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의 모든 챕터: 챕터 1231 - 챕터 1240

2823 챕터

제1231화

한참이 지난 뒤에야 정문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경민이 너… 무슨 일 있구나?”“내 여자가 실종됐어! 사라졌다고! 내 아이를 임신하고 나를 떠났어!”구경민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며칠 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서 상당히 예민한 상태였다.오늘에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장기전이니 힘을 내야겠다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아이와 고윤희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평생을 다 써도 된다고 생각했다.그가 정신을 차린 또 다른 이유는 멀리 사는 두 친구가 오랜만에 남성에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그런데 친구들의 방문 목적이 부소경을 걱정해서 온 거라니.구경민은 지금 친구들의 위로가 너무 필요했다.그런데 정문재는 가소롭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한 마디 했다.“자업자득이야!”“야, 경민아. 나는 네가 윤희 씨를 찾지 못했으면 좋겠어. 윤희 씨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니? 몇 년이나 네 옆을 지키면서 불평 한 마디 없었고 너를 극진하게 보살폈잖아. 너 정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정문재는 정색하며 구경민에게 잔소리했다.장진혁도 옆에서 거들었다.“경민이 네가 심했어.”평생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따뜻한 위로를 바랐건만 그의 친구들은 위로는커녕 오히려 그를 핀잔했다.이때, 정문재의 운전기사가 도착하자 정문재는 고개를 돌려 기사에게 물었다.“어때? 어르신은 잘 들어가셨어? 기분은 어때 보였어? 설마 막 욕하고 그런 건 아니지?”운전기사는 솔직하게 대답했다.“욕… 하셨죠.”“뭐라고 욕했어?”그러자 운전기사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솔직히 말해!”성질 급한 정문재가 기사의 어깨를 툭 쳤다.운전기사는 부소경의 눈치를 살피며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부소경이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내 집사람이 뻔뻔하고 파렴치하다고 욕했겠지 뭐.”운전기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런 뜻으로 말씀하시긴 하셨어요.”“이 어르신, 안 되겠네!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었더라면 당장 차에서 내리라고 했을 거야!”조금 전까지 우울한 표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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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2화

네 남자의 시선이 동시에 문 쪽으로 쏠렸다. 가녀린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왔다.“소경 씨.”신세희는 웃으며 부소경을 불렀다.“유리 유치원 끝나면 바로 올 생각이었는데 유치원에서 사고가 좀 있어서 늦었어요.”그녀는 신유리가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데리고 업소에 와서 부소경과 합류하기로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다.그래서 퇴근한 뒤, 신세희는 바로 유치원으로 향했다.하지만 가는 길이 조금 막혀서 어쩔 수 없이 가장 혼잡한 때에 유치원에 도착하게 되었다.그녀를 본 학무모들이 바로 달려와서 그녀를 에워쌌다.“사모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뭐 하고 지냈어요?”서수진의 엄마는 호들갑을 떨며 신세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자신과 신세희가 아주 절친한 관계라고 착각하고 있었다.사실 신세희는 F그룹 사모님이라는 신분이 알려진 뒤로, 시끄러운 일을 피하기 위해 학부모가 자주 모이는 타임에 유치원을 방문하지 않았다.그렇게 조심했는데 오늘 결국 또 서수진의 엄마와 마주친 것이다.서수진은 신유리와 친구였기에 신세희도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네요, 수진 엄마.”“그래요, 사모님. 요즘 다른 엄마들이 사모님은 왜 안 오냐고 해서 내가 사모님 아주 바쁘다고 했거든요. 바쁜 일 지나가면 애 데리러 유치원에 오실 거라 얘기했죠. 저번에 파티홀에서 있은 일로 단톡방을 나가셨잖아요?”말을 마친 서수진의 엄마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여자들을 힐끗 보고는 작게 이야기했다.“저 사람들은 사모님을 다시 단톡방에 초대하기를 원해요. 사모님이 워낙 옷을 잘 입잖아요. 몸매도 좋고, 요즘 사모님 따라 옷 입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어요.”신세희는 아부가 잔뜩 섞인 그녀의 말투에 불편함을 느꼈다. 그녀는 예의 바르면서도 정중한 목소리로 거절했다.“죄송해요. 단톡방은 유치원 공식 단톡방이 있잖아요. 평소에는 일하느라 대화에 참여하기 어려워요.”그 여자들이 또 뭐라고 하려는데 유치원에서 한 여자가 아이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순백의 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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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3화

