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쌍둥이가 CEO 아빠 유괴하기?의 모든 챕터: 챕터 1461 - 챕터 1470

2771 챕터

제1461화

서도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곽의정도 아차 싶었다. 서로의 일을 상관하지 않기로 했는데 너무 많은 것을 물은 것 같았다.“미안해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 전 그냥 만약 서도준 씨가 후회한다면 일단 약혼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약혼만으로도 충분히 이득을 취할 수 있을 테니까요.”그녀는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그가 먼저 약혼 의사를 꺼냈다고 해도 그녀와 그의 약혼은 단지 서로의 이익만을 위해서 결정된 것이었다. 절대 각자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고, 그 사이에 사사로운 감정이 개입될 일은 더더욱 없어야 했다.하지만 최근 들어 그녀는 어쩐지 망설여졌다.자신의 결정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형식적인 결혼이 겁나는 건 아니었다. 어차피 형식뿐인 결혼이니 각자의 삶을 살면 되었다. 그래도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이혼하면 그만이다. 번거로운 일도 아니었고 그녀로서 충분히 받아들일만한 일이었다.하지만 이율의 충고를 들은 후 어쩐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이 결혼을 하고 나서 정말로 서도준한테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사실 서도준은 어떤 방면으로 보아도 뛰어난 남자였다. 신사적인데다 매너도 있었고 남자다움도 갖추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겁이 났다. 형식뿐인 결혼 생활에 만에 하나 불필요한 감정이 생기지는 않을지. 그렇게 되면 정말로 큰일이었다.뒤에 앉은 남자는 몇 분간 침묵하고 있었다.“의정 씨는 왜 계속 저한테 후회하지 않냐고 묻죠?”순간 말문이 막힌 그녀가 차 속도를 줄였다.“제가 뭘 또 계속 물었어요.”그가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다.“혹시 의정 씨야말로 다른 걱정 거리가 있는 거 아니에요?”곽의정은 입술만 살짝 깨물 뿐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서도준이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깊게 생각하실 필요 전혀 없어요.”20분 후, 차가 북로 남원 22호에 도착했다. 그녀는 천천히 차를 주차한 후 고개를 돌렸다.“집에 다 왔어요.”뒷좌석에서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곽의정이 차에서 내려 뒷좌석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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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서도준은 마치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본 것처럼 뒷말을 이었다.“제 전화번호 뒷자리에요.”“……”그녀는 순간 머쓱해졌다.곽의정이 과장되게 웃으며 그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이런 것까지 굳이 해명할 필요 없어요.”그가 짧게 답했다.“해명한 적 없어요.”그는 단순히 그녀에게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다.아무런 뜻도 담겨있지 않았다.그가 길쭉한 팔을 뻗어 스위치를 켰다. 순간 집안이 환해졌다. 저택 내부는 상당히 단출했다. 엄청 화려하고 호화로울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깨트렸다.간단하고 깨끗한, 마치 텅 비어있는 듯한 집이었다.그녀가 그를 안방까지 부축했다. 안방은 거실보다 더욱 휑해 보였다. 커다란 침대와 옷장 그리고 책장이 전부였다. 그 외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그녀가 방안을 둘러보았다.“이건 너무 단출한 거 아니에요?”궁상스러운 건 아닌데 지나치게 단출했다. 휑해 보이는 공간은 집이라기 보다 그저 비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거처로 보였다.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혼자 사니까 물건이 많이 필요 없어서요.”그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자주 오지도 않고요.”그는 집에 자주 오는 편이 아니었다. 멀기도 했고 일을 나갈 때도 불편했다.곽의정은 알겠다는 듯이 더 이상 묻지 않았다.“그럼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그녀가 막 돌아섰을 때 등 뒤의 남자가 담담하게 물었다.“안 자고 가요?”곽의정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의 표정이 어색하게 구겨졌다.“아무리 약혼한 사이라고 해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서도준이 이마를 문지르며 그녀를 힐끗 보더니 소리 내어 웃었다.“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그녀가 고개를 저었다.“그건 아닌데.”“그런데 뭘 겁내고 그래요.”“……”서도준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설명했다.“여기 의정 씨 집이랑 꽤 멀어요. 밤이라 의정 씨 혼자 운전하고 가는 것도 위험하고요.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내가 바래다 줄게요.”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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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3화

