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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달갑지 않았지만 고가령은 부친의 사촌동생이었고 어릴 때부터 사이가 아주 좋았다고 들었다. 그런 그녀의 딸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서준명도 계속 짜증을 부릴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서준명이 입을 열었다.

“고모님이 본가에 전화하셨어?”

소정이라는 여자는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했어요. 할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으셨고 외삼촌이 전화를 받더라고요. 오빠도 알잖아요. 외삼촌이 엄마를 많이 예뻐하신 거. 맞죠?”

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

“외삼촌은 엄마가 전화하니까 본가로 오라고 하셨어요. 10분 있으면 도착해요.”

“소정아… 그건 좀….”

하지만 말을 마친 상대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서준명은 고모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갈 생각이었다. 고모가 해준 밥도 맛있었고 고모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의 할아버지도 그가 이렇게 하기를 바라고 있었다.

물론 그의 아버지도 그랬다.

아버지가 했던 말씀이 기억났다.

“준명아, 네 할아버지가 고모에게 못할 짓을 많이 하셨지만, 나도 네 고모를 반갑게 맞아준 적이 별로 없어. 네 고모를 어릴 때 몇 번 만난 적은 있는데 만날 때마다 싫은 티를 팍팍 냈거든.”

“아빠는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았어. 그 아이가 내 친동생이란 사실을 말이야. 그러니까 준명아. 시간 날 때 고모한테 가서 말동무라도 해드려. 알겠니?”

서준명은 간절한 아버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게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그에게 바라는 것이었다.

서진희가 그를 진짜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얼어붙었던 그녀의 마음을 천천히 녹일 수 있고 언젠가는 할아버지를 가족으로 인정할 수 있다.

할아버지는 고모가 집으로 돌아온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했다.

서준명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지시를 착실히 따랐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고모는 지금 충분히 행복해 보였다. 서씨 가문과 연관된 일이 아니면 고모가 슬픈 표정을 짓거나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 매번 고모를 볼 때면 서준명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나중에 그는 고모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할아버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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