아마 그러면서 상처를 받은 것이 많아 사람들과 멀어지기로 했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오늘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깊이 평가하고 싶지는 않았다.그녀가 신유리를 데리고 떠나려던 순간, 그 여자가 우는 딸을 데리고 그들에게 다가왔다.“미안하지만 수진 엄마, 계속 뒤에서 내 얘기 하고 다니시는 것 같은데 그거 정말 나쁜 행동이에요. 저 정말 참을 만큼 참았거든요? 그거 자제 좀 해주세요. 그리고 나는 그 쪽 무리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수진 엄마와 신세희는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자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여러분은 부자집 사모님이라는 거! 나는 그냥 한 달에 겨우 5백 버는 평범한 회사원일 뿐이에요. 내 한 달 월급이 당신들이 가지고 다니는 백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겠죠. 하지만 난 당신들한테 빚진 거 없어요.”“난 스스로 돈을 벌고 있고 나랑 내 딸도 남 부럽지 않게 살아요! 동정 받을 이유 없고 도움 받을 필요가 없다고요!”그 말을 들은 수진 엄마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녀에게 따졌다.“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혼자 아이 키우는 게 힘들까 봐 좀 도와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떻게 호의를 그렇게 받아들여요!”여자가 냉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미안하지만 필요 없거든요! 앞으로 착한 사람인 척 나한테 접근하는 거 그만하시라고요!”말을 마친 여자는 아이의 손목을 잡고 가던 길을 갔다.아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잠깐만요.”신세희는 등 뒤에서 여자를 불렀다.여자는 고개를 돌리고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당신이 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부자라는 거 알아요. 저 사람들이 당신 얘기하는 거 자주 들었거든요. 당신과의 친분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더라고요. 하지만 난 친분을 이용해서 신분상승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여기 이사 온지 얼마 안 돼서 그냥 가장 가까운 유치원에 입학한 것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가 불편하면 바로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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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4화

신세희는 순간 당황해서 할 말을 잃었다.룸 안이 무척 조용했기에 이름도 모르는 남자의 고백은 부소경 일행의 귀에까지 똑똑하게 들렸다.가장 분노를 느낀 사람은 부소경이었다.무표정했던 얼굴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솟았고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었다.정문재와 장진혁은 친구의 이런 반응이 무척 재미있었다.같이 어울려 지낸지 벌써 20년, 온갖 것을 같이 경험한 그들이었다.그들 중 아무도 여자에게 쓰는 시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그들 중에서 가장 냉혹하고 잔인했던 남자가 사랑에 빠졌다.친구들은 덤덤한 표정으로 신세희의 대답을 들었다.“당신 누군데요? 나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수화기 너머의 그 목소리는 지난 번처럼 묘한 애달픔이 있었다.“하지만 난 당신을 포기하지 못하겠어!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이 당신이야. 그리고 당신 딸, 유리까지… 하늘은 왜 나한테만 이렇게 잔인한 걸까? 정말 너무해!”신세희는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당신 혹시….”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거 알아, 신세희? 가끔은 너무 억울해서 이 세상을 저주하고 싶어!”말을 마친 남자는 대답도 듣지 않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부소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다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소경 씨, 이 사람 혹시….”“나도 알아!”부소경은 차갑게 그녀의 말을 잘랐다.신세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소경 씨….”“진작 이럴 줄 알았어!”이때, 구경민이 웃음을 터뜨리며 상황을 설명했다.“세희 씨가 도착하기 한 시간 전에 놈이 여기 와서 1층 종업원들을 폭행하고 사라졌거든요.”신세희가 떨떠름한 말투로 물었다.“그 사람이 남성에 있다고요? 왜요? 언제 왔대요? 남성에 소경 씨가 있는 줄 알면서 어떻게 남성에 올 생각을 했을까요?”부소경은 잔뜩 짜증이 담긴 말투로 대꾸했다.“남성에 당신이 있으니까.”신세희는 어이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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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5화

