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481 - 챕터 1490

2771 챕터

제1481화

곽 부인은 곤혹스러웠다. 그녀는 과일과 차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마침 서도준과 곽 회장이 안에서 나오는 걸 보았다. 그녀는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계속 서재에 있었어요?”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곽 회장은 곽 부인을 보았다.“나랑 도준이는 서재에서 얘기를 나눴어. 왜 그래?”“조금 전에 의정이더러 과일이랑 차를 가져가라고 했는데 의정이는 두 사람이 서재에 없었다고 했어요...”곽 회장은 안색이 달라져서 서도준과 시선을 주고받았다.곽의정이 그들의 대화를 들은 듯했다.한편, 곽의정은 홀로 뒷마당에 있는 연못 옆에 앉아있었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졌고 복도의 조명은 어슴푸레한 밤의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고 있었다.서도준은 도우미를 따라 뒷마당에 도착했고 도우미에게 몇 마디 해서 물러나게 했다. 그는 곽의정을 향해 걸어갔다. 곽의정은 들고 있던 돌을 연못에 던졌지만 어두워서 그런지 잔물결이 보이지 않았다.발소리를 들은 그녀는 흠칫했지만 고개를 돌리지는 않았다.“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전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서도준은 그녀의 등 뒤에 멈춰 섰다.“다 들었나 보네요.”“제가 듣지 못했다면 아버지랑 같이 저에게 숨길 생각이었나요?”곽의정은 천천히 몸을 일으킨 뒤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서도준 씨, 당신은 내게 빚진 것이 없어요. 당신과 저의 결혼은 원래 겉치레였을 뿐이잖아요.”서도준은 아무 말 없이 곽의정을 바라봤다.곽의정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말했다.“제가 당신을 밀어낸 건 제가 원해서였어요. 하지만 당신은 절 지켰어요.”서도준은 입을 꾹 다물었다.“그러니까 비긴 거예요. 우리는 서로에게 빚진 것이 없어요. 그 일 때문에 당신이 자책할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곽의정은 고개를 숙였다.“그런 일을 할 필요도 없어요.”“어떤 일이요?”곽의정은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보상해 주려고 할 필요 없단 얘기예요.”서도준은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보상해 주려고 그랬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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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2화

“곽의정 씨, 감정은 우리가 키우면 돼요. 적어도 제가 했던 말은 다 진심이었어요. 보상이랑은 상관없어요.”밤바람이 그의 옷자락을 스쳐 지나갔다. 서도준의 눈빛은 뜨거웠다.“보상할 방법은 수없이 많아요. 보상할 생각이었다면 굳이 그런 방법을 선택할 필요는 없죠.”곽의정은 당황했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입을 달싹였다.“절 좋아하는 거예요? 아주 조금이라도 말이에요.”서도준은 시선을 내려뜨리고 그녀를 바라봤다.“적어도 거부감이 들거나 싫지는 않아요.”곽의정의 속눈썹이 떨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도준은 손을 들어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감쌌고 곽의정은 그 자리에 굳어져 버렸다. 심장이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곽의정은 시선을 내려뜨린 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그의 두툼하고 거친 손바닥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다가 그녀의 입가를 쓸었다.그가 서서히 가까워지자 곽의정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려뜨렸고 호흡이 멈췄다.그녀의 입술에 가까워지려는 순간, 서도준은 멈칫하더니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녀를 아주 아낀다는 듯 말이다.곽의정은 가슴이 떨려 시선을 들어 그를 보았다. 서도준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일찍 쉬어요.”곽의정은 귀가 빨개진 채로 다급히 그를 지나쳐 자리를 떴다.서도준은 황급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다음 날, AM그룹.희승은 서류를 들고 책상 앞에 서서 보고했다.“대표님, 서 회장님 판결 내려왔습니다. 징역 20년이니까 석방되면 일흔이나 여든쯤 될 테니 아무 짓도 못 할 거예요.”반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빠르네.”“당연하죠. 서강우 씨 때문에 전처와 사이가 틀어지면서 여기저기 도움을 구했잖아요.”희승은 혀를 차면서 감개했다.“말도 마세요. 그 전처라는 사람 진짜 보통 분이 아니더라고요. 사이가 틀어지니까 다 들쑤신 거 있죠.”서 회장은 전처 몰래 아들인 서강우의 계좌에 돈을 빼돌렸고 서강우를 이용해 그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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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3화

