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중, 남성에 가장 자주 방문하고 부소경의 회사에도 자주 갔던 구경민이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상대에게 인사를 건넸다.“아… 아저씨가 어떻게 오셨어요?”그 말을 들은 남은 두 명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정문재와 장진혁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부성웅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저씨! 잘 지내셨죠?”부소경이 아버지를 싫어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친구의 아버지였다.그래서 세 친구는 매번 부성웅을 볼 때마다 아저씨라고 부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부성웅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부소경을 노려보며 소리쳤다.“부소경! 요즘 바쁘다는 건 알고 있어! 네 장모 뒷바라지하느라 바쁘다면서? 네 장모 우울해한다고 위로해 주고 네 마누라 징징거리는 거 받아주면서 넌 네 아빠와 큰엄마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거야?”“우리가 아무리 너한테 잘못을 했어도 그래도 너를 키워준 사람이야!”그러자 부소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아들의 비웃음 가득한 미소를 본 부성웅은 더욱 화가 치밀었다.“한 달이야! 한 달이나 지났다고, 부소경! 한 달 전에 내가 너희 집에서 피를 토하며 쓰러져서 입원했는데 퇴원할 때까지 내 아들은 뭐 하고 있었지?”“퇴원할 때까지 내 아들은 병원에 얼굴도 비추지 않았어! 넌 내 유일한 아들이야, 소경아!”“그래, 퇴원할 때 문안오지 않은 건 그렇다고 쳐! 네 큰엄마 부축을 하면서 퇴원했어. 그리고 집에서 네가 언제 오나 기다렸지. 그런데 한 달이 지나도록 넌 본가에 얼굴 한 번 비춘 적이 없어.”“네 할아버지 곧 100세야. 건강히 살고 계신지 궁금하지도 않니?”“네 할머니는 유리가 보고 싶다고 매일 우셨어!”부성웅이 원망을 토했지만 부소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할머니가 유리를 보고 싶어한다는 건 이해할 수 있었다.하지만 그 집에서 신유리를 그리워하는 사람은 할머니뿐이었다. 이런 이유 하나 때문에 어린 신유리를 데리고 본가에 방문하고 싶지 않았다.부소경은 본가
결국 부성웅은 처음 보는 남자한테 두 번이나 협박당한 일을 완전히 신세희의 탓으로 돌렸다.부성웅은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아들을 쏘아보았다.냉철하기로 소문난 부소경이었지만 이 순간 하마터면 웃음이 나올 뻔했다.“아버지!”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입을 열었다.“세희한테 뭐라고 할 때 당신은 살면서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해 보세요!”“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든 아들인 네가 아비한테 지적질하는 게 말이 돼?”부성웅은 진심으로 화가 치밀었다.한 달 사이, 그가 아프다고 쓰러졌지만 아들은 그를 병원에 데려다 주고는 한 번도 문안을 온 적 없었다.한 달 사이에 그와 그의 아내는 두 번이나 어떤 남자한테 협박 당하는 수모까지 겪었다.그런데 그 남자는 그들을 잘 아는 것처럼 굴었다. 남자는 경호원들이 없는 틈을 타서 그들에게 협박했다.그러니 부성웅이 어찌 침착할 수 있을까?화도 나면서 두려웠다.이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곳은 아들뿐이었다.게다가 그 멍청한 며느리는 아직도 서씨 어르신을 외할아버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90세를 바라보는 노인에게 아무리 서운한 게 많아도 용서해야 맞다고 그는 생각했다.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부성웅은 지금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그래서 오늘 오후에 그는 다짜고짜 F그룹을 방문해서 부소경을 찾았다.그런데 또 헛걸음을 할 줄이야.부성웅은 부소경의 비서들에게 부소경의 위치를 물었다.하지만 비서들도 다 모른다고 했다.그러면서 들은 사실이 부소경의 친구들이 지금 남성에 왔다는 사실이었다.부성웅은 그 직원에게 질문했다.“세 명 맞아?”직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맞아요. 세 명이요. 대표님까지 네 분이 같이 나가셨어요.”부성웅은 바로 알아차리고 차를 돌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그래도 아버지라고 아들이 자주 가는 장소는 기억하고 있었다. 부소경은 친구들과 모일 때면 거의 이곳에서 모임을 가졌다.그는 아들의 친구들까지 있는 자리에서 아들에게 제대로 따져야겠다고 마음먹었
