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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서도준은 마치 그녀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본 것처럼 뒷말을 이었다.

“제 전화번호 뒷자리에요.”

“……”

그녀는 순간 머쓱해졌다.

곽의정이 과장되게 웃으며 그를 부축해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 것까지 굳이 해명할 필요 없어요.”

그가 짧게 답했다.

“해명한 적 없어요.”

그는 단순히 그녀에게 사실을 말했을 뿐이었다.

아무런 뜻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가 길쭉한 팔을 뻗어 스위치를 켰다. 순간 집안이 환해졌다. 저택 내부는 상당히 단출했다. 엄청 화려하고 호화로울 거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예상을 완전히 깨트렸다.

간단하고 깨끗한, 마치 텅 비어있는 듯한 집이었다.

그녀가 그를 안방까지 부축했다. 안방은 거실보다 더욱 휑해 보였다. 커다란 침대와 옷장 그리고 책장이 전부였다. 그 외의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방안을 둘러보았다.

“이건 너무 단출한 거 아니에요?”

궁상스러운 건 아닌데 지나치게 단출했다. 휑해 보이는 공간은 집이라기 보다 그저 비나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거처로 보였다.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혼자 사니까 물건이 많이 필요 없어서요.”

그가 잠깐 뜸을 들이다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

“자주 오지도 않고요.”

그는 집에 자주 오는 편이 아니었다. 멀기도 했고 일을 나갈 때도 불편했다.

곽의정은 알겠다는 듯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럼 안전하게 집에 도착했으니 전 이만 가볼게요.”

그녀가 막 돌아섰을 때 등 뒤의 남자가 담담하게 물었다.

“안 자고 가요?”

곽의정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녀의 표정이 어색하게 구겨졌다.

“아무리 약혼한 사이라고 해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서도준이 이마를 문지르며 그녀를 힐끗 보더니 소리 내어 웃었다.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요?”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닌데.”

“그런데 뭘 겁내고 그래요.”

“……”

서도준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설명했다.

“여기 의정 씨 집이랑 꽤 멀어요. 밤이라 의정 씨 혼자 운전하고 가는 것도 위험하고요. 일단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내가 바래다 줄게요.”

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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