일을 마친 그녀가 살금살금 안방으로 돌아갔다.서도준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가 자신의 몸 위에 놓인 이불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려 방 안으로 들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는 자신의 주량을 잘 알고 있었다. 많이 마시긴 했지만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 군대에 있을 때 매번 위험한 잠입 임무를 했었기에 잠이 매우 얕았다. 그녀가 방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잠에서 깼었다.그가 갑자기 피식 웃었다.그녀가 뭘 하려고 저러는지 지켜보려고 했는데 이런 뜻밖의 행동을 할 줄이야.다음날, 곽의정은 아침 8시 정각에 눈을 떴다. 세수를 하고 거실로 나와보니 소파에는 이불과 베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었다.“깼어요?”서도준이 주방에서 아침밥을 들고나왔다.잠깐 머뭇거리던 그녀가 식탁으로 걸어갔다. 간단하게 차려진 아침은 보기에도 그럴듯해 보였는데 냄새도 끝내주었다.“서도준 씨 솜씨 좋은데요?”서도준이 의자를 빼냈다.“혼자 산 시간이 길어서 이런 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어요.”그녀가 자리에 앉았다.“술은 깼어요?”“숙취는 없는 편이라서요.”서도준이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가 태연하게 계란 하나를 깠다.“의정 씨는 어젯밤 잘 잤어요?”“그럭저럭요.”곽의정이 고개를 숙이고 그릇에 담긴 수프를 맛보았다.서도준이 절반 넘어 깐 계란을 그녀 앞에 놓인 그릇에 놓아주었다.“맛은 어때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정말 맛있었다.그가 가볍게 미소 지었다.“어젯밤 의정 씨가 특별히 저를 위해 이불과 베개를 가져다준 것에 대한 보답이에요.”곽의정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가 서둘러 해명했다.“전 그냥 당신 침대를 차지한 게 미안하기도 해서.”그녀는 다른 뜻이 없었다. 그저 술 취한 남자를 소파에서 자게 한 게 양심에 걸렸을 뿐이었다.“의정 씨는 참 착하네요.”“뭘 칭찬까지.”곽의정이 젓가락을 깨물었다. 자신이 대단한 걸 한 것도 아닌데 칭찬이라니.서도준은 그저 피식 웃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침을 먹은 후 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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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4화

당황한 그녀가 아무렇게나 대답했다.“그냥 습관이에요.”그가 빤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 웃음기가 남아있었다.“우리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서도 습관 되어야 할 텐데요.”곽의정이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그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알았어요. 천천히 익숙해 질게요.”그녀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그녀가 집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본 후 천천히 창문을 올렸다. 그때 그의 아버지 서현식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서 씨 저택.거실로 들어선 서도준은 서현식이 소파에 앉아 시가를 태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곁에는 고용인이 그에게 차를 따라주고 있었다.서현식이 그에게 자리에 앉으라며 손짓한 후 담뱃재를 털어내며 말했다.“도준아, 네가 결혼하기 전에 너한테 큰 선물 하나 줄까 하는데.”서도준이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그와 곽의정의 약혼 사실을 모든 사람들이 아는 건 아니었다. 그건 그와 곽 회장 사이의 약속이었기 때문에 서현식은 모르는 일이었다.그가 미소 지었다.“기대되네요. 아버지께서 저한테 무슨 큰 선물을 하시려는지.”서현식이 시가를 재떨이에 걸쳐놓고 찻잔을 들었다.“화성 쪽 주식 말이다. 네가 가질래?”서도준이 얼굴빛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저한테 주식을 주다뇨. 그래도 되나요?”“안 될게 어디 있겠어.”서현식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네 형인 서강우가 계승할 수 없으면, 나한텐 또 다른 아들인 네가 있잖니. 예전에는 내가 너를 많이 신경 쓰지 못했어. 이제 네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 아버지로서 너한테 지금껏 못해준 거에 대한 보상을 해줄까 해.”서도준이 시선을 늘어뜨리고 최대한 고분고분하게 말했다.“저를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시니 영광이에요.”서현식은 서도준이 아무 야심도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사생아는 지금껏 고된 생활만 해왔기에 자그마한 사탕만 쥐여줘도 감사해하며 보답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도준아, 난 너를 믿어. 나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절대 아버지를 실망시켜드리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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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화

