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좀 아프셔. 그런데 의사 진료를 거부하고 유리만 찾는대.”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솔직히 그는 본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본가에서 생활한 적도 없었기에 그곳은 그에게 집이 아니었다.할머니는 비록 그에게 상처준 적은 없지만 솔직히 자라면서 할머니 사랑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할머니가 그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그의 할머니는 이 가문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사람이었을 뿐이다.그래서 부소경은 본가를 사랑할 수 없었다.그런데 노인이 아프다면서 자꾸 신유리를 찾았다.이런 상황에도 요청을 무시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처음에는 놀란 목소리였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당신 뭐라고 했어요? 할머니가…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고요? 심각해요? 다 우리 때문이에요. 너무 바빠서 본가에 찾아 뵙지도 못했네요.”신세희의 말투에서 깊은 죄책감이 느껴졌다.“그런 줄도 모르고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하고 있었다니… 지금 어디예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유리 데리고 바로 나갈게요.”부소경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여자는 겉보기에 차갑고 모든 일에 무관심해 보이지만 속은 항상 따뜻한 사람이었다.할머니가 신세희에게 보였던 호감이라고 해봐야 그와 함께 유리를 데리고 본가로 갔을 때,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옥석을 그녀에게 선물한 것뿐이었다.지금도 신세희는 그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아깝다고 착용하지도 않았다.사실 옥석은 원래 대대로 이어지는 보물이며 어차피 이번 대에는 부소경이 이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었기에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 맞았다. 때가 되면 언젠가는 신세희에게 돌아갈 물건이었다.할머니는 그냥 적당한 시기에 그것을 선물했을 뿐이다.하지만 신세희는 그것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그녀는 항상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
“넌 미친년이야!”신세희는 민정아의 민낯을 들춘 셈이다.“그리고 나! 난 말랑 콩떡이 아니야!”엄선희가 말했다.“..."역시 친구는 많이 고민해 보고 사귀어야 하는데… 평생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는 신세희는 자신에게 먼저 다가온 두 사람을 환영하고 두 사람과 절친이 되었다. 결국 두 마리의 늑대를 불러들인 셈이다.신세희는 하는 수 없다는 듯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한 사람은 미친년, 한 사람은 강철 콩떡!"“하하하...."그녀의 말에 엄선희와 민정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민정아는 신유리를 안아 들고 귀에 속삭였다.“유리야, 우리 유리, 이모가 드디어 네 엄마를 이겼어!"“쳇!"“이모들은 모두 바보야!”“그래 맞아. 이모들은 모두 바보야! 바보 세 사람이 같이 친구가 되었어!"세 사람은 그렇게 유리를 안은 채 쇼핑몰을 나섰다. 엄선희와 민정아는 2번 출구에 가서 엄선우를 기다렸고, 신세희는 유리를 데리고 1번 출구로 가서 부소경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유리야, 넌 고상은 엄마가 어떤 사람인 것 같아?”신세희는 신유리의 손을 잡고 걸으면서 나직하게 물었다.엄마의 물음에 신유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음, 선희 이모처럼 예쁘지도 않고, 정아 이모처럼 친절하지도 않은 것 같아."“윤희 이모에 비하면 어때?"“어떻게 윤희 이모랑 비교할 수 있어? 윤희 이모는 작은 엄마 같아. 고상은의 엄마는 엄마 다운 모습이 없어. 고상은도 자기 엄마가 많이 무섭대.”“... "아이의 말에 신세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엄마, 우리 상은이를 우리 집에 데려가 같이 사는 건 어때? 고상은은 아빠가 없으니 많이 불쌍한 것 같아, 예전에 나는 아빠가 없었지만, 삼촌이 있었잖아. 근데 상은이는 삼촌도 없어…."겨우 여섯 살 된 신유리는 평소에는 못된 모습을 보이지만 속은 매우 여린 아이였다. 이에 신세희는 차분한 말투로 아이를 달랬다. “유리야, 세상에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들은 모두 힘들어.
