었다고.고가령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처했다.해외에서 남자를 잘 만나 출세해서 돌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졸업장은 고사하고 애까지 딸린 미혼모가 되었으니 가족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도움을 요청할 가족은 서씨 가문밖에 없었다.서씨 가문에서는 그녀에게 적지 않은 금전적 지원을 해주었다.워낙 큰 기업이었기에 매년 고가령에게는 20억에 달하는 생활비가 주어졌고 고가령은 딸과 함께 해외에서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그렇게 20년이 지났다. 고가령도 해외에서 안정된 직장을 찾았고 그녀의 딸도 명문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고가령의 삶은 완벽하다고 볼 수도 없었지만 비참하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최소한 돈 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았다.그런데 20여년이 지난 뒤, 고가령은 갑자기 귀국하고 싶어졌다. 돌아오기 전, 그녀는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이모부에게 전화를 걸었다.고가령의 이모부가 바로 서씨 어르신이었다.“이모부, 너무 보고 싶어요. 생신 잔치도 차려드리고 싶고요
서준명의 표정을 읽은 신세희는 가슴이 철렁했다.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오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어요. 어차피 그 고모님 딸이라면 혼기도 꽉 찼을 테고 남자를 만났겠죠? 결혼했을지도 모르고요. 그 남자와 아이를 낳았다면 아들이거나 딸이겠죠. 그냥 때려 맞힌 거예요.”서준명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세희 너 이렇게 장난스러운 애였어?”그러자 신세희가 대답했다.“그래요! 원래 장난끼도 좀 많은 애였어요.”서준명이 말했다.“걔 얘기는 하지 말자. 생각하면 짜증만 나. 사실 난 그 사촌고모님을 만난 적도 별로 없고 다 할아버지 시대의 일이니까. 그리고 8촌 동생은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어.”잠시 고민하던 서준명이 또 말했다.“사실 세희야. 우리야 말로 진짜 혈연 관계야. 네 엄마는 내 고모이고 너는 내 사촌동생이지. 나한테 동생은 정아랑 너뿐이야.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신세희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들어가요. 엄마가 만두 만들어 주시기로 했어요. 가서 도와야죠.”“그래!”서준명은 다시 밝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물었다.“고모가 댄스 클럽에 가입 했다면서? 공연에도 참석한다던데?”신세희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사실 엄마는 춤을 출 줄 몰라요. 피아노만 칠 줄 알지 몸으로 하는 건 별로 못하거든요. 이번 주에 연습을 많이 했는지 모르겠네요.”“들어가 보자.”집으로 들어서니 서진희는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었다.옆에는 이미 만들어 놓은 만두소가 준비되어 있었고 반죽도 거의 다 되어가니 만두를 빚기만 하면 된다.“엄마, 이번 주에 춤 연습한다더니 좀 했어?”신세희가 물었다.“당연히 했지.”서진희가 잔뜩 들뜬 표정으로 대답하더니 밀가루 반죽을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최근 들어 느낀 일이지만 신세희는 엄마가 참 활발한 성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마 외할머니가 잘 가르친 덕분일 것이다.평생 외할아버지의 냉대만 받으며 자랐지만
달갑지 않았지만 고가령은 부친의 사촌동생이었고 어릴 때부터 사이가 아주 좋았다고 들었다. 그런 그녀의 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서준명도 계속 짜증을 부릴 수는 없었다.잠시 고민하던 서준명이 입을 열었다.“고모님이 본가에 전화하셨어?”소정이라는 여자는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했어요.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고 외삼촌이 전화를 받더라고요. 오빠도 알잖아요. 외삼촌이 엄마를 많이 예뻐하신 거. 맞죠?”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외삼촌은 엄마가 전화하니까 본가로 오라고 하셨어요. 10분 있으면 도착해요.”“소정아… 그건 좀….”하지만 말을 마친 상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서준명은 고모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갈 생각이었다. 고모가 해준 밥도 맛있었고 고모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그의 할아버지도 그가 이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물론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아버지가 했던 말씀이 기억났다.“준명아, 네 할아버지가 고모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하셨지만, 나도 네 고모를 반갑게 맞아준 적이 별로 없어. 네 고모를 어릴 때 몇 번 만난 적은 있는데 만날 때마다 싫은 티를 팍팍 냈거든.”“아빠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어. 그 아이가 내 친동생이란 사실을 말이야. 그러니까 준명아. 시간 날 때 고모한테 가서 말동무라도 해드려. 알겠니?”서준명은 간절한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그게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었다.