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희는 부소경을 바라보았다."그 사람이야?"부소경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고, 신유리도 거의 동시에 물었다."호영 삼촌이에요?"신유리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고여 있었다. 총명한 아이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아니면 할아버지한테 그런 말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호영 삼촌 너무 불쌍해... 호영 삼촌이 유리를 제일 예뻐했단 말이야. 목마도 태워주고... 너무 불쌍해, 흑흑.....""…"전화기 너머에서 남자의 촉촉한 목소리가 들렸다."우리 유리 울었어?""반호영, 너 반호영 맞아? 네가 진짜 반호영이면 내말 잘 들어! 소경… 아니 내 남편... 아니, 네 형이 너를 찾고있어..."남자는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나 반호영 아니야! 난 그저 사람을 죽이고도 눈 한번 깜빡하지 않는 악마일 뿐, 언젠간 나보다 강한 놈이 나타나 나를 죽이면 나도 이 세상에서 사라질 거야. 그 호영이라는 자식은 누군데? 난 반호영이 아니야!""…"말을 마친 남자는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기는 소리와 함께 신세희의 가슴이 철령 내려앉았다.신세희는 부소경을 돌아보았다. 부소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안색이 많이 어두워졌다. 달리는 차에서 앞만 바라보고 있는 그는 마음이 복잡했다. 반호영이 독한 사람이라면 그는 반호영보다 더욱 냉철하고 차가운 사람이다. 그의 따스함은 신세희와 신유리한테만 한정되어 있다. 다른 사람한테는 여전히 냉철하고 차가운 부소경이다. 쌍둥이 형제인 반호영한테도 그러했다. 쌍둥이지만 두 사람은 함께 지낸 세월이 없어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되었다. 하지만 유독 부소경의 마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은, 반호영의 몸에 그와 같은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어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부 씨 가문에 들어와 신세희와 결혼하고 신유리도 낳았다.하지만 쌍둥이 동생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일하게 몸을 숨기고 살았던 섬도 이제 부소경에게 빼앗겼으니, 돌아갈 집이 없어 아무
집에 도착한 부소경은 제일 먼저 서재에서 밀린 업무를 처리했다. 신세희는 신유리와 함께 게임을 하고 집사를 도와 반찬을 준비했다. 저녁 식사 후 신유리는 스스로 씻고 일찍 침대에 누웠다. 어린아이는 신세희의 마음을 알아차린 듯 말했다.“엄마, 빨리 가서 부소경 씨 좀 달래줘.""너…너 방금 뭐라고 했어?""부소경 씨!"신유리는 웃으며 말했다."왜 갑자기 네 아빠 이름을 불러? 아빠 들으시면 어쩌려고!""흥!""평소에는 내 아빠지만 지금은 질투투성이 어린애 같아. 아빠 같지 않고, 내 친구 같아! 나는 그 친구가 지금 엄마의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오, 그래서 엄마가 재워줄 시간인데 아빠한테 양보한 거야?"신세희가 크게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맞아! 빨리 가서 부소경 씨 좀 달래줘. 엄마가 없는 부소경 씨는 어린아이 같아…"어린애가 다 큰 성인처럼 말했다. 신세희는 참지 못하고 손가락으로 딸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부소경 씨 딸 아니랄까 봐!"신세희는 말을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 안방으로 향했다. 마침 목욕을 마친 부소경은 욕실에서 나왔고, 그의 구릿빛 근육질 몸에 맺혀있는 물방울은 그의 차가운 표정과 더해져 묘한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신세희는 눈앞의 남자에게 다시 끌리는 것만 같았다, 마치,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처럼... 누구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까칠함과 차가운 눈빛... 남자를 대표하는 단어는 무수히 많았지만 남자의 기세를 표현하진 못했다.신세희는 오늘 반드시 그를 잘 달래야 된다고 생각했다."우리 잘생긴 남편, 이렇게 잘 생긴 얼굴로 여자를 몇 명이나 울렸어요?"신세희가 눈웃음을 치며 살금살금 다가갔다."…."하지만 그는 신세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잘생긴 남편! 솔직히 말해봐요, 어렸을 때부터 얼마나 많은 여자가 쫓아다녔는지, 절대 질투하지 않을게요. 세상에. 내 남자의 이 운동으로 다져진 멋진 근육질 몸매 좀 봐봐, 얼마나 많은 여자를 울렸을까.”"…"그녀의
