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80화

작가: 완경음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19 14:12:47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

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

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

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

“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

“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

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

“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

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

“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

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

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

“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

“후회하지 않소.”

“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

“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

“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

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참 좋소.”

이듬해 가을.

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1화

    섭정왕부(攝政王府).동상방(東廂房) 내 꽃무늬가 새겨진 침상 주위에 옷들이 널브러져 있었다.낙청연(洛清淵)은 몸을 일으켜 앉더니 침상 위의 난잡한 흔적을 확인하고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햇빛이 빨간색의 흔적을 또렷이 비추고 있었다. 어젯밤 신방(新房)에 대여섯 명의 남자들이 쳐들어왔던 기억을 떠올리니 다시 한번 수치심과 모욕감이 울컥 치밀어올라 돌연 그녀를 견딜 수 없었고 굴욕으로 인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왜 우는 것이냐? 드디어 네 바람대로 섭정왕부에 시집왔으니 기뻐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서늘하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낙청연은 등골이 오싹했다.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보니 의자 위에 정좌로 앉은 남자가 보였다. 그는 위엄 있으면서도 싸늘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의 차가우면서도 냉담한 시선이 그녀에게 닿았을 때 낙청연은 그의 시선이 칼이 되어 살을 에이는 것 같았고 온몸이 피 칠갑이 된 것 같았다.낙청연은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고 이내 가슴 부근이 꽉 막힌 것처럼 숨을 쉴 수가 없었다.“왕야(王爺)… 줄곧 여기 계셨습니까?”남자는 덤덤한 어투로 말했다.“너와 내가 혼인을 올린 날인데 본왕이 여기 있지 않으면 어디에 있어야 하느냐?”그 순간, 낙청연은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고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어젯밤 신방에 쳐들어왔던 남자들과 도처에 남겨진 어지러운 흔적들에 그녀는 수치스러웠고 분했는데 그녀와 함께 첫날밤을 보내야 했던 남자는 그 방 안에서 밤사이 그 남자들이 어떻게 그녀의 옷을 찢어발겼는지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왜입니까? 제가 그렇게나 미우십니까?”정신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낙청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분통을 터뜨렸다.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는 첫날밤 하인들더러 그녀의 순결을 빼앗게 했고 그녀의 몸과 마음을 더럽혔다.낙청연은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고통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그를 경모했었고 당시 태황태후(太皇太后)는 두 사람이 금동옥

    최신 업데이트 : 2022-07-08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2화

    촤악.차가운 물이 얼굴을 향해 날아왔고 낙청연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었다. ‘난 죽었는데? 왜 아픔이 느껴지는 것이지?’어멈처럼 보이는 하인이 대야를 바닥에 내동댕이치면서 화가 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울고불고 소란 피울 생각은 마시옵소서. 왕야께서는 그런 수작에 넘어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이 제 주제를 알아야지, 감히 동생을 대신해서 혼인을 치르러 하다니요? 섭정왕부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닙니다!”등 어멈(邓嬤嬤)은 얼굴에는 노여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원래 집으로 돌아가 늙은 어미를 모시려 했으나 염치를 모르는 왕비가 자결 시도를 하는 바람에 다시 돌아와 그녀의 시중을 들게 되었다.“승상부의 아씨로서 살 것이지 이런 추접한 일이나 벌리다니, 차라리 죽어버리지.”머리 위로 욕설과 불평이 끊임없이 쏟아졌고 낙청연은 이 모든 게 낯설었다. 그녀의 것이 아닌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왔다.어젯밤은 섭정왕과 낙월영의 혼인날이었다. 그러나 낙청원은 사랑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신부로 위장하고는 방 안에 미정향(迷情香)을 피워놓고 섭정왕의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다.그런데 부진환이 결정적인 시각에 정신을 되찾았고 화가 나서 사람들을 대여섯 명 불러들였으며 낙청연은 깨어난 뒤 굴욕을 참지 못하고 절망스러운 마음으로 벽에 머리를 찧어 죽으려 했다.몸의 원래 주인은 그를 미치도록 사랑했었고 그녀의 몸에서 그녀의 괴로움과 마지못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여국(黎國)의 대제사장(大祭司)으로서 그녀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영혼이 흩어지지 않았고 천궐국(天闕國) 승상의 딸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 있는데 난폭한 하인이 그녀를 바닥으로 밀어서 넘어뜨렸고 그 바람에 그녀는 침대 가장자리에 머리를 찧게 되었다. 뒤이어 극심한 고통이 느껴지자 낙청연은 저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키면서 손을 뻗어 머리를 만져봤고 피가 흥건했다.“돼지처럼 무거운데 누가 아씨를 옮기겠습니까? 눈치 좀 챙기세요. 섭정왕부로 시집왔다고 해서 정말 안주인이라도 된 줄 아