부소경은 멈칫하며 매니저에게 물었다.“그 사람 어떻게 생겼어?”“키는 크고 말랐고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어서….”매니저가 당황한 말투로 말끝을 흐렸다.모두가 서로를 번갈아 보다가 아래층으로 시선을 돌렸다. 구석진 곳에서 몇몇 클럽 직원들이 입가에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일부는 눈가를 맞아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소란을 부린 놈은 어디 갔어?”매니저가 부하직원을 부축해서 일으키며 물었다.그 직원은 힘없이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도… 도망쳤어요.”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클럽 직원들조차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그는 사람을 바닥에 쓰러뜨리고는 도망갔다.부소경이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그놈이 왜 너희들을 때린 거지?”한 직원이 말했다.“억지로 위층에 올라가겠다고 해서 저희가 막았거든요. 오늘은 VIP 손님이 위층 전체를 대여해서 올라갈 수 없다고요. 그런데 놈은 어르신께서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꼭 찾아야 한다면서….”“놈이야! 그 놈이 분명해! 세상에! 소경아….”부성웅은 원망에 찬 눈빛으로 부소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부친에게 눈길도 돌리지 않고 매니저를 보며 말했다.“CCTV 틀어봐!”매니저는 바로 경비실로 달려가서 CCTV를 틀었지만 남자가 출현했던 시간대만 영상이 지워져 있었다.부소경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정문재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거 봐. 목숨 사리지 않는 놈은 아니라니까. 놈은 저만의 계획이 있는 거야. 사전에 CCTV 해킹까지 했잖아.”장진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놈일까?”부소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확신할 수는 없어.”범인이 반호영이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지만 100퍼센트는 아니었다.혹시라도 아니면 헛다리 짚는 일이었다.부성웅이 물었다.“놈이 누군데? 너희가 아는 사람이야? 그 인간 도대체 누구야? 신세희가 밖에서 만난 남자 아니야? 소경아, 내가 걔 방탕한 애라고 몇 번을 얘기했어….”부성웅은 모두가 신세희를 감싸고 돈다고 불만을 터뜨리려 했지만 정문재가 그의 말을 잘랐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정문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경민이 너… 무슨 일 있구나?”“내 여자가 실종됐어! 사라졌다고! 내 아이를 임신하고 나를 떠났어!”구경민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며칠 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오늘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장기전이니 힘을 내야겠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아이와 고윤희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평생을 다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그가 정신을 차린 또 다른 이유는 멀리 사는 두 친구가 오랜만에 남성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친구들의 방문 목적이 부소경을 걱정해서 온 거라니.구경민은 지금 친구들의 위로가 너무 필요했다.그런데 정문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한 마디 했다.“자업자득이야!”“야, 경민아. 나는 네가 윤희 씨를 찾지 못했으면 좋겠어. 윤희 씨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니? 몇 년이나 네 옆을 지키면서 불평 한 마디 없었고 너를 극진하게 보살폈잖아.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정문재는 정색하며 구경민에게 잔소리했다.장진혁도 옆에서 거들었다.“경민이 네가 심했어.”평생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따뜻한 위로를 바랐건만 그의 친구들은 위로는커녕 오히려 그를 핀잔했다.이때, 정문재의 운전기사가 도착하자 정문재는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물었다.“어때? 어르신은 잘 들어가셨어? 기분은 어때 보였어? 설마 막 욕하고 그런 건 아니지?”운전기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욕… 하셨죠.”“뭐라고 욕했어?”그러자 운전기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히 말해!”성질 급한 정문재가 기사의 어깨를 툭 쳤다.운전기사는 부소경의 눈치를 살피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부소경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내 집사람이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 욕했겠지 뭐.”운전기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뜻으로 말씀하시긴 하셨어요.”“이 어르신, 안 되겠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더라면 당장 차에서 내리라고 했을 거야!”조금 전까지 우울한 표정만
