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내 순결을 가져간 남자가 내 남편?: Chapter 1121 - Chapter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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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1화

그의 말을 감히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은 부소경뿐이었다.부소경을 제외하고 아무도 어르신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다.“수고들 했으니 어서 돌아가서 쉬게.”서씨 어르신이 말했다.두 형사가 떠나자 어르신은 세 사람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렇게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군에 넘어가면 죽음보다 못한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외… 외할아버지, 이제 저를 버리시는 건가요?”서씨 어르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누가 네 외할아버지란 거야? 개한테 목이 물리는 공포와 고통을 느끼게 해줄까?”겁에 질린 임서아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외할아버지…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실 수 있어요….”“내가 매정해?”서씨 어르신이 냉소를 지었다.“네가 내 핏줄에게 한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잠시 숨을 고른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그렇게 많은 죄를 저질렀으면 상응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이야!”말을 마친 어르신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을 불러들였다.줄곧 어르신의 신변을 지키던 그들이었기에 임서아와도 일면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초라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진 임서아를 보자 그들은 속으로 잘된 일이라며 쾌재를 불렀다.“데리고 나가! 혹시 자해할 수도 있으니까 잘 감시하고!”“네!”네 명의 경호원이 달려들어 임지강 일가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문을 나갈 때까지 임서아는 애처롭게 비명을 질렀다.“외할아버지,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 있어요….”하지만 그 목소리도 밖으로 끌려 나가면서 묻혀버렸다.서씨 어르신은 신세희와 서진희를 바라보며 힘없이 입을 열었다.“진희야, 아빠가….”“죄송하지만, 저는 당신 딸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어요.”서진희는 냉랭한 시선으로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 네 몸에는 내 피가… 흐르잖아….”“그렇죠!”서진희는 담백하게 인정했다.“어차피 당신도 원해서 낳은 아이가 아니었잖아요.”“진희야, 아빠랑 집에 가자. 이제 그만 화 풀어. 집에 가면 아늑한 방도 있고 방랑 생활을 하는 것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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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고개를 돌린 서진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조카! 고모가 참 고마워. 세희한테 많은 도움을 줬다고 들었어. 정말 고마워.”서준명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고모, 그럼 저를 조카로 인정하시는 건가요?”서진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바보 같긴. 너와 나는 혈연관계니 인정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야. 너는 착한 아이니까 고모도 너한테는 마음에 없는 말 하고 싶지 않아.”서준명의 눈빛에서 희망이 일었다.“고모, 저도 조카라고 인정하셨으니….”“안 돼!”서진희의 대답은 단호했다.할아버지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어떻게든 상황을 되돌리려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하지만 말도 꺼내기 전에 고모가 먼저 눈치챌 줄이야.서진희는 아직도 울고 있는 서씨 어르신에게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어르신, 사실 젊었을 때 어르신은 잘못이 없어요. 잘하셨어요.”“당신 아내는 당신 같은 남편을 만나서 평생 행복했겠죠. 당신은 내 전남편과는 다른 사람이에요. 임지강은 쓰레기였죠. 불륜녀를 위해 조강지처를 버린 것도 부족해서 나와 내 딸을 이용해서 당신을 속였죠. 가정을 대하는 태도만 보면 당신이 훨씬 나아요.”“진희야….”“죄송해요. 난 정말 당신을 아버지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요.”서진희는 담담한 말투로 거절했다.“난 어렸을 때부터 서씨 가문에 발을 들인 적 없어요.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엄마가 시켜서 찾아간 게 전부였어요. 물론 몰래 멀리서 지켜본 적도 있지만.”“엄마가 몸져눕고 그 집에 찾아갔었죠. 