    최신 업데이트 : 2022-07-08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화

    등 어멈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아이고, 둘째 아씨 손이!”그러면서 등 어멈은 얼른 낙월영을 부축하면서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악독하기 그지없군요. 둘째 아씨의 혼사를 빼앗은 것으로도 모자라 둘째 아씨가 약을 먹여주는데 밀어서 넘어뜨리다니요!”바로 다음 순간, 한 인영이 빠른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잔뜩 긴장한 얼굴로 낙월영의 옆에 섰다.“월영아!”낙월영은 미간을 좁히더니 피로 얼룩진 손바닥을 들어 보았는데 그 모습은 못내 애처로워 보였다.부진환은 낙월영의 손에서 흐르는 피를 보더니 살기 어린 눈빛으로 낙청연을 쏘아보았고 낙청연은 곧바로 입을 열려고 했다.“전…”그러나 해명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부진환이 억센 힘으로 그녀를 침상 위에서 끌어 내렸다. 바닥에 쓰러져서 몸의 중심을 잡기도 전에 부진환이 매섭게 따귀를 때렸다.그 순간 귓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뺨이 덴 것처럼 뜨거웠고 아렸다.낙청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낙월영은 부진환의 옷소매를 잡으면서 간청했다.“왕야, 제가 부주의해서 넘어진 것입니다. 언니 잘못이 아닙니다.”등 어멈이 섭정왕에게 고자질했다.“왕야, 제가 똑똑히 보았습니다. 둘째 아씨께서 좋은 마음으로 약을 먹이는데 그 마음을 헤아리지는 못할망정 둘째 아씨를 밀쳤습니다. 둘째 아씨께서 선량하셔서 그냥 넘어가 주려고 하는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괴롭힘을 당해서야 되겠습니까?”“둘째 아씨를 데리고 가서 약을 발라주거라.”부진환이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예.”등 어멈은 낙월영을 부축하면서 떠났다.방 안에는 낙청연과 부진환 두 사람만이 남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자신의 서늘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힘주어 잡았다. 만약 그가 잡은 것이 낙청연의 목이었다면 그녀는 아마도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진짜 네가 왕비라도 된 것 같으냐? 월영이가 부탁하지만 않았다면 난 널 죽였을 것이다. 또 한 번

    최신 업데이트 : 2022-07-08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4화

    낙요는 눈가가 빨갰지만 눈빛만은 의연하고 차가웠다.방문을 닫은 뒤 그녀는 아직도 쑤시듯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침상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이 몸으로 환생해서인지 무력을 전혀 쓸 수가 없었다.그녀가 여국에서 모두가 우러러보는 대제사장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풍수와 관상을 보고 점을 치는 능력이 출중한 것도 있지만 혼자서 백여 명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무공 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거기까지 생각하니 그녀는 자기 몸이 못내 그리워졌다. 어릴 때부터 무공을 배워서 경맥이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강인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괴롭힐 수 있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의 몸은 이미 좌골양회(挫骨揚灰: 원한이 깊거나 중죄를 저지른 사람이 죽은 후 그 뼈를 갈아서 뿌리는 것)를 당했다.서방(書房)으로 돌아온 부진환은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고 마음도 심란했다.소유(蘇游)가 그의 방으로 찾아와 문을 두드렸다.“왕야, 오늘 밤도 그 사람들을 불러 큰아씨께 겁을 줄까요?”그의 말에 부진환의 미간이 더욱 좁혀졌다.“아니, 오늘은 됐다.”어젯밤 그녀를 단단히 혼냈으니 다시 한번 그런 일을 겪는다면 또 자결하겠다고 난리를 칠 게 뻔했고, 혹시라도 진짜 죽기라도 한다면 승상부 쪽에 얘기하기가 껄끄러워진다.소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습니다.”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고 희미한 광선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있었다.젊고 예쁘장한 계집종이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오만한 태도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왕비 마마께서는 신선이라도 되려고 그러십니까?”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낙청연이 눈을 떴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고 날카로웠고 그 눈빛에 맹금우(孟錦雨)는 순간 겁을 먹었다.그녀는 손을 휘저으며 밖에 있는 사람을 불러들이더니 일부러 거드름을 피우면서 느긋하게 얘기했다.“왕비 마마께서 온종일 음식을 드시지 않았으니 배가 많이 고플 것이라 하여 왕야께서 자비를 베풀어 이것들을 하사해주셨습니다.”계집종들이

