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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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엄내심은 천천히 낙청연의 앞에 서더니 그녀의 턱을 콱 잡고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감히 나랑 맞서려고 하다니, 이것이 바로 그 결과다!”낙청연의 고개가 무기력하게 처졌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엄내심은 채찍을 던지고는 쉬러 갈 생각이었다.밖으로 나가려는데 계집종이 물 한 통을 가져왔다.그것도 소금물이었다.“큰아가씨, 이걸 쓴다면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울 것입니다.”그 말에 엄내심은 소금물을 힐끔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그건 필요 없다. 그러다가 죽는다.”그런데 계집종이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죽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큰아가씨의 막무가내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막무가내인 모습을 보여줘야 황후가 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래야만 큰아가씨께서 원하시는 분과 함께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엄내심이 황후의 자리를 바라지 않는다고?그것도 일부러 막무가내인 모습을 보여서 황후가 되는 대신 자신의 마음에 둔 사람과 함께 할 생각이었다니.그러나 낙청연은 분명 엄내심의 눈빛에서 야망을 보았다.엄내심은 그 말을 듣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그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나가보거라!”“네.”계집종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더니 우쭐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낙청연은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방문이 닫히자 엄내심은 바닥에 놓인 소금물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낙청연이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넌 이용당했어.”엄내심은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았다.“깬 것이냐? 전부 다 들었느냐?”계집종이 엄내심을 선동하는 모습은 낙월영이 낙청연에게 자기 대신 시집가라고 하던 모습과 똑같았다.“넌 이용당했다.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만약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황후가 되지 못하겠지만 너도 똑같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엄씨 가문의 세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의 기탄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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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엄내심은 갑자기 멈췄다.그녀는 무언가 떠올렸는지 눈을 반짝였다.엄내심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천천히 손을 내리며 말했다.“갑자기 더 재밌는 것이 떠올랐다. 네가 얼마나 못생겼는지 궁금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지. 그렇다면 다들 함께 보는 것이 더 좋겠구나. 이 비밀스러운 가면을 벗는 모습을 함께 보는 것이 더욱 재밌겠지. 그렇지 않으냐?”엄내심의 의기양양한 어조에서 낙청연은 그녀의 무자비함을 느꼈다.엄내심은 나뭇간에서 나갔다. 다시 돌아왔을 때 그녀는 온통 검은색인 옷을 가져와 낙청연에게 갈아입혔다.그런 뒤 낙청연에게 모자를 씌우더니 웃으며 얘기했다.“넌 5황자를 살해하려는 엄청난 중죄를 저질렀다. 내가 살 기회를 주마. 네가 살아 돌아오기만 한다면 널 용서하고 네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낙청연은 엄내심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는 몰랐지만 절대 좋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잠시 뒤 엄내심은 특별한 냄새가 나는 물 한 그릇을 가져왔다.사람들은 손을 뻗어 낙청연의 어깨를 내리눌렀고 엄내심은 우쭐한 얼굴로 그릇 안의 물을 낙청연의 가면에 부었다.그리고 엄내심은 만족스럽게 웃어 보였다.“운이 따르길 바란다.”-저녁이 되고 황제 등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많은 수확을 거두고 사냥에서 돌아왔다.사람들은 연신 축하 인사를 건넸고 황제는 기분이 아주 좋았다.전각 안의 연회는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였고 그중 많은 것들이 사냥해서 잡아 온 것이었다. 전각 안을 가득 채운 맛있는 냄새에 사람들은 군침이 돌았다.자리에 앉은 뒤 맛 좋은 술과 음식이 있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고 웃음소리가 끊기질 않았다.바로 그때, 엄내심이 천천히 전각 안으로 들어왔다.“오늘 다들 기분이 좋으신가 봅니다. 