그 시각 곽의정은 한창 소프트웨어 설치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문자를 받고도 반 시간 정도 지나서야 전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이거 네 약혼자 아니야?-네 약혼자가 너 몰래 다른 여자와 만나고 있는 거 알고 있었어?-!!!문자에는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사진을 눌러 확대해 보니 서도준이 확실했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아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에도 온화한 분위기를 풍기긴 했지만 사진 속 그는 평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눈앞의 여자를 보고 있는 그의 눈빛에서 남녀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 느껴졌다.그의 맞은 쪽에 앉아있는 여자. 다른 사람들은 알아보지 못할 수 있어도 그녀는 단번에 알아보았다.역시 그녀가 예상했던 대로였다.곽의정은 사진을 확인한 후 답장을 보내지 않고 그대로 휴대폰을 꺼버렸다.그녀는 순간 자신이 우습게 느껴졌다. 분명 서로의 사생활을 간섭하지 않기로 했고, 상대가 그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하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사진 한 장에 가슴이 저릿해질 줄이야.그녀는 자신의 결혼에 애정 같은 건 없어도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착각이었다. 상대가 너무나 완벽했다. 그 어떤 여자도 그의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아예 휴대폰을 꺼버리는 걸로 자신의 눈과 귀를 막아버렸다.그날 밤, 곽의정은 밤 9시까지 야근을 하고 회사를 나섰다. 회사 건물을 나가며 휴대폰을 켜니 세 개의 부재중 전화가 찍혀있었다.하나는 그녀의 아버지였고 나머지 두 개의 전화는 서도준한테서 걸려온 것이었다.서도준의 전화는 불과 한 시간 반 전에 걸려왔었다.갑작스러운 자동차 경적 소리에 그녀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리자 서도준의 하얀색 레인지로버가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잠깐 당황해하던 그녀가 그의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그녀가 차 문을 열고 올라타며 어색한 표정으로 설명했다.“미안해요. 휴대폰을 꺼놓은 걸 깜빡해서 전화가 온 줄도 몰랐어요.”그녀가 고개를 돌리고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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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6화

잠시 후 그가 담담하게 웃었다.“조금 예민하네요.”그가 찻잔을 들고 천천히 한 모금 들이켰다.“오늘 카페에서 의정 씨 회사 동료분을 봤어요.”그녀가 순간 멈칫거리더니 갑자기 막 웃기 시작했다.“그래요?”“그녀가 의정 씨한테 뭐라고 하지 않던 가요?”웃고 있던 곽의정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굳어졌다. 속을 알 수 없는 그의 눈을 마주 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찔려났다. 설마 직장 동료가 몰래 그의 사진을 찍은 게 들켰나?서도준이 어떤 사람인데. 이 정도 정찰 능력도 없이 스파이를 할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이건 뭐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격이었다.이렇게 된 마당에 아예 인정하기로 했다. 그녀가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말을 하긴 했어요. 하지만 그건 도준 씨의 사생활이니까 저도 자세하게는 묻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우리 사이의 일을 몰라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 같아요. 불편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휴대폰을 꺼놓은 이유도 이것 때문인가요?”곽의정은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남자의 통찰력은 실로 놀라웠다. 가끔은 여자보다도 더 예민한 것 같았다.“그거랑 휴대폰 전원이 무슨 상관있겠어요. 그냥 제가 일할 때 다른 사람한테 방해받는 걸 싫어해서 꺼둔 거예요.”그렇게 말하더니 곧바로 이어서 설명했다.“서도준 씨, 저는 현재 우리의 상황을 잘 알고 있어요. 때문에 제가 이 일에 대해 정색할 이유가 전혀 없죠. 서도준 씨가 누구를 만나든 그건 서도준 씨의 자유예요.”그가 잠깐 침묵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전 제가 의정 씨를 곤란하게 만든 줄 알았거든요.”웨이터가 음식을 내왔다. 음식 냄새를 맡자 진짜로 배가 고파진 곽의정이 젓가락을 손에 쥐었다.“곤란하긴요. 오히려 제가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제 동료가 한 일이 도준 씨를 불쾌하게 만들었을까 봐 걱정되었거든요.”그러더니 그를 빤히 쳐다보며 장난스럽게 씩 웃었다.“설마 서도준 씨 그렇게 쪼잔한 사람 아니죠? 막 복수하고 그럴 건 아니죠?”그가 가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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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7화