네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쏠렸다. 가녀린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소경 씨.”신세희는 웃으며 부소경을 불렀다.“유리 유치원 끝나면 바로 올 생각이었는데 유치원에서 사고가 좀 있어서 늦었어요.”그녀는 신유리가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데리고 업소에 와서 부소경과 합류하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다.그래서 퇴근한 뒤, 신세희는 바로 유치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가는 길이 조금 막혀서 어쩔 수 없이 가장 혼잡한 때에 유치원에 도착하게 되었다.그녀를 본 학무모들이 바로 달려와서 그녀를 에워쌌다.“사모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뭐 하고 지냈어요?”서수진의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신세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자신과 신세희가 아주 절친한 관계라고 착각하고 있었다.사실 신세희는 F그룹 사모님이라는 신분이 알려진 뒤로, 시끄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학부모가 자주 모이는 타임에 유치원을 방문하지 않았다.그렇게 조심했는데 오늘 결국 또 서수진의 엄마와 마주친 것이다.서수진은 신유리와 친구였기에 신세희도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네요, 수진 엄마.”“그래요, 사모님. 요즘 다른 엄마들이 사모님은 왜 안 오냐고 해서 내가 사모님 아주 바쁘다고 했거든요. 바쁜 일 지나가면 애 데리러 유치원에 오실 거라 얘기했죠. 저번에 파티홀에서 있은 일로 단톡방을 나가셨잖아요?”말을 마친 서수진의 엄마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여자들을 힐끗 보고는 작게 이야기했다.“저 사람들은 사모님을 다시 단톡방에 초대하기를 원해요. 사모님이 워낙 옷을 잘 입잖아요. 몸매도 좋고, 요즘 사모님 따라 옷 입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요.”신세희는 아부가 잔뜩 섞인 그녀의 말투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예의 바르면서도 정중한 목소리로 거절했다.“죄송해요. 단톡방은 유치원 공식 단톡방이 있잖아요. 평소에는 일하느라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워요.”그 여자들이 또 뭐라고 하려는데 유치원에서 한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순백의 셔
아마 그러면서 상처를 받은 것이 많아 사람들과 멀어지기로 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가 신유리를 데리고 떠나려던 순간, 그 여자가 우는 딸을 데리고 그들에게 다가왔다.“미안하지만 수진 엄마, 계속 뒤에서 내 얘기 하고 다니시는 것 같은데 그거 정말 나쁜 행동이에요. 저 정말 참을 만큼 참았거든요? 그거 자제 좀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그 쪽 무리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수진 엄마와 신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여러분은 부자집 사모님이라는 거! 나는 그냥 한 달에 겨우 5백 버는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에요. 내 한 달 월급이 당신들이 가지고 다니는 백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겠죠. 하지만 난 당신들한테 빚진 거 없어요.”“난 스스로 돈을 벌고 있고 나랑 내 딸도 남 부럽지 않게 살아요! 동정 받을 이유 없고 도움 받을 필요가 없다고요!”그 말을 들은 수진 엄마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에게 따졌다.“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혼자 아이 키우는 게 힘들까 봐 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떻게 호의를 그렇게 받아들여요!”여자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미안하지만 필요 없거든요! 앞으로 착한 사람인 척 나한테 접근하는 거 그만하시라고요!”말을 마친 여자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가던 길을 갔다.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잠깐만요.”신세희는 등 뒤에서 여자를 불렀다.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당신이 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부자라는 거 알아요. 저 사람들이 당신 얘기하는 거 자주 들었거든요. 당신과의 친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더라고요. 하지만 난 친분을 이용해서 신분상승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여기 이사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냥 가장 가까운 유치원에 입학한 것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불편하면 바로 다른