음대에 합격했는데 돈이 없어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죠. 그때 엄마는 이미 나를 보살필 능력이 없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신을 만나기 전에 사모님을 만났죠.”“사모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씀했어요. 아버지인 당신도 양육비를 안 주는데 피해자인 자신이 왜 주겠냐고요. 사모님은 나와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우리의 존재는 서씨 가문에 암과도 같은 존재라면서요.”어르신은 수치심에 고개를 떨구었다.“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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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내 엄마가 당신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렸기 때문이죠. 엄마가 끈질기게 당신에게 매달려서요.”“제가 우리 엄마를 위해 한 말씀만 드려도 될까요?”서씨 어르신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딸.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다 해.”“엄마가 많이 잘못한 거 알아요. 가정이 있는 당신에게 끈질기게 들러붙었고 뻔뻔하게 당신에게 애정을 갈구했죠. 그건 엄마 잘못이 맞아요. 엄마가 원칙을 어기고 남의 가정을 파괴하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도….”“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당신은 암살자의 추격을 당하고 있었고 어느 집에 숨어들었는데 그 여자가 당신을 숨겨주었어요. 그리고 위기가 사라지자 당신은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그 여자와 관계를 맺었죠. 당신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능에 충실한 거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피임 조치는 했었어야죠! 책임지지 못할 일은 저지르지 말았어야죠! 아닌가요?”“그만… 그만해. 아빠가 네 얼굴을 볼 낯이 없구나….”“내 말이 틀렸어요?”서진희의 두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그녀는 처연한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잘못이 없어요. 모든 게 엄마 잘못이죠. 하지만 당신이 정말 원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아무리 당신을 유혹해도 소용없었을 거잖아요. 게다가 엄마가 주동적으로 당신을 유혹했나요? 그건 아니잖아요?”“엄마는 그냥 당신을 위기에서 구하고 싶었을 뿐이잖아요! 엄마는 지병을 앓고 있었어요. 당신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핏줄을 잉태할 여건도 되지 않았다고요! 엄마는 죽음이 두려워서 그렇게 생긴 아이를 지우지도 못했어요. 그게 당신이 엄마를 원망할 이유가 되나요?”서진희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당신들의 실수로 태어난 나도 당신은 증오하셨죠. 나한테는 아빠를 아빠라고 부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잖아요. 당신의 품에 안길 수도 없었죠. 당신은 조카를 품에 안으면서도 나에게는 눈길조차 안 주셨잖아요.”“당신은 아내에 대한 충정과 명예를 지켰어요. 하지만 다른 여자의 몸에 뿌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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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서진희의 말을 듣고 있던 모두가 눈물을 흘렸다.신세희는 조용히 흐느끼고 있었고 서준명은 눈물을 흘렸다.서준명의 부모도 눈시울을 붉혔다.냉혈한이라고 불리는 부소경도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장모를 불렀다.“장모님….”그는 다가가서 한 팔로 장모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장모님, 앞으로는 절대 고통스럽지 않을 거예요. 이제 당신에게는 딸이 있고 성격 까칠한 외손녀도 있잖아요. 그들이 당신을 지켜줄 거예요.”잠시 숨을 고른 그가 말했다.“이 일이 마무리되면 같이 고향으로 가서 외할머니의 무덤을 이쪽으로 옮기고 제대로 모실게요. 그분은 존경 받아 마땅한 사람이에요. 그 몸으로 십여 년이나 당신을 키웠잖아요.”“그리고 많은 작품도 남겼죠. 참 존경스러운 분이에요.”부소경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서준명은 울며 서진희의 다리를 붙잡았다.“그래요, 고모. 저는 항상 작은할머니가 존경스러웠어요. 그분은 강한 여자였어요. 작은할머니가 살던 곳에 자주 찾아갔었죠.”서준명은 뭔가 떠오른 듯, 고개를 들며 말을 이었다.“고모, 작은할머니 집 근처 쓰레기장 옆에 텐트 하나가 보이던데 거기서 살고 계셨어요?”서진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엄마랑 가까운 곳에 살고 싶었어. 엄마 혼자 외로울까 봐. 엄마가 살던 집은 이미 팔렸고 그곳에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어서 근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지.”“고모 그 집은 제가 구매했어요. 그곳을 구매한 이유도 작은할머니의 작품을 발견했기 때문이에요. 작은할머니는 사실 재능 있는 화가셨던 거죠.”