그는 서인 그룹을 손에 넣은 후 보상으로 곽의정에게 주식을 증여해 주려고 했다.곽의정이 원하면 원하는 대로 아낌없이 줄 수 있었다.하지만 그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감정’이었다.혼인으로 묶인 성인 남녀가 아무리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 해도 시간이 길어지면 어떤 감정이 생기게 된다.자주 만나다 보면 정들기 마련이다.그날 밤 그는 취할 만큼 술을 마시지 않았었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그는 똑똑히 기억했다.그는 지금껏 많은 여자들을 만나왔었다. 때문에 여자가 자신한테 진심인지 아닌지는 그녀들의 행동을 보면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곽의정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과 소외감, 그리고 겸손을 그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사실 그녀도 똑똑히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단지 ‘거래’를 하고 있을 뿐이라는걸.곽의정이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려뜨렸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우리 둘 아직 약혼만 했을 뿐이잖아요. 안 그래요?”그는 대답이 없었다.곽의정이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당신이 원하는 걸 다 얻었을 때, 우린 언제든지 이 약혼을 깰 수 있어요.”그녀는 지금껏 계약 결혼을 쉽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약혼만 했을 뿐인데 망설여졌다.그녀는 결혼을 한 후 자신이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그를 대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이런 남자를 앞에 두고 어떻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하지만 그녀는 눈치가 빨랐다. 방금 그가 한 말은 그녀에게 ‘자신을 사랑하지 말라’고 암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서도준이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물었다.침묵 속에서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 레스토랑을 나온 후 그는 어김없이 그녀를 집에까지 바래다주겠다고 말했다. 어쨌든 그들은 아직 약혼한 사이였으니까.그녀 역시 거절하지 않고 그의 뒤를 따라 주차장으로 걸어갔다.그런데 그들이 막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어둠 속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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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8화

출소 후 확실히 그는 서도준을 찾아가 단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만약 눈앞에 있는 여자의 신분이 정말로 그렇게 대단하다면 그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그가 코웃음을 쳤다.“지금 나를 겁주는 거냐?”“아니면 정말로 여자의 힘을 빌려 신분 상승이라도 했어? 이 여자도 알고 있나? 예전에 네가 어떤 비겁한 수법을 썼었는지?”두식이 곽의정을 훑어보았다.“저놈이 마음먹고 여자를 이용하려고 하면 아주 물불 가리지를 않아. 내 말을 믿고 싶지 않으면 한번 소사해 보든지. 저놈 옆에 있다가 놀아나지 않은 여자가 별로 없을걸. 어쩌면 아가씨도 그저 저놈이 부리는 장기 말 중 하나일 수도 있어.”곽의정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 잠시 후 그녀가 서도준을 바라보았다.“도준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더 잘 알아요. 그러니까 굳이 그쪽 말을 들을 이유 없어요.”그녀의 말에 두식이 결국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에 살의가 번뜩였다.“참 눈물겨운 사랑이야. 미안한데 오늘 두 사람은 여기서 무사히 돌아갈 수 없어.”“윤아, 십 년 전 네가 날 배신하고 네 손으로 직접 날 감방에 보냈잖아. 덕분에 난 감방에서 한 쪽 눈을 잃었어. 그러니까 오늘 너한테서 그 한쪽 눈을 돌려받아야겠어.”서도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가 곽의정을 뒤로 밀며 말했다.“가요.”그에게 밀쳐진 곽의정이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그때 남자들이 서도준을 향해 달려들었다.서도준은 외투를 벗어 바닥에 내던진 후 넥타이까지 풀어헤치고 그들과 맞서 싸웠다.그는 혼자서 한 무리의 남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동작이 민첩하고 깔끔하며 무자비했다.곽의정은 혹시 그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겁이 나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들고 신고하려고 했다. 그때 장정 둘이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그 모습을 확인한 서도준이 급히 소리 질렀다.“빨리 안 가고 뭐해요!”그가 잠깐 한눈판 사이에 그의 등 뒤에 있던 남자가 그를 덮쳤다. 서도준이 주먹으로 남자의 턱뼈를 가격했다.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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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9화