서 회장이 백화점에서 비열한 수단을 쓸 때 서도준은 이미 윗분들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기회를 얻었다.하 대표는 안도했다.“그가 서 회장과 같은 편이 아니라서 다행이네요.”그렇지 않았다면 서인그룹은 더 커졌을 것이다.잠시 얘기를 나눈 뒤 하 대표가 떠났다.반지훈은 느긋하게 차를 따랐다.“서인그룹은 서도준 씨가 이어받았나?”희승은 고개를 저었다.“아뇨. 서도준 씨는 주식만 일부 챙겼을 뿐 서인그룹을 이어받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서인그룹을 서 회장님의 전처에게 드렸습니다.”반지훈은 찻잔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서도준이 서인그룹을 서 회장의 전처에게 준 걸 보면 서 회장의 전처는 뇌물을 받은 걸 알고 있었고 서도준이 그걸 밀고한 듯했다.서도준은 본인은 나서지 않고 뒤에 숨어서 서 회장의 시선을 돌린 뒤 서 회장의 전처를 이용했다. 만약 서도준이 적이었다면 정말 만만치 않은 상대였을 것이다.같은 시각, 서인그룹.서도준과 서 회장의 전처는 사무실에 앉아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솔직히 전남편의 사생아인 서도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당시 서도준의 어머니가 서도준을 낳았을 때 아들을 이용해 그녀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서 회장의 전처는 찻잔을 들고 태연하게 말했다.“난 네가 네 아버지를 상대한 것이 그의 재산을 빼앗기 위한 건 줄 알았어. 그런데 넌 서인그룹을 내게 넘겼지.”서도준은 싱긋 웃었다.“전 서씨 집안 물건에 관심이 없습니다.”“하, 당시 네 어머니가 네 반만이라도 정신이 멀쩡했으면 그런 꼴을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서도준은 시선을 내려뜨릴 뿐 아무 말 하지 않았다.당시 그의 어머니는 부잣집 며느리가 되기 위해, 본처가 되기 위해 서 회장에게 임신 사실을 숨기고 서도준을 낳은 뒤 그를 안고 서씨 집안을 찾았다. 서 회장이 받아주길 바라면서 말이다.그러나 서 회장은 두 사람을 쫓아냈다.그리고 그 뒤로 서도준의 어머니는 서도준을 아니꼽게 여겼고, 모든 걸 그의 탓으로 돌렸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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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화

서도준은 두 달 만에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다른 경찰들보다 자신의 어머니를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탐욕 속에서 숨을 거뒀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 보려다가 상대방의 이익을 위협하게 되어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다.서도준은 무덤덤하게 차를 마셨다.“다 지나간 일이죠.”서도준은 어머니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았다.지금 그 일을 거론해도 이미 마음이 무뎌졌다.서 회장의 전처는 그를 바라봤다. 그녀는 자식이 있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서도준의 처지가 안타까웠다.“그런 어머니가 있는 건 네 잘못이 아니야.”서도준은 뜸을 들이다가 웃었다.“절 위로해 주시는 건가요?”“위로가 아니야. 난 공과 사가 분명한 사람이야. 네 어머니랑 나 사이에 원한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원한을 너에게 옮길 이유는 없지.”서 회장의 전처는 덤덤히 말했다.“네 어머니는 아이까지 이용했으니 서현식과 본질적으로는 다를 바가 없어. 내가 서현식과 이혼한 건 그 사람을 이미 꿰뚫어 봤기 때문이야. 당시 네 어머니가 정말 본처가 되었다고 해도 나보다 잘 살지는 못했을 거야.”그녀는 집안이 좋았기에 패기가 있었다.그러나 서도준의 어머니는 아무것도 없기에 남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남자의 환심을 사서 이득을 얻어야 하니 그녀가 정말 서 회장의 본처가 되었다고 해도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서 회장은 이익을 보는 사람이니 그녀가 그에게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면 서 회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그녀를 치워버릴 것이다.그것이 현실이었다.같은 시각, 곽의정은 서도준의 카페에 잠깐 앉아있었다. 매장의 매니저는 그녀에게 커피를 건넸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으며 웃었다.“사장님 기다리시러 온 거예요?”곽의정은 당황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아뇨, 그냥 커피 마시러 왔어요.”곽의정은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사실 어젯밤 그녀는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서도준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던 장면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의 입술은 놀라울 정도로 뜨거웠다. 그의 입술이 닿으면 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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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5화