“자신만의 개성이 있고 그림, 붓글씨, 피아노까지 못 하는 게 없는 여자가 풍기 문란한 여자일 수는 없어요.”서준명이 울며 말했다.서진희도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그래. 우리 엄마는….”그녀는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쓰린 말투로 말했다.“우리 엄마는 지병을 앓고 있었지만 아주 자유분방하고 생기 넘치는 사람이었어. 네 할아버지를 만나고 평생 고통 받고 살았지. 죽어서도 더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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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아무도 그의 마음을 공감해 줄 수 없었다.그를 속인 자들은 사실 그의 원수였는데 그는 원수에게 6년이나 애정을 주었다.그의 핏줄이며 가족인 아이를 혐오하고 무시했으며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아이를 괴롭혔다.그런 심정을 누가 이해해 줄 수 있을까?호텔 직원들마저 감히 그에게 다가오지 못했다.일부 직원들은 뒤에서 그를 비난하기 시작했다.“저 어르신도 참. 자업자득이야!”“멀쩡한 외손녀와 딸을 버리고 남을 도와 자신의 딸과 외손녀를 괴롭혔으니! 참 이상한 사람이야.”“우는 모습을 보면 참 불쌍하지 않아?”“불쌍하긴! 저런 사람이 더 쓰레기야!”“사람은 겉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이 사실이네. 입으로는 정의를 주장하면서, 자신이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무 힘도 없는 여자와 그 아이를 괴롭혔으니!”“친자식인데 저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짐승보다 못한 사람이네!”“죽어 마땅한 인간이지! 그 와중에 목숨은 질겨서! 덕망 높은 어르신은 무슨!”“내가 저런 아빠나 외할아버지를 만났으면 나도 도망갔을 거야!”서씨 어르신은 호텔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점점 깊은 절망에 빠졌다.그는 힘없는 나뭇가지처럼 몸을 떨었다.생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모습.그 모습을 본 서준명은 다급히 할아버지를 위로했다.“할아버지, 쓰러지시면 안 돼요! 할아버지는 강한 분이시잖아요. 속죄하셔야죠. 고모가 아직 살아 있잖아요. 남은 평생 고모를 보살펴 주면 고모의 마음도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요?”“할아버지 절망에 빠진다고 고모와 작은할머니한테 한 잘못을 되돌릴 수는 없어요. 정신을 차리셔야죠.”서준명은 계속해서 할아버지를 위로했다.서씨 어르신은 눈물을 흘리며 넋두리하듯 말했다.“그래. 할아버지가 죄인이야. 평생 청렴하고 깨끗하게 살았다고 자부했건만 사실은 내 딸과 그 아이 엄마의 고통을 짓밟고 얻은 명예였던 거야. 내가 죽일 놈이지.”“하지만 난 죽을 수 없어. 내 딸과 손녀를 위해 뭐라도 한 뒤에 죽어야 해.”서씨 어르신은 서준명을 돌아보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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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신세희와 서진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등 뒤에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신유리가 있었다.서진희의 얼굴에 곧바로 화색이 돌았다.가끔 지나가다가 멀리서 쳐다보던 아이였다.한 번도 아이의 얼굴을 제대로 본 적 없었는데 지금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그녀는 쭈그려 앉아 신유리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내 착한 외손녀, 예쁘기도 하지…. 나한테 이렇게 사랑스러운 외손녀가 있다니! 고생한 보람이 있는 것 같아.”신세희도 그 모습을 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뒤에 있던 엄선우가 말했다.“사모님, 사실 공주님이 돌아올 시간은 아닌데 대표님께서 빨리 어르신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일찍 데려오라고 하셨습니다.”신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 선우 씨. 정말 수고 많았어요.”그러자 엄선우는 고개를 흔들었다.“사모님, 오늘 현장에서 사모님과 어르신의 힘든 과거를 듣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앞으로 제가 우리 공주님과 어르신을 대표님을 모시듯이 지키겠습니다! 제가 있는 한 아무도 두 분을 건드리지 못할 겁니다.”신세희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마워요, 선우 씨.”“사모님, 어르신 피곤하실 텐데 어서 올라가시죠.”“그래요.”그렇게 신세희는 엄마와 딸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처음 신세희의 집을 방문하는 서진희는 매사가 조심스러웠다.거리 생활을 오래 하다가 갑자기 이런 호화 저택에 오니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다.하지만 외할머니를 처음 보는 신유리는 아주 친절하게 외할머니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다.“외할머니, 이 방에서 생활하시는 게 어때요?”신유리가 물었다.서진희는 넓은 방과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둘러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외할머니 혼자 이렇게 큰 방을 쓸 수는 없어. 