    최신 업데이트 : 2022-07-08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5화

    “구했으면 구한 거지 이유가 필요하더냐?”낙청연은 담담하게 대꾸하고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녀가 저 멀리 걸어가자 등 어멈은 오늘 오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라 죄책감이 들었고, 결국 참지 못하고 낙청연을 불러 세웠다.“왕비 마마!”낙청연이 발걸음을 멈추자 등 어멈은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오늘 아침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왕비 마마의 시중을 드는 일만 아니었다면 전 이미 저택에서 나갔을 것입니다. 그래서 왕비 마마를 원망하고 분풀이하였습니다.”등 어멈은 고개를 숙인 채로 미안한 듯 얘기했다.그녀는 왕비가 자신을 도와줄 줄 몰랐다. 그녀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자신은 아마도 맹금우에게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게다가 낙청연은 그녀의 빠진 팔을 치료해주었고 소문처럼 그렇게 독살스러운 사람이 아니었다.등 어멈의 말에 낙청연은 그제야 연유를 깨달았고 등 어멈은 그녀에게 충고를 해주었다.“왕비 마마, 이 섭정왕부에서 계속 지내고 싶으시다면 맹금우와는 척을 지지 마셔야 합니다. 맹금우는 저택의 일등 계집종입니다. 내원 관사(內院管事)의 친딸이거든요.”“이미 척을 지지 않았더냐.”이제 와서 얘기해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등 어멈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낙청연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서는 목소리를 낮추며 얘기했다.“제가 무심코 들은 얘기가 있는데, 둘째 아씨께서 맹금우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둘째 아씨께서 왕비 마마가 되면 건강이 좋지 않아 왕야의 시중을 들 수 없으니 맹금우를 통방으로 삼아 그녀더러 왕야의 시중을 들게 할 것이라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 아씨와 왕야의 혼례가 성사되지 않았으니 왕비 마마께서 맹금우를 구슬리시려면 맹금우더러 왕야의 시중을 들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왕비 마마께 그렇게 적대적이지는 않겠지요.”등 어멈은 낙청연의 도움에 감사했고 그래서 자신도 그녀를 도와주고 싶었기에 그녀 대신에 방도를 생각했다.등 어멈의 말에 낙청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의 말대로라면 낙월영은 맹금우와 통방을 조건으로 거래를 한 것이었고, 맹

    최신 업데이트 : 2022-07-08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6화

    낙청연은 벽 구석 쪽에 놓인 몽둥이를 휘둘러 맹금우를 기절시켰다. 그리고는 소매 안에서 찐빵을 꺼내서 그녀의 입안에 쑤셔 넣어 그녀가 삼키게 만들었다.사내들은 창문 쪽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낙청연이 창문 쪽으로 도망치려는 줄로 알았다.“여기 있었군. 감히 도망칠 생각을 하다니.”그중 한 명이 맹금우의 뺨을 내리쳤고 낙청연은 내친김에 맹금우를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사내들은 기절한 맹금우를 낙청연으로 여겼고 그녀를 침상 위로 옮겼다.낙청연은 벽에 귀를 딱 붙이고 안쪽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일이 확실히 진행되고 있자 낙청연은 그제야 유유히 몸을 돌려 그곳을 떠났다.밤이 깊어진 틈을 타 낙청연은 몰래 부엌으로 가서 먹을 것을 찾았지만 부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결국 낙청연은 부엌 구석 쪽에 자리를 잡고 잠을 청했다.공무를 마친 부진환은 서방 안에서 휴식을 취하려 했는데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고 낙월영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왕야! 주무시고 계십니까?”그녀의 황급한 목소리에 부진환은 얼른 문을 열었다.“왜 그러느냐?”낙월영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조금 전 눈물을 흘린 것처럼 그렁그렁한 눈으로 부진환을 바라보았다.“왕야, 제가 아까… 사내 여럿이 언니의 방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목격했습니다. 왕야, 제발 언니를 용서해주세요.”그녀의 말에 부진환의 안색이 돌변했다.사내 여럿이 낙청연의 방으로 들어갔다니? 그는 소유에게 분명 그 짓을 그만하라고 분부했었다.“왕야, 저한테 언니는 한 명뿐입니다. 언니가 무슨 짓을 저질렀든 언니가 제 언니인 건 변함없는 사실입니다.”낙월영은 울음을 터뜨리면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고 부진환은 미간을 좁히더니 얼른 그녀를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나와 함께 가보자꾸나.”“그…”낙월영은 고개를 숙이면서 민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부진환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낙청연이 대체 무슨 짓을 꾸민 것인지, 왜 지금에 와서도 포기하지 않는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낙월영이 그가 무슨 짓을 했다고 오해까지 하게 만들