다음 날 아침, 따스한 햇살이 비치고 공기는 더없이 상쾌했다. 이런 화창한 날에는 사람의 기분도 따라서 매우 상쾌해진다. 아침 일찍 이 씨 아줌마는 장을 보러 가는 길에 예쁜 꽃들을 사왔다. 신유리는 벌써 거실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공주님, 엄마 아빠는요?”"쉿..."신유리가 검지를 자신의 입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아빠는 지금 증조할머니가 주신 미션을 하고 있어. 증조할머니께서 우리 엄마한테 비밀 처방을 했거든."이 씨 아주머니는 싱긋 웃으며 물었다."그래요? 무슨 미션이인데요?"“바로 내 동생을 많이 낳는 미션."신유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이 씨 아줌마의 미소는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그러면 방해하면 안 되죠. 공주님! 꽃다발로 왕관을 만들어 머리에 씌워줄까요?""응! 좋아."신유리는 이 씨 아주머니가 만드는 왕관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아주머니의 손에서 예쁜 왕관 하나가 완성되었다. 신유리는 방금 아주머니가 엄마 아빠를 깨우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도 잊어버리고 너무 기쁜 나머지 꽃다발을 머리 위에 쓰고는 참새처럼 재잘거리며 온 집안을 즐겁게 뛰어다녔다. 그 소리에 신세희와 부소경이 깨어난 것도 모르고 말이다.방금 잠에서 깬 신세희는 바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온몸이 멍든 것처럼 아픈 고통에도 아이의 웃음소리는 계속하여 들려왔다.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본 그녀는 그제야 아침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여기가 내 집이고 저 아이가 내 딸이지... 아침부터 유리가 왜 저렇게 좋아하지?”신세희가 일어나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옷을 입는 사이 부소경도 깨어났다. 두 사람이 함께 방에서 나와보니 커다란 꽃다발을 머리에 쓴 꼬마 요정이 거실에 있었다. 꼬마 요정은 이 씨 아줌마를 도와 반찬을 나르고, 또 물 주전자를 들고 베란다에 가서 꽃에 물을 주었다. 신세희는 복도에 기대어 눈앞에 보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어제 일들은 잊은 채 지금이 너무 행복했다.따사
그런 그녀의 영향을 받은 부소경은 지금 서진희를 장모님이라고 부를 때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가끔은 신세희보다도 더 친절하게 부르기도 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세 식구는 백화점에서 선물을 가득 사 들고 서진희한테로 향했다.도심 한복판 조용한 곳에 위치한 집은 원래는 낡았지만 서준명이 다시 인테리어를 한 덕에 생기가 넘치게 되었다.지난주에 부소경은 삼십억짜리 가구를 주문하여 이 고풍스러운 집에 들여놓아 주희진이 남긴 매화 그림들과 어울리도록 했다.“엄마! 우리 외할머니 그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어?""네 외할머니는 평생 매화를 사랑하신 분이셔. 매화를 그림에 남기고 싶었지만 그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적었지.""엄마… 울지 마. 외할머니가 하늘에서 엄마가 우는 걸 보시면 슬퍼할 거야."서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이건 준명이가 새로 포장해서 보낸 것들이야. 매화 그림과 이 가구들은 정말 잘 어울리는구나. 방이 훨씬 고급스러워졌어.""응. 그런것 같아.""이번 주에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학부모들이 피아노 레슨을 받으러 아이들을 데리고 왔어. 재능이 넘치는 애들 몇 명만 돈을 받지 않고 가르쳐 주려는데 네 생각은 어떠니? 이 작은 마당에 즐거움이 보태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아."신세희는 어머니가 하는 말을 열심히 귀담아듣고 찬성했다.평생 고생만 하고 희생만 한 이제 겨우 50대에 들어선 어머니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애들, 다 마음에 들어요?"서진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난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할게.""한 아이 부모님이 댄스동아리도 추천해 줬지 뭐야! 하하하!""그럼 당연히 가입해야지! 엄마 내가 이렇게 응원할게!""그 댄스교실에 정식으로 가입하려면 보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기다리면 돼지. 우리 엄마는 몸매도 좋고 피아노도 잘 치니까... 춤도 연습하면 정말 잘할 것 같아. 어쩌면…."댄스 동아리에 다른 남자들이 있는지 물어보려다가 엄마가 부끄
