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23화

“내 엄마가 당신 인내심의 한계를 건드렸기 때문이죠. 엄마가 끈질기게 당신에게 매달려서요.”

“제가 우리 엄마를 위해 한 말씀만 드려도 될까요?”

서씨 어르신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딸.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다 해.”

“엄마가 많이 잘못한 거 알아요. 가정이 있는 당신에게 끈질기게 들러붙었고 뻔뻔하게 당신에게 애정을 갈구했죠. 그건 엄마 잘못이 맞아요. 엄마가 원칙을 어기고 남의 가정을 파괴하려 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신도….”

“과거로 다시 돌아가서 같은 상황에 놓였다고 생각을 해보세요. 당신은 암살자의 추격을 당하고 있었고 어느 집에 숨어들었는데 그 여자가 당신을 숨겨주었어요. 그리고 위기가 사라지자 당신은 본능을 이기지 못하고 그 여자와 관계를 맺었죠. 당신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본능에 충실한 거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피임 조치는 했었어야죠! 책임지지 못할 일은 저지르지 말았어야죠! 아닌가요?”

“그만… 그만해. 아빠가 네 얼굴을 볼 낯이 없구나….”

“내 말이 틀렸어요?”

서진희의 두 눈에도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처연한 눈빛으로 어르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은 잘못이 없어요. 모든 게 엄마 잘못이죠. 하지만 당신이 정말 원하지 않았다면 엄마가 아무리 당신을 유혹해도 소용없었을 거잖아요. 게다가 엄마가 주동적으로 당신을 유혹했나요? 그건 아니잖아요?”

“엄마는 그냥 당신을 위기에서 구하고 싶었을 뿐이잖아요! 엄마는 지병을 앓고 있었어요. 당신이 고귀하다고 생각하는 핏줄을 잉태할 여건도 되지 않았다고요! 엄마는 죽음이 두려워서 그렇게 생긴 아이를 지우지도 못했어요. 그게 당신이 엄마를 원망할 이유가 되나요?”

서진희는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렸다.

“당신들의 실수로 태어난 나도 당신은 증오하셨죠. 나한테는 아빠를 아빠라고 부를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잖아요. 당신의 품에 안길 수도 없었죠. 당신은 조카를 품에 안으면서도 나에게는 눈길조차 안 주셨잖아요.”

“당신은 아내에 대한 충정과 명예를 지켰어요. 하지만 다른 여자의 몸에 뿌린 씨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