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신은 사람을 걱정시키는 법이 거의 없었다. 앞으로 나가더라도 혼자 독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걱정되는 건 유이뿐이었다.리사 일로 강유이는 큰 타격을 받았지만 다행히도 강유이는 자신의 잘못을 알게 되었다.희승은 5단 케이크를 밀고 천천히 다가왔다. 아이들은 부랴부랴 도우러 갔고 강유이는 반준성을 대신해 생일 모자를 씌워주면서 할아버지를 즐겁게 만들었다.아이들과 반준성이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모습에 강성연은 마음이 뿌듯해졌다.생일 파티는 아주 늦게 끝났다.강성연과 반지훈은 문 앞에서 손님들을 배웅한 뒤에야 홀로 다시 돌아왔다. 반준성이 받은 선물이 산처럼 쌓여있었다.강유이가 선물로 드린 살아있는 앵무새가 값비싼 선물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었다.진철 일행은 하룻밤 묵기로 했다. 진여훈은 일찌감치 객실로 향했고 세 아이는 저희끼리 놀러나가서 진철과 반준성만이 소파에 앉아서 잡담을 나눴다.반지훈은 강성연을 데리고 소파에 앉았다.“외할아버지, 며칠 더 쉬다 가세요.”진철이 말했다.“나도 그러고 싶은데 저쪽에 볼일이 있어. 여훈이 그 녀석만 남으면 돼. 걔는 한가하거든.”강성연은 진철을 바라봤다.“여훈이는 결혼했는데 그렇게 한가해요?”진철은 한숨을 쉬었다.“걔네 일은 얘기하기 어려워.”두 집안의 정략결혼이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감정이 없었기에 잘 맞지 않았다. 애초에 하씨 집안 어르신이 먼저 결혼 얘기를 꺼낸 거였다. 진철도 하씨 집안과 사돈을 맺으면 집안도 비슷하고 앞으로 군오 쪽 업계에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사실 진철은 하정화가 꽤 마음에 들었다. 어른들 앞에서는 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그녀에 관한 소문이 좋지 않았다.다른 한편, 곽의정은 파티에서 술을 많이 마셔 돌아가는 길에 취기가 올랐다.그녀는 이율의 어깨에 기대었고 이율은 그녀의 어깨를 부축했다.“언니, 왜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곽의정은 곽 회장과 곽 부인의 차에 타지 않고 이율과 강현의 차에 탔다.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도준이 다가가려 하자 이율이 성큼 막아서며 말했다."서도준 씨, 만약 제 언니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더 이상 가까이 오지 마세요."서도준은 여전히 차량 뒷좌석에 있는 곽의정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답했다."제 행동이 답이 되었으면 좋겠네요."서도준은 이율을 스쳐 지나가서는 곽의정을 차 밖으로 안아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서도준은 곽의정을 안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이율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자, 강현이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두 사람의 문제는 두 사람이 알아서 잘 해결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요."북로 남원.서도준은 곽의정을 안고 자신의 침실로 와서는 조심스럽게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곽의정은 정신이 약간 드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서도준이 그녀의 신발을 벗겨주자 천천히 눈을 뜨고 눈앞의 사람을 바라봤다."도준 씨?""네, 저예요."서도준은 이불을 덮어주더니,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속은 괜찮아요?""아니요..."시원하게 토해 내면 훨씬 편하겠지만, 곽의정은 메슥거리기만 해서 더욱 힘들었다. 서도준은 침대에 앉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게 왜 그렇게 많이 마셨어요."곽의정은 몽롱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기분이 나빠서요."서도준은 그녀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 오늘 김아린 씨를 만났어요. 아린 씨말로는 도준 씨가 저를 싫어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예전 일에 대해서도 듣게 됐어요."곽의정은 너무 졸려서 눈이 감길 직전이었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말했다. 서도준은 입을 꾹 다문 채로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미안해요, 제가 너무 제멋대로였어요. 혹시... 화났어요?"서도준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니요.""진짜죠?'"그럼요."곽의정은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다행이에요."곽의정은 천천히 눈을 감더니 바로 잠들어버렸다. 서도준은 그녀를 물끄러미