곽의정이 말했다.“괜찮아요.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서도준은 사무실로 향했다. 양복을 입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는 곧바로 겉옷을 벋고 넥타이를 풀어 헤쳤다.곽의정은 커피를 든 채로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시선을 든 그녀가 마주한 광경은 이러했다. 얇은 흰색 와이셔츠는 그의 가슴팍에 딱 달라붙어서 그의 호흡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했고, 맥박이 뛰는 것과 강렬한 선이 뚜렷하게 보였다.서도준은 곽의정이 본 남자들 중 몸매가 가장 좋았다.스파이를 한 적이 있고 경찰대를 졸업해 자주 훈련받은 남자다웠다.저번에 그가 옷을 갈아입을 때 곽의정은 실수로 그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는 근육이 있지만 과하지는 않았고 선이 탄탄하고 단단했다.그녀는 회사에서 여자 동료들이 복근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자주 들었었다. 여자들은 복근이 있는 남자를 좋아했다. 섹시해 보이기 때문이다.곽의정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아래로 향했다. 뭔가를 떠올린 그녀는 얼굴이 화끈거려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인정해야만 했다. 곽의정은 그의 몸매가 마음에 들었다.서도준은 겉옷을 소파 등받이에 걸쳐놓은 뒤 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든 그는 곽의정이 여전히 서 있는 걸 보았다.“왜 그래요?”정신을 차린 곽의정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괜히 켕겼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곽의정은 고개를 숙인 채로 옆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녀는 들고 있던 커피를 마신 뒤 뭔가 떠올랐는지 다급히 화제를 돌렸다.“그, 매니저가 당신이 서인그룹을 물려받지 않았다고 하던데요.”서도준은 웃음을 터뜨렸다.“전 회사를 관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전 카페도 거의 관리하지 않는걸요.”곽의정은 시선을 내려뜨렸다.“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죠.”“당신도 할 수 있어요.”“저요?”곽의정은 뜸을 들이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잠시 뒤 대답했다.“전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고 싶은데 아버지가 원하지 않으세요.”“여자가 비즈니스를 하려면 뛰어난 머리와 상업적인 수완도 필요할뿐더러 포기할 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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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6화

“하지만 당신 직감을 믿으라고 한 적은 없어요. 당신은 절 알지 못하고 저도 당신이 절 믿게 할만한 일을 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절 믿는 거죠?”곽의정은 심호흡했다.“제게 알 기회를 준 적이 있나요?”서도준은 그녀를 바라봤다.“지금 알아도 늦지 않죠.”곽의정은 흠칫했다. 지금 그를 알려고 해도 그의 어떤 점을 알아야 할지 몰라 곽의정은 망설였다.“뭘 묻든 다 대답할 거예요?”서도준은 침묵했다.“상황을 봐서요.”“장난하는 거예요? 전 이만 가볼게요.”곽의정도 성깔이 있었다. 그녀는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했다.서도준은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당겼고 곽의정은 얼떨결에 그의 품에 주저앉은 모양새가 되어 몸이 굳었다.서도준은 그녀의 허리에 가볍게 손을 올렸고 곽의정은 허리에서 열기를 느꼈다.그녀는 두 손으로 서도준의 가슴을 짚었다. 그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뛰고 있었다. 손바닥을 사이에 두고 온도가 점점 더 뜨거워졌다.곽의정은 감히 고개를 들어 그를 볼 수 없었다.서도준의 목울대가 두 번 움직였다. 그도 몸이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곽의정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그가 입은 셔츠는 단추 두 개가 열려 있었다. 늦가을이고 실내에 에어컨도 있었지만 어쩐지 더워 보였다.곽의정도 더워지는 것 같았다.“가서 에어컨 온도 좀 낮출게요.”곽의정이 일어나려 하자 서도준이 힘을 써서 그녀를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에어컨 문제가 아니에요.”“그럼...”곽의정은 말을 다 끝맺지 못했다.비록 경험은 별로 없었지만 그녀는 바보가 아니었다.서도준은 그녀의 어깨에 턱을 올려놓았는데 호흡이 살짝 거칠었다. 그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가만히 있으면 괜찮을 거예요.”곽의정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서도준은 자제력이 엄청났고 이내 완전히 냉정을 되찾았다. 오히려 곽의정이 냉정해질 수 없었다. 그의 숨결이 그녀를 유혹했기 때문이다. 곽의정의 바싹 마른 입술이 움직였다.“일단 저 좀 놔줄래요.”서도준이 말했다.“어차피 익숙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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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7화

