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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3화

김아린은 그녀의 곁에 섰다.

“그는 여자를 믿지 않아요. 탐욕스러운 어머니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의 신분은 불명예스러워요. 어머니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서 회장님 몰래 그를 낳았거든요. 그는 사생아였어요. 그리고 서 회장님에게 거절당한 뒤 그의 어머니는 모든 잘못과 책임을 그의 탓으로 돌렸어요.”

“그의 어린 시절은 누구보다도 고달팠어요. 심지어 거지만도 못했죠. 그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겪었어요. 제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아마 오늘까지 살아있지 못했을 거예요. 또는 잘못된 길로 들어섰을지도 모르죠.”

“전 그가 스파이라는 걸 몰랐어요. 그가 수행하는 임무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몰랐죠. 그가 인사 없이 떠났을 때 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심지어 정이 뚝 떨어졌어요.”

“그리고 몇 년 뒤에야 그가 그 일 때문에 제게 미안함을 품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절 마주하기 어려워서, 자신의 실수를 마주하기 어려워서 절 보지 못했다는 것도요. 그는 항상 자책 속에서 살았고 심지어 자신의 앞날까지 포기했어요.”

“그는 저에 대한 미안함을 내려놓지 못하고 그가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난 걸 전 원망스러워했어요. 우리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으니 끝이라는 것도 없었죠. 우리는 그저 그때의 우리를 서로 안타깝게 생각한 것뿐이에요.”

“그는 쉽게 사랑에 빠지는 남자가 아니에요. 과장해서 말하자면, 그가 스파이를 하면서 만난 여자는 그가 입어본 옷보다 더 많을 거예요. 임무를 위해 감정을 포기해야 했으니 너무 많이 무뎌졌죠. 전 그의 은인의 딸이었기 때문에 그는 저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어요.”

김아린은 말을 마친 뒤 고개를 돌려 곽의정을 바라봤다.

“저를 제외한 다른 여자를 싫어하지는 않는다는 말은 처음 들어봐요.”

그녀의 언니인 수연마저 서도준에게 이용당했으니 당연히 호감이라고는 없었다.

곽의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도준이 이런 어린 시절을 보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녀는 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스파이 노릇을 하는 게 정말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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