서도준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어젯밤보다 더 취해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요?""저... 저는 씻으러 갈게요."곽의정은 그의 품에서 빠져나와 황급히 화장실로 갔다.곽의정이 씻고 나왔을 때, 식탁 위에는 서도준이 준비한 죽과 해장국이 놓여있었다. 곽의정은 먼저 해장국부터 마시고 따끈한 죽을 떠먹었다, 덕분에 속이 훨씬 편해지는 것 같았다.곽의정은 밥을 먹다 말고 갑자기 생각난 듯 이렇게 물었다."근데 저 어제 어떻게 여기서 잠든 거예요?""제가 데리고 왔어요.""어떡해요?""의정 씨 동생한테서 전화 왔더라고요. 많이 취했다고...""이율이 저를 여기로 데려다줬어요?""아니요, 제가 데리고 왔어요."곽의정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머리를 들었다. 서도준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순간 헷갈렸다."귀찮게 해서 미안해요."서도준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약혼녀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걸 귀찮은 일이라고 할 수는 없죠."'약혼녀...'곽의정은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 약혼녀라는 호칭을 들으니 설렐 수밖에 없었다.서도준은 10시쯤에 곽의정을 회사로 데려다줬다. 곽의정이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서도준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의정 씨.""왜요?""우리 같이 살래요?""도준 씨 집에서요?""네, 의정 씨가 원한다면요."곽의정은 시선을 피하더니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했다."아빠랑 상의하고 결정해도 돼요?""그럼요."...진여훈은 강유이와 강시언을 데리고 레스토랑으로 왔다. 강해신은 미술 학원을 가야 해서 같이 올 수 없었다.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려 던 강유이는 가만히 앉아있는 진여훈을 바라보며 물었다."삼촌은 드시고 싶은 거 없어요?"진여훈은 그저 그들이 주문한 음식을 함께 먹겠다고 했다. 강유이는 음식을 남기게 될까 봐 조금만 주문하고 메뉴판을 직원에게 건네줬다. 곁에 앉아 있던 강시언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물었다."이걸로 배부르겠어?""그럼. 너무 많이 주문하면 먹지도 못하고, 그건 낭비잖아."강유이는 음
이미 강시언의 정체를 추측해 낸 민서율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어떻게 알았어요?""이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어."강시언은 감정 없는 눈빛으로 민서율을 바라봤다. 그는 진작에 강해신에게서 민서율이 강유이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었다."만나서 반가워요."강시언은 차가운 표정으로 먼저 인사했다. 민서율은 짧게 묵례하며 인사를 받아줬다."저도 만나서 반가워요."어쩐지 불편한 분위기에 강유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같은 시각, 프라이빗 룸."왜 따라 들어와?"진여훈은 하정원의 앞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왜 서울로 왔어? 이렇게까지 우리 집안에 창피를 주고 싶었어?"하정원은 피식 웃으며 의자에 기댔다."내가 어디로 가든 너한테 허락받을 일은 아닌 것 같은데?"하정원은 또 일부러 놀란 척하며 물었다."너 혹시 나한테 관심 있어?""내가 거지한테 관심이 생길지언정, 너한테 관심 생길 리는 없어."진여훈은 하정원에게 증오의 감정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정략결혼으로 묶여진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이 하정원에 대한 평가가 나쁜 이유도 있었다.하정원은 지금껏 두 손 두 발을 합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남자를 만났다. 업계에서 그녀는 어장관리의 고수로 평가받았다. 그녀는 스캔들을 거의 달고 살았고, 길어서는 반년, 짧아서는 사흘이라는 연애 기록으로 유명하기도 있었다.어느 남자가 이런 여자와 결혼하고 싶어 하겠는가?진여훈은 집안사람에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정원과 정략결혼을 했다. 원래는 같이 사는 동거인 정도로 여기려고 했는데, 집에 있는 날이 얼마 없을 정도로 자주 외박하는 하정원 때문에 증오만 점점 깊어져 갔다.하정원은 진여훈이 이렇게 대답할 줄 안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럼 내 아빠부터 설득해 줄래? 우리가 이혼해야 내가 거지한테 기회를 주지."진여훈은 식탁을 탕 소리 나게 내리치고는 몸을 일으켰다."설득은 당연히 할 거야. 내가 경고하는데 서울