그렇다면 제가 여러분의 흥을 돋우겠습니다! 오늘 폐하께서 사냥으로 많은 수확을 거두신 것을 감축드립니다!”그 모습에 황제는 미간을 구겼다. 엄내심이 또 무슨 짓을 꾸몄는지 알 수 없었다.“어떻게 흥을 돋울 셈이냐?”황제는 술을 한 잔 마시고는 덤덤히 물었다.엄내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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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철창 가까이에 있던 낙청연은 철창을 사이 두고 채찍을 맞았다.낙청연은 두 눈이 벌겠고 눈동자에는 분노가 가득했다.그녀는 다시 한번 늑대의 공격을 피했다.엄내심의 모든 행위는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낙청연은 우리 안에서 늑대의 위협과 직면해야 했고 엄내심의 채찍까지 감당해야 했다.낙청연이 철창과 가까워지면 엄내심은 가차 없이 채찍을 휘둘렀다.늑대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와 채찍 소리가 조용한 전각 안에서 끊임없이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머리털이 쭈뼛 섰다.“뭘 피하는 것이냐! 얼른 가서 싸우거라! 넌 실력이 대단하지 않으냐?”엄내심이 다시 한번 힘껏 채찍을 휘둘렀다.낙청연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늑대와 정면에서 싸울 수 없었다. 기껏해야 늑대의 체력을 소모해 반격할 기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우리는 그리 크지 않았고 엄내심은 우리 밖에서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기에 낙청연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협소해졌다.전각 안에 앉아있는 낙월영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띤 채로 즐겁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우리 안의 사람은 낙청연이었다.낙청연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참으로 고소했다!왕야가 이 장면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부진환과 부경리는 심각한 얼굴로 부운주의 방안에서 걸어 나왔다.“정말 이상합니다. 형수님께서 무죄라는 증거는 전혀 찾아낼 수 없는 것입니까? 싸운 흔적이 이렇게 선명한데, 5황자는 무공을 전혀 못 하니 형수님과 저렇게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며 사색에 잠겼다.“그날 밤 방 안에 다른 이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듯하다. 보초를 섰던 호위는 의심스러운 사람이 드나드는 걸 전혀 보지 못한 것이냐?”부경리는 고개를 저었다.“온종일 물었는데 의심스러운 사람은 전혀 보지 못했답니다.”“참 이상한 일이구나.”“셋째 형님, 형수님께 묻는 건 어떻겠습니까? 지금 있는 증거만으로는 형수님의 무죄를 증명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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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우리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긴장했다.사나운 맹수의 울음소리가 낙청연의 귓가에서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고 공포심 또한 깊어졌다.온몸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통증에 낙청연은 무력함을 느꼈지만 이를 악문 채로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여기서 죽을 수는 없었다!그것도 이렇게 치욕적인 곳에서 죽을 수는 없었다!엄내심!낙청연의 눈동자에는 원한이 가득했다. 낙청연은 자신을 향해 덤벼들며 물려는 늑대를 막는 동시에 돌연 다리를 들어 올려 세차게 늑대의 복부를 걷어차서 밀어냈다.늑대는 아프지도 않은지 다시 한번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낙청연은 손바닥으로 바닥을 짚더니 공중회전을 하며 늑대의 공격을 피했고 동시에 힘껏 늑대의 머리를 걷어찼다.늑대는 그녀에게 머리를 맞아 철창에 부딪혔다.강력한 충격 아래 낙청연은 철창의 연결 부분이 느슨해진 흔적을 발견했다.“정말 위험했소!”“실력이 대단하군!”전각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장면에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으나 다들 낙청연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들은 긴장되면서도 심장이 쫄깃했다.자리에 앉은 부진환은 우리 속의 사람을 확인했을 때 곤혹스러운 얼굴로 미간을 구겼다.“저자는 누구냐?”옆에 있던 낙월영이 대답했다.“엄내심 낭자가 데려온 죄인입니다. 늑대를 이긴다면 모든 죄를 사면해준다고 약조했지요. 엄내심 낭자가 봄 사냥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것인듯합니다.”부진환은 그 말을 그냥 흘려들었다.엄내심은 철창 앞에 서서 채찍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진환의 시야를 가로막았다.부진환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지만 엄내심은 이러한 상황에서 진짜 누군가 죽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황후가 될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낙청연과 늑대는 이미 몇 차례나 싸웠고 낙청연은 일부러 그 늑대를 철창 쪽으로 인도했다. 