빌런들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야, 소경아. 금욕적이고 냉철한 네 이미지는 이미 망가졌어.”“소경아, 난 요즘 네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그녀는 조금 닥치라고 말하고 싶었다. 고윤희를 찾는다고 하더니 여기서 술이나 마시고 있는 구경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부소경의 옆에 얌전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오히려 부소경의 싸늘했던 표정은 점점 담담하게 변했다.그는 속 깊고 침착한 사람이었다.속은 뒤집어져도 겉으로 잘 내색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부소경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친우에게 물었다.“내가 불쌍하다고?”정문재와 장진혁은 분분히 고개를 끄덕였다.“좀 불쌍하긴 해.”정문재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네가 가진 지분 15퍼센트 나한테 줘. 그러면 안 불쌍하지 않을까?”부소경이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리고 너, 장진혁. 너 서북부에 몇천 평 되는 땅 있지? 그거도 나 줘. 인공호수나 지어야겠어.”장진혁은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성격이 저렇게 못됐으니 쌍둥이 동생이 시비를 걸지.’‘우리 중에 가장 잘나가는 그룹의 오너이자 가성섬을 인수하고 마누라와 딸까지 있는 놈이 욕심은 왜 이렇게 많아?’두 친구는 다시 화제를 돌려 구경민을 위로했다.“경민아, 윤희 씨 찾는데 사람 더 필요해? 내가 내 직원들 좀 보내줄까?”정문재가 말했다.“경민아, 내가 그 지역을 잘 알아. 윤희 씨 찾는 일은 나한테 맡겨. 문재랑 남성에 온 것도 너한테 이 말 해주고 싶어서였어. 걱정하지 마. 마누라 도망가면 다시 찾아가서 달래서 데려오면 되지!”구경민은 친구들을 노려보다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나한테 계획이 다 있어! 너희 도움은 고맙지만 사양할게! 마누라 찾다가 너희 때문에 더 멀리 도망갈 것 같아!”말을 마친 구경민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갈게! 난 돌아가서 좀 쉬어야겠어! 체력을 비축해야지!”전보다 많이 활기를 되찾은 구경민을 보자 정문재, 장진혁도 속으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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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6화

신세희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건 당신이 하는 거 봐서요!”그녀는 부소경을 다루는 법을 점점 더 능수능란하게 익히고 있었다. 그가 인상을 쓰고 있다고 해서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의 마음을 안달나게 만들었다.두 시간 뒤, 여자는 남자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손가락을 넣으며 나긋나긋하게 말했다.“소경 씨, 남성에서 가장 잘나가는 그룹 대표로서 체면도 지켜야죠. 왜 이렇게 애처럼 굴어요? 그것도 자기 와이프를 상대로?”사실 그도 유치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매번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남성에서 부소경에게 호감을 대놓고 드러내는 여자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가 이미 마누라밖에 모르는 애처가로 이름을 굳혔기 때문이다.부소경은 평생 아내만을 사랑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했다.그는 지독한 애처가였다.그리고 이 사실은 F그룹의 공식SNS와 언론 매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부소경도 그 사실을 인정했다.하지만 여자는 달랐다.여섯 살이나 된 아이가 있는 명실상부 유부녀였지만 신세희의 매력에 빠진 남자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그 중에는 그녀보다 어린 남자도 수두룩했다.그러니 부소경이 어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을까.남자는 뒤돌아서 여자를 품에 안았다.“앞으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남자랑 말도 하지 마!”“이… 이건 너무 과하지 않나요?”“당신, 요즘 따라 내 무서움을 계속 잊고 있어.”남자가 억지를 부렸다.그녀가 뭐라도 하기 전에 남자는 다시 그녀의 예민한 부위에 손을 뻗었다.여자는 체력으로 남자를 이길 수 없었다.다음 날.신세희는 피곤해서 일어날 기운도 없었다.주말인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상태로 출근했으면 온종일 피곤해서 일에 집중도 못 했을 것이다.그녀는 남자의 이마를 콕 찌르며 얄밉게 말했다.“다 당신 때문이에요!”“그래?”남자는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당신이 자꾸 뭔가를 까먹으니까 그렇지.”신세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남편을 쏘아보고는 대충 씻고 신유리의 방으로 가서 딸에게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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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7화