    최신 업데이트 : 2022-07-08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7화

    맹금우와 하인들은 본디 낙청연의 방에 있지 말아야 했는데 하필 오늘 밤 이 모든 사람이 낙청연의 방에 모여들었고 정작 그녀는 방 안에 없었기에 부진환은 낙청연이 일을 꾸민 것으로 생각했다.낙청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미간을 좁히면서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왕야, 지금 죄인을 문초하시는 겁니까?”그 모습에 낙월영이 얼른 그녀에게로 다가가서 그녀의 팔뚝을 잡았다. 그녀는 작지만 모두가 들을 수 있을 만한 목소리로 말했다.“언니, 왕야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오늘 밤 무엇을 하셨는지 솔직하게 왕야께 말씀드리세요. 제가 있으니 왕야께서는 언니를 난처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낙월영의 행동을 보면 오늘 밤 일이 진짜 낙청연이 꾸민 일 같아 보였다.낙청연의 눈동자에 티 나지 않게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녀는 무언가 켕기는 게 있다는 듯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뜨리면서 목소리를 낮췄다.“사실 오늘 내가 체면을 구기는 일을 하기는 했지…”그 말에 낙월영은 일부러 놀란 표정을 해 보이면서 목청을 높였다.“뭐라고요? 언니, 왜 이렇게 어리석습니까?”낙월영은 낙청연을 끌고 앞으로 나서면서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언니, 왕야께 잘못했다고 비세요. 제가 있으니 괜찮습니다.”낙월영은 낙청연의 표정을 살피더니 예전과 똑같이 멍청해 보이는 그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이 기회를 틈타서 그녀가 자신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게 할 생각이었다. 그런 다음 부진환이 화가 나서 그녀에게 곤장형을 내리기를 바랐다.부진환은 미간을 좁혔고 표정을 굳혔다.주위에는 침묵이 감돌았다. 모든 이의 이목이 낙청연에게로 집중되었고 모두 그녀가 자신의 죄를 털어놓기를 바랐다.맹금우는 맹 관사의 친딸로 섭정왕부의 일등 계집종이었다. 어찌 보면 왕야의 측근이기도 했기 때문에 낙청연이 맹금우를 해친 것이면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었다.낙청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자신의 납작해진 배를 어루만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오늘 밤 부엌에 먹을 것을 훔치러 갔는데 찾아보니 쌀 한 톨 없더군요

    최신 업데이트 : 2022-07-08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8화

    낙청연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있는 하인들에게 다가가서 차분하고 느긋하게 물었다.“내가 시킨 일이라고 했느냐? 그럼 말해보거라. 내가 언제 어디서 너희들더러 여기로 오라고 했느냐? 언제 내 처소로 들어오라 어떻게 얘기했느냐? 게다가 이건 왕비의 처소다. 감히 이곳에 들어갈 생각을 했느냐? 내가 무슨 조건을 약속했길래 죽음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찾아온 것이냐?”그녀의 연이은 질문에 무릎을 꿇고 있던 하인들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맹금우를 바라보면서 그녀의 도움을 바랐다.부진환은 눈을 가늘게 뜬 채로 조용히 그 모습들을 전부 지켜보고 있었고 낙청연을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홀로 이 많은 적을 상대해야 하는데 그녀는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조리 있게 얘기했다. 낙청연은 생각보다 똑똑한 사람이었다.“말해보거라. 내가 시킨 일이라 하지 않았느냐? 내가 너희들에게 어떻게 얘기했는지 다시 말하는 것도 못 하겠느냐?”낙청연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맹금우는 마음이 급해졌다. 그들은 그 문제에 관해서 말을 맞춘 적이 없었기에 계획이 틀어지게 된 것이다. 맹금우는 무언가 기억난 듯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약입니다. 왕비 마마께서는 저에게 약을 쓰셨습니다. 왕야께서도 왕비 마마께 당한 적이 있으시지요. 왕비 마마께서 약을 쓴다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부진환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낙청연은 부진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채고는 얼른 먼저 입을 열었다.“왕야, 제가 왕야께 이 약을 썼다면 혼인날 왕야께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겠습니까? 게다가 제가 가져온 미정향은 그날 다 써버렸습니다. 전 이곳에 올 때 몸만 왔습니다. 제가 또 어디서 약을 구한다는 말입니까?”낙청연이 그날 썼던 약은 미정향이었고 그 약은 극락산보다 효과가 훨씬 떨어졌다. 맹금우는 정원 바닥에 내쳐지고도 정신을 아예 못 차렸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었으니 약효가 몹시 강하다는 건 아주 명백한 사실이었