늑대는 비록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냄새의 자극을 받아 아주 사나웠다.늑대가 몇 번 더 철창으로 달려들자 철창이 더욱더 느슨해졌다.하지만 낙청연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에 더없이 사나운 늑대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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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낙청연은 싸늘한 얼굴로 엄내심을 힐끗 바라보았다. 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들자 낙청연은 날카로운 가면 조각을 쥔 채로 몸을 뒤로 젖히며 바닥에서 미끄러졌다.조각이 늑대의 복부를 갈랐다.극심한 통증에 늑대는 자극받아 더욱 사나워졌고 다시 한번 낙청연을 향해 달려들었다.낙청연은 몸을 날리더니 철창이 느슨한 곳을 힘껏 들이받았고 그렇게 철창을 부수고 나갔다.그 순간 모든 이들이 놀랐다.그들은 새된 소리를 지르며 야단법석을 떨었다.“낙청연!”엄내심은 대경실색하며 호통을 쳤다.낙청연이 미친 것일까? 우리 안에서 나오다니!그 세 글자를 내뱉는 순간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연신 놀란 소리를 냈다.부진환의 동공이 떨렸다. 그는 온몸에 피를 묻힌 채 살기를 띠고 있는 절세 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저자가... 낙청연이라고?말도 안 돼!사람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낙청연은 우리에서 나왔고 엄내심의 어깨를 덥석 쥐었다.그리고 그녀를 힘껏 우리 안으로 밀었다.“아!”그렇게 엄내심은 곧장 늑대의 아가리 앞에 서게 됐다.늑대의 복부는 이미 날카로운 가면 조각에 갈라진 상태였다. 늑대가 그녀를 향해 돌진할 때 늑대는 피와 내장을 흘리고 있었다.늑대는 두 눈이 벌게져서 미친 듯이, 더없이 흉맹하게 엄내심의 팔을 물어뜯었다.“아-”처절한 비명이 전해졌다.늑대의 으르렁거리는 소리에 사람들은 등 허리가 서늘해지면서 소름이 돋았다.“여봐라! 여봐라!”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사람을 불렀다.곧이어 호위들이 뛰어와 손에 든 무기로 늑대를 찌르고 베어서 엄내심을 구출했다.엄내심은 어깨가 반쯤 사라진 상태였다.한 움큼 베어 물린 살이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있었다.“아! 아!”엄내심의 처절한 비명에 사람들은 머리털이 쭈뼛 솟았다.그러나 심한 통증을 앓고 있음에도 엄내심은 여전히 두 눈에서 불을 내뿜으며 검을 들고 낙청연을 찌르려 했다.“낙청연! 널 죽일 것이다!”낙청연이 반격하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그녀의 앞에 나타나 엄내심이 들고 있던 검을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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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그러게 말이오. 너무 못생겨서 가면을 벗은 적이 없다고 하더니만 오늘은 어찌...”다들 믿지 못했다. 낙청연은 수도에서 못생긴 것으로 유명했고 사람들은 그녀를 주제넘게 섭정왕을 넘보는 추녀라고 했다. 그런데 세상에 저렇게 생긴 추녀가 어디 있단 말인가?낙청연의 미모에 대한 놀라움이 엄내심이 하마터면 늑대에게 물려 죽을 뻔한 놀라움보다 더욱 컸다.“섭정왕이 낙청연에게 가면을 벗지 말라 한 이유가 있었군. 난 섭정왕의 명성에 먹칠할까 두려워 그러는 건 줄로 알았는데 오늘 보니 다른 사람들이 왕비의 미모를 넘볼까 두려워했던 것이군!”“아! 그렇군! 그렇다면 말이 되오!”“섭정왕은 우리를 외부인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오. 이렇게 아름다운 왕비를 뒀으면서 숨기고 감추더니.”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낙월영은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주위의 말이 더없이 날카롭게 들렸고, 놀랍고 화가 났다.낙청연이 왜 저렇게 생겼단 말인가?왜 그녀의 얼굴에 흉터가 하나도 없는 것일까? 얼굴이 망가졌다면서?오늘 낙청연을 완전히 없애버릴 생각이었는데 결과는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상반됐다.이럴 수가!휘청거리면서 걸어가는 낙청연의 뒤를 줄곧 따르는 자가 있었다. 가는 길에 호위와 궁녀들은 길을 비켜주며 작은 목소리로 의논했다.“저건 누구랍니까? 저번 봄 사냥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동행한 적이 있던가요?”“예전에는 본 적이 없는 듯합니다.”“모르겠습니다. 폐하의 비인가요?”“아닌 듯합니다. 차림을 보니 평범한 호위인 듯한데 참으로 아름답군요.”여인들이 봐도 홀릴 듯한 미모와 강인하면서도 날카로운 눈빛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부진환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수만 가지 감정을 느꼈다.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로 휘청거리며 걷는 그녀의 얄팍한 몸에 마음이 아팠고, 그녀가 자신을 속였다는 생각에 또 화가 났다.낙청연은 별원에서 뱀에게 물려 얼굴이 망가져 가면을 써야 한다고 했다.