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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9화

곽의정은 곁눈질로 서도준을 살폈다. 그는 단추 두 개를 풀더니 차창을 완전히 내렸다. 항구의 바람이 불어와 그의 검은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서도준은 곽의정보다 더 힘겹게 참고 있었다.

곽의정은 이를 악물었다.

“저한테 관심 없지 않아요?”

서도준은 살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무슨 말이에요?”

곽의정은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는 자신이 괜히 투정을 부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더 이상 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한테 키스한 건 저와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닌가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제게 관심이 없다면 결혼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전 남편이랑 같은 침대에서 자면서 아무 짓도 안 할 자신은 없거든요.”

곽의정은 말을 마친 뒤 그를 보지 못했다. 그보다 자신이 더욱 성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서도준은 잠깐 침묵하다가 돌연 웃음을 터뜨렸다.

조용하던 차 안에서 그의 웃음소리는 무척이나 또렷했다.

곽의정은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뭘 웃어요?”

서도준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방면의 관심을 말하는 거였어요?”

서도준은 곽의정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전 이래봬도 정상적인 남자예요.”

그녀에게 관심이 없는 게 아니고, 오히려 그런 쪽으로 생각이 있다는 걸 의미했다.

곽의정이 잠깐 넋을 놓은 사이 서도준은 손등으로 그녀의 뺨을 쓸었다.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뜨거웠지만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쓸쓸함이 보였다.

그는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가를 어루만졌다.

“전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와 그녀는 달랐다. 곽의정은 깨끗하고 순수하지만 그는 암울하고 더러웠다.

그는 임무 때문에 그의 어머니처럼 허영심이 많고 탐욕적인 여자들과 접촉해야 했고 그들을 가식적으로 대하며 그들을 이용했다.

그는 그들을 불쌍히 여기지도, 동정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더욱 큰 이익을 위해 다른 것들을 버렸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스파이를 하면서 그는 아름다운 세계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권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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