직원이 음식을 들고 들어온 문틈으로 민서율은 밖에 있는 강유이를 바라봤다. 강유이는 아주 해맑게 웃고 있었다. 곁에서 지켜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그런 순진한 미소였다.밥을 먹고 난 강유이랑 그의 오빠는 레스토랑에서 나왔다. 진여훈이 기분 나빠 보이는 관계로 두 사람은 다른 곳에 가지 않고 바로 차에 올라탔다."유이야, 너 민서율이랑 어떤 사이야?""그냥 좋은 사이지... 오빠까지 이럴 거야?"강유이는 강해신에 이어 강시언도 민서율을 싫어하나 싶었다."아니야, 난 너랑 친한 사이 같아서 물어봤을 뿐이야."강시언도 강유이를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기는 하지만, 강해신처럼 티를 내지는 않았다. 더구나 그는 강유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싫지만은 않았다. 그건 강유이가 매력적이라는 뜻이니까.다만 강유이는 중학생이고, 민서율은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두 사람은 아직 깊은 관계를 맺을 만한 나이도 아니었다. 강시언이 최고로 아끼는 여동생을 쉽게 다른 남자한테 넘겨줄 일도 없고 말이다.강유이는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강시언에게 물었다."오빠도 둘째 오빠랑 같은 걱정을 하고 있지?"강시언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강유이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내가 연애할까 봐 걱정하는 거 아니야?"강시언은 시선을 피하며 마른기침을 했다."걱정은... 되지.""걱정하지 마. 나 연애 안 해. 서율 오빠랑도 그냥 친한 사이일 뿐이야."강유이는 강시언이 강해신처럼 무섭지 않았다. 약간의 거리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강시언은 단 한 번도 그녀를 나무란 적 없었다. 강해신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거리낌 없이 말하기 시작했다."둘째 오빠는 요즘 자꾸 서율 오빠 때문에 나를 혼내. 걱정돼서 그러는 거는 알지만... 아무튼, 내가 연애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어."강시언은 시름을 놓은 듯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럼 다행이야."그는 강유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창밖을 바라봤다. 한태군의 일은 역시 숨기는 게 낫겠다
곽의정은 놀란 눈빛으로 서도준을 바라봤다. 그녀는 서도준의 능력을 다시 보게 되었다.구름에 별장은 복층으로 이뤄졌다. 2층에는 두 개의 침실, 1층에는 거실과 주방이 있었다. 그리고 전부 넓은 베란다가 있었다. 별장의 인테리어는 곽의정이 좋아하는 단아한 스타일이었다.'이렇게 동거를 시작하게 되는구나...'"위층도 구경할래요?"서도준이 곽의정의 앞으로 걸어오며 물었다. 곽의정은 머리를 끄덕이고 그를 따라 침실에 들어섰다.넓은 침실에는 커다란 창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옷방과 화장실이 전부 따로 있어서 두 사람이 살기에도 불편함이 없을 것 같았다.곽의정은 창가로 가서 항구의 야경을 바라봤다. 조명이 반사된 바다 위에서 오가는 배는 항구의 야경에 독특한 매력을 더 해줬다.서도준은 곽의정의 뒤로 와서 물었다."마음에 들어요?"곽의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 야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어요."생각 없이 몸을 돌린 곽의정은 그대로 서도준의 품에 부딪혔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머리를 들었다."뭐야..."곽의정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생각 없이 나온 반말은 분위기를 더 한 층 무르익게 했다.서도준은 곽의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요?""제가요?"서도준은 곽의정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숨결이 코끝에서 맴돌기 시작했다."네, 방금 뭐라고 말했잖아요."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기에, 곽의정은 발그레한 얼굴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엉겁결에 반말을 한 것 같은데, 우리 그냥 반말할까... 요?""그래."서도준은 피식 웃으며 곽의정의 목을 쓰다듬었다. 두 사람의 숨결은 천천히 한데 엉키기 시작했다.곽의정은 서도준의 옷깃을 꽉 잡았다. 비록 서도준과의 첫 키스는 아니지만 그 어느때 보다도 강렬하고 정열적이었다.이때 서도준이 갑자기 멈춰서서 그녀를 밀어냈다."우리 이만 각자 쉬는 게 좋을 것 같아."서도준이 나가려는 것을 보고 곽의정이 뒤에서