강유이는 웃음을 터뜨렸고 강해신은 입꼬리를 당겼다.“이 자식 돈을 밝히나 본데.”사장이 걸어와 웃으며 말했다.“두 분 우리 집 부자가 마음에 드세요?”“얘 이름이 부자예요?”이름이 너무 별로였다.사장의 입가 주름이 깊어졌다.“그래요. 두 분한테 자신을 소개한 거예요. 이름이 부자라고요.”강유이와 강해신의 입가가 떨렸다.강유이는 앵무새를 향해 걸어가더니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안녕, 부자야.”앵무새는 날개를 펄럭였다.“부자 좋아.”강유이는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돌려 사장을 보았다.“얘 말이 많나요?”“물론이죠. 얘는 엄청 똑똑해요. 가르쳐주면 금방 배울 거요.”강유이는 신기하게 느껴져 앵무새를 바라봤다.“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앵무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강유이는 웃음이 터져서 강해신의 곁으로 달려가 그의 손을 끌어당겼다.“오빠, 나 얘로 할래.”강해신은 고개를 끄덕인 뒤 사장을 바라봤다.“얘로 할게요.”사장은 웃으며 말했다.“좋아요.”계산을 마친 뒤 경호원은 앵무새를 들고 그들의 뒤를 따랐다. 샵에서 나온 강유이는 민서율이 근처 카페에서 나오는 걸 보고 그에게로 달려가 인사를 건넸다.“서율 오빠.”차 앞에 선 민서율은 강유이가 걸어오자 웃어 보였다.“유이야, 네가 이 근처엔 웬일이야?”강유이가 대답했다.“할아버지 선물을 고르려고 왔어요.”민서율의 시선이 경호원에게 들려있는 앵무새로 향했다.“앵무새를 선물로 드리려고?”“맞아요. 할아버지께 평소에 적적하실 것 같아서 할아버지랑 함께 있으면서 말동무할 수 있는 앵무새를 드리려고요.”“그것도 좋지.”민서율과 얘기를 나누는 강유이는 시간을 잊은 듯했다. 뒤에 서 있던 강해신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꽂은 채로 짜증 난 목소리로 재촉했다.“안 가?”강유이는 고개를 돌렸다.“잠깐만 기다려.”강해신은 고개를 숙이고 시계를 보았다.“1분 줄게.”민서율은 피식 웃으더니 시선을 내려뜨려 강유이를 보았다.“일단 오빠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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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8화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하정원은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물었다.“참, 저 여자애 보통 신분이 아니지?”민서율의 입술이 살짝 열렸다.“반씨 집안 딸이에요.”“반지훈 씨 딸?”하정원은 뭔가 떠올린 건지 얼굴이 구겨지며 욕지거리했다.“미친!”반씨 집안이라면 진씨 집안의 친척 아닌가?반씨 본가.앵무새를 데리고 집으로 오자 반지훈은 너무 시끄러워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콧대를 주무르며 말했다.“내일 저녁이 할아버지 생일인데 벌써 가져온 거야? 시끄럽지 않아?”“아빠만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죠. 전 좋은데요. 그렇지, 부자야.”앵무새는 새장 안에서 폴짝폴짝 뛰었다.“부자, 안 시끄러워. 안 시끄러워.”강유이는 부자 때문에 웃음이 났다.위층에서 내려온 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부자라니, 사장님이 작명 센스가 있으시네.”앵무새는 신나서 날개를 펄럭였다.“미인 좋아!”강성연은 흠칫하더니 크게 웃었다.“말도 예쁘게 하네.”반지훈은 안색이 흐려졌다. 미인 좋아?저 앵무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강성연은 새장 앞에 서서 앵무새의 턱을 살살 긁어줬다. 앵무새는 편안한지 울음소리를 냈다.반지훈은 심호흡한 뒤 일어나 강성연의 등 뒤에 서서 그녀를 끌어안았다.“내 아내야.”“내 아내야! 내 아내야!”앵무새는 신나게 울었다.반지훈은 앵무새의 털을 다 뽑아버리고 싶었다.강성연은 웃음을 터뜨리더니 고개를 돌려 반지훈을 바라봤다.“앵무새를 질투하는 거예요?”반지훈은 그녀의 어깨에 턱을 올리며 거리를 좁혔다.“쟤 수컷이잖아.”“...”강유이와 강해신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 그들은 둘의 애정행각에 눈꼴이 셨다.-날이 저물기 시작하면서 인제항의 네온사인이 남에서 북으로 점등되어 눈부시게 빛나며 차창 유리에 드리워졌다.곽의정은 차창을 내렸고 밤바람이 차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강 건너 높이 솟아오른 고층 빌딩을 바라보았다. 마치 금박을 입힌 듯한 건물들이 잔잔한 물결 위에 비쳤다.“야경 구경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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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곽의정은 곁눈질로 서도준을 살폈다. 그는 단추 두 개를 풀더니 차창을 완전히 내렸다. 항구의 바람이 불어와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서도준은 곽의정보다 더 힘겹게 참고 있었다.곽의정은 이를 악물었다.“저한테 관심 없지 않아요?”서도준은 살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무슨 말이에요?”곽의정은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는 자신이 괜히 투정을 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더 이상 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저한테 키스한 건 저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제게 관심이 없다면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전 남편이랑 같은 침대에서 자면서 아무 짓도 안 할 자신은 없거든요.”곽의정은 말을 마친 뒤 그를 보지 못했다. 그보다 자신이 더욱 성급해 보였기 때문이다.서도준은 잠깐 침묵하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조용하던 차 안에서 그의 웃음소리는 무척이나 또렷했다.곽의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뭘 웃어요?”서도준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그러니까 그런 방면의 관심을 말하는 거였어요?”서도준은 곽의정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전 이래봬도 정상적인 남자예요.”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고, 오히려 그런 쪽으로 생각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곽의정이 잠깐 넋을 놓은 사이 서도준은 손등으로 그녀의 뺨을 쓸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뜨거웠지만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쓸쓸함이 보였다.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가를 어루만졌다.“전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그와 그녀는 달랐다. 곽의정은 깨끗하고 순수하지만 그는 암울하고 더러웠다.그는 임무 때문에 그의 어머니처럼 허영심이 많고 탐욕적인 여자들과 접촉해야 했고 그들을 가식적으로 대하며 그들을 이용했다.그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도,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더욱 큰 이익을 위해 다른 것들을 버렸기 때문이다.몇 년 동안 스파이를 하면서 그는 아름다운 세계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권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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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화