"할머니랑 장모님이 내주신 숙제 말이야!"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가까워졌다.그녀가 반응을 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안 돼요, 내일 출근도 해야 돼요…"신세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다음 날 아침...남자는 일찍 깨어났지만, 신세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이틀 밤을 꼬박 남편에게 시달리다 보니 신세희는 쓰러질 것만 같았다."오늘 출근하지 마!""안 돼요!"신세희는 바로 반박했다."요즘 너무 많이 쉬었어요. 회사 사람들은 내가 사촌 오빠의 동생이어서 막나간다고 생각할 거예요. 오늘부터 출근을 더 열심히 해야 돼요."신세희는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여자는 자기 일이 없으면 안 되고 자신의 중심이 없으면 안 된다. 또한 업무 중에는 반드시 진지해야 하며 조금도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그녀가 억지로 몸을 지탱하고 일어나 비틀거리며 세수를 마치고 침실에서 나오니 남자는 이미 아침 식사를 끝냈다."오늘 유리랑 같이 나가도록 해. 아침 일찍 회의가 있어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리고 밥 좀 천천히 먹어. 그러다 체하면 어쩌려고? 할머니가 주신 처방약 잘 챙겨 먹고, 유리 어린이집에 보내고 당신도 출근 잘해!”남자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잔소리를 늘어놓았다.그리고 신세희와 신유리의 볼에 입을 맞추고 출근을 했다."…."옆에 있던 신유리가 말했다."엄마, 많이 피곤해?"신세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 네 아빠 때문이야!""엄마, 아빠 탓하지 마. 이제 출근할 때 내가 가방 들어줄게."꼬마는 매일같이 아빠 편만 들었다.누가 부소경의 딸 아니랄까 봐.신세희보다 일찍 일어난 신유리는 먼저 밥을 먹고 어린이집 등원 준비를 했다. 그리고 안방에 가서 신세희의 가방도 현관 옆에 내려놓았다.아침을 먹고 있던 신세희는 그 모습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우리 공주님, 이리 와, 엄마가 뽀뽀해 줄게."신유리는 빠른 발걸음으로 달려갔다."엄마, 나 오늘 상은이
"근데 왜 선물로 뽀뽀야?""상은이가 그러는데... 상은이는 엄마한테 뽀뽀를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데.""….""그렇게 해도 돼? 엄마?"“엄마?”"그래, 엄마는 괜찮은데 상은이 엄마가 허락하실지 모르겠어. 만약 상은이 엄마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다른 사람한테 억지로 해서는 안 되는 거야, 알겠지?"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아침을 먹은 후, 두 모녀가 함께 계단을 내려가자 엄선우가 아래층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아저씨, 안녕!"신유리는 예의가 바르게 인사했다. 이제는 엄선우와 많이 친해진 것 같았다.엄선우도 인사했다."공주님, 사모님,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신세희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차에 올라탔다.차가 떠난 지 한참 후에야 신세희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선우 씨, 부 씨 가문에 들이닥친 그 사람, 혹시 선우 씨도 봤어요?""네, 사모님."엄선우는 사실대로 말했다.눈치 빠른 그는 신세희가 묻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께선 요즘 쌍둥이 형제분을 계속 찾고 계십니다. 사모님도 아시다시피 이번에 찾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친 형제시니 너무 강하게 나가면 도망갈까 두렵고, 그렇다고 손 놓고 있으면 또 이렇게 남성에 와서 소동을 일으키고...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대표님께서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았다면 절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을 겁니다.""…."엄선우의 말이 맞다. 부소경이 정말 독한 마음을 먹고 반호영을 붙잡으려고 했다면 반호영이 지금처럼 이렇게 지낼 수 없었다."하지만….""만약 그분이 이렇게 계속 소란을 피우신다면 대표님께서도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입니다. 대표님께서는 오래전부터 그분을 찾으셨는데 지금 이렇게 제 발로 나타나 줬으니 더 좋은 거죠."“그럼 죽어?"꼬마 신유리가 불쑥 물었다.엄선우는 백미러로 어린 공주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았다.핏줄은 서로 끌린다고 했던가…신유리가 가성 섬에 있을 때, 그녀의 친 삼촌은 그녀를 친딸처럼 예뻐했다.신유리는 정이 많은 아이다."