서진희가 그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얼어붙었던 그녀의 마음을 천천히 녹일 수 있고 언젠가는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할아버지는 고모가 집으로 돌아온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서준명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시를 착실히 따랐다.하지만 그가 보기에 고모는 지금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서씨 가문과 연관된 일이 아니면 고모가 슬픈 표정을 짓거나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 매번 고모를 볼 때면 서준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나중에 그는 고모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할아버지를
고소정은 멈칫하더니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했다.“오빠! 왜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가 오는 게 반갑지 않으면 지금 당장 돌아갈게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또 말했다.“그리고 여기가 오빠 혼자 사는 집도 아니잖아요? 우린 외할아버지랑 외삼촌, 숙모님을 뵈러 왔어요! 오빠 만나러 온 게 아니라고요! 그래도 반갑다고 문앞까지 나와서 기다렸는데!”서준명은 흠칫하다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요즘 기분이 별로 안 좋아서 실수했네.”그러자 고소정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상은이가 외삼촌은 어떻게 생겼냐면서 친구 아빠들보다 더 잘생기지 않았냐고 기대해서… 그래서 같이 마중 나온 건데….”서준명은 그제야 고소정의 손을 잡고 선 어린 아이를 바라보았다.아이는 고개를 들고 서준명을 바라보더니 울먹이며 말했다.“외삼촌….”서준명은 가슴이 녹아 내리는 것 같았다.그는 자세를 숙여 아이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너 몇 살이니?”“외삼촌, 저 올해 여섯 살이에요. 고상은이라고 해요. 저번 주에 한 번 왔었는데 외삼촌이랑 증조외할아버지를 못 만나서 서운했어요. 선물도 준비해 왔는데….”서준명은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아이에게 물었다.“그랬어? 그 선물 아직도 유효해?”“그럼요.”“외삼촌이 한 번 봐도 될까?”“네!”아이는 흔쾌히 대답하고는 서준명의 품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가방을 열었다.그러던 아이가 갑자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그래, 아가?”서준명이 물었다.“사탕이 못 생겨졌어요….”고상은은 형태가 약간 변형된 사탕을 서준명에게 건네며 말했다.일주일이나 가방 속에 있었던 사탕은 이미 녹아서 구깃구깃해진 상태였다.하지만 그 사탕에는 ‘할아버지 행복하세요’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그는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느끼며 고소정에게 고개를 돌렸다.“그게… 미안해. 내가 밖에서 좀 힘든 일이 있어서 실수했네.”“괜찮아요, 오빠. 우린 가족이잖아요. 스트레스 받는 일 있으면 언제든 나한테 말해요! 밖에서 모르는
고소정이 20대 중반이라는 걸 미리 알지 않았더라면 눈앞의 여자를 고작 40대 초반으로 생각했을 것이다.여자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온몸에서 흐르는 귀티를 보니 전혀 생활고를 겪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서는 알 수 없는 우월감이 넘치고 있었고 이로 보아 해외에서 전혀 고생하지 않은 티가 났다.서준명은 자신의 고모가 떠올랐다.서진희 역시 서씨 가문의 핏줄이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차별과 모욕을 받으며 이 집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태어났다는 이유로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고 음악을 사랑했지만 돈이 없어 공부를 포기한 사람이었다.그녀는 오랜 방랑 생활을 했다.두 여자는 다 남자를 잘못 만났지만 서진희는 눈앞의 이 여자처럼 운이 좋지 않았다.눈앞의 중년 여자는 남자를 잘못 만나 아이까지 낳았지만 그녀의 뒤에는 강대한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해 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해외에서 편안하게 살았다.하지만 서진희는 달랐다.쫓기듯 먼 시골로 가서 남편과 밤낮 가리지 않고 일을 했지만 사람들의 괴롭힘을 당했고 감금까지 당했다.사랑하는 딸에게 행복한 생활을 줄 수 없을 것 같아 딸을 남편에게 보내고 스스로 방랑 생활을 선택했다.극심한 차이 때문에 서준명은 꺼졌던 분노가 다시 치밀었다.그는 약간 냉랭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했다.“네.”그러고는 고가령을 쳐다도 보지 않았다.“준명아, 이분도 네 고모야. 아빠의 사촌 여동생이고.”아버지는 그에게 태도를 주의하라고 경고하듯 말했다.서준명은 약간 딱딱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안녕하세요.”고가령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서준명에게 말했다.“준명이는 고모가 낯설지? 고모는 어릴 때부터 네 아빠랑 친남매처럼 같이 자랐어. 네 아빠가 날 엄청 아꼈거든. 집에 맛있는 거 있으면 전부 나한테 줬을 정도니까.”이런 말을 하는 고가령의 얼굴에는 어느새 우월감이 자리잡고 있었다.태어나서부터 귀하게 자란 사람만 가지는 우월감.서준명은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준명아, 고모는 어릴 때부터 여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