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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엄내심은 천천히 낙청연의 앞에 서더니 그녀의 턱을 콱 잡고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감히 나랑 맞서려고 하다니, 이것이 바로 그 결과다!”

낙청연의 고개가 무기력하게 처졌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엄내심은 채찍을 던지고는 쉬러 갈 생각이었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계집종이 물 한 통을 가져왔다.

그것도 소금물이었다.

“큰아가씨, 이걸 쓴다면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욱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그 말에 엄내심은 소금물을 힐끔 보더니 미간을 구겼다.

“그건 필요 없다. 그러다가 죽는다.”

그런데 계집종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죽지 않을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큰아가씨의 막무가내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습니까? 막무가내인 모습을 보여줘야 황후가 되지 않을 수 있지요. 그래야만 큰아가씨께서 원하시는 분과 함께 떠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에 낙청연은 깜짝 놀랐다.

엄내심이 황후의 자리를 바라지 않는다고?

그것도 일부러 막무가내인 모습을 보여서 황후가 되는 대신 자신의 마음에 둔 사람과 함께 할 생각이었다니.

그러나 낙청연은 분명 엄내심의 눈빛에서 야망을 보았다.

엄내심은 그 말을 듣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그래,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나가보거라!”

“네.”

계집종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더니 우쭐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낙청연은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방문이 닫히자 엄내심은 바닥에 놓인 소금물을 보며 고민에 빠졌다.

낙청연이 허약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넌 이용당했어.”

엄내심은 깜짝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낙청연을 보았다.

“깬 것이냐? 전부 다 들었느냐?”

계집종이 엄내심을 선동하는 모습은 낙월영이 낙청연에게 자기 대신 시집가라고 하던 모습과 똑같았다.

“넌 이용당했다. 황후가 되고 싶지 않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 내가 도와줄 수 있다. 만약 사람을 죽이게 된다면 황후가 되지 못하겠지만 너도 똑같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엄씨 가문의 세력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의 기탄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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