신세희는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룸 안이 무척 조용했기에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고백은 부소경 일행의 귀에까지 똑똑하게 들렸다.가장 분노를 느낀 사람은 부소경이었다.무표정했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고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정문재와 장진혁은 친구의 이런 반응이 무척 재미있었다.같이 어울려 지낸지 벌써 20년, 온갖 것을 같이 경험한 그들이었다.그들 중 아무도 여자에게 쓰는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그들 중에서 가장 냉혹하고 잔인했던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친구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신세희의 대답을 들었다.“당신 누군데요? 나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수화기 너머의 그 목소리는 지난 번처럼 묘한 애달픔이 있었다.“하지만 난 당신을 포기하지 못하겠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야. 그리고 당신 딸, 유리까지… 하늘은 왜 나한테만 이렇게 잔인한 걸까? 정말 너무해!”신세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 혹시….”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신세희? 가끔은 너무 억울해서 이 세상을 저주하고 싶어!”말을 마친 남자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경 씨, 이 사람 혹시….”“나도 알아!”부소경은 차갑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진작 이럴 줄 알았어!”이때, 구경민이 웃음을 터뜨리며 상황을 설명했다.“세희 씨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놈이 여기 와서 1층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사라졌거든요.”신세희가 떨떠름한 말투로 물었다.“그 사람이 남성에 있다고요? 왜요? 언제 왔대요? 남성에 소경 씨가 있는 줄 알면서 어떻게 남성에 올 생각을 했을까요?”부소경은 잔뜩 짜증이 담긴 말투로 대꾸했다.“남성에 당신이 있으니까.”신세희는 어이없는
빌런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야, 소경아. 금욕적이고 냉철한 네 이미지는 이미 망가졌어.”“소경아, 난 요즘 네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그녀는 조금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윤희를 찾는다고 하더니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는 구경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부소경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오히려 부소경의 싸늘했던 표정은 점점 담담하게 변했다.그는 속 깊고 침착한 사람이었다.속은 뒤집어져도 겉으로 잘 내색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부소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친우에게 물었다.“내가 불쌍하다고?”정문재와 장진혁은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좀 불쌍하긴 해.”정문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네가 가진 지분 15퍼센트 나한테 줘. 그러면 안 불쌍하지 않을까?”부소경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너, 장진혁. 너 서북부에 몇천 평 되는 땅 있지? 그거도 나 줘. 인공호수나 지어야겠어.”장진혁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성격이 저렇게 못됐으니 쌍둥이 동생이 시비를 걸지.’‘우리 중에 가장 잘나가는 그룹의 오너이자 가성섬을 인수하고 마누라와 딸까지 있는 놈이 욕심은 왜 이렇게 많아?’두 친구는 다시 화제를 돌려 구경민을 위로했다.“경민아, 윤희 씨 찾는데 사람 더 필요해? 내가 내 직원들 좀 보내줄까?”정문재가 말했다.“경민아, 내가 그 지역을 잘 알아. 윤희 씨 찾는 일은 나한테 맡겨. 문재랑 남성에 온 것도 너한테 이 말 해주고 싶어서였어. 걱정하지 마. 마누라 도망가면 다시 찾아가서 달래서 데려오면 되지!”구경민은 친구들을 노려보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나한테 계획이 다 있어! 너희 도움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마누라 찾다가 너희 때문에 더 멀리 도망갈 것 같아!”말을 마친 구경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갈게! 난 돌아가서 좀 쉬어야겠어! 체력을 비축해야지!”전보다 많이 활기를 되찾은 구경민을 보자 정문재, 장진혁도 속으로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