사실 그는 김아린의 발목을 붙잡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가 임무를 수행하던 그날, 김아린은 그녀의 배다른 언니 수연과 함께 있었다. 수연은 그에게 김아린이 누군가에게 끌려갔다고 얘기했었다.서도준은 김아린이 위험한 일에 휘말린 걸까 걱정되었고 신분이 노출될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룸살롱을 전부 뒤졌다. 그런데 하필 그 룸안에 있는 김아린을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지나갔다. 수연은 김아린의 행방을 알아냈다고 그를 불렀다. 당시 서도준은 자신이 그녀를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걸 몰랐다.그리고 그 일 때문에 그와 김아린은 완전히 틀어졌다.그 실수는 만회할 방법이 없었다.그가 김아린을 구할 기회를 놓쳐 버린 탓에 김아린은 괴로운 일을 겪어야 했고 그 때문에 서도준은 본인에게 그녀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곽의정은 충격을 받았다. 동시에 고통스러워하며 자책하는 그의 모습을 본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차가운 손등을 감쌌다.“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서도준은 살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제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곽의정은 시선을 내려뜨렸다.“비록 전 당시 상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서도준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곽의정은 잠시 뒤 손을 뺐다.“미안해요. 비록 제게 제3자의 시각으로 당신들의 일을 판단할 자격은 없지만 전 단지 당신이 자책하지 않길 바란 것뿐이에요.”“어쨌든 당신은 그 사람을 찾으려고 했잖아요. 그 룸 안에 있는 여자가 김아린 씨인 줄도 몰랐고요. 당신은 그저 김아린 씨를 구할 기회를 놓치게 될까 봐 속아 넘어간 거죠. 김아린 씨도 피해자지만 당신도 피해자잖아요.”서도준은 아주 옅은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전 그런 실수를 용납할 수 없어요. 전 그녀조차 지키지 못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을 지키겠어요?”“그래서 당신이 경찰서에서 사직한 것도 그녀 때문인가요?”서도준은 대답하지 않았다.하지만 침묵한 걸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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