    최신 업데이트 : 2022-07-11

최신 챕터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80화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상대가 안 되오.”낙요는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신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과 함께 바둑을 두며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요.”부진환은 바둑알을 하나하나 거두었다.낙요는 실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햇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왔다.“그러고 보니, 나의 답답함을 풀 사람은 당신뿐이오.”“심시몽은 어의원의 심사를 통과하고 정식으로 어의원에 들어가게 되었소. 그리고 강소풍의 집안에서도 그들의 혼사를 승낙하여 두 사람은 곧 혼사를 올릴 것이오.”“갑자기 심면과 낙현책도 혼사를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소.”부진환이 웃으며 말했다.“일찍이 혼인할 나이가 되었지만, 아이들도 조급해하지 않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오?”낙요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여유롭게 말했다.“걱정하지 않소. 대소사를 모두 당신이 걱정하고 있지 않소? 초경의 수위가 있으니, 몇 년이 지나도록 용모가 변하지 않았소. ”“나 같으면 그렇게 걱정을 많이 했으니, 일찌감치 늙었을 것이오.”몇 년 동안 부진환은 그녀를 도와 적지 않은 조정의 일을 분담했다.그녀도 부진환의 동반에 습관이 되었다.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진환을 바라보며 손바닥에 턱을 괴고 물었다.“이 나이가 되니,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후회하오?”“걸을 수 없을 정도로 늙었을 때, 다른 사람의 자식들이 단란히 모여있는 것을 부러워할 것이오? ”부진환은 손에 든 물건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그녀를 보며 대답했다.“후회하지 않소.”“사람은 너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오.”“게다가 당신은 여제요. 당신이 늙었다고 해도 누가 감히 푸대접하겠소?”“당신이 조용히 지내는 것이 좋다고 하면 난 당신과 함께 있을 것이오. 초경의 수위로 늦게 늙는다고 하지 않았소? 앞으로 당신이 늙으면 내가 당신을 부축하고 업고 다닐 것이오.”낙요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참 좋소.”이듬해 가을.심시몽은 강소풍과 혼사를 올렸고 어의원 5품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9화

    강소풍은 고개를 끄덕이다 다급히 고개를 저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아니오. 그런 뜻이 아니오. 어머니께서는 마음에 들어 하셨소.”설명할수록 강소풍은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심시몽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지만, 여전히 그를 위로했다.“자네의 뜻을 알고 있소. 설명할 필요 없소.”“시몽... 미안하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 방법을 강구하여 어머니에게 자네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오. 분명 어머니도 자네를 받아들일 것이오. ”그 말에 심시몽은 살짝 놀라 의아한 듯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나와 헤어지려는 것이 아니었소?”심시몽은 강소풍이 특별히 그녀를 찾아와 이 일을 설명하는 것을 보고, 그녀와 연을 끊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나는 단지 이전의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뿐이오. 이번 달 안에 혼담을 꺼낼 수 없을 텐데, 나를 기다려줄 수 있소?”“말재주가 좋지 않아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소. 어머니께서는 자네가 연약하고 힘없다고 생각하시오. 앞으로 내가 출정하면 자네가 홀로 집안을 지킬 텐데, 우리에게 좋지 않은 선택이라 생각하시오.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대충 뜻을 알아차렸다.“어머니께서는 문무를 겸비한 며느리를 원하고, 자네와 함께 전쟁터에 나가서 떨어져 있지 않아도 되기를 원하시오.”“나는 비록 무공을 할 줄 모르지만, 그래도 해낼 수 있소.”고개를 들어 올린 심시몽의 눈빛은 밝았다..강소풍은 놀라기도 했고 기쁘기도 했다.“정말이오? 여전히 나와 함께 있고 싶소?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심시몽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를 위해 그렇게 많은 일을 했는데, 어찌 쉽게 포기할 수 있소? 자네가 포기하더라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오.”“강가는 장군 집안이라 분명 우리 언니와 같은 여인을 좋아할 것이오. 난 비록 언니와 비길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할 것이오.”“여제께서 나에게 약옥을 주었소. 만약 순 의원과 의술을 배울 수 있다면 어의원에 들어갈 기회가 있소.”“성공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8화

    이 말을 듣고 심시몽은 약간 의아해했다.“공주는 저를 탓하지 않습니까...”“그분은 공주시다. 천하를 품고 있는데, 어찌 네가 범한 작은 잘못을 추궁할 리 있냐?”“지금 너의 변화를 보면 공주도 더 이상 너를 탓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려야 할 예의는 없어서는 안 된다. 시간이 나면 공주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거라.”심시몽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예. 내일 가겠습니다.”“저는 먼저 약옥을 넣고 의관에 가겠습니다.”심시몽은 기쁜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달려갔고, 의기양양한 분위기를 풍겼다. 조금도 방금의 의기소침함이 없었다.심면도 기뻤다.모두가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 같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강소풍이 집에서 어머니와 싸우고 있었다.“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너를 현학서원에 보내 양성하는 것도 앞으로 네가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너도 마땅히 너와 어울릴 만한 부인을 얻어야 한다. 너와 전장을 누비며 적을 죽이는 그런 사람 말이다.”“힘없이 연약하게 집안에서 서방이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그런 평범한 아가씨는 안 된다.”“이전에 그 심시몽을 위해 집안의 빙천영지를 훔쳤고, 심지어 벌을 받고도 물건이 어디로 갔는지 말하려 하지 않았다. 난 그때부터 심시몽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그 아이와 혼사를 올리려는 것이냐?”“말도 안 된다!”강부인은 단호한 태도로 조금도 말을 바꾸려 하지 않았다.강소풍은 내키지 않는 듯 반박했다.“심시몽이 평범하다니요? 어떻게 평범하다는 말입니까? 심시몽은 그저 무공이 부족할 뿐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무예를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하물며 그녀의 언니는 이미 태자로 봉해졌습니다. 그러니 심시몽도 좋은 아가씨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지 않습니까?”강부인은 콧방귀를 뀌었다.“언니는 언니이고, 심시몽은 심시몽이다. 어찌 동일하게 논할 수 있겠냐?”“강가는 권세에 빌붙지 않고, 심시몽의 언니가 태자라는 것을 봐서 그녀를 맞이하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7화