신세희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초인종이 울렸다.신세희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주말이라서 선희 씨랑 정아 씨가 놀러 왔나 봐요.”“남자만 아니면 다행이지!”부소경이 부루퉁하게 말했다.신세희는 가볍게 그를 핀잔했다.“선우 씨 빼고 다른 남자가 누가 있겠어요? 아이고!”말을 마친 그녀는 얼른 일어서서 문을 열었다.“세희야, 부탁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나 좀 도와줄래?”밖에서 잔뜩 고민에 잠긴 서준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신세희와 식탁에서 밥을 먹던 부소경 부녀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부소경의 눈치를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고 어색한 표정으로 서준명을 맞이했다.“오… 오빠가 어쩐 일이에요?”서준명이 초췌한 얼굴로 대답했다.“세희야, 선희 씨 좀 말려줄 수 있어?”신세희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희 씨가 내 연락을 안 받아. 계속 헤어지자고 해….”신세희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오빠, 두 사람 다 미혼이고 선희 씨한테도 선택의 권리는 있잖아요. 게다가 오빠는 재벌가 사람이고 세희 씨는 그런 생활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서준명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세희야, 너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잖아. 선희 씨에게 마음을 준 이상 당연히 선희 씨 집안에 대해 신경 안 써. 지금은 선희 씨가 나를 싫어한다고. 내 인성이 어떤지 네가 가장 잘 알잖아.”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어찌됐든 서준명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서씨 어르신은 유별난 사람이지만 그는 손자 교육에 성공했다. 서준명은 책임감 있고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세희야, 원래는 전화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내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아서 찾아왔어. 선희 씨가 내 마음을 다시 받아준다면 당장 혼인신고도 하고 결혼식 올리고 싶어.”솔직히 신세희도 서준명과 엄선희가 잘되기를 바랐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선희 씨한테 한 번 얘기해 볼게요. 들어와서 같이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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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8화

“유리야!”놀란 건 민정아와 엄선희도 마찬가지였다.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당황한 신세희는 다급히 일어서서 사방을 돌아다니며 아이를 찾았다.그녀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느껴지자 주변 사람들도 그들을 바라보았다.누군가는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를 비난했다.“엄마라는 사람이 백화점 쇼핑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애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고.”신세희의 두 눈에는 벌써 눈물이 맺혔다.“유리야!”이때, 신유리가 한 매장 안에서 걸어 나왔다. 아이는 한 꼬마와 손을 잡고 있었다.“엄마, 뭐 해? 나 바로 옆 가게에 있었어. 유치원 친구를 만났거든.”신유리가 말했다.신세희는 다가가서 아이를 와락 끌어안고는 아이의 엉덩이를 찰싹 때리며 혼냈다.“야, 신유리!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엄마는 너 없이는 못 살아. 유리야, 친구 만났으면 엄마한테 먼저 얘기해 주고 갔어야지.”신세희가 울먹이자 당황한 신유리는 다급히 사과했다.“엄마, 유리가 잘못했어. 울지 마.”“당신도 참 이상한 사람이네요. 자기 애는 자기가 챙겨야지. 애가 없어진 게 애 탓인가요? 사람들 가득한 공공장소에서 애를 때리는 건 좀 너무하지 않나요?”차가운 여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신세희는 눈물을 흘리며 상대를 바라보았다.“우리 혹시…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하얀 쉬폰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하이힐을 신은 여자는 깔끔하면서도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여자는 예쁘지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처럼 보였다.신세희는 그녀에게서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여자는 별로 그렇지 않아 보였다.“부자집 사모님이라서 그런지 기억력이 별로 안 좋으시네요. 우리 어제 유치원 앞에서 만났잖아요. 내가 부자 사모님 모임에 끼고 싶지 않다고 해서 왕따 당하고 있는 중이죠.”신세희는 그제야 기억을 떠올리고 부드러운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아, 저 기억났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여자에게 말했다.“부끄러운 모습을 보였네요. 친구들과 얘기하는 사이에 유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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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39화