샤워를 끝낸 곽의정은 욕실에서 나왔다. 사실 그녀는 오늘 밤을 위해 수많은 속옷을 준비했지만, 결국 입지 못하고 허벅지까지 오는 넓은 티셔츠를 걸쳤다.곽의정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서도준은 소파에 앉아 서류를 보고 있었다."아직도 일하는 거야?"서도준은 머리를 들더니 자신이 들고 있던 서류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사인해, 이건 약속했던 지분이야."곽의정은 서류를 바라보았다. 서인그룹의 5% 지분을 양도한다는 계약서였다.서인그룹의 5% 지분을 받으면 주주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는 서도준이 처음부터 약속했던 것이다. 하지만 곽의정은 지분이 어떻게 됐든 상관없었다. 정작 받게 되자 자신들의 사이가 이익을 위한 거래가 된 것마냥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서도준은 사인을 하지 않는 곽의정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곽의정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이건 우리가 정략 결혼을 제안할 때 얘기잖아...""그렇지."서도준은 피식 웃으며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곽의정은 멈칫하며 머리를 들었다."지금은 예물이라고 생각해."곽의정은 발그레한 얼굴로 머리를 숙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도준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물었다."무슨 고민이라도 했어?"곽의정은 입술을 꼭 깨물며 고민하다가 말했다."응... 나 너무 이기적이지 않아? 혹시 우리 결혼하고 아이가 갖고 싶다면...""입양하면 되지."서도준은 곽의정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네가 아이를 갖고 싶다면 입양하면 돼.""넌 괜찮아?""그럼, 난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 그리고 아이를 가질 생각도 없어. 혹시 그때 레스토랑에서 얘기를 나눴던 매니저 기억나?""응."서도준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파묻으며 말했다."같이 스파이 일을 할 때, 임신한 약혼녀가 혼자 아이를 낳다가 죽었거든. 근데 약혼녀의 시체를 보러 가는 길에 의사가 그래도 아이는 살았다고 다행이라고 하더래. 다행이긴 하지만 과연 정말 다행이었을까 싶은 마음도 들었데. 아이때문에 죽은게 아니라 자신때문에 죽은 것 같
서도준은 피식 웃으며 살금살금 걸어가 백허그를 했다. 곽의정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들었다."언제 내려왔어?""방금.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야?""아침밥을 하려고..."'언제까지 얻어먹기만 할 수는 없으니까.'서도준은 그녀의 귀가에 뽀뽀하며 말했다."넌 안 해도 돼, 내가 할게.""싫어. 나도 할 거야."곽의정의 단호한 눈빛에 서도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네가 이겼다."곽의정은 단 한 번도 요리를 해본 적 없었다. 오늘도 비록 레시피를 보며 하기는 했지만 결과물은 여전히 참담했다.곽의정 본인도 감히 입을 대지 못한 음식을 서도준은 깔끔하게 비웠다, 그것도 아주 맛있어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서도준의 모습에 더욱 충격받은 곽의정은 퇴근하자마자 수민 아파트로 달려가 이율에게 요리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이율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언니 요리하는 거 싫어하지 않았어요?"곽의정은 부잣집 딸로 태어나 주방에 들어간 적 없거니와, 기름 냄새가 싫어서 들어가기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 사람이 요리를 배우겠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곽의정은 머리를 돌리며 말했다."몰라, 일단 그냥 가르쳐줘."이율은 어쩔 수 없이 간단한 요리부터 가르쳐줬다. 주방에서 사건사고가 생기지 않을 쉬운 요리로 말이다.곽의정은 습득력이 아주 뛰어났다. 그래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꽤 봐줄 만한 저녁 식사를 차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만든 도시락으로 들고 서도준의 카페에 찾아가기도 했다.곽의정을 발견한 매니저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사모님, 사장님 만나러 오신 거예요?"'사모님...'갑작스러운 호칭 변화에 곽의정은 약간 어색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매니저의 말을 따라 도시락을 들고 서도준의 사무실로 갔다.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서도준은 바로 곽의정이 들고 있는 도시락을 발견했다. 곽의정은 미소를 지으며 책상 위에 도시락을 내려놓았다."오늘은 카레 덮밥이야.""요리 공부는 잘돼가?"곽의정은 도시락 뚜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