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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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부진환은 당장이라도 낙청연을 데리고 떠나고 싶었지만 그녀의 싸늘한 눈빛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랐다.정원 안에 태의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전부 약함을 들고 있었고 대량의 약재를 가져왔다.한눈에 봐도 엄내심을 치료하기 위해서였다.부진환이 그 중 한 사람을 불러 세웠다.“서 태의.”서 태의는 걸음을 멈췄다.“왕야.”“자네는 이곳에 남아 5황자와 섭정왕비를 지키시게.”이곳에 태의가 한 명도 없으면 안 됐다.“알겠습니다.”-부운주에게 약을 먹인 뒤 그의 증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낙청연은 그제야 시름을 놓았고 탁자에 엎드려 잠시 쉬었다.부진환은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와 조심스럽게 낙청연의 몸에 옷을 둘러주었다.그 순간 낙청연은 잠에서 깼지만 너무 힘들어 몸을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바로 그때 황제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셋째 형님, 셋째 형님! 저자가 정말 낙청연이오? 정말 의리가 없군. 내게 그것을 숨기다니!”부경한이 걸음을 다그치며 방 안으로 들어왔고 부진환은 조용히 하라는 듯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댔다.황제는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목소리를 낮추며 탁자에 엎드린 사람을 가리켰다.“이자가 왕비인가?”부진환은 미간을 구기더니 황제를 데리고 방에서 나갔다.“뭘 또 물으십니까? 엄내심이 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지른 겁니까? 낙청연이 왜...”부경한은 살짝 멈칫하다가 억울한 듯 말했다.“나도 이럴 줄은 몰랐소. 형님께서 엄내심이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라고 하지 않았소? 엄내심이 큰 죄를 짓더라도 그것을 막지 않는 것이 이번 봄 사냥의 목적 아니었소? 엄내심은 오늘 사적으로 섭정왕비를 고문했고 또 그녀를 늑대와 같은 우리에 넣어 서로 싸우게 했소. 정말 치욕적인 일이지! 엄내심은 이번에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오! 그녀는 절대 황후가 될 수 없소!”낙청연은 그 말을 듣자 서늘함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그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엄내심이 황후가 되지 못하게 하려고 엄내심이 제멋대로 굴게 놔뒀고, 엄내심이 그녀를 다치게 만들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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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부진환은 순간 숨이 멎는 듯했다.그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얼마나 힘이 들어갔는지 거의 피가 배어 나올 정도였다.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은 참으로 눈꼴이셨다.낙청연은 침상 옆에 엎드린 채로 부운주의 손을 꼭 잡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부진환은 한마디도 듣고 싶지 않고 한순간도 보고 싶지 않아 곧장 소매를 휘날리며 자리를 떴다.“소서, 사람 몇을 데리고 직접 몰래 살피거라. 그녀를 잘 지켜야 할 것이다.”부진환은 정원에서 나온 뒤 소서에게 분부했다.소서는 살짝 당황한 얼굴로 대꾸했다.“그렇지만... 5황자의 안건은 더는 조사하지 않는 것입니까?”“그래. 부운주가 깨어났으니 그의 증언이 있다면 괜찮을 것이다.”그것이 부운주가 깨어난 유일한 좋은 점이었다.“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미리 희생양을 준비해두거라. 그자를 그날 밤 있었던 제삼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소서는 정중하게 대답했다.“알겠습니다!”곧이어 부진환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방 안에서 낙청연은 긴장한 얼굴로 부운주의 손을 잡았다.“깨셨습니까? 손이 왜 이렇게 찹니까?”낙청연은 그에게 온기를 나눠주려고 노력했지만 부운주의 체온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었다.낙청연은 부운주의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고 이마 역시 아주 차가웠다.“청연.”부운주의 창백한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깨어나서 당신이 괜찮은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 그녀는 부운주의 반응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곧장 그의 맥을 짚었다.안정적이던 맥박이 갑자기 혼란스러워졌고 낙청연은 두려움을 느꼈다.“독입니까?”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부운주를 보았다.“독에 당했습니까?”부운주는 손을 빼내며 덤덤히 웃어 보였다.“제 시간은 여기까지인가 봅니다. 청연, 그대가 한 말은 다 들었지만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죽는다면 이 세상에 절 기억해 줄 사람이 있으니 그리 헛된 삶은 아니었군요.”