말을 마친 그녀는 아이를 불렀다.“고상은, 이제 가자.”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신유리에게 또 말했다.“유리야, 다음에 상은이 보고 싶으면 또 놀러 와.”“이모도 잘가요. 상은아, 잘가.”신유리도 활짝 웃으며 여자와 아이에게 작별인사를 했다.여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떴다.“저기… 이름이 뭐예요?”하지만 여자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신세희는 약간 실망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말 독특한 사람이야. 저 사람만 보면 과거의 나로 돌아간 것 같아. 혼자 세상과 싸워야 하는 기분, 사람들에게 배척당하는 기분 뭔지 알거든.”“됐네요! 역겨워, 퉤!”민정아는 팔짱을 끼며 신세희를 곱지 않게 흘겼다.“정아 씨는 이제 진짜 성격 들킨 뒤로 점점 자제를 모르는 것 같아. 아, 본모습이 원래 이랬었지? 처음 만났을 때 이랬잖아. 상은이 엄마가 뭐 잘못했다고 그래?”“그냥 마음에 안 들어. 저런 여자만 보면 속이 안 좋아!”엄선희까지 불쾌감을 드러냈다.신세희는 고개를 숙이고 신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가 엄마 말 무시하고 엄마 욕하면 어쩔 거야?”그러자 아이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세 분이 싸우는 건 유리랑 상관없어. 아빠랑 엄마가 싸울 때도 유리는 중립이잖아. 난 아이스크림 먹고 있을 테니까 계속 싸워.”한참이 지난 뒤, 신세희는 약간 불쾌한 말투로 민정아에게 물었다.“정아 씨, 왜 그랬어? 상은이 엄마가 정아 씨한테 뭐 실수한 거라도 있어? 왜 사람을 그렇게 말해?”“나한테 실수한 건 없지! 애초에 모르는 사람이고! 그런데 일부러 자기는 고상한 척하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 세희 씨는 저 여자가 인상이 차갑고 고상해 보이면서 자기보다 잘난 사람한테도 당돌하게 대해서 마음에 들었던 거지? 그래서 그 여자가 과거의 세희 씨를 닮았다고 생각한 거지?”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 마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거든.”“아니?”엄선희도 대화에 끼어들었다.“세희 씨도 처음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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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40화

“할머니가 좀 아프셔. 그런데 의사 진료를 거부하고 유리만 찾는대.”수화기 너머로 부소경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솔직히 그는 본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본가에서 생활한 적도 없었기에 그곳은 그에게 집이 아니었다.할머니는 비록 그에게 상처준 적은 없지만 솔직히 자라면서 할머니 사랑을 받은 적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 할머니가 그의 존재를 몰랐기 때문이었다.그의 할머니는 이 가문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한 사람이었을 뿐이다.그래서 부소경은 본가를 사랑할 수 없었다.그런데 노인이 아프다면서 자꾸 신유리를 찾았다.이런 상황에도 요청을 무시한다는 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신세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말을 들은 신세희는 처음에는 놀란 목소리였다가 이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되물었다.“당신 뭐라고 했어요? 할머니가… 할머니가 많이 아프시다고요? 심각해요? 다 우리 때문이에요. 너무 바빠서 본가에 찾아 뵙지도 못했네요.”신세희의 말투에서 깊은 죄책감이 느껴졌다.“그런 줄도 모르고 백화점에서 쇼핑이나 하고 있었다니… 지금 어디예요? 빨리 이쪽으로 와요. 유리 데리고 바로 나갈게요.”부소경은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다.여자는 겉보기에 차갑고 모든 일에 무관심해 보이지만 속은 항상 따뜻한 사람이었다.할머니가 신세희에게 보였던 호감이라고 해봐야 그와 함께 유리를 데리고 본가로 갔을 때,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옥석을 그녀에게 선물한 것뿐이었다.지금도 신세희는 그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아깝다고 착용하지도 않았다.사실 옥석은 원래 대대로 이어지는 보물이며 어차피 이번 대에는 부소경이 이 가문의 유일한 핏줄이었기에 그에게 전해주는 것이 맞았다. 때가 되면 언젠가는 신세희에게 돌아갈 물건이었다.할머니는 그냥 적당한 시기에 그것을 선물했을 뿐이다.하지만 신세희는 그것을 마음에 깊이 새겼다.그녀는 항상 할머니는 좋은 사람이라고 말했다.부소경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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