    “나중에 자네가 신의가 될지도 모르오.”심시몽이 웃으며 말했다.“자네의 좋은 말대로 되길 바라오.”모두 술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 심면이 임계천에게 물었다.“자네는? 어디로 가고 싶소?”“나라에 보답할 수 있다면 어디든 좋소.”임계천이 담담하게 웃었다. 그는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이 없었기에 그저 궁의 안배를 기다리고 있었다.다들 기분이 좋았고 투지가 넘치고 미래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차 있었다.술을 너무 늦은 시각까지 마셔서 그들은 심가에서 묵었다.오전이 되자, 각 집안의 하인들이 부랴부랴 사람을 찾아왔다. 몇 사람은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되었지만, 여전히 집으로 끌려갔다.궁에서 명을 받았기 때문이다.강소풍은 금군 기사영 통령으로 봉해져 도성과 황궁의 안위를 지키게 되었다.임계천은 형부로 전근되었다.소우청과 봉함선은 수주의 군영 부장군으로 명을 받았다.소우청의 행처는 그의 아버지 소진오가 좋은 경험을 하기를 바라며 부탁한 것이다.낙요는 봉함선이 여인이기에 그녀를 그렇게 멀고 험한 곳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주동적으로 수주에 갈 것을 청구했다.봉함선이 말했다.“여국은 역대로 여 장군이 없었습니다. 저는 첫 번째 여장군이 되고 싶습니다.”“만약 힘들고 험한 곳이 아니라면 어찌 제가 포부를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낙요는 그녀의 담력과 야심을 높이 사고 그녀의 청을 승낙했다.“나는 네가 여국의 첫 번째 여장군이 되기를 기대한다.”이들 외에 현학서원의 다른 학생들도 그들로 하여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행선지를 얻었다.유독 심시몽에 대해, 낙요는 따로 안배를 해주지 않았다.백서가 걱정했다.“어찌 유독 심시몽만 얘기가 없으십니까? 심시몽이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입니다.”낙요가 웃었다.“아니다. 이미 심면을 시켜 심시몽에게 한가지 물건을 보냈다.”백서는 살짝 놀랐다.“일찍이 계획이 있으셨군요.”이때의 심시몽은 홀로 넋을 잃고 연못가에 앉아있었다. 그녀의 마음은 마치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수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6화

    유생이 드디어 알아차렸다.“그랬구나. 내가 어찌 이걸 잊은 것이냐.”“난 정말 운이 좋은 것 같구나. 이렇게 운 좋게 제사장 자리를 주울 수 있으니.”심면이 답했다.“아닙니다. 전에 제가 청주 전쟁에서 조난했을 때, 제자들을 통솔해 적과 싸우지 않았습니까? 현책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났습니다.”“사저가 소제사장이 되는 것이 가장 적합합니다.”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듣고 유생은 쑥스러워하며 낙현책을 힐긋 쳐다보았다.“네가 이렇게 말하면 낙현책이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낙현책이 웃으며 답했다.“그녀가 말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너는 나보다 대제사장이 더 잘 어울린다.”“나는 무학에서 너보다 좀 나을 뿐이다. 정말 대제사장이 되려면 너보다 잘할지 모를 일이다.”“다만 제사장 일족의 심사에는 이런 것이 없었다.”“하물며 나도 대제사장이 될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단지 여제가 기뻐하기를 바랄 뿐이다.”이 말을 듣고 유생은 마음이 놓였다.“불쾌하지 않았다면 다행이구나. 권력과 지위 앞에서 네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하구나!”“한 잔 권하마!”유생이 술잔을 들었다.바로 이때, 갑자기 대문이 열렸고,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먼저 목소리가 들렸다.“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왜 벌써 마시는 것이오?”“우리를 기다리지 않는다니, 의리가 없소!”몇 사람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강소풍과 임계천이 술병을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오늘 밤 다들 왔구나!”“자, 심면과 유생을 위해 한 잔 하세!”모두 자리에 앉아서 잔을 들어 함께 마셨다.그렇게 한참 마시다 보니 술에 취한 강소풍이 흥분한 듯 입을 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심가에 겹경사가 닥칠 것이오.”모두 멍해졌다.강소풍은 낙현책과 심면을 바라보았다.“여제가 두 사람의 일을 인정했으니, 언제 혼사를 치르는 것이오?”심면은 갑자기 얼굴을 붉어지며 황급히 강소풍에게 술을 따라주었다.“술을 마셔도 자네의 입을 막지 못한 것이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5화