안에 화장실도 있고 침대도 있네. 온 가족이 같이 살아도 되겠어.”“외할머니도 참. 이 방은 우리 집에서 가장 큰 방이 아니에요. 가장 큰 방은 아빠랑 엄마가 쓰고 있어요!”말을 마친 신유리는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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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신유리의 입가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아이는 집안의 모든 기물을 외할머니에게 주고 싶었다.그날 오후, 신세희는 오랜만에 만난 엄마와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신유리가 외할머니를 독차지하는 바람에 밤이 되어서야 엄마와 둘 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놀다 지친 신유리는 서진희가 들려주는 동화 이야기를 들으며 단잠에 빠졌다.아이가 잠든 뒤, 신세희는 엄마의 손을 잡으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왜 이제야 나타났어? 나 그때 아파트 입구에서 그렇게 엄마를 불렀는데 왜 안 나타났어? 내가 엄마를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지 알아?”말을 마친 신세희는 또 눈물을 흘렸다.서진희는 딸을 품에 끌어안으며 흐느끼듯 말했다.“내 딸! 엄마는 하나밖에 없는 내 딸이 계속 행복하기를 바랐어.”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이유를 말했다.“엄마는 어려서부터 무시를 당하며 자랐어. 이 세상에 엄마를 사랑한 사람은 오직 네 사람뿐이었어. 네 외할머니와 엄마를 길러준 양부모님, 그리고 돌아가신 네 아빠. 하지만 사람들은 그 사람들을 무시하고 괴롭혔지. 그래서 엄마는 평생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 네 외할아버지도 엄마를 무시하고 증오했잖아. 네 친아빠도 그랬고.”“엄마는 네가 행복하기를 바랐어. 네가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남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것을 보고 너희의 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하지만 너를 떠나기도 아쉬웠어. 계속 네가 눈에 밟혔어. 평생 네가 행복한 모습을 멀리서 바라만 볼 수 있다면 내 옆을 지나가는 모습만 봐도 행복할 것 같았어. 거지처럼 살아도 그게 뭐 어때서.”“너는 엄마의 전부야. 더 이상 바랄 게 없어. 네 외할아버지와 친아빠가 짜고 너를 벼랑으로 내몰지 않았다면 엄마도 나타나고 싶지 않았어. 엄마 사실 잘 살았어. 이거 봐, 건강하기만 하잖아.”서진희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딸을 바라보았다.세상 행복을 다 가진 것 같은 만족스러운 눈빛이었다.하지만 신세희는 울음을 터뜨렸다.“엄마, 내가 미안해. 딸인데 엄마가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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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수화기 너머로 서준명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세희야, 할아버지는 본가 저택의 80퍼센트랑 가문의 재산을 고모와 너에게 물려주시겠대. 그리고 작은할머니를 위해 좋은 땅을 매입해서 무덤을 지어주고 싶으시대. 그리고….”서준명이 잠시 말을 더듬었다.사실 신세희에게 그다지 전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신세희가 동의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어젯밤 서씨 어르신은 밤새 뜬눈으로 새웠다.하룻밤 사이에 어르신은 눈에 띄게 허약해지셨다. 오늘 아침에는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셨다.그런 모습을 지켜본 서준명은 대신 말을 전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신세희는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듣고 있으니까 말씀하세요.”“할아버지는 작은할머니, 그러니까 네 외할머니를 위해 묘비를 세우고 나중에 세상을 뜨게 되면 작은할머니 옆에 묻히고 싶대. 살아 있을 때 작은할머니한테 미안한 게 많으니 죽은 뒤에 곁을 지키는 것으로 속죄하고 싶대.”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그녀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모르는 서진희는 신유리에게 음식을 챙겨주고 있었다.신세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서 대표님, 사실… 대표님 말이 맞아요. 대표님도 나랑 엄마가 닮았다는 걸 눈치채셨는데 어르신은 끝까지 저를 인정하지 않으셨죠. 대표님 말씀처럼 우리 엄마가 가출하기 전에 어르신은 엄마를 찾지도 않으셨다면서요. 그러니 외할머니는 오죽했겠어요.”서준명이 말했다.“알아. 나도 다 아는 사실이야, 세희야.”“그러니까 서 대표님,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아무도 누굴 원망하지 않아요. 엄마가 가장 아빠 사랑이 필요할 때, 내 외할머니가 가장 보살핌이 필요할 때 그분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셨잖아요. 