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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수화기 너머로 서준명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희야, 할아버지는 본가 저택의 80퍼센트랑 가문의 재산을 고모와 너에게 물려주시겠대. 그리고 작은할머니를 위해 좋은 땅을 매입해서 무덤을 지어주고 싶으시대. 그리고….”

서준명이 잠시 말을 더듬었다.

사실 신세희에게 그다지 전하고 싶지 않은 말이었다.

신세희가 동의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젯밤 서씨 어르신은 밤새 뜬눈으로 새웠다.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은 눈에 띄게 허약해지셨다. 오늘 아침에는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셨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서준명은 대신 말을 전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신세희는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듣고 있으니까 말씀하세요.”

“할아버지는 작은할머니, 그러니까 네 외할머니를 위해 묘비를 세우고 나중에 세상을 뜨게 되면 작은할머니 옆에 묻히고 싶대. 살아 있을 때 작은할머니한테 미안한 게 많으니 죽은 뒤에 곁을 지키는 것으로 속죄하고 싶대.”

신세희는 고개를 들고 엄마의 눈치를 살폈다.

그녀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모르는 서진희는 신유리에게 음식을 챙겨주고 있었다.

신세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서 대표님, 사실… 대표님 말이 맞아요. 대표님도 나랑 엄마가 닮았다는 걸 눈치채셨는데 어르신은 끝까지 저를 인정하지 않으셨죠. 대표님 말씀처럼 우리 엄마가 가출하기 전에 어르신은 엄마를 찾지도 않으셨다면서요. 그러니 외할머니는 오죽했겠어요.”

서준명이 말했다.

“알아. 나도 다 아는 사실이야, 세희야.”

“그러니까 서 대표님, 과거는 과거일 뿐이에요. 아무도 누굴 원망하지 않아요. 엄마가 가장 아빠 사랑이 필요할 때, 내 외할머니가 가장 보살핌이 필요할 때 그분이 의무를 다하지 않으셨잖아요. 지금 와서 되돌리려고 해도 외할머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요?”

서준명은 할 말을 잃었다.

“우리 엄마도 말씀하셨지만 엄마와 어르신 사이에는 생물학적 아버지라는 것 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사실 서씨 가문에서 여태 찾은 사람도 우리 엄마가 아니라 대표님 할머니가 낳은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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