    “저희가 어찌 가족입니까?”“50냥의 이득을 본 걸 후회한다면서요?”이 말이 나오자 다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그들은 그제야 유생이 그날 밤 그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어쩐지 상자를 도둑맞았더라니.유룽은 체면을 깎으며 사과했다.“유생아, 우리는 한 가족이니 티격태격하는 것도 정상이다. 그러나 다들 나쁜 생각은 없다.”“이전의 일은 모두 나의 잘못이다. 이렇게 너희들에게 사과하마!”“오늘 저녁 집으로 돌아가자. 너를 위해 잘 경축해야지 않겠느냐!”둘째아버지와 셋째 아버지도 모두 따라서 사과했다.집안 재산을 나누겠다고 얘기한 그날 그들이 각박한 만큼 지금 아주 자상했다.“유생아, 집으로 가자. 지나간 일은 잊고, 우리 가족 다시 시작하는 게 어떠냐?”“그래. 가족이 함께 지내면 얼마나 시끌벅적하냐? 따로 이곳에서 지내면 쓸쓸하지 않으냐?”“우리 집에 좋은 술도 두 병 간직하고 있는데, 유생을 축하하러 오늘 꺼내마!”유생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차분하고 차갑게 말했다.“다들 시간 낭비하지 마십시오.”“집안 재산을 나누고 연을 끊었는데, 어찌 번복할 사람이 있겠습니까?”“잘살든 못살든 더 이상 유가와 관계가 없습니다.”“다들 가시지요. 굳이 우리 집 앞에서 매달리려 한다면, 관아에 신고할 것입니다.”말을 마치고 유생은 방안으로 돌아와 차갑게 문을 닫았다.문밖의 사람들은 후회에 휩싸였다.게다가 둘째는 첫째를 원망하기 시작했다.“형님 탓입니다. 제사장 자리가 발표되기도 전에 넷째네를 쫓아내더니, 지금은 어떻게 하려는 것입니까?”셋째도 불평했다.“유생은 앞으로 대제사장이 될 것이오. 앞으로 유생 덕을 보긴커녕 이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앞으로 우리를 난처하게 할 수도 있소...”유롱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찌 또 내 잘못이 되었냐?”“애초에 심사 결과가 나오자, 다들 하나하나 달려와서 유생네가 끝났다고, 그들 일가를 헛되이 잘해줬다고 하지 않았냐? 너희들이 모두 동의했기 때문에 넷째 일가를 쫓아낸 것이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4화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매우 놀랐다.유가 사촌들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유생도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왜 제가...”왜 낙현책이 아닌가?장 총관이 웃으며 말했다.“어서 명을 받으시지요. 소제사장”유생은 정신을 차리고 마음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얼른 명을 받고 고마움을 전했다.장 총관은 자리에 있던 병사들을 힐긋 보고 유생에게 친절하게 물었다.“소제사장,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제가 처리할 필요가 있습니까?”유생은 웃으며 말했다.“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어찌 사양하십니까? 제가 필요한 곳이 없다면, 이만 궁으로 돌아가 명을 전해야 합니다.”“예. 바래다 드리겠습니다.”유생은 장 총관을 골목 밖까지 배웅했다. 장 총관이 의미심장하게 일깨워주었다.“아가씨는 아직 소제사장의 권력을 모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도성에서 제사장의 권력은 여제와 대제사장에 버금갑니다.”“태자와 동등한 권력입니다.”“이런 사소한 일은 직접 처리할 필요도 없으니, 제게 한마디만 분부하면 됩니다.”유생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일깨워 줘서 고맙습니다.”“오늘 여제께서 태자도 정하셨습니까? 심면입니까?”장 총관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심가에 뜻을 전하고 왔습니다.”장 총관을 떠나보내고 유생은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선택받을 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분명히 낙현책한테 졌기 때문이다.심면도 태자로 봉해져서 참 좋았다.오늘 밤 심면을 찾아 축하하려면,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문밖으로 돌아갔다.병사들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바꾸어 그녀에게 예를 올렸다.“소제사장, 오늘 분명 오해일 것입니다.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유생이 차가운 소리로 호통을 쳤다.“멈추거라!”그들은 뻣뻣하게 자리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땀을 뻘뻘 흘렸다.제사장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직무를 잃을 수도 있다.“수사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오? 안 하시오?”“저희가 감히 소제사장의 집을 수색할 용기가 어디 있겠습니까? 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3화