그녀가 가까스로 미소를 지었다.“칼을 들고 있는 줄은 몰랐어요.”그녀는 단순히 그가 다치는 게 보기 싫었다.서도준이 그녀의 상처를 힘껏 누르며 그녀를 자신의 품에 꼭 끌어안았다.“조금만 더 버텨요. 곽의정 씨, 잠들면 안 돼요!”마침 구급차가 도착했다. 곽의정은 의료진이 갖고 온 들것에 실려 차에 실렸다. 서도준의 손은 온통 그녀의 피로 물들어 있었다.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 곽의정은 기절해버렸다. 그녀는 바로 응급실로 실려갔다.소식을 들은 곽 회장과 곽 부인이 서둘러 병원에 도착했다. 그들은 복도에 멍하니 서있는 서도준을 발견했다.“우리 의정이는.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죄송합니다.”서도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다 저 때문입니다.”곽 회장이 몸을 휘청거렸다. 수술실이라고 적혀있는 빨간 표지등을 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두 시간 후, 수술을 마친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곽 회장이 서둘러 다가가 물었다.“제 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의사가 마스크를 벗으며 물었다.“곽의정 씨 가족분 되십니까?”“제가 그 아이의 아버지입니다.”의사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다만, 칼이 너무 깊게 박혀서 자궁을 다쳤습니다. 앞으로 아이를 갖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그 말을 들은 곽 회장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것 같았다.서도준이 눈을 질끈 감았다.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라도 박힌 것처럼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곽 부인은 임신 중이라 거동이 불편했기에 곽 회장은 그녀한테 먼저 집에 가있으라고 말했다. 그와 의사는 복도에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곽의정은 VIP 병실로 옮겨졌다. 마취가 깨지 않은 탓에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그가 병실 안을 바라보았다. 딸아이가 이런 일을 당하니 그의 마음도 아프고 쓰라렸다.아이를 낳을 수 없는 여자를 모든 남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딸이 여태 결혼 생각이 없어 보여서 그 역시 오랜 시간 동안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아이의 성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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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0화

그녀의 목소리가 쉬어있었다.“이제 안 추워요.”서도준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계속 수액을 맞고 있었던 탓에 그녀의 손이 차가웠다. 그가 그녀의 손등을 가볍게 감싸 쥐었다. 커다란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점점 떨림이 멈췄다. 온몸에 다시 온기가 도는 것 같았다.서도준이 그녀를 바라보았다.“일단 좀 더 자요. 자고 일어나면 다 괜찮을 거예요.”그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어찌나 부드러운지 깃털처럼 그녀의 마음을 간질이는 것만 같았다. 곽의정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어느샌가 스르르 잠들었다.-강성연은 이율의 갑작스러운 휴가 소식을 듣고 그제야 곽의정이 다쳐서 입원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태가 어떤지 묻자 이율이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왜 그래?”“대표님…”이율이 입술을 꼭 깨물었다.“제 언니 앞으로 아이를 갖기 어려울 수 있대요.”강성연이 굳어졌다.일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었던 강성연은 지윤한테 자기 대신 이율과 함께 병문안을 가라고 부탁했다.이율은 강현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일부러 그에게 알리지 않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병원에 도착했다. 문을 여니 서도준이 곽의정에게 한창 죽을 먹여주고 있었다.그 모습은 영락없는 부부의 모습이었다.곽의정은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 사레에 걸렸다. 콜록 거리며 기침을 하자 수술한 상처가 당겨졌다. 그녀가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서도준이 급히 그녀의 몸을 부축해서 일으켰다.이율이 서둘러 침대 옆으로 달려갔다.“언니 괜찮아요?”그녀가 손을 내저었다.“괜찮아. 내가 입원한 거 어떻게 알았어?”이율이 말을 잇지 못했다.“됐어. 네 엄마가 알려줬겠지.”곽의정은 이율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두 모녀는 쓸데없는 걱정을 하기 좋아했다.“별일 아니야. 그냥 칼빵 하나 맞았을 뿐인걸.”“칼에 찔렸는데 별일이 아니라뇨. 그럼 목숨을 잃고 나서야 별일이었다고 할래요!”이율이 씩씩거리며 서도준을 노려보았다.언니가 이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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