지금 와서 되돌리려고 해도 외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우리 엄마도 말씀하셨지만 엄마와 어르신 사이에는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사실 서씨 가문에서 여태 찾은 사람도 우리 엄마가 아니라 대표님 할머니가 낳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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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건장한 체격, 좋은 집안, 그리고 군에서의 명망.그는 모든 걸 다 가진 남자였다.자신의 아내를 너무 사랑했고 남자는 평생 한 여자에게만 충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그는 아내뿐만 아니라 아내의 가족들도 극진히 챙겼다.아내가 동생의 딸을 유치원에 데리러 가라고 부탁한 날, 그는 순순히 유치원으로 갔다.그리고 유치원에서 어딘가 기가 죽은 여자아이를 만났다.단 하루도 아빠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아빠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 아이도 아빠에게 안기고 싶었다.아이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는데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피아노를 쳤다.어린 나이라고는 볼 수 없는 실력이었다.하지만 친아빠는 한 곡을 채 듣지도 않고 가버렸다.그때 그는 아이가 얼마나 실망했을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한 번도 아이가 느낄 감정을 고민해 본 적 없었다.그와는 상관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다.그는 분노했다.한 번의 실수로 한 여자가 그의 약점을 잡고 매번 아이를 가지고 그를 압박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는 철저히 그들을 저버리기로 했다.그 아이를 자신의 약점으로 남겨둘 수 없었다. 그는 평생 아이를 모르는 척하기로 결심했다.그랬던 그가 지금은 침대에서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고 있다.그의 혼탁한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심장이 타들어가는 듯이 아팠다.눈만 감으면 사랑을 갈망하던 아이의 눈빛이 떠올랐다.그 아이가 어제 말한 것처럼 아무리 실수라고 해도 피임 조치는 했어야 했다는 말이 그른 것 하나 없었다.아무리 그래도 그의 목숨을 구해주고 주저 없이 그에게 처음을 내준 여자였다.그는 자신의 은인을 상대로 더러운 욕구를 채웠다.일이 다 끝난 다음에는 실수라고 변명했다.그리고 여자를 더럽고 귀찮다고 모욕했다.언젠가 하늘나라로 가면 무슨 낯짝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주고 자신의 아이를 낳아주었던 여자를 본단 말인가?그녀와 그 아이는 무책임한 남자 하나 때문에 인생을 망쳤다.그런 생각을 하며 서씨 어르신은 고통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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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서준명과 서씨 어르신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검은색 코트를 입고 손에 몽둥이를 든 서진희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고 있었다.어르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아가….”서진희가 이를 갈며 말했다.“사람 말을 왜 이렇게 안 들어요? 어제 내가 좋게 얘기했잖아요. 나도 많이 참았다고요. 당신이 우리 엄마와 나한테 한 일, 지금 생각해도 피가 거꾸로 솟아요. 하지만 내 몸에 당신의 그 더러운 피가 흐르고 있어서 당신을 죽일 수도 없다고요!”“내가 이제 다시 보지 말자고 했잖아요. 왜 당신은 항상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요?”“그냥 네 엄마를 보러 온 거야….”“엄마는 당신 만나고 싶어하지 않아요!”서진희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엄마가 살아 계실 때, 엄마가 당신 목숨을 구해줬을 때, 당신의 실수로 임신하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를 낳을 때, 당신은 엄마가 가장 당신을 필요로 할 때 배은망덕하게 엄마를 저버렸잖아요! 이제 와서 이런 거 다 필요 없어요!”“꺼져! 당장 꺼져! 안 꺼지면 아무리 아빠라도 정말 팰 거야!”그 말을 들은 서씨 어르신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진희야, 그러니까 나를 아빠로 인정해 주는 거니?”“난 태어난 자체가 고통스러웠어요! 만약 시간을 되돌리고 할수만 있다면 엄마 배속에 있을 때 혀 깨물고 죽었을 거예요. 내 몸에 당신 피가 흐른다는 게 역겨워요!”서씨 어르신은 비굴하게 사과했다.“진희 네 말이 맞아. 아빠가 여기 오면 안 됐어. 아빠가 앞으로 다시는 엄마를 찾으러 오지 않을게. 네 엄마 기분 나쁘게 하지 않을게. 아빠는 그냥 너한테 살 집이랑 용돈 좀 주고 싶었어. 너도 이제 호사를 누리며 살아야지. 계속 세희 집에 얹혀살 수는 없잖아….”“꺼지라고요! 제발!”서진희는 몽둥이를 휘두르며 절규했다.서씨 어르신은 당황한 표정으로 몸을 피했다.항상 피라미드의 정상에서 사람을 부리던 존재가 이토록 초라한 모습이라니!옆에 있던 경호원들이 어르신에게 다가서며 물었다.“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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