낙청연은 안색이 흐려진 채로 그를 다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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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왕비 마마!”갑자기 나타난 소서가 그녀를 부축했다.“왕비 마마, 괜찮으십니까? 상처가 있으신데 얼른 돌아가서 쉬세요!”소서를 보자 낙청연은 깜짝 놀라더니 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고 신의의 시체는 어디 있는 것이냐?”그 말에 소서는 깜짝 놀라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말했다.“시체요? 고 신의의 시체 말입니까?”낙청연은 미간을 구겼다.“그래. 그 방 안에 있던 고 신의의 시체 말이다!”소서는 미간을 좁혔다. 어쩐지 이상했다.“고 신의의 시체는 없습니다. 그날 밤 왕비 마마와 5황자께서 변을 당하신 뒤 곧장 방 안을 살폈습니다. 현장의 흔적에 의하면 제삼자는 없었습니다! 고 신의의 시체 또한 보지 못했고요.”그 말에 낙청연은 모골이 송연했다.시체가 없다니?어떻게 시체가 없을 수 있단 말인가?낙청연은 자기 손으로 고 신의를 죽였었다!설마 고 신의가 죽지 않고 도망친 것일까?불가능한 일이었다!당시 그 비수는 하마터면 고 신의의 머리를 자를 뻔했었다. 그러니 살아있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낙청연은 믿을 수 없어 다시 사건이 발생했던 방 안으로 들어가 살펴봤다.소서의 말대로 방 안에 시체가 있던 곳은 깨끗했고 대량의 혈흔도, 시체의 흔적도 없었다.조금 전 급히 약을 찾느라 방 안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낙청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그날 밤 싸웠던 장면을 떠올렸다.일부 싸운 흔적이 존재했지만...부운주는 당시 칼에 몇 번 찔려 정신을 잃었었고 그가 쓰러졌던 바닥에는 혈흔이 없었다.방 안에는 확실히 두 사람의 흔적밖에 없었다.제삼자는 존재하지 않았다.낙청연은 순간 등골이 서늘했다. 어쩌면 그날 밤 경험했던 것이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큰 상처와 피로감에 낙청연은 머리가 어질했고 현실과 꿈속을 왔다 갔다 했다.순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왕비 마마! 이렇게 심하게 다치셨는데 우선 자신을 돌보세요! 저와 함께 돌아가 치료를 받으시지요!”소서가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소서는 왕비를 잘 보살피지 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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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낙청연은 실망에 빠져 걸음을 옮겼다.소서는 잠깐 멈칫했다. 그는 혹시 자신이 말을 잘못한 건 아닐까 미간을 구기며 사색에 잠겼다.낙청연이 방으로 돌아오자 부운주가 걱정스레 물었다.“찾았습니까?”낙청연은 고개를 저은 뒤 자리에 앉아 부운주의 맥을 짚으며 물었다.“발작할 때 어떤 증상을 보입니까?”부운주는 잠깐 당황하더니 이내 표정이 가라앉았다. 낙청연이 해독약을 찾지 못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온몸이 차갑습니다. 마치 얼음 동굴 안에 갇힌 듯이 말입니다...”부운주는 그 어떤 세부 사항도 놓치지 않고 자세히 서술했다.낙청연의 그의 말에 따라 분석해본 뒤 처방을 내렸고 직접 약재를 고르고 약을 달였다.부운주의 독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어도 잠시 억눌러 당분간 버틸 수 있었다.그녀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다면 천천히 해독약을 연구해낼 수 있을 것이다.약을 마신 부운주는 좋지 않은 반응은 없고 모든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낙청연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계속 방안에서 지키고 있었다.약 효과 때문에 부운주는 곧 잠이 들었다.정적을 깨고 밖에서 느릿한 발걸음ㅡ소리가 들려왔다.낙월영은 음식을 가져와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언니, 음식 좀 드세요.”낙청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낙청연의 날카로운 눈매에 낙월영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예전에 가면을 쓰고 있을 때도 눈빛이 무서웠는데 가면을 벗으니 더욱더 무서워졌다.저도 모르게 두려움이 생길 정도였다.당연하지만 더욱 무서운 건 낙청연의 얼굴이었다!그녀의 얼굴은 너무 아름다웠다.예전에는 줄곧 낙청연이 아주 못생겼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두 볼이 홧홧했다.낙청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를 농락하고 있었는데 낙월영은 그것이 진짜인 줄 알았다.예전에 미모로 낙청연을 공격할 때 낙청연은 아마 몰래 그녀를 비웃었을 것이다.얼마나 우스운가!낙월영은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믿을 수 없었다! 낙청연의 얼굴은 가짜일지도 모른다!낙월영은 그릇을 들고 낙청연의 곁을 지나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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