    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궁을 나가려던 참이다. 함께 가자.”유생은 단번에 알아차렸다.“심면을 찾으러 가는 것이냐?”“심사 결과가 나온 후, 심면을 만나지 못했구나.”“심면도 무슨 일이 생긴 것이냐?”낙현책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그런가 보구나.”“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거라.”“그래.”두 사람이 함께 궁으로 나온 후 유생은 바로 집으로 돌아갔고 낙현책은 심면의 집으로 향했다.유가의 골목에 도착하자마자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관아의 사람들이 유생의 집 앞을 막고 그녀의 부모님을 잡고 그들을 관아에 데리고 가려 했다.옆에는 그녀의 사촌들이 있었다.안색이 바뀐 유생은 다급히 달려갔다.“그만하시오!”“뭐 하는 것이오?”유생은 바로 부모님을 뒤에 감쌌다.유롱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뭐 하냐니? 집안 재산을 나누었으니, 유가와 이젠 연이 없는 것이다. 집안 재산도 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찌 유가의 물건을 훔치는 것이냐? 그 상자에는 족히 수십만 냥이 있다!”“감히 너희랑 아무 연관도 없다고 할 수 있느냐?”유생은 그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고, 관리에게 고소할 줄도 몰랐다.“우리가 훔쳤다는 증거라도 있습니까?”“증거도 없이 저희를 잡다니, 법을 따르셔야죠.”유롱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유가 사람들이 네가 돌아온 것을 봤다!”“변명하지 말거라. 할 말이 있으면 감옥에 가서 변명하거라!”물건을 잃어버리고 그들이 유일하게 의심하는 사람은 유생이다.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들은 그 돈을 되찾으려 했다.“내가 돌아갔다고 돈을 훔쳤다는 것입니까? 농이 심하십니다!”“관청에 따라서 갈 수 있지만, 저희 부모님과는 연관이 없습니다.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사람을 잡을 수 없습니다!”유롱이 화를 냈다.“네 아버지와 어머니도 한패다! 당연히 관아로 데려가야 한다!”“나으리, 그들은 수십만 냥을 훔쳤습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닙니다. 나리께서 반드시 돈을 되찾아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 섭정왕의 왕비로 환생하다   제3172화

    조영궁.심사 결과가 나온 후 오랫동안 기다리던 낙요는 드디어 낙현책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여제.”낙현책은 고개를 숙이고 여제를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심사 결과가 나온 지 오래됐는데, 어찌 이제야 나를 찾아온 것이냐? 잘 고려한 것이냐?”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꿇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이 말을 듣고 낙요는 그의 결정을 알아차렸다.“일단 일어나서 얘기하거라.”낙현책은 무릎을 꿇고 일어나지 않았다.“여제의 가르침을 저버렸습니다. 저는 대제사장 자리를 감당할 수 없습니다!”낙요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래도 의외는 아니었다.“잘 생각했느냐? 이 일은 번복한 기회가 없다.”낙현책이 세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심사숙고한 후 내린 결정입니다.”“제가 여제를 실망하게 했습니다.”지금까지 이렇게 노력했고 최종 심사에서 1등까지 하였는데, 여제를 실망하게 했다.낙요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웠다.“실망하지 않았다.”“네 실력은 모두가 다 알고 있다. 어찌 실망했겠느냐? 네가 후회하지 않으면 된다.”“이미 결정을 내린 이상 더 이상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지 말거라. 마음을 놓고 네 목표를 향해 가거라.”“나는 네 결정을 존중한다!”여제가 화를 내지 않자, 낙현책은 그제야 한숨 돌렸다. 그는 감동에 겨웠다.“고맙습니다.”낙요는 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동안 심면을 만나지 않았겠구나? 어서 네 결정을 알리러 가거라.”낙현책은 고개를 끄덕이고 궁을 나갈 준비를 했다.그동안 심면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에게 있어 정말 어려운 문제였다.누군가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낙현책이 궁을 나서려는데 제사장족 제자가 그를 가로막았다.“유생이 궁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소. 급한 일이 있는 것 같소.”“급한 일? 알겠소.”유생은 그동안 궁에 있지 않았다. 갑자기 궁으로 찾아온 것을 보아, 중요한 일이 있는 듯했다.먼저 그녀를 만나고 궁을

DMCA.com Protection Status