여자는 신세희를 돌아보며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다.여기서 또 만났네요.”“..."“당신이 왜 내 남편 신발을 닦고 있지?!”“고귀한 사모님은 제가 이렇게 쭈그리고 앉아 구두를 닦는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저의 딸이 실수로 구두를 밟아 더럽혔으니 제가 깨끗이 닦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여자는 고개를 들고 부소경을 쳐다보며 말했다."... "“난 그러라고 한 적 없어!"부소경의 말에 여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죄송해요, 제 딸이…."“경고하는데 제발 내 곁에서 멀리 떨어져 줘요. 아이가 신발을 더럽힌건 괜찮은데 당신의 행동이 저를 불편하게 만들어요!"부소경은 애써 화를 참고 있었다. 신유리와 여자의 아이가 함께 노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간신히 화를 참고 말했다.“네…. 죄송해요!"여자는 수치스러운 듯 돌아서서 자기 딸을 끌고 갔다. 어린 여자애는 멀어져 가면서도 고개를 돌려 신유리랑 인사를 나누었다. 신유리도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신세희가 입을 열었다.“아는 사람이야?"부소경이 신세희에게 물었다.“당신 대단한데요?"“왜?"“저렇게 예쁜 여자가 열심히 쪼그리고 앉아 구두를 닦아주고, 게다가 하마터면 사람을 울릴 뻔했잖아요.""…."그는 운전을 하며 신세희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였지만 표정은 얼어붙어 있었다.그는 신세희의 얼어붙은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말했다.“내가 그 여자한테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거야? 부드럽게 안아 달래줬으면 좋겠어?"“뭐라고요?"신세희는 손을 들어 부소경의 코를 꼬집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신유리는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엄마도 내 코를 꼬집는 스킬을 배웠네?"“..."‘어휴, 내가 아이와 같은 수준의 놀이를 하고 있다니.’신세희는 부녀 둘을 한 번 훑어보고 입을 열었다.“운전이나 해요, 할머니 기다리겠어요!"부 씨 가문에서 사는 동안, 신세희는 할머니와 정이 들었고, 따로 사는 지금 할머니의 건강이 걱
“진상희 씨,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아이고, 제 잘못이에요. 임 아가씨라고 불러야 하나..."“임 씨도 아니에요."“네?"“저는 신세희에요."“아아, 신세희라, 신세희 씨네요......"신세희는 진상희의 말을 가로챘다.“실례지만, 당신은 부 씨 가문의 누구시죠?"이에 진상희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집사예요, 저는 부 씨 가문에서 줄곧…"“짝!"신세희는 손을 들어 진상희의 뺨을 때렸다.“미쳤어? 자기가 서 씨 어르신의 외손녀라고 나를 때려? 예전에 임선아가 서 씨 어르신의 외손녀일 때도 나랑 싸웠는데, 누가 이겼는지 말해줄까?"신세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부 씨 가문의 집사라는 사람이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내려? 부 씨 가문의 유일한 사모님인 나조차도 못 알아보다니..."“네가 신세희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짝!"신세희는 다시 손을 치켜들고 진상희의 뺨을 내리쳤다. “이건 네가 멍청한 죄.”“이건 네가 미친 척하고 잘못 부른 죄!”“이건 네가 나를 서 씨 아가씨라고 부른 죄!”“하하…."신유리는 엄마의 말에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신세희도 자신의 말을 떠올리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 씨 가문의 저택에 자주 오지 않지만 이 여자가 나대는 모습이 너무 눈꼴사나웠다.신세희는 딸을 힐끗 쳐다보고 말했다.“유리 너는 입 다물어!"신유리는 신세희를 힐끗 쳐다보고 진상희를 올려다보며 말했다.“아줌마,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여태껏 우리 엄마가 순진하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인 줄 알았지? 오늘 아빠와 엄마가 함께 왔어. 그게 뭘 뜻하는지 알기나 해? 바로 우리 엄마는 이제 혼자가 아니라는 거야. 자기 주제도 모르는 아줌마, 잘 들어! 우리 엄마 성은 신이고 이름은 신세희야! 다음에 또 미친 척하면…."“잠깐, 엄마, 왜 또 다음이 있는 거야? 우리 길을 막는 것도 모자라 우릴 집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집사, 당장 잘라버려야 하는 거 아니야?"“우리 딸 말이 맞아. 진상희 씨? 오늘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아보니 그곳에는 화려한 액세서리와 명품 옷을 입은 진문옥이 있었다.“소경아! 큰엄마는 여태 너의 일이라면 모르는 척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제 그대로 지내면 안될 것 같아.” 진문옥은 부소경을 보며 말했다.“….”아내와 아이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말싸움을 벌이는 동안, 부소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내와 아이가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 진상희가 뺨을 두 대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더 골치 아픈 사람이 나타났다.예전에 진문옥이 자신을 큰엄마라고 칭했을 때, 부소경은 반대하지 않았었다.하지만 지금 가성 섬 여행에서 있었던 일은 부소경과 진문옥 두 사람의 오해를 더 깊게 만들었을 뿐이다.만약 20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이라면, 두 사람의 오해가 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가능성이 없다.“진문옥 씨!"부소경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진문옥은 깜짝 놀랐다.“너 방금 날 뭐라고 부른 거야?”“진문옥 씨!"부소경은 다시 한번 큰 목소리로 불렀다.“소경아! 큰엄마는 늘 너한테 최선을 다했어, 내 아들들, 그러니까 네 형들이 너 때문에 목숨을 잃었을 때에도 나는 너를 원망한 적이 없어!"부소경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당신의 아들들, 나의 형들은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들 같았어요. 당신과 아버지 덕에 나도 하마터면 죽을 뻔했었죠. 7년 전에 제가 미리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거예요. 전 단 한 번도 형들을 먼저 공격한 적 없어요."“…"부소경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틀린 말이 없다. 그는 한 번이라도 형들을 다치게 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진문옥의 못난 아들들은 부소경을 죽이려고 여러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며 부 씨 그룹까지 그에게 넘어가게 된 것이다.“소경아, 네가 먼저 형들을 다치게 했다면 내가 너한테 최선을 다했을까? 네가 만약 그랬다면 난 지구 끝까지 너를 쫓아가서 죽였을 거야."그녀는
“그래요 맞아요!”부소경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한참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남편의 외도는 참을 수 없다면서, 가성 섬에 있을 때 왜 주동적으로 남편한테 다른 여자를 찾아주었던 거죠?"그의 말에 진문옥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소경아, 너... 네가 그걸 어떻게? 이게 바로 네가 가성 섬으로부터 알아낸 비밀인 거야?"“글쎄요? "“어떻게 알게 된 거야? 대체 어떻게! 너의 엄마도 내가 직접 선택한 여자란 걸 알고 있는 거야? 하지만 너희 엄마는 이미 죽었잖아."진문옥의 얼굴에 나타난 불안감은 감출 수 없었다.“이 세상에 영원히 감출 수 있는 비밀이 있을 것 같아요?"“…"“자신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를 찾아 바칠 때, 그 여자들의 마음은 혹시 생각해 보셨어요? 그 여자가 당신 남편의 아이를 임신했을 때, 당신들은 두 사람이 진정한 부부이고 그녀는 제삼자일 뿐이라고 말했을 때, 그 여자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 봤어요? 임신하고서도 아이를 낳을 권리조차 없다 할 때 그 여자는 어땠을까요? 진문옥 당신은 지금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요?"“너…다 알고 있었구나, 서…. 서 씨 어르신이 알려주셨지?"“자기 외손녀를 구하기 위해 평생 지켜온 비밀을 저한테 말해주었다 해도 별로 신기한 일은 아니지 않나요?""….""그래서 말인데., 진문옥 씨! 당신이 저를 미워할 수 있는 자격 없어요! 왜냐하면 저는 지금까지 당신에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죠! 당신의 아들들이 죽은 건 자업자득이에요. 하늘에서 벌을 내린 거라고요! 난 당신을 영원히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부소경의 말투는 더욱 차가워졌다."소… 소경아?"진문옥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이고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올해 겨우 일흔도 안되는 나이에 적어도 이십 년은 더 살고 싶었다. 진문옥은 벌벌 떨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아… 네가… 나를 미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이 그런 거야. 