"…."고상은 엄마의 말에 신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신유리도 당황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그러자 여자는 바로 사과했다."앗, 사모님, 죄송해요. 제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신세희는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에요?"여자는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사모님, 저는 월급쟁이 일뿐이에요. 저는 사모님과 같은 부자와 비교할 수 없어요. 보세요, 제 딸이 사모님 남편분의 신발을 밟아 신발을 닦아드렸을 뿐인데… 남편분께선 저한테 혐오하시는 말투로…"신세희는 불편한 내색을 하지 않았다."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는 거예요?""아니요!"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저는 단지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귀하고 사치스러운 부자들이랑 저희 같은 월급쟁이들은 서로 다른 세상의 사람이에요. 저는 단 한 번도 당신들과 엮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부럽지도 않았고요! 노숙자가 된다고 해도 사모님 집 앞에는 찾아가지 않을게요.""상은 엄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고상은 엄마는 계속해서 말했다."그래서 말인데요, 사모님, 사모님 친구 분들께 제가 절대 그들의 모임에 끼지 않을 거라고 전해주실수 있나요? 저는 정말 여유 시간이 없어요. 매일 회사 일도 바쁘고, 또 혼자서 애 키우느라.... 전 명품 가방이며 남편이며 그 사람들이랑 비교할 여유랑 돈이 없어요.""그래요, 내가 도와드릴게요."고상은 엄마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인사를 건넸다."고마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고상은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예전의 신세희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한테만 차가운 표정을 지었고, 자신에게 먼저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항상 따뜻한 미소로 맞이했다.하지만 저 여자는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신세희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엄마!"신유리가 불만스러운 말투로 신세희를 불렀다."왜 그래?""엄마 상은이한테 뽀뽀 안해줬어!"그녀는 신유리와 시선을 맞추고 말했다."유리도 봤지? 엄마는
신세희는 평소에 수진 엄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에 말투가 곱게 나가지 않았다.“수진 어머니, 제가 오늘 좀 지각했거든요. 큰일 아니면….”“유리 엄마, 나도 저번 사건이 있은 뒤로 유리 엄마가 우리를 싫어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내 인격을 걸고 약속할게요. 우리가 과거에 안하무인인 사람이었던 건 맞지만 우린 단톡방에서 명품 자랑 같은 건 일체 하지 않아요. 육아 경험을 의논했을 뿐이죠.”신세희는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수진 엄마가 계속해서 말했다.“나도 그 사람 억지로 우리 단톡방에 가입하라고 강요한 적 없어요. 자기가 원해야 같이 어울리는 거죠. 그런데 수진이가 어느 날 집에 와서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고상은이라는 친구가 유치원에서 우울해 보인다고 했어요.”“우리는 그냥… 상은이 엄마랑 소통을 좀 해보고 싶었어요. 혼자 애 키우는 엄마가 얼마나 힘든 걸 알기에 같은 여자로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고요.”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는 수진 엄마를 보자 신세희는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죄송해요. 제가 뭔가 오해를 했나 보네요.”“괜찮아요, 유리 엄마.”수진 엄마가 웃으며 말했다.“유리 엄마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다 알죠. 내가 노파심일 수도 있겠지만 상은 엄마는 지나치게 차가워요. 유리 엄마도 살가운 성격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완전히 달라요. 최근에 상은이가 전학을 왔잖아요. 그 아이… 온지 일주일도 안 돼서 유리랑 아주 붙어 다닌다고 하더라고요.”신세희는 조용히 수진 엄마를 바라보았다.수진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냥 그렇다고요…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요. 애들이 친해지는 거야 뭐라고 할 수 없죠.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유리 엄마도 유리 잘 챙겨요.”말을 마친 수진 엄마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작별인사를 했다.“사실… 나도 요즘 직장을 구했거든요. 이만 가볼게요.”신세희는 멀어지는 수진 엄마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수진 엄마가 해줬던 말 때문에 며칠 전 백화점에서 민정아와 엄선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