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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1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정문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경민이 너… 무슨 일 있구나?”

“내 여자가 실종됐어! 사라졌다고! 내 아이를 임신하고 나를 떠났어!”

구경민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며칠 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

오늘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장기전이니 힘을 내야겠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아이와 고윤희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평생을 다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가 정신을 차린 또 다른 이유는 멀리 사는 두 친구가 오랜만에 남성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친구들의 방문 목적이 부소경을 걱정해서 온 거라니.

구경민은 지금 친구들의 위로가 너무 필요했다.

그런데 정문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한 마디 했다.

“자업자득이야!”

“야, 경민아. 나는 네가 윤희 씨를 찾지 못했으면 좋겠어. 윤희 씨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니? 몇 년이나 네 옆을 지키면서 불평 한 마디 없었고 너를 극진하게 보살폈잖아.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

정문재는 정색하며 구경민에게 잔소리했다.

장진혁도 옆에서 거들었다.

“경민이 네가 심했어.”

평생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따뜻한 위로를 바랐건만 그의 친구들은 위로는커녕 오히려 그를 핀잔했다.

이때, 정문재의 운전기사가 도착하자 정문재는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물었다.

“어때? 어르신은 잘 들어가셨어? 기분은 어때 보였어? 설마 막 욕하고 그런 건 아니지?”

운전기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욕… 하셨죠.”

“뭐라고 욕했어?”

그러자 운전기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

성질 급한 정문재가 기사의 어깨를 툭 쳤다.

운전기사는 부소경의 눈치를 살피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부소경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내 집사람이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 욕했겠지 뭐.”

운전기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런 뜻으로 말씀하시긴 하셨어요.”

“이 어르신, 안 되겠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더라면 당장 차에서 내리라고 했을 거야!”

조금 전까지 우울한 표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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