내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부소경은 담담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수록 성격이 점점 더 날카로워졌다. 예전에 부소경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항상 말을 조심하였는데, 신분 불명의 남자에게 몇 차례 괴롭힘을 당한 후부터 아버지는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신세희의 약점이라도 잡은 듯 말이다.“상희는 네 큰엄마가 제일 아끼는 조카야! 우리 가문의 가족과 마찬가지란 말이야! 너희 셋이 집에 없는 동안 너희들을 대신하여 우리를 얼마나 성심성의껏 보살폈는지 몰라! 그런데 네가 이토록 무례한 짓을 벌이다니!"부성웅은 허리를 굽혀 진상희를 부축했다.부소경은 아버지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저희 할머니 보러 왔어요, 할머니께서 유리를 보지 않으면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셨데서 온 거예요."“그래, 네 할머니는 유리가 보고싶어서 앓으신거야!"“그런데 왜 아직도 저희를 막아 서고 계시는 거죠?"“…."진상희는 매일 고모부한테 신세희가 서 씨 어르신으로부터 외손녀의 신분을 인정받은 뒤로부터 다른 남자와 외도를 시작했고, 그 남자들이 찾아와 괴롭히기까지 한다는 말을 들은 후 신세희를 무시하고 다른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어차피 고모부와 고모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니 이 저택에서 자신을 쫓아내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하지만 부소경의 입에서 나온 말은 모두의 예상을 빗나갔다."아버지 비록 저의 아버지라 제가 어떻게 하진 못하겠지만 내일 당장 이 집에 사는 사람들의 카드를 끊어버릴 수 있어요! 아, 그냥 아버지랑 큰엄마 두 사람 카드만 끊어도 될 것 같네요."“…"“이 저택의 고용인은 둘만 남겨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돌보게 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해고에요. 그리고 진상희에 대해서는 계좌, 개인 금고랑 은행에 있는 금품에 대해 일일이 조사를 진행할 거고요. 그리고 너 만약 개인 재산이 수입을 초과하고, 초과한 금액이 20억 원을 넘는다면, 5년 동안 감옥에 있어야 할 테니 잘 기억해 둬. 20억 이 넘으면 넌 무기징역이야!"그의 말에 진상
“서 씨 어르신한테 전화해 봐야겠어."말을 마친 부성웅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서 씨 어르신께 전화를 걸었다. 통화는 아주 빨리 연결되었다.“성웅이냐?"전화 너머에서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저씨, 저한테 비밀로 해 주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어요?"전화가 연결되자 부성웅은 버럭 화를 냈다.“성웅아! 이 세상 모든 일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있다. 그때 그 일을 내가 평생 말하지 않더라도 영원히 숨길 수는 없었을거야. 가성 섬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까."“그게 무슨 말씀이세요?"“가성 섬에는 반 씨 가문이 아직도 있어. 이런 비밀은 영원히 감출 수 없는 것인 걸 넌 왜 아직도 모르고 있는 거야."“아저씨… 또 제가 모르는 비밀 더 있습니까?"서 어르신은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성웅아, 설마 소… 소경이가 아직 너한테 말하지 않은 거냐?"“도대체 무슨 비밀인데요!"“참... 넌 몰라도 된다. 왜냐하면…"가성 섬에 있을 때 반 씨 가문 전체를 부소경이 장악했지만 그 녀석만이 소경의 눈앞에서 도망갔다는 것을 서 씨 어르신은 알고 있었다. 그가 알고 있는 사실에 의하면 그 녀석은 부소경과 아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가성 섬에 있을 때 그 녀석은 자기 의붓형의 편을 많이 들어주곤 했다. 반 씨 가문의 맏형인 반호경은 섬에서 지위가 별로 높지 않았고 오히려 그 녀석이 형보다 지위가 더 높았다. 그 녀석이 도망간 걸 부소경도 말하지 않았으니 서 씨 어르신도 먼저 말을 꺼내기 어려웠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무조건 부성웅과 진문옥 두 사람을 이혼시켰을 것이다. 남편을 부추겨 밖에서 여자를 만나게 하고 그 여자를 임신시키기까지 했으니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그 여자가 두 아이를 편하게 낳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